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ngnam Blacksmith RAW novel - Chapter 179
제 17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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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으로는 평화로워 보이지만 온갖 사건 사고가 터지는 곳이 인간 세상이었다.
그리고 그 인간 세상의 반대편에는 또 다른 세상이 존재했다.
“왕의 사냥꾼들이 다시 모습을 드러내었습니다.”
“왕은 사라졌지 않은가?”
적어도 대한민국에서 왕이라는 지위의 존재는 사라졌다.
하지만 인간들은 항상 왕과 같은 지도자를 만들어내었다.
“조정의 관리들입니다. 뭐 옛날과는 조금 다르긴 하지만 그게 그것이니.”
“그렇군. 결국 인간들도 나서기 시작했다는 것이로군.”
우려했던 일이 벌어지고야 말았다. 요괴들이 과거에 비해 번성했을 때에도 왕의 사냥꾼들에 의해 요괴들은 점점 밀려나야만 했다.
현재는 요괴들의 명맥마저 위태로운 시기였다.
대요괴가 나왔다지만 요괴들의 힘은 여전히 인간들에 미치지 못했다. 더욱이 산신은 인간이었기에 요괴들보다 인간들을 더 챙길 것이 분명하다고 여기는 요괴들이 더 많았다.
물론 산신이 무조건 요괴들을 챙기는 존재는 아니었다.
인간과 요괴의 조화를 추구해야만 하는 존재였지만 요괴들은 지금까지 인간들에 비해 요괴들이 더욱더 밀렸기에 요괴들을 좀 더 우대해야 한다고 믿었다.
요괴들은 지금도 인간들에 밀려 살 곳을 잃고 있는 것이다.
“인간들의 심장은 제대로 확보하고 있는 것이냐?”
“죄송합니다. 산신의 방해가 너무 심해서.”
“그러다가 언제 대요괴 님의 힘을 되돌리고 요괴들의 세상을 열 것이냐! 무리해서라도 밀어붙이거라!”
“알겠습니다.”
인간들의 심장을 손에 넣어야만 했다.
물론 아무 인간의 심장은 소용이 없었다.
대요괴의 힘이 될 정순한 인간의 심장이 필요했다.
“대장장이님께서는 어쩌시고 계시냐?”
“요계의 문을 제작하고 계십니다. 그 때문에 더 이상 요괴들이 사용할 무기들을 만들지를 못하고 계십니다.”
오만득은 지금은 닫혀 있는 요계의 문을 열기 위한 문을 제작하고 있는 중이었다.
인간 세계의 요괴들은 숫자가 점점 줄고 있었지만 요괴들이 살고 있는 요계라면 셀 수 없이 많은 요괴들이 있을 터였다.
그 요괴들만 있다면 인간들을 몰아내고 요괴들의 세상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었다.
인간들의 무기로는 요괴들을 죽일 수 없었다.
뛰어난 장인의 기운이 깃든 무기라야 요괴들의 몸에 타격을 줄 수 있는 것이다.
더욱이 무기뿐만 아니라 무기를 다루는 인간도 특별한 기운을 가지고 있어야만 요괴들을 제대로 상대할 수 있었다.
물론 특별한 기운이라고는 하지만 그건 인간들이 본래부터 가진 기백과 같은 것이었다.
뛰어난 무사들이 오랜 세월 수련을 하며 쌓아온 그 무형의 기운이 요괴들을 제압하는 힘이 되는 것이었다.
과거에는 왕의 사냥꾼이라는 뛰어난 무사들이 요괴들을 사냥했다.
뛰어난 장인이 만든 무기로 기백을 가진 무사들은 인간들에게 해가 되는 요괴들을 사냥한 것이다.
그 때문에 인간들의 왕은 산신과 많은 마찰이 있었고 종국에 가서는 인간들의 왕이 따로 신을 모시는 제사를 하며 산신과 멀어진 것이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하면 요괴들의 세상이 온다.”
요괴들은 그렇게 요괴들의 세상을 꿈꾸며 인간들에게 복수의 칼날을 갈아대었다.
“요계의 문. 역시 우려했던 것이 사실이었단 말인가.”
한태석은 한 요괴의 말을 들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어떤 요괴가 대요괴에 붙었는지는 구분하기 어려웠다.
산신전에는 지금도 요괴들이 구분하지 않고 드나들고 있었다.
배가 고프고 휴식이 필요한 요괴들에게 산신전에서 먹을 것과 쉴 곳을 제공하고 있었다.
한태석은 자신의 사재를 털어 요괴들이 먹을 음식을 제공하고 있었다.
요괴들이라고 해서 무조건 인간을 잡아먹는 것은 아니었다.
요괴가 되기 전 미물이었던 동물들은 각자 먹는 것이 제각각이었지만 인간을 잡아먹는 경우는 정말이지 배가 고프거나 사고가 났을 때였다.
인간들이 집요하다는 것을 잘 알기에 요괴들도 인간들을 잘 건드리지 않았다.
더욱이 과거에는 인간들을 먹지 않아도 먹을 것은 얼마든지 있었다.
굳이 위험함을 감수하면서 인간들을 사냥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오히려 인간들을 사냥하는 요괴들은 본래 인간들이었던 마인이나 악인들이었다.
하늘에 오르는 성수가 되지 못한 마물들을 요괴라 칭했고 하늘에 오르는 도인이나 신선이 되지 못한 이들을 마인이나 악인이라 칭했다.
마물과 마인 모두를 통칭해 요괴라 불렀으니 요괴의 명칭은 결국 인간들의 기준이 많이 들어 있는 것이었다.
하여튼 한태석은 살 곳을 잃은 요괴들을 산신전 혹은 한태석이나 한장우가 소유하고 있는 산에 머물 수 있도록 해 주었다.
배고픈 요괴들에게는 식사를 제공하며 요괴들이 살아갈 영역을 조금씩 만들어 주고 있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대요괴에 붙었던 요괴들 중 일부가 한태석에게 되돌아오는 경우도 있었다.
“요괴들의 세상을 만들면 인간들을 전부 죽일 것이라고 합니다. 마인 대장장이가 요계의 문을 만들고 있습니다.”
대요괴의 계획을 들은 한태석은 한숨을 내쉬었다.
정확하게는 대요괴가 아닌 오만득을 충동질하는 한 요괴의 계략이었지만 대요괴가 된 아리의 협조가 없으면 요계의 문은 결코 열릴 수 없으니 아리를 막아야만 하는 것이다.
‘정확하게는 오만득이겠지.’
대요괴는 온종일 잠만 자며 힘을 채우고 있다는 말을 들을 수 있었다.
오만득이 만든 구미호의 구슬의 힘을 아리가 소화하는 데 시간이 걸리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벌써부터 아리의 몸에서 흘러나오는 기운은 수많은 요괴나 지상 신들이 다 느낄 수 있었다.
사실 아리의 몸에서 흘러나오는 기운으로 한태석은 오만득이 있는 위치를 알 수 있는 것이다.
그렇게 위치를 알게 되었지만 자신은 나서서는 안 된다는 것에 일이 고약해졌다고 생각하는 한태석이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산신님.”
여우신인 호우의 말에 한태석은 잠시 고민을 하다가 일단 오만득과 만나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요괴와 한 번 만나봐야겠네.”
“알겠습니다. 그럼 준비를 해 보겠습니다.”
한태석이 대요괴와 만나보겠다는 말에 여우신은 산신과 대요괴의 회담을 성사시켜 보겠다고 대답을 했다.
그것이 여우신이 해야 하는 임무였다.
그리고 요괴들 사이의 분쟁을 해결하는 것이 산신의 임무 중의 하나이기도 했다.
그렇게 여우신은 대요괴인 아리의 기운이 느껴지는 여우굴로 향했다.
중간중간 요괴들이 여우신을 주시했지만 호우는 아리가 있는 여우굴 앞까지 무사히 다가갈 수 있었다.
비록 아직 완전한 여우신은 아니라지만 호우 또한 대요괴에 맞먹는 요괴였다.
아홉 개의 꼬리만 있었다면 아리 못지않은 대요괴였고 그 힘 또한 결코 약하지 않았다.
더욱이 아직은 요괴들이 산신의 휘하라는 것이었다.
“길을 막지 마라. 너희가 아직 산신의 신하라면. 산신의 정령인 나 여우신을 막을 수 없다. 산신께서 대요괴와 대화를 하고 싶어 하신다.”
산신의 뜻에 반하고 있다지만 아직은 산신의 신하들이기도 한 요괴들이었으니 완전히 전쟁이 선포되기 전까지는 산신에게 직접적으로 적대적인 모습을 보일 수 없었다.
그렇게 대요괴에 붙은 요괴들은 여우신을 막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단 하나 산신의 수하가 아닌 존재가 있었다.
“그대가 이그니스라는 서양 요괴인가.”
“…….”
여우신 호우는 자신의 앞을 가로막은 이그니스를 바라보았다.
한태석의 대장간 직원으로 일했던 이그니스의 안타까운 사정은 호우도 들어 알고 있었다.
이그니스가 안타까운 것은 사실이었지만 호우도 물러설 수 없었기에 만일 싸워야 한다면 이그니스를 죽일 생각까지도 했다.
“길을 비켜라. 내가 비록 반쪽짜리 여우신이라 하나 네놈 따위가 나를 막을 수는 없다.”
다른 요괴들이 자신의 앞길을 막는다면 산신과 대요괴가 완전히 결별을 한다는 의미가 되겠지만 애초부터 산신의 수하가 아닌 이그니스라면 상관없는 일이었다.
그렇기에 여우신 호우는 살기를 내비쳤다.
그런 호우에도 이그니스는 조금도 위축되지 않은 모습으로 호우를 바라보았다.
“싸울 생각은 없다. 그리고 내가 너에게 당할 일 또한 없다. 무슨 일로 왔는지 알아오라는 지시만을 받았을 뿐이다.”
이그니스의 말에 호우는 산신의 봉서를 이그니스에게 넘겼다.
“산신의 전언이다. 만일 이 봉서에 대한 대답을 하지 않는다면 대요괴를 요괴록에서 파문할 것이다.”
이그니스에 봉서를 전달하며 대요괴를 파문할 것이라는 말에 주변의 요괴들이 부르르 몸을 떨었다.
산신이 너무나도 완강하게 나오는 것에 놀란 것이다.
요괴들의 진정한 적은 산신이 아닌 인간이었다.
물론 산신도 적대를 하고 있었지만 아직은 완전히 척을 지고 있지는 않았다.
산신은 인간과 요괴 사이에서 중립을 지키는 존재이기에 인간들의 편을 직접적으로 들지 않는 이상은 건들 생각이 없었다.
물론 대요괴가 산신의 힘을 넘어선다면 그때는 상황이 달라질 터였지만 적어도 지금은 아니라고 여기고 있는 요괴들이었다.
그렇게 이그니스는 요괴신인 호우에게 산신의 봉서를 받아서는 대요괴 아리가 잠들어 있는 여우굴로 들어갔다.
산신의 봉서는 아리가 아닌 오만득에게 넘겨졌고 오만득과 함께 있던 요괴와 상당히 오랜 시간 동안 회의를 진행하고 난 뒤에 결론이 내려졌다.
한태석은 자신과 회의를 하겠다는 전언을 받아들 수 있었다.
“시간을 끌겠다는 목적이겠지. 일단은 한 번은 만나봐야만 할 테니까.”
오만득의 속셈을 눈치챌 수 있었지만 어차피 예상을 한 일이었기에 아리의 상태를 살피는 것과 함께 오만득을 한번 설득해 보기로 마음먹었다.
강남의 한 고급 호텔에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조금 특이한 외모의 사람들이었지만 누구 하나 그들에게 신경을 쓰는 이들은 없었다.
그들 또한 사람들에게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고서는 곧장 예약이 되어 있는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몇몇 이들은 혹시라도 무슨 일이 일어날지 주변을 경계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눈에 띄는 이들 외에도 어둠 속에서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는 이들도 있었다.
그 팽팽한 긴장감 속에서 한태석은 너풀거리는 한복을 입고서는 호텔 앞에 도착했다.
산신의 복장이라 입고 온 것이었지만 호텔의 사람들이 온통 쳐다보는 것에 한태석은 살짝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이거 완전히 산신령 코스프레를 한 것 같군.’
양손에 금도끼하고 은도끼를 들고 있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 정도였다.
“죄송합니다만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역시나 의심스러운 복장을 한 한태석에 호텔 직원이 다가왔다.
머리카락이 있는 것으로 봐서 스님은 아니었고 정신이 살짝 이상한 사람이라 생각하며 쫓아낼 생각이었다.
“예약이 되어 있을 겁니다만.”
“예약이요? 성함이?
“한태석입니다. 한성 그룹…….”
호텔 매니저는 한성 그룹의 한태석으로 예약되어 있다는 말에 안색이 창백해졌다.
예약을 한 사람이 누구인지 알고 있었던 것이다.
“한태석 이사님이십니까?”
“예. 복장이 조금 이상하긴 해도 제가 한태석입니다. 예약한 곳으로 안내를 좀 부탁드립니다.”
“예! 예! 죄송합니다! 이쪽으로!”
한태석임을 알아본 매니저는 조금 전과는 전혀 다른 반응을 보이며 한태석을 예약되어 있는 조용한 룸으로 안내를 했다.
조용한 룸이라고는 하지만 주변의 룸들을 통째로 빌려 버렸기에 사람 한 명 없이 조용했다.
혹여라도 사고가 터질 수 있을지도 몰랐기에 전세를 내어 버린 것이다.
그렇게 한태석이 예약되어 있는 룸에 도착을 하자 이미 와 있던 한 남자를 볼 수 있었다.
‘오만득.’
처음 보았을 때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어지고 온몸에서 어둠을 품고 있는 사내가 비웃음이 가득한 모습으로 앉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