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ngnam Blacksmith RAW novel - Chapter 180
제 18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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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태석과 오만득이 서로를 마주 보며 앉아 있었다.
“아리는?”
“잘 있습니다.”
산신과 대요괴의 회담이었지만 어쩌다 보니 양쪽 진형의 대장장이들이 회담에 앉아 있었다.
한태석도 대요괴인 아리가 움직이기 힘든 상황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힘은 얻었지만 아리가 감당하기 쉽지 않은 힘이었다.
본래 구미호란 천 년이 넘는 시간 동안 스스로 힘을 쌓아와야 도달을 할 수 있는 경지였다.
그것도 노력뿐만 아니라 재능까지 가지고 있지 않다면 구미호가 될 수 없었다.
마냥 시간만 들인다고 되는 존재가 아닌 것이다.
만일 시간만으로 되는 존재였다면 구미호 일족의 무수한 여우들이 전부 대요괴인 구미호가 되었을 터였다.
당장 여우신인 호우조차 구미호가 되지 못했고 구미호가 과연 될 수 있을지 장담조차 할 수 없었다.
그러니 아리가 완전치 않다는 사실은 한태석도 잘 알고 있었다.
“살아계실 줄은 몰랐습니다.”
한태석을 도발하는 오만득에 한태석은 피식 웃으며 대답을 했다.
“괜히 쎈 척하지 마라. 애송이. 남의 힘을 빼앗은 힘이 온전히 너의 것이라 생각하지는 말아라.”
“…….”
한태석의 말에 오만득의 이마가 일그러졌다.
오만득도 분명 상당히 뛰어난 대장장이였지만 오만득이 지금 가지고 있는 힘의 대부분은 타인에게서 빼앗은 것이었다.
한태석과 흰 대장장이 그리고 검은 대장장이들의 힘을 빼앗았기에 지금의 힘을 가지게 된 것이다.
한태석은 마냥 너그러운 성격은 아니었다.
오히려 거칠었다.
온종일 불과 철 덩어리 속에서 씨름하던 한태석이었으니 자연히 거칠어지는 것은 당연했다.
한태석은 노기를 띤 목소리와 표정을 하고서는 오만득을 노려보았다.
“아리의 여우 구슬을 만들어 주는 것이 본래의 목적 아니었나.”
“그렇소.”
“그럼 이제 그만 두지. 너무 과하면 후회할 수도 있다.”
“글쎄. 누가 후회를 할까.”
오만득은 곧 있으면 완성이 될 요계의 문을 떠올리며 미소를 지었다.
한태석은 오만득이 생각하고 있는 것이 어떤 것인지 이미 알고 있었다.
오만득이 준비하는 것만큼 한태석도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솔직히 저놈 머리를 박살 내고 싶지만 그랬다가는 대요괴를 통제할 수가 없으니.’
아리가 폭주 직전의 상태라는 것은 느낄 수 있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오만득의 존재가 아리의 폭주를 멈출 수 있는 버팀목이었다.
호군이나 여우신도 지금의 대요괴를 막을 수 없다고 하니 폭주해 버린 아리가 만들어낼 끔찍한 참상을 어떻게든 피해를 덜하게 해서 막아내야만 했다.
‘폭주하기 일보 직전의 대요괴의 기운을 요계의 문을 여는 데 소모해 버리고 요계의 문을 부숴버린다.’
오랜 고민 끝에 세운 계획이었다.
물론 그 계획은 위험성이 너무 높기에 일단 오만득을 설득해 아리의 폭주하기 직전의 힘을 어떻게든 빼고서는 평화로운 방법으로 해결을 해 보려고 이번 회담을 만든 것이다.
“아리의 기운이 폭주 상태인 것은 알고 있겠지.”
한태석의 말에 오만득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이 만든 여우 구슬이 아리가 감당하기에는 너무 강력했다.
더욱이 잡다한 요기들이 뒤섞인 데다가 오만득의 악의까지 섞여 들어갔다.
아리의 불안정함은 그런 복합적인 원인이 큰 것이다.
‘하지만 그러지 않았으면 아리는 죽었을지도 모른다.’
오만득도 한태석의 우려를 알고 있었지만 그런 극약 처방을 하지 않았다면 아리가 죽었을 것이라는 사실을 알기에 어쩔 수 없었다.
‘폭주 상태의 아리를 정상으로 돌리려면 아리의 몸에 쌓인 기운을 빼내야만 한다.’
오만득도 과하게 쌓인 아리의 기운을 빼기 위해서라도 요계의 문을 열어야만 한다고 여겼다.
요계의 문을 여는 데는 엄청난 힘이 필요했다.
그건 마왕이라 할지라도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다.
일시적으로 한 두 명이 차원을 넘어오는 것은 어렵지 않았지만 차원 간의 문을 계속 열어놓을 수 있게 하려면 상상도 할 수 없는 힘이 필요한 것이다.
폭주 상태의 지금의 아리조차도 요계의 문을 열기에는 불가능했다.
그렇기에 아리의 힘을 더욱더 강하게 하기 위해 인간의 심장을 통해 아리의 힘을 더 강하게 하려는 것이었다.
아리가 힘이 부족해 요계와의 문을 열다가 힘이 다해 죽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사실 오만득은 요계의 문이 열리고 요괴들이 인간 세상에 쏟아져 나와 인간 세계를 박살 내는 것에는 관심조차 없었다.
오직 아리가 정상으로 돌아오기를 원할 뿐이었다.
‘비록 나는 타락했지만 아리는 본래의 흰 여우로 되돌리고야 말 것이다. 그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가족도 친구도 남아 있지 않은 오만득이었다.
오만득에게 있어서 아리가 유일한 가족이자 친구였다.
아리가 없는 세상은 차라리 없어지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는 오만득이었다.
그렇게 한태석과 오만득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결코 섞일 수 없는 평행선을 그으며 아무런 소득도 없이 회담을 끝마쳐야만 했다.
“어떻게 보셨습니까?”
“조급해하더군.”
한태석은 여우신 호우에게 자신이 느낌 오만득의 느낌을 솔직하게 이야기했다.
“그렇군요. 그 조급함이 우리에게 기회를 주겠군요.”
“그럴 수도 있겠지만 그 조급함이 모든 일을 그르칠 수도 있네.”
위기는 기회라지만 기회는 위기이기도 했다.
한태석은 그 기회를 놓치면 지금까지 준비해온 모든 것이 헛고생이 되어 버린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소득은 하나 있네.”
“받아들인 겁니까?”
“그래.”
한태석은 오만득에게 한가지의 물건을 주었다.
그건 현자의 돌이었다.
아리에게 더 이상 인간들의 심장을 뽑아 주지 말라는 의미로 준 현자의 돌이었다.
현자의 돌이라면 아리의 부족한 힘을 보충해주며 불안정한 기운도 어느 정도 통제를 할 수 있을 터였다.
하지만 현자의 돌이라고 해서 아리의 몸과 여우 구슬에 쌓인 잡스러운 기운을 전부 정화하기에는 무리였다.
한태석이 만든 현자의 돌은 완벽한 물건은 아니었다.
“일단 요괴들이 인간들을 건들지 않도록은 했다.”
“이미 인간의 피 맛을 본 놈들입니다. 멈추지는 않을 겁니다.”
호우는 한태석의 말에 부정적이었다.
인간의 피 맛을 본 요괴들이 어떤 길을 걸어가는지는 한태석보다 호우가 더 잘 아는 것이다.
그건 마치 마약과 같아서 멈추고 싶다고 멈출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것도 노림수가 있기에 아까운 현자의 돌을 오만득에게 준 것이다.
“인간을 죽이는 요괴들을 잡아넣어도 대요괴 쪽의 반발을 억제할 수 있을 테니까. 최후의 전쟁에서 적의 전력을 최대한 줄일 수도 있고 말이지.”
“알겠습니다.”
적의 전력을 최대한 줄여놔야만 했다.
한태석은 오만득이 요계의 문을 열고 난 뒤에 요계의 문은 관심도 없다는 느낌을 받았다.
한태석이 그 문을 부수든 말든 관심이 없는 것이다.
문제는 대요괴와 오만득의 뒤에 도사리고 있는 요괴들의 의중이었다.
그들은 분명 요계의 문을 넘어온 요괴들과 함께 인간들을 몰아내고 세상을 요괴들의 세상으로 바꾸려고 할 것이 분명했다.
한태석은 그것을 막으려는 것이다.
‘문제는 근본적인 해결책은 되지 않는다는 거다. 한쪽의 불만을 억지로 눌러버리는 일이니까.’
한태석이 인간 입장이었다면 요괴들의 사정 따위는 무시한 채로 그대로 요괴들을 전부 토벌해 버렸을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한태석은 인간들의 입장뿐만 아니라 요괴들의 입장도 함께 고려해 주어야만 했다.
인간들에게서도 양보를 받아내는 것이 더 좋겠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인간들로부터 양보를 받아낼 묘수가 떠오르지 않았다.
‘결국 돈인가?’
한태석은 인간들로부터 요괴들이 살 영역을 확보하는 데는 돈 만한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돈 벌어야겠군.”
“예?”
“아니야. 구미호의 결계는 어떤가?”
“예! 산신님께서 도와주신 덕분에 이상이 없습니다. 더욱이 땅을 구입해 주신 덕분에 인간들도 더 이상 결계 밖에서 드나들지 않고 있구요.”
요괴들의 영역을 한태석은 구입하고 있었다.
국가 땅은 구입하기 힘들었지만 개인이 가지고 있는 산들이나 섬들은 한태석이 구입을 해서 요괴들이 인간들의 등쌀에 시달리지 않게 살 수 있는 영역을 만들어 주고 있는 것이다.
그 덕분에 한태석이 가진 재산의 상당 부분이 바닥을 보였다.
한성 그룹의 지분까지 팔아서 돈을 마련한 것이다.
그로 인해 한성 그룹이 한동안 난리가 났지만 한태석은 형식적인 지분만을 남기고 전부 처분을 해 버렸다.
그 덕분에 한장우와 개인 면담까지 해야 했던 한태석이었다.
아무래도 한장우에게 요괴에 관해 이야기할 수는 없었기에 변명이 궁색했던 한태석은 야생동물들이 살아갈 수 있는 생태 공원을 만드는 것이 꿈이라고 둘러대야만 했다.
그리고 실제로 한태석이 만든 생태 공원에 놀랍게도 여우도 돌아다니고 다람쥐와 온갖 야생동물들이 돌아다니는 모습을 본 한장우는 감탄을 해야만 했다.
당연히 그 야생동물들은 요괴들이 한태석의 요청에 따라 연기를 한 것이었다.
호랑이까지 보여줄까 하는 생각도 했지만 아무래도 그건 무리인 듯했기에 한장우에게 적당히 둘러댈 수 있었고 한장우의 지원도 받을 수 있었다.
대한민국의 곳곳에 사설 야생동물 보호 구역이 만들어진 것이다.
그렇게 한태석은 인간들의 돈을 긁어모으기 위한 아이템 발굴에 들어가야만 했다.
“가격 조금만 더 올려.”
“오! 사장님! 마침내 돈독이 오르셨군요!”
그동안 막 퍼주던 한태석에 마음고생을 하고 있던 지민은 마침내 한태석이 자본주의에 빠져들어 가는 것에 환영했다.
물론 그런다고 자신의 월급이 오르는 것은 아니었고 한태석이 그렇게 번 돈으로 요괴들의 살 곳을 마련해 주는 데 사용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지민은 한태석이 고생하는 것만큼 그 대가를 받았으면 하는 마음이 더 컸다.
한태석이 들인 공보다 받는 돈이 너무 적은 것이 그동안 불만이었던 지민이었다.
“사장님! 2호점 내실래요?”
“…….”
대장간 체인점을 내자는 지민의 말에 한태석은 그래도 될까 하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더 많은 돈이 필요한 한태석은 지민의 말에 따라 도전을 해 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런데 직원은?”
“요괴들 써요. 요괴들! 걔들도 일 좀 시키고 자기 밥벌이 자기들이 하게 하면 되죠! 거기다가 걔들 요기도 쓸 줄 알잖아요. 물건 말들 때 그 요기 좀 섞어서 만들면 효과 좋을 텐데요. 뭐 망하면 어쩔 수 없고.”
지민의 제안에 한태석은 생각보다 좋은 생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언제까지고 인간들을 피해 숨어 지내는 것보다 차라리 인간들과 함께 공존할 방법을 찾는 것도 나빠 보이지 않는 것이다.
그렇게 한태석은 인간 세상과 함께 섞이기를 원하는 요괴들 중 일부를 한태석 대장간 2호점의 직원으로 고용해서 매장을 열었다.
물건들은 일단 한태석과 제노가 만들었지만 요괴들도 한태석으로부터 대장간 일을 배우기로 한 것이다.
하루 이틀 사이에 될 일은 아니었지만 차근차근 준비해 나가다 보면 빛을 보게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하는 한태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