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ngnam Blacksmith RAW novel - Chapter 187
제 187화
117
한태석은 애나와 함께 비밀리에 마계로 잠입했다.
한태석도 마계에 와 보기는 처음이었기에 꽤나 긴장을 해야만 했다.
호군이 따라가겠다고 했지만 마계와 괜한 분쟁을 일으킬 수 있다며 한태석은 애나와 함께 단둘이 마계로 향했다.
“본래 이렇게 쉽게 왕복할 수 있는 건가? 분명.”
한태석은 과거 마왕과 싸웠을 때를 떠올렸다.
마왕은 마계와 문을 열기 위해 정말이지 제삼자로 보면 애처로울 만큼 안간힘을 썼다.
그러고도 결국 실패했었다.
그런데 한태석이나 애나는 비교적 쉽게 넘어와 버린 것이다.
“아! 운이 좋았어요. 보통 성공 확률이 10% 정도 되는데 다행히 성공했네요.”
“…….”
한태석은 자신이 방금 죽음의 문턱에 갔다 왔음을 깨달았다.
딱히 죽음이 두려운 것은 아니었지만 이렇게 허무하게 죽을 생각은 없는 한태석이었다.
“산신님께서 차원 이동의 대가로 이용하신 성물이 있어서 성공 확률이 높아졌을 거예요. 나중에 저도 하나 주시면 안 될까요?”
“아! 성물. 뭐 그러지.”
한태석은 마냥 운만 좋았던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고서는 고개를 끄덕였다.
“시간이 없으니 빨리.”
“예! 바로 가죠. 여기서 그리 멀지는 않으니까요.”
한태석은 애나를 따라서 처음 방문을 해 본 마계에서 점쟁이 노인을 찾았다.
넓고 넓은 마계의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다는 신비로운 점쟁이 노인이었다.
요계의 위치를 찾아 요계의 왕과 담판을 지어보려는 한태석이었다.
성공할 가능성은 크지 않았지만 마족이나 요괴들이 좋아할 만한 것을 알고 있는 한태석이었다.
‘전혀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다. 전에도 한 번 해봤으니까.’
한태석의 실력은 신계뿐만 아니라 마계에서도 꽤나 알려져 있었다.
마왕의 심장에 박아 넣었던 화살과 수많은 마족들의 목숨을 거두어간 무기들이 한태석에게서 나왔다.
그렇게 한태석이 만든 무기는 마족들에게 두려움의 대상이 되기에 충분했지만 한편으로 경외감을 주기도 했다.
마왕들 사이에서도 싸움이 없는 것이 아니었다.
한태석의 무기를 손에 넣는다면 다른 마왕들과의 전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한태석은 비밀리에 몇 개의 무기를 과거 마족들에게 넘겨주기도 했었다.
물론 무기 외에도 마족들도 좋아할 만한 몇몇 신물들도 있었기에 한태석은 몇몇 개를 챙겨 마계로 넘어온 것이다.
그렇게 한태석은 애나와 마계의 점쟁이 마족 노인을 만날 수 있었다.
중간중간 마물들이 나타나기도 했지만 지구에서와는 달리 마계에서의 애나는 최상급 마족으로서의 위용을 여지없이 보여주고 있었다.
“빨리요! 저 들키면 혼나요.”
“누구한테 들키면 혼난다는 거지?”
“언니하고 형부요.”
언니와 형부가 누구인지는 모르겠지만 꽤나 긴장을 하는 애나에 한태석도 긴장을 해서는 최대한 숨어서 움직여서는 점쟁이 마족 노인의 집에 도착했다.
“아벨라 님! 저 애나 왔어요!”
아벨라라고 불리는 점쟁이 노인의 집 문을 박차고 들어간 애나는 인상을 잔뜩 구기고 있는 젊은 미청년을 보았다.
“넌 또 왜 왔냐?”
“왜 오기는요! 점쟁이가 그것도 몰라요! 빨리합시다!”
애나는 꽤나 자주 찾아왔었는지 바로 본론에 들어가자며 아벨라의 서재 의자에 앉았다.
그런 당돌한 애나에 아벨라는 한숨을 내쉬고서는 애나와 함께 온 한태석을 바라보았다.
“노인이라고 하지 않았니?”
“예! 저 할아범 생긴 것하고는 달리 형부보다 더 나이가 많아요. 빨리 물어볼 거 물어보고 요계 갔다가 나는 드라마 보러 가야 하니까 빨리하세요.”
아무리 봐도 젊은 미청년 마족인 아벨라에 한태석은 자신의 시선을 외면하고 있는 애나를 한 번 째려보고서는 아벨라를 바라보았다.
“안녕하십니까. 한태석이라고 합니다. 마계의 모든 것을 알고 계신다는 분께서 계신다고 들어 찾아뵈었습니다.”
“흥! 그렇게 예의 찾으실 필요 없습니다. 전생에 한 번 뵈었으니까요.”
아벨라는 한태석의 예의 바른 말에 인상을 찡그리고서는 대답을 했다.
“예? 전생?”
한태석은 아벨라의 가시가 돋친 말에 아벨라를 바라보다가 기억이 났다.
“설마 아벨라벨르?”
“그래. 게리인!”
한태석은 자신이 알고 있는 마족이라는 것에 깜짝 놀라야만 했다.
“응? 서로 아는 사이였어요? 어떻게요?”애나는 오랜만에 먹어보는 마계 지렁이를 입안에 넣고 오물거리며 한태석과 아벨라를 빤히 바라보았다.
인간인 한태석과 마족인 아벨라가 서로 알고 있는 사이라는 것이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은 것이다.
“애나! 넌 이 인간이 전설의 대장장이라는 걸 모르고 나에게 데리고 온 것이냐?”
“예? 한태석 님이 전설의 대장장이셨어요?”
애나는 정말 몰랐다는 듯이 경악을 하며 한태석을 바라보았다.
형부로부터 전설의 대장장이를 찾아 마계에 위협이 된다면 제거하거나 조사를 해서는 보고를 하라는 지시를 받은 애나였다.
“아! 그렇구나. 나는 오만득 그 사람이 전설의 대장장이인 줄 알았더니. 하긴 한태석 님도 실력 하나는 끝내주는 대장장이셨지.”
애나는 이제야 이해가 간다는 생각을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애나에 아벨라는 한숨이 절로 나왔지만 이미 마계의 일에 은퇴를 한 아벨라는 딱히 나설 생각은 없었다.
“내가 네놈에게 마계의 일을 알려줄 것이라는…… 뭘 알고 싶지?”
아벨라는 한태석이 자신의 앞에 꺼내놓는 것을 보고서는 사적인 감정은 밀어두자는 생각을 했다.
과거의 원한을 되새기기에는 한태석이 꺼내놓은 것이 너무나도 매력적인 것이다.
한태석은 상대가 아벨라라면 오히려 다행이라는 생각에 아벨라가 좋아할 만한 물건 두 개를 꺼내어 놓고서는 협상을 시작했다.
“이거 똑같은 거로 하나 더 만들어서 보내 줄게.”
“그래. 뭘 알고 싶은 거지?”
마족도 인간과 크게 다를 바는 없었다.
오히려 마족들이 때로는 인간들보다 더 솔직할 때도 있다는 사실을 한태석은 아는 것이다.
“이 요계의 표식. 혹시 알고 있나?”
“흐음! 이건. 마계 3층의 요마계의 악피왕의 문장이로군.”
“악피왕? 어떤 자지?”
아벨라가 자신이 가지고 온 요계의 문장을 아는 것에 한태석은 반색을 했다.
“탐욕스러운 자지. 기본적으로 요괴들은 탐욕스럽다. 그중에 악피왕은 가장 탐욕스럽지.”
“그래? 아주 좋군.”
한태석은 아벨라의 설명에 다행이라는 듯이 미소를 지었다.
탐욕스러울수록 한태석으로서는 다루기가 쉽다는 생각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한태석에 아벨라는 비웃음이 가득한 미소를 지었다.
한태석의 생각처럼 쉽게는 되지 않을 것이라는 미소였다.
“제천대성의 여의봉 정도면 충분하지 않을까?”
“될 거다. 그 정도면 아주 환장을 할걸.”
아벨라는 한태석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악피왕과의 협상은 무조건 성공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확답을 해주었다.
그러면서 스스로가 한심하다는 생각이 드는 아벨라였다.
‘나도 대장장이나 할 걸 그랬어.’
한태석은 적으로 만나면 아주 귀찮았지만 아군으로 만나면 엄청난 도움이 되는 귀한 존재였다.
더욱이 한태석 정도면 신성이 아닌 마성의 무구들도 만들 수 있는 실력을 가지고 있었다.
“어떻게 가면 되지? 그곳으로는?”
한태석이 묻자 아벨라는 잠시 인상을 찡그리다가 눈앞에 한태석이 있자 눈빛을 반짝였다.
“부탁 하나만 하자.”
“부탁?”
한때는 서로를 죽일 듯이 싸웠던 사이였다.
실제로 아벨라는 한태석이 만든 함정에 빠져 죽을 뻔하기도 했었다.
그 원한으로 한태석을 죽이고 싶다는 생각이 굴뚝같았지만 한태석이 내놓은 것이 너무나도 매력적이라 그 원한을 잊기로 한 아벨라였다.
그렇게 아벨라가 요계까지 가는 길을 알려주는 대신에 부탁 하나 하자는 말에 한태석은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만 아니라면 들어주겠다고 했다.
“이걸 고쳐달라고?”
“그래. 망가진 지 수만 년이 넘었다. 덕분에 골치가 아플 지경이지만 누구 하나 고치질 못하고 있다.”
한태석은 마치 심연으로 이어져 있는 듯한 거대하고 어두운 구멍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떨어지면 그대로 끝일 듯한 깊고 깊은 심연은 마계의 모든 층과 연결되어 있는 구멍이었다.
날개가 달린 마족조차도 그 끝에서 위까지 올라오지 못할 정도로 깊은 구멍이었다.
마왕이라 할지라도 한 개 층을 오르는 데 온 힘을 다해야 했기에 이 구멍은 각 층을 오르내릴 수 있음에도 이제는 거의 사용되지 않고 있는 마계의 제일 깊은 구멍이었다.
“엘리베이터가 고장이 난 거지?”
“그래.”
이 구멍에는 본래 각 층을 오르내릴 수 있는 엘리베이터가 있었다.
마계 최고의 대장장이였던 한 마족이 만들었다는 엘리베이터였지만 이제는 고장이 나버려서는 그 누구도 고치질 못하고 있는 것이다.
“어차피 이거 못 고치면 지하 3층까지 못 내려간다. 뭐 갈 수는 있지만 한 층 내려갈 때마다 거의 십 년이 걸리니 3층까지 가는데 이십 년에 올라오는데 이십 년 해서 네가 인간계로 돌아가는 데 사십 년은 걸릴 것이다.”
“그렇군.”
한태석은 아벨라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지구에서도 엘리베이터를 고쳐보지는 않았지만 어지간한 기계들을 고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는 생각을 하며 마계 엘리베이터를 수리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오래지 않아 이것이 생각만큼 쉽지 않은 문제임을 알게 되었다.
“엘리베이터의 줄이 너무 약해졌군. 보강을 해야겠는데. 이거 모터도 새로 만들다시피 해야겠어. 대장간을 만들어야겠는데. 혹시 도울 인력 좀 어디서 구할 수 있을까?”
“인력? 그건 내가 알아봐 주지.”
일을 도와줄 잡일꾼이 필요하다는 말에 아벨라는 마족들을 동원해 한태석을 도와주기 시작했다.
그만큼 마계에서도 필요한 작업이었던 것이다.
그렇게 한태석이 마계의 각 층을 이동할 수 있는 엘리베이터를 수리한다는 소문은 곧 마계 전체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혹시나 싶어 하나둘씩 마족들이 수리하는 것을 구경하기 위해 몰려드는 것이었다.
그런 소문은 마왕 베오란트의 귀에도 들렸다.
“마계 엘리베이터를 수리하고 있다고?”
“예! 그렇습니다. 마왕님. 각 층을 연결하는 엘리베이터를 아벨라벨르 님께서 초빙해 온 대장장이가 수리 중이라고 합니다.”
한때는 자신의 신하였다가 이제는 마왕군에서 은퇴한 아벨라가 마계 엘리베이터를 수리하고 있다는 말에 베오란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라면 충분히 그런 일을 시도할 만하지. 그래. 성공을 할 수 있을 것 같더냐?”
어떤 대장장이가 초빙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수많은 마계의 대장장이들이 전부 실패했던 일이었다.
“이번에는 실력이 대단한 듯 보입니다. 마계의 금속인 다크리움을 쉽게 제련하는 대장장이라고 합니다.”
“오오! 생각보다 대단한 실력의 대장장이인가 보구나. 어디 한 번 구경이나 가 봐야겠구나. 준비하거라.”
“예! 알겠습니다.”
마왕 베오란트는 이번에야말로 마계의 각 층을 이동할 수 있는 엘리베이터가 수리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며 마계의 구멍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