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ngnam Blacksmith RAW novel - Chapter 18
제 18화
“망치질도 하셨지요? 이렇게 무식하게.”
“어? 어! 그러니까 이렇게 큰 망치로 그 작은 반지를…….”
“예! 수리하는 과정이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호미야. 손님 시원한 물 좀 떠다 드릴래?”
“하하하하! 역시 내가 없으면 이 가게도 돌아가질 않는다니까! 기다려!”
종종걸음으로 정수기에서 차가운 물을 떠서는 온몸이 땀으로 적셔진 혜진에게 주는 호미였다.
“고…… 고마워요.”
혜진은 시원한 물을 받아들면서 망치질을 하는 것도 수리 과정이라는 지민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남들도 그것이 당연하고 괜찮다고 하니 대장장이들이 어떻게 일을 하는지 모르는 혜진으로서는 그런가 보다 하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하지만 충격에 얼이 빠진 혜진이 뜨거운 곳에서 갑자기 시원한 곳으로 나오자 덜덜 몸이 떨려왔다.
“땀이 식으면서 추워지실 거예요. 이거 덮고 있으시면 조금 괜찮아요.”
“고마워요.”
지민은 혜진이 순한 양이 되어 버린 것에 어지간히도 충격을 받았다는 생각을 했다.
처음에는 나쁜 여자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지금의 모습은 왠지 안쓰러워 보였다.
그렇게 지민이 덮어준 담요 속에서 덜덜 떨면서 따뜻한 코코아까지 대접을 받은 혜진은 얼마 지나지 않아 한태석이 붉은 기운을 머금은 반지를 들고나오는 것을 보았다.
“혜진 씨. 괜찮습니까? 그리고 반지 수리는 끝났습니다.”
한태석은 안색이 창백해져 있는 혜진에게 수리된 반지를 내밀었다.
‘속성이 걸릴 줄은 몰랐어.’
반지를 수리하면서 한태석도 놀라야만 했다.
반지에 화염 속성이 걸려 버린 것이다.
일종의 마법 반지가 되어 버린 것이었지만 화염을 쏘아낸다거나 하는 일은 없었다.
단지 화염에 면역되거나 화 속성으로 추위를 막아주는 정도였다.
더욱이 약간의 치료 능력이 부여되어 자잘한 상처 정도는 낫게 해주었기에 엄청난 물건이 되어버렸다.
“추위를 타시는 것 같은데 이걸 끼시면 한결 나아질 겁니다.”
“에?”
혜진은 자신의 상처로 빨간 손가락에 한태석이 반지를 끼워주는 것을 보며 깜짝 놀라야만 했다.
그리고 반지가 끼워지자 몸이 따듯하게 덥혀지며 떨림이 사라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두근! 두근!
높은 곳이나 위험한 곳에서 남녀가 함께 있으면 그 공포감으로 인해 떨리는 심장의 박동을 사랑의 심장 박동으로 착각을 하기도 한다.
혜진은 몸이 정상 온도로 돌아오며 얼굴이 붉어지고 심장이 세차게 뛰는 것에 놀라며 한태석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괜찮아요?”
“아!”
전에는 항상 깔보는 듯한 눈빛이었다면 지금은 너무나도 다정한 눈빛이었다.
사실 혜진은 한태석을 어릴 때부터 알고 있었다.
한태석은 기억하지 못했지만 이대영의 손을 잡고 한태석의 집에 갔을 때 한태석의 환한 미소를 보았던 적이 있었다.
그것이 당장의 사랑이나 첫사랑은 아니었지만 호감으로 남아 한태석과의 약혼을 승낙하게 된 계기였다.
그런 환한 미소가 다시금 혜진의 머릿속을 복잡하게 헝클어대는 것이다.
주륵!
“혜진 씨?”
한태석은 혜진의 눈에서 눈물이 쏟아져 나오는 것을 보며 당황을 했다.
자신의 기억에도 없는 약혼녀가 대체 왜 이러는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이다.
“흐으윽! 흑!”
결국 울음을 터트리는 혜진에 한태석은 자신의 품 안에 안긴 혜진을 달래며 지민과 호미를 바라보았다.
“사장님께서 엄청 소중한 반지를 화로 속에 막 던져 넣으니까 충격받으신 거잖아요.”
“그래! 그래! 나도 참 뜨거워서 기겁을 했었지.”
한태석은 지민과 호미가 자신의 잘못이라고 화내는 것에 대장간에서 있었던 일을 떠올리고서는 고개를 끄덕였다.
찌그러져 손가락에 멍이 들 정도로 소중한 반지를 말도 없이 화로 속에 넣어버렸으니 얼마나 놀랐을지 한태석도 이해가 가는 것이었다.
그렇게 혜진이 진정할 때까지 달래주던 한태석은 어느덧 울음을 멈추고 고개를 푹 숙인 뒤에 자신을 밀쳐내는 혜진에게 사과했다.
“미안합니다.”
“…….”
혜진은 한태석이 자신에게 사과하는 것에 고개를 숙인 채로 가만히 있었다.
한태석은 말없이 사과하라고 아우성인 지민과 호미에 한숨을 내쉬며 다시금 말했다.
“정말 미안합니다. 혜진 씨.”
“혜진아 라고 말해요. 나 당신 약혼녀이니까.”
마침내 입을 연 혜진에 한태석은 당황했지만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한 번 사과했다.
“미안해. 혜진아.”
“…….”
한태석의 사과를 받은 혜진은 갑자기 몸을 일으키고서는 한태석의 대장간을 나와 자신의 스포츠카에 타고서는 그대로 도망을 쳐 버렸다.
“뭐…… 뭐야?”
한태석은 이 황당한 상황에 멍하니 가게 밖으로 멀어지는 혜진의 스포츠카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지민은 그런 혜진의 뒤를 향해 외쳤다.
“손님! 수리비 주시고 가셔야지요!”
“…….”
한바탕 폭풍이 지나간 듯한 분위기에 다들 맥이 풀리는 것이었다.
‘사장님께 약혼녀가 있었다니. 둘 사이가 그리 좋아 보이지는 않지만…….’
지민은 복잡한 얼굴의 한태석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나마 한태석이 어떤 사연으로 혜진을 몰라보고 있다는 것을 느끼며 일말의 기대를 하는 것이다.
‘내일 다시 오진 않겠지.’
꽤 화가 난 듯한 혜진이 다시 오지는 않겠지라는 생각을 하는 지민이었지만 그건 지민의 희망 사항일 뿐이었다.
“태석 씨! 의자 다 만들었어요?”
혜진은 다음 날 아침 풀 메이크업에 왠지 전투복 같은 느낌이 드는 차려입은 옷으로 무장을 하고 한태석의 대장간에 모습을 드러내었다.
8.
평생 일을 해 본 적이 없는 그녀였다.
“오호! 엄청난 방어력인데.”
그런 그녀가 갑옷을 입고 대장간에서 물건을 팔고 있었다.
“흐음! 나쁘진 않네.”
“저기 너무 많이 살 색이 드러나 보이는 것 같은데요. 혜진 언니.”
지민은 자신은 온몸에 살 색 하나 보이지 않는 가죽옷을 입고 있는 것에 반해 혜진은 분명 강철 갑옷이기는 한데 살 색이 반인 방어구를 장비하고 있는 혜진을 보며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한태석의 취향인지 한태석은 자신의 대장간에서 일을 하겠다는 혜진의 말에 혜진에게 유니폼을 만들어 주었다.
문제는 그 유니폼이 중세 갑옷 아니 중세를 배경으로 하는 요즘 게임의 여성용 갑옷 세트를 만들어 준 것이다.
마치 코스프레를 하는 듯한 혜진의 차림은 생각보다 혜진에게 잘 어울렸다.
“이…… 이건 얼마죠?”
“십만 원.”
“예?”
“비싸? 비싸면 사지마.”
도도한 여전사 아니 여자 보스 같은 혜진의 모습에 힐끔힐끔 혜진의 몸매를 구경하며 필요도 없는 물건들을 구매하려는 손님들이 바글거리기 시작한 것은 너무나도 당연했다.
“언니! 그거 원가 만 원도 안 하는…….”
“내가 사면 되지. 안 살 거면 나가.”
“사…… 사겠습니다. 하하!”
혜진도 재벌 3세였다.
한태석 앞에서야 수줍은 모습을 보였지만 남들 앞에서까지 그런 모습을 보일 그녀가 아니었다.
혜진과 지민의 복고풍적인 복장은 한태석의 대장간을 더욱더 빛나게 해주고 있었다.
그렇게 손님이 조금 뜸해질 때 혜진은 자신을 위해 만들어 준 의자에 앉아 다리를 꼬며 어떻게 하면 한태석을 유혹할지를 고민했다.
‘그나저나 참 편하단 말이야. 방석이 있는 의자도 아니고 그냥 딱딱한 철제 의자인데. 시원하기도 하고. 그리고 갑옷 같은 이 옷도 생각보다 가볍고 디자인도 그리 나쁘진 않고 말이야.’
혜진은 힐끔 지민의 가죽옷을 바라보았다.
마치 모험가를 연상시키는 가죽옷은 실용성만큼은 혜진의 갑옷보다 월등해 보였다.
물론 몸매가 제대로 드러나지 않는 복장이라 혜진이 입는다면 자신의 매력이 반감이 될 것이란 생각이 들었기에 입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생필품들을 만들어 진열하던 매장에는 어느덧 중세 시대의 갑옷들도 진열되어 있었다.
아직 무기들을 진열해 놓지는 못했지만 날이 없는 검이나 무기류들을 진열해 놓을 수는 일었다.
“그런데 넌 학교 안 가니?”
혜진은 매장과 대장간을 뽈뽈거리며 돌아다니고 있는 호미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물었다.
아무리 봐도 취학 아동인 호미가 학교는 안 가고 대장간에서 일을 하고 있으니 신기한 것이었다.
“학교? 그건 뭔데? 아! 서당 말하는 거야? 그거라면 나는 갈 필요 없다.”
“뭐래? 지민아. 이 애 뭐하는 애니?”
“아! 예! 그 애 집도 절도 부모도 없다고 해서 사장님께서 잠시 맡았어요. 고향이 한밭이라는데 강원도 쪽인가 봐요. 나중에 집 찾아 주려고요.”
“그래? 태석 씨한테 그런 면도 있네. 아무튼, 너 그래도 학교는 가야지. 잘못해서 태석 씨 곤란해질 수도 있어. 잠시만 기다려.”
혜진은 자신의 스마트폰을 들어 어디론가로 전화를 걸었다.
그렇게 혜진이 전화를 걸고 얼마 지나지 않아 검은 정장 차림의 남자들이 한태석의 대장간으로 들어왔다.
“여기!”
움찔!
검은 정장의 남자들은 혜진이 손을 들어 외치자 혜진을 보고서는 움찔 몸을 떨었다.
“아…… 아가씨?”
“그…… 그 복장은?”
평소 몸매가 드러나는 꽤나 야한 복장을 즐겨 입던 혜진이기는 하지만 지금 보는 복장들은 너무 과했던 것이다.
얼굴이 빨개진 남자들을 보며 피식 웃은 혜진은 호미를 가리키며 말했다.
“이 아이 고아인 것 같은데 학교 다시 입학시켜. 괜히 문제 생겨서 태석 씨 곤란하게 만들지 말고.”
“예? 아! 예! 알겠습니다.”
매장에 아침부터 저녁까지 초등학생인지 중학생인지 모를 아이가 계속 돌아다닌다면 문제가 생길 위험도 있었다.
얼마 뒤에 집을 찾아 준다고 해도 그 전까지 생길 문제를 혜진은 사전에 막아버릴 생각이었다.
물론 한태석도 비록 권력을 잃었지만 재벌가의 사람이었으니 그 정도 문제는 처리할 수 있을 터였다.
그래도 혜진은 섬세하지 못한 남자들에게 여자가 필요하다는 생각에 직접 나선 것이다.
“응? 서당 가라고? 나 갈 필요 없다니까. 그리고 나 그곳 나온 지 벌써 백 년이 넘었어!”
“역시 조금 정신이 아픈 아이인가 보네.”
집도 모르고 부모도 기억하지 못하며 가끔 이해 못 할 헛소리를 하며 어른들에게 반말을 하는 건방진 꼬마였지만 혜진에게 그런 건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이름은 호미라고 하고 너 성은 뭐니? 설마 성이 호는 아니겠지?”
“난 호미에서 태어난 도깨비다! 인간의 성이 있을 리가 없잖아!”
“정신 병원에 보내야 하나?”
“그런 곳에 보낼 필요는 없어. 나중에 알아서 자신의 길을 갈 거다.”
“어머! 태석 씨!”
대장간 안에서 작업을 마치고 나온 한태석에 혜진은 무거운 엉덩이를 의자에서 때고서는 그에게 다가갔다.
웃통을 벗고 땀을 흘리고 있는 한태석의 몸은 야생미가 넘쳐났다.
대장장이였지만 혜진과 함께 서자 마치 워리어 같은 전사로 보일 정도였다.
“하지만 어린 나이에 학교에 안 가면 다른 사람들이 이상하게 봐요. 태석 씨가 그럴 마음은 없다지만 요즘 노예 사건들도 그렇고 어린 애를 일 시키는 것도 문제가 될 수 있다니까요.”
한태석은 혜진의 말에 호미를 바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