Gangnam Blacksmith RAW novel - Chapter 172
제 172화
102.
“언니! 언니!”
“왜? 무슨 일 있어?”
엘리제는 애나가 자신에게로 달려와서는 옆자리에 앉아 자연스럽게 맥주를 까는 것을 지켜보았다.
그런 맥주 앞에는 치킨과 순대, 떡볶이 등 먹거리들이 한가득했다.
언제부터인가 자기 전에 술과 야참을 먹는 것이 습관이 되어 버린 엘리제였다.
‘그러고 보니 옛날에는 없던 뱃살이 잡히기 시작했는데.’
과거였다면 상상도 못 할 일이었다.
운동량 자체가 워낙에 많았기에 아무리 먹어도 살이 찌지 않았고 무엇보다 폭식은 하지도 않았던 엘리제였다.
하지만 학교 교사가 되고부터 폭식이 자연스러워졌다.
말도 못할 스트레스가 엘리제에게 폭식을 불러온 것이다.
물론 그런 폭식에는 자신의 옆에 앉아 있는 마족도 큰 몫을 했다.
‘역시 악마는 악마인가! 설마 처음부터 이것이 목적은 아니었겠지?’
엘리제는 흉악한 애나에 몸을 부르르 떨었다.
“소변 마려워요?”
“아니. 그런데 왜?”
요즘 살이 쪘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맥주에 자연히 손이 가고 있는 엘리제를 보며 애나는 TV를 켰다.
그러자 엘리제와 애나가 즐겨보는 드라마가 나오고 있었다.
“오! 나온다. 나와.”
“뭐가 나오는데?”
“아니! 전에 언니 아는 동생이 TV 나온다고 하셨잖아요.”
“어! 엘고르라고 동네 꼬맹이. 왜?”
엘리제는 최근 들어 방송에 자주 나오고 있는 고향 동생인 엘고르를 떠올렸다.
왜 지구에 와 있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잘생긴 얼굴로 인기를 끌고 있었다.
한 번 찾아가 볼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왠지 폐를 끼칠 것 같아서 찾아가지 않고 있는 엘리제였다.
엘리제를 찾아 지구로 와 스타가 된 엘고르가 알았다면 땅을 칠 일이었지만 엘리제는 자신의 과거를 잊고 살기로 마음먹은 뒤였다.
“아! 그러니까 저도 아는 사람 연예인으로 나오더라고요.”
“뭐? 아는 사람?”
“아니! 아는 마족! 까아! 좋다!”
애나는 맛깔스럽게 맥주를 한 모금 마시고서는 배시시 미소를 지었다.
그런 애나를 보며 엘리제는 또 마족이 지구에 왔다는 것에 복잡한 심경이었다.
“마족?”
“예! 동네 아저씨인데 저! 저기 나온다! 저기 깡패 두목 역할!”
매력적인 남자가 매서운 눈을 한 채로 분위기 있게 TV 화면에 나오고 있었다.
“오! 분위기 사네.”
“그쵸? 대박이죠? 연기파 배우! 연기파!”
생각보다 괜찮은 마스크와 분위기에 엘리제는 마족이라는 것도 잠시 잊고 호기심 넘치게 바라보았다.
그래도 방심을 해서는 안 되는 법이었다.
“어떤 마족인데?”
“아! 그리 나쁜 마족은 아니에요. 저 어릴 때부터 잘 대해주시기도 했고 착해요!”
엘리제는 애나의 말에 착한 마족은 죽은 마족이라고 말을 해주고 싶었지만 꾸욱 참았다.
“그래? 착해?”
“완전 착해요. 완전! 마물 한 마리 못 잡을 정도로.”
마물 한 마리 못 잡는다는 애나의 너스레에 엘리제는 그제야 안도를 할 수 있었다.
‘약한 놈이잖아. 그럼.’
그렇게 약하다면 걱정을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는 엘리제였다.
물론 마계 귀족이자 잔인한 암살자인 이그니스가 들었다면 기가 막혀 했겠지만 애나는 이그니스가 싸우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기에 착한 마족이라고 말을 하는 것이다.
사실 애나도 아직 살생을 해 보지는 못한 애송이 마족이었다.
“그래? 그런데 무슨 일로 지구에 왔대?”
“그건 저도 모르죠. 한국 연예계 진출하려고 왔나? 요즘 한류가 대박이잖아요.”
“흐음! 그건 그렇지.”
엘리제는 애나의 말에 동의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의 고향 동생인 엘고르도 한국 연예계에 진출을 했는데 마족도 충분히 그럴 수 있는 것이다.
‘더욱이 약해서 마계에서 버티지 못하는 마족인 듯하니 먹고 살려고 지구에 와서 연예인 하는 건가?’
마족 이그니스의 사정이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사정을 캐묻는 것은 상대가 마족이라도 예의가 없는 일이라는 것은 엘리제도 알고 있었다.
“한 번 찾아가 보지.”
“언니는요? 동생 안 찾아가요?”
애나의 질문에 엘리제는 엘고르에게 폐를 끼칠까 싶어 찾아가지 않는다고 대답을 했다.
“더욱이 그 녀석 팬 카페에 얼마 전에 가입을 하기는 했는데.”
“팬 카페요? 그래서요?”
애나는 엘리제의 말에 호기심이 가득하니 바라보았다.
“아! 얼마 전에 엘고르하고 한 걸그룹 애하고 열애설 있었잖아.”
“아! 맞아요! 맞아! 그거 나도 들었어요.”
엘고르와 한 걸그룹 맴버 간에 열애설이 터졌던 것을 기억한 애나는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엘리제를 바라보았다.
그런 부담스러운 애나의 눈빛에 어색하게 웃으며 엘리제는 말을 이었다.
“그 녀석 팬클럽 회원들이 그 걸그룹 여자애 완전히 죽일 듯이 욕을 하는 걸 봐서 말이야.”
“아! 잘못하면 언니 신상 까발려지고 아주 그냥 죽일 년 되는 거구나! 하긴 늙은 여자가 엘고르 옆에서 반가운 척하면 아우 상상만 해도 그냥.”
엘리제는 늙은 여자라는 말에 애나를 노려보았다.
물론 엘리제의 나이가 인간으로 보자면 늙다 못해 화석이라는 소리를 들어도 이상할 것이 없었지만 자신보다 더한 마족에게서 그런 말을 듣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너 나이가 나보다 많지 않았니?”
“예? 그럴 리가요. 언니! 저 어려요.”
애나는 심기 불편한 엘리제를 보며 귀여운 척을 했다.
자신의 나이만큼은 절대 엘리제에게 들킬 수 없다고 생각하는 애나였다.
그렇게 두 엘프와 마족의 신경전이 이어졌지만 다행히 그리 오래가지는 않았다.
“하긴 폐가 되기는 하겠네. 에이! 나도 그러면 안 찾아가야겠다. 괜히 찾아갔다가 아줌마들한테 욕먹으면 안 되니까.”
애나는 엘리제처럼 베르가에게 찾아가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 또한 베르가가 알았다면 당장에라도 연예인 때려치울 일이었지만 베르가나 엘고르는 오직 애나와 엘리제를 찾기 위해 그 힘든 연예인 생활을 버텨내고 있는 중이었다.
“둘 다 잘 되었으면 좋겠다.”
엘리제는 애나가 엘고르와 베르가 모두 성공을 했으면 좋겠다는 말에 동의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한때는 마족이라 경계를 했지만 이제는 정이 들어 버린 것인지 모든 마족이 다 나쁜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구의 요괴들도 무조건 다 나쁜 것이 아님을 한태석의 산신전 요괴들로 인해 알게 된 엘리제였다.
사실 적이 아니라면 무조건 적대를 할 필요는 없었다.
그렇게 생각을 하자 이그니스에 대한 경계심도 줄어드는 엘리제였다.
“너 요즘 살찐 것 같다.”
“어머! 어머! 그쵸? 언니! 나 살찐 것 같죠? 나 진짜 충격이잖아!”
애나는 엘리제의 말에 호들갑을 떨면서 자신의 옆구리 살을 꼬집었다.
지구에 오고부터 진상 손님들 때문에 스트레스로 폭식을 하면서 살이 찐 애나였다.
전과 같았으면 상상도 못 할 일이었지만 지금은 살 때문에 걱정인 애나였다.
“언니! 그래서 내가 관리 진짜 잘해주는 곳 하나 알게 되었는데 언니도 같이 다니실래요?”
“관리 잘 해주는 곳?”
엘리제는 애나의 말에 어느덧 방송에서 열심히 애나를 찾기 위해 열과 성을 다하고 있는 베르가는 까마득히 잊어버리고 애나가 말해주는 피부 관리 샵에 빠져들었다.
그렇게 엘리제와 애나는 신경도 쓰지 않고 있을 때 엘고르와 베르가는 방송국을 오가던 중에 마침내 만날 수 있었다.
흠칫!
‘마족?’
‘하이 엘프인가?’
나름 정체를 숨기고 있었지만 둘은 서로의 정체를 눈치챌 수 있었다.
‘아니 왜 마족이 지구에서 연예인을 하고 있는 거야?’
‘아니 왜 하이엘프가 지구에서 연예인을 하고 있는 거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어! 인사하지! 이쪽은 베르가라고 하는 요즘 잘 나가는 악역 전문 배우! 악역이기는 하지만 잘 생긴 외모로 여성 팬들이 장난 아니야. 그리고 이쪽은 엘고르라고 하는 친구. 베르가! 자네한테는 연예계 선배님이시니까 나이는 어려도 깍듯이 선배님 대우 확실히 하라고. 알겠지?”
“아! 예!”
베르가는 엘고르를 소개해주는 매니저에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엘고르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런 베르가에 엘고르도 당황을 했지만 주변에 보는 눈이 많았기에 마족 베르가의 악수를 외면할 수 없었다.
만일 고향에서였다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지만 이곳은 고향도 아니었고 마족과 싸우는 것이 목적이 아니었기에 엘고르는 베르가와 악수를 했다.
“이야! 완전히 그림이네! 그림이야!”
마치 천사와 악마가 함께 있는 듯한 엘고르와 베르가였다.
실제로 비슷했지만 주변 사람들이 그걸 알아차릴 리는 없었다.
“감독님! 어떠세요? 이 두 사람?”
“오! 괜찮네. 그림 나오겠는데. 다음 드라마 캐스팅에 한 번 생각을 해 보자고.”
“아이구! 감사합니다! 감독님!”
그렇게 생각지도 못하게 엘고르와 베르가는 같은 드라마에 캐스팅이 되고 만다.
그리고 그 드라마는 최고의 시청률을 찍으면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게 되고 둘은 공동으로 그해 방송사 연기 대상을 수상하는 기염을 토하게 된다.
처음에는 사이가 좋지 않았던 엘고르와 베르가였지만 계속 마주치고 같이 지내다 서로의 목적이 동일하다는 것을 알고서는 의기투합을 하게 되었다.
“그러니까 지구로 온 하이 엘프 공주님을 찾기 위해 스타가 되었다고?”
“하아! 그렇다니까요. 형님도 집 나간 마족 공주님 찾으신다면서요.”
“그래. 나도 애나 님을 찾고 있지. 아무리 찾아도 애나 님의 흔적을 찾질 못하겠단 말이야. 잘 지내고 계시려는지.”
엘고르와 베르가는 엘리제와 애나가 함께 술을 마시는 것처럼 함께 술을 마시며 서로를 위로했다.
“아직 제가 유명해지지 못해서 엘리제 님께서 저를 못 찾으시는 것이겠지요.”
“그래. 나도 마찬가지야. 좀 더 유명해지면 애나 님께서 나를 찾아오시겠지.”
얼마나 더 유명해져야 찾아오려는지 한숨이 절로 나올 지경이었다.
“요즘에는 TV 안 보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더라고요. 영화 한 번 찍어보는 건 어때요?”
“영화?”
“예! 의외로 TV 안 보는 사람들 중에서도 영화는 챙겨 보는 사람들이 많다고 하더라고요.”
“호! 그렇군. 확실히 TV를 안 보는 인간들도 있는 듯싶으니까 말이야.”
베르가는 엘고르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제법 유명해졌다고는 하지만 길거리에서 아직 저 모르는 사람들 많더라고요. 아직 먼 거죠.”
“왜? 자네 정도면 대스타지.”
“에이! 오히려 형님이 더 인기 좋으시던데. 전에 보니까 여배우 선배님도 은근히 형님한테 추파 던지시고.”
“무…… 무슨! 나 고향에 마누라 있어! 그리고 그런 거 아니야. 그러고 보니 그 걸그룹…….”
“에이! 에이! 아니에요! 아니에요! 그냥 귀여워서 조금 잘 대해 줬더니 소문이! 저도 고향에 약혼녀 있어요!”
그렇게 서로 상극인 엘프와 마족은 죽이 잘 맞아서는 서로 사귄다는 위험한 소문이 돌 정도로 붙어 다녔다. 물론 쉬는 날에는 엘리제와 애나를 찾아다니는 것이었지만 그 사실을 알 리 없는 것이다.
그런 둘의 고생을 아는지 모르는지 엘리제와 애나는 연예인들이 자주 다니는 미용샵에서 집중 관리를 받느라 정신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