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ngnam Blacksmith RAW novel - Chapter 176
제 17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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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어! 왔니? 요즘 공부는 어때?”
지민은 눈에 익은 고등학생 복장의 남자아이를 향해 반갑게 인사를 했다.
지민에게 반했다고 쪽지를 주고 도망쳤던 과거가 있는 남학생이었다.
“그럭저럭이요.”
“뭐야. 잘해야지. 그럭저럭하면 어떻게 해.”
“하아! 그러게요. 쉽지가 않네요.”
머리를 긁적이며 미소를 짓던 혜성이라는 이름의 남학생은 힐끔 영희를 바라보았다.
어떻게 저런 미녀가 세상에 존재할 수 있는지 모를 일이었다.
마치 인간이 아닌 듯한 미모였다.
그런 혜성의 모습에 지민은 기가 막힌 듯이 한마디 했다.
“뭐야? 옛날에는 나 좋다고 쫓아다니더니 이번에는 영희 쫓아다니려는 거니?”
“예? 아…… 아니에요! 누나는 참!”
혜성은 지민의 가늘게 뜬 눈에 손사래를 치며 아니라고 하고 있었지만 얼굴은 점점 붉어져 가고 있었다.
“영희 씨 임자 있다. 포기하는 게 좋아.”
“제가 뭐요! 아니라니까요.”
혜성은 아니라고 하면서도 지민의 말에 실망을 해야만 했다.
‘하긴 저런 미녀가 남자친구가 없을 리가 없지.’
그렇게 사랑이 또다시 멀어져 가고 있었다.
물건 살 것도 아닌데도 매장에서 놀고 있는 혜성을 마침 대장간에서 나온 한태석이 발견했다.
“응? 혜성이냐?”
“아! 안녕하세요!”
한태석은 혜성의 인사를 받으며 미소를 지었다.
이제는 제법 오래되다 보니 이런저런 사람들을 많이 알게 되는 한태석이었다.
“공부는?”
“하아! 다들 공부! 공부! 대한민국에 공부가 전부인가요? 왜 다들 공부 이야기만 하시는지!”
혜성은 온통 공부 이야기만 하는 사람들에 지친다는 듯이 한숨을 내쉬었다.
“세상엔 수많은 사람들이 있듯이 공부가 아니어도 성공을 할 수 있다구요.”
“어련히! 입만 살아가지고는!”
지민은 그런 혜성의 말에 혜성의 머리를 주먹으로 쥐어박았다.
“두고 보세요! 제가 멋지게 성공을 해 보일 테니까요.”
혜성은 공부가 아닌 방법으로도 성공을 할 수 있다며 주먹을 움켜쥐어 보였다.
“시끄럽고 학원이나 가!”
“와! 손님을 막 쫓아내네! 손님 무서운 줄 모르고! 악! 갈게요! 가면 되잖아요!”
혜성은 결국 지민에게 엉덩이를 걷어차이고서는 한태석의 매장을 도망 나왔다.
“에이! 정말! 하아! 공부보다 멋진 판타지 세상으로 가고 싶다!”
중 2병이 조금 늦게 온 것인지 혜성은 현실에서 벗어나 모험과 환상이 가득한 세상으로 떠나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하고 있었다.
“정말 다른 차원이 있을까? 신이 있다면 제발 저를 판타지 세계로 보내 주세요!”
“뭐라는 거야?”
“어? 영수냐?”
혜성이 길거리에서 헛소리를 하고 있자 혜성의 친구는 지민에게 얻어맞아 얼얼한 엉덩이를 발로 차며 빨리 학원이나 가자고 말을 했다.
현실은 생각 이상으로 비참한 법이었다.
그렇게 밤늦도록 학원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혜성은 언제쯤 이런 생활이 끝이 날까 하는 생각을 했다.
“참 달이 밝네. 응?”
그렇게 집으로 돌아가던 중 밝은 달 사이를 빠르게 지나치는 그림자를 볼 수 있었다.
“뭐지? 내가 잘못 봤나?”
아무리 봐도 잘못 보았다는 생각이 드는 혜성은 손등으로 두 눈을 문지르고서는 다시 달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달을 지나가는 그림자를 볼 수 있을 리가 없었다.
“하아! 공부를 너무 열심히 해서 이제는 헛것이 다 보이는구나.”
오늘 공부보다는 친구와 잡담을 더 많이 한 혜성이었지만 요즘 자신의 몸이 허하다고 철석같이 믿었다.
“엄마한테 고기 사달라고 해야겠다.”
그렇게 경쾌한 발걸음으로 집으로 향하는 혜성은 조금 빨리 갈 생각에 평소와는 달리 지름길인 골목길로 방향을 잡았다.
그때 왜 그런 선택을 했을까 하고 훗날 후회를 했지만 이미 늦어버린 후회였다.
“집에 가서 게임 한 판하고 자야지.”
소소한 행복을 찾는 것은 자신의 몫이었다.
그렇게 여느 고등학생들과 다를 바 없이 집으로 향하던 중 혜성은 무언가가 자신의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는 것을 보았다.
쿵!
“어?”
사람이 떨어진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든 혜성은 잠시 위를 바라보았다가 아래로 시선을 내렸다.
일단 위에 보이는 건물 옥상의 높이를 보건대 땅바닥으로 떨어진 이는 죽었을 가능성이 대단히 커 보였다.
“미치겠네.”
아직 죽은 사람을 본 적이 없는 혜성이었기에 덜컥 겁이 났지만 혹시라도 살았으면 도와줘야 한다는 생각에 다가갔다.
“여보세요! 괜찮으세요? 여보세요!”
당장 119를 부르기 위해 자신의 호주머니에서 스마트폰을 꺼내던 혜성은 무언가 이상함을 느낄 수 있었다.
자신의 앞에 쓰러져 있는 것이 인간이 아닌 듯한 모습이었다.
“뭐야? 동물인가? 동물치고는?”
꿈틀!
인간도 아니고 동물도 아닌 무언가가 움직이는 것이었다.
“으아아! 안 죽었어?”
꿈틀거리던 무언가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그건 마치 온라인 RPG 게임에 나오는 몬스터를 닮은 괴물이었다.
혜성은 지금의 상황이 현실인지 도무지 분간이 되지 않았다.
괴물은 혜성의 키를 훌쩍 넘기는 커다란 키를 가지고 있었고 혜성의 몸 정도는 가볍게 찢어 버릴 만큼의 꿈틀거리는 근육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 괴물이 혜성을 바라보자 혜성의 머릿속은 하얗게 변해버렸다.
‘도…… 도망을 가야 하는데.’
판타지 세계로 넘어가면 몬스터들 정도는 간단히 처치해 버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을 했다.
하지만 괴물이 눈앞에 서 있자 몸은 덜덜 떨려 움직일 수 없었고 머릿속은 하얗게 변해버려 생각이라는 것을 할 수 없었다.
오직 죽음이 혜성의 눈앞을 어른거리는 것이었다.
크르르르륵!
괴물은 혜성을 보고서는 그대로 떠날 생각이 없다는 듯이 날카로운 발톱을 드러내며 살기를 내비쳤다.
그 살기에 온몸이 덜덜 떨려왔지만 혜성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렇게 죽음이 눈앞에 닥쳐왔을 때 혜성은 두 눈을 질금 감아버렸다.
챙!
최대한 고통 없이 죽기를 바랐던 혜성이었지만 금속성 소음과 함께 고통이 없는 것에 두 눈을 휘둥그레 떴다.
“아!”
한 여인이 괴물의 날카로운 손톱을 아름다운 도신으로 막고 있었다.
“크르륵!”
괴물은 자신의 일격을 막아낸 정체불명의 여인에 낭패라는 표정을 지었다.
자신이 감당을 할 만한 상대가 아님을 알기에 시간을 지체하면 안 되었는데 인간과 마주치는 바람에 붙잡힌 것이다.
이대로 붙잡힐 수는 없다는 생각에 늑대 요괴는 여전히 겁에 질려 있는 혜성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자신이 눈앞의 여인을 이길 수는 없지만 인간 정도는 쉽게 죽일 수 있는 것이다.
크아아아!
“응? 쳇! 혜성이 피해!”
혜성은 자신의 이름을 부르며 피하라는 말을 여인에게서 들었지만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날카로운 늑대 요괴의 발톱이 자신의 가슴을 향해 점점 다가오고 있었다.
챙!
다행히 또다시 여인의 검에 늑대 요괴의 손이 걸렸다.
하지만 억지로 늑대 요괴의 공격을 막느라 자세가 흐트러진 여인이었다.
그 기회를 늑대 요괴는 놓치지 않았다.
자세가 무너진 여인을 향해 있는 힘껏 공격을 퍼붓는 늑대 요괴였다.
쾅!
늑대 요괴의 무지막지한 공격에 여인의 몸은 골목길 바닥으로 날아가 넘어졌다.
혜성은 여인이 죽으면 자신도 죽는다는 생각이 들어 여인을 도와야 한다는 생각을 했지만 여전히 자신은 겁쟁이처럼 움직이지도 고함을 지르지도 못하고 있었다.
그렇게 늑대 요괴의 무시무시함을 절감하며 다 끝이 났다고 여길 때 늑대 요괴가 훌쩍 몸을 점프하는 것이었다.
‘이대로 죽는 건가?’
늑대 요괴가 자신을 죽일 것이라고 생각을 한 혜성이었지만 혜성은 어째서인지 자신이 정체불명의 여인과 점점 멀어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어? 도망치는 건가?”
“너! 잡히면 뒤졌어!”
“어?”
혜성은 늑대 요괴에게 얻어맞은 여인이 분노에 찬 목소리로 늑대 요괴에게 고함을 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늑대 요괴는 꼬리를 말아쥐고서는 정신없이 도망을 치는 것도 볼 수 있었다.
“아우! 진짜! 넌 왜 집에도 안 가고! 아니다! 집에 빨리 가!”
“예?”
혜성은 마치 자신을 아는 사람처럼 화를 내고서는 황급히 몸을 돌리는 여인을 보았다.
어두운 골목길 사이로 비친 달빛에 여인의 얼굴이 살짝 보였다.
하지만 완전히 보이지 않았기에 누구인지 알아볼 수는 없었다.
그렇게 놀랍게도 인간이면서 훌쩍 높다란 건물을 뛰어넘어 사라지는 것을 보며 혜성은 그제야 긴장이 풀려 땅바닥에 주저앉아버렸다.
“뭐…… 뭐야? 대체? 무슨 일이야? 왜? 괴물이 있는 거지? 그리고 저 여자는?”
판타지 세계로 가고 싶다고 평소 노래를 불렀던 혜성이었지만 정말로 판타지 같은 상황이 눈앞에 나타나자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그렇게 혜성은 자신의 집으로 어떻게 돌아왔는지 기억도 하지 못한 채로 자신의 침대에 몸을 던져야만 했다.
덜! 덜! 덜!
여전히 떨리는 몸은 진정이 되지 않고 있었다.
“그런데 그 여자. 날 알고 있는 것 같았는데. 그리고 어디선가 보았던 사람인 것 같은데.”
혜성은 의문의 여인이 어디선가 보았던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도무지 떠오르지 않았다.
그렇게 여인을 떠올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다 잠이 들어 버렸다.
“뭐냐?”
“얼굴에 왜 상처가 났어요?”
“남자친구한테 맞았다.”
혜성은 한태석의 매장에서 얼굴에 밴드를 붙이고 있는 지민을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에? 남자친구 있었어요?”
혜성은 지민이 남자친구한테 맞았다는 것보다 남자친구가 있다는 말에 더 화들짝 놀라야만 했다.
영희 누나 외에도 지민까지 남자친구가 있을 줄은 생각하지 못한 것이다.
“혜진 누나는요?”
“사장님 약혼녀야.”
강남 삼대 미녀가 전부 남자친구가 있다는 말에 혜성은 좌절해야만 했다.
사실 당연한 일이었지만 혜성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순간 지민이 했던 말을 떠올린 혜성이었다.
“지민 누나! 어떻게 때리는 남자친구를 만날 수 있어요! 그놈 오라고 해요! 제가 그냥!”
“지민 씨.”
때마침 호군이 매장 안으로 들어왔다.
“일하는데 오지 말라고 했지!”
호군이 들어오자 지민이 화를 내는 것이었다.
혜성은 사람들에게 항상 친절하던 지민이 다른 반응을 보이는 것에 지민의 남자친구임을 확신했다.
“니가 지민 누나 때렸냐! 용서 못 해!”
몸을 돌려 호군의 멱살을 호기롭게 잡은 혜성은 자신보다 머리 두 개는 더 큰 키에 덩치도 산만한 호군을 보고서는 움찔 몸을 떨었다.
어디 운동이라도 했는지 심상치 않아 보이는 호군이었다.
“이 녀석은 뭡니까? 지민 씨?”
“아! 꼬맹이. 신경 쓰지 마. 사장님 불러 줘요?”
“아니요. 오늘은 다쳤다는 말을 들어서.”
호군은 지민의 고운 얼굴에 상처가 난 것을 보고서는 울컥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그런 호군의 분노에 호군에 매달려 있던 혜성의 몸이 덜덜 떨려왔다.
“야! 꼬맹이! 빨리 학원이나 가! 그리고 밤늦게 다니지 말고!”
“예? 아! 예! 저…… 저 가볼게요. 혀…… 형님 지민 누나하고 잘 어울리시네요.”
“응? 아! 고맙다.”
혜성은 험악스러워 보이는 얼굴과는 어울리지 않게 얼굴을 붉히는 호군에게 아부를 하고서는 매장을 나섰다.
“응? 그런데 그때 그 여자하고 지민 누나하고 닮은 것 같다.”
혜성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학원으로 걸음을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