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ngnam Blacksmith RAW novel - Chapter 188
제 188화
118
깡! 깡! 깡!
마계에 망치질 소리가 요란하게 울리고 있었다.
수많은 마족들이 몰려와 그 망치질 소리를 들으며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끊어지고 느슨해진 금속 밧줄을 다시 단단하게 잡아주고 있었다.
적어도 수만 년 이상은 튼튼하게 유지가 되어야 할 금속 밧줄이었기에 한태석은 혼신의 힘을 다해 엘리베이터를 올리고 내릴 밧줄을 수리하는 것이었다.
문제는 그 밧줄의 길이가 어마어마하다는 것이었다.
마계의 구멍의 깊이가 얼마나 되는지는 마계의 신조차 알지 못할 정도였다.
마계의 각층을 이동할 수 있는 마계 엘리베이터도 사실 마계의 바닥까지 이어져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상도 할 수 없는 길이의 밧줄이었지만 한태석은 놀라운 속도로 밧줄을 수리하고 있었다.
물론 수백 명도 넘는 마족들이 그런 한태석을 돕고 있었다.
연신 무거운 금속 밧줄을 옮기고 수리가 필요한 부분을 찾는 것이다.
그렇게 매끈하게 수리된 금속 밧줄이 한쪽에 쌓이고 한태석은 엘리베이터를 새롭게 만들었다.
“마계의 구멍은 지독한 마기를 뿜어내고 흡수한다. 그 지독한 마기는 마족들조차 견디기 힘들 정도로 지독하지. 결국 엘리베이터는 그 마기에 견딜 수 있어야만 해. 아니 내부의 탑승자를 지켜 줘야만 한다.”
마계의 구멍의 마기에 엘리베이터는 이미 삭아있어서 새로 만들다시피 해야만 했다.
마기에 저항하기 위해 신성력을 쏟아부을 수도 있었지만 그렇게 하면 마족들이 버티기 힘들었기에 한태석은 마기도 신성력도 아닌 기운을 깃들게 하기로 했다.
순수한 원소의 기운을 사용하는 것이었다.
“이게 불의 정수인가?”
“그래. 순수하게 불의 기운을 가진 놈이지. 온도만으로는 지옥의 업화보다 더 온도를 높일 수 있다.”
“그렇군.”
아벨라는 한태석이 꺼내놓은 불의 정수를 보며 감탄을 했다.
한태석은 불의 정수뿐만 아니라 물의 정수와 바람의 정수 그리고 금속의 정수까지 전부 동원을 했다.
자신의 힘만으로는 마계의 구멍을 오르락내리락할 수 있는 마계의 엘리베이터를 수리해 봐야 오래 유지를 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지옥의 업화로도 잘 녹지 않는 다크리움을 녹여 밧줄과 엘리베이터를 보강하고서는 한태석은 엘리베이터의 핵심인 권상기를 제작했다.
권상기는 엘리베이터를 올리고 내리는 구조물이었다.
워낙에 깊기에 엄청난 속도로 오르락내리락해야만 했다.
그리고 그런 속도를 버텨내야만 했기에 평범하게 만들 수는 없었다.
한태석은 권상기에 바람의 정수를 담아내며 속도를 증가시켰고 물의 정수로 열기를 잡기로 했다.
그렇게 전의 엘리베이터보다 월등하게 빠른 속도로 내려갈 수 있는 엘리베이터가 완성되었다.
이 작업은 한태석이라고 할지라도 하루 이틀에 완성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기에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려야만 했다.
그리고 그렇게 한태석의 엘리베이터를 구경 온 마계의 각 지역 마왕들이 한태석을 격려하기 위해 찾아왔다.
“오! 정말 마계 엘리베이터가 다시 작동을 하는 것이오?”
“아! 헬리안 마왕님이시군요. 예! 그라면 분명 마계 엘리베이터를 다시 작동시켜 줄 것입니다.”
아벨라는 한태석의 정체를 밝힐 수는 없었기에 적당히 얼버무리며 찾아온 마왕들을 응대했다.
“마족은 아닌 것 같은데.”
“하하! 예! 제법 실력 좋은 인간을 섭외했습니다.”
“아! 요즘 인간계에 꽤나 실력 좋은 대장장이가 있다더니 그 인간인가 보구만.”
마왕들은 요즘 마족들의 무기가 좋아졌다는 사실을 떠올리며 아벨라가 그 인간 대장장이를 초빙해 고장 난 마계 엘리베이터를 수리하고 있다는 생각을 한 것이다.
그동안 무수하게 수리를 시도했지만 다들 실패를 하고 이제는 포기하다시피 한 것이다.
마왕들도 땀을 뻘뻘 흘리며 엘리베이터를 수리하는 한태석을 방해할 수는 없었다.
“뭐 필요한 것은 없나?”
“제가 한번 물어보겠습니다.”
마왕들은 혹시라도 필요한 것이 있다면 아낌없이 지원하겠다고 했다.
만일 성공만 한다면 그 어떤 지원도 아깝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한태석은 부족한 재료들과 인력들을 마왕들을 통해 얻으면서 더욱더 박차를 가해 마계 엘리베이터를 고쳤다.
한태석도 마냥 엘리베이터만을 수리하고 있을 수는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마왕들이 찾아오기는 했지만 바쁘게 일을 하고 있는 한태석을 건들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때 과거 한태석이 만든 무기에 세 개의 심장 중의 하나가 부서진 마왕 베오란트가 찾아왔다.
한태석의 성검에 의해 인간계에서 용사에게 당해 마계로 강제 역소환까지 되었으니 한태석에 대한 증오가 꽤나 컸다.
물론 베오란트도 한태석이 죽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분노의 대상이 없는데 무작정 화를 낼 정도로 정신없는 마왕은 아니었다.
전에 자신에게 일격을 가한 용사에게서 한태석이 부활했다는 말을 듣기는 했지만 아직까지 확인이 되지 않았기에 움직이지는 않고 있는 마왕 베오란트였다.
“아벨라.”
“응? 베…… 베오란트 님?”
아벨라는 한때 자신의 주군이었던 베오란트까지 찾아온 것에 깜짝 놀라야만 했다.
특히나 한태석과 베오란트의 악연을 그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는 아벨라로서는 베오란트마저 온 것에 당황한 것이다.
“하하! 뭘 그리 놀라고 그러는가. 자네가 은퇴하겠다고 했을 때 실망을 하기는 했지만 이제는 자네를 다 이해하네.”
“죄송합니다.”
베오란트는 아벨라가 사과를 하는 것에 베오란트는 인자한 마왕의 미소를 지었다.
비록 자신의 곁을 떠나기는 했지만 마계의 발전을 위해 지금도 힘을 쓰고 있는 아벨라에 미소가 지어지는 베오란트였다.
“아! 저기인가! 인간계에서 자네가 초빙해 온 인간 대장장이가 작업을 하고 있다는 곳이.”
베오란트는 마계의 구멍 근처에 세워져 있는 대장간을 보았다.
인간계를 침공할 때 인간들을 이용하기도 했으니 무작정 인간들에 대한 증오나 분노를 품지는 않았다.
인간계 침공에 도움이 되는 인간들에게 그들이 원하는 것을 정당하게 지불하기도 했다.
“뭐 필요한 것은 없는가?”
“예! 다른 마왕님들께서 필요하신 것을 챙겨주셔서 그다지 필요한 것은 없는 상황입니다.”
“그런가? 이거 내가 너무 늦게 온 모양이군.”
베오란트는 한쪽에 산처럼 쌓여 있는 재료들을 보며 안타까워했다.
지금은 자신의 부하가 아니었지만 자신의 부하였던 아벨라가 하는 일인데 자신이 도움도 주지 못하는 것이 미안한 것이다.
“그런데 대장장이의 이름이 무엇이지?”
“예? 아! 그게. 한태석이라고 합니다.”
“한태석? 특이한 이름이로군.”
아벨라는 순간 한태석의 전생에서의 이름인 게리인 드라실루스라는 이름을 말할 뻔하다가 지금의 한태석의 이름을 말했다.
지금의 한태석의 이름은 베오란트도 알지 못하는 것이다.
“뭐 이름이 중요하겠는가. 혹시 한번 만나 볼 수 있겠는가?”
아벨라는 마왕 베오란트가 한태석을 한번 만나보고 싶다는 말에 긴장이 되었다.
다른 마왕들이야 아벨라가 안 된다고 선을 그었지만 한 때는 자신의 주군이기도 했던 베오란트의 부탁을 거절하기가 어려웠다.
“안 되는가? 아벨라.”
“아…… 아닙니다. 한번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아벨라는 베오란트의 부탁에 한태석이 일을 하고 있는 대장간으로 향했다.
대장간 안에서는 한태석이 불과 씨름을 하며 연신 망치질을 하고 있었다.
그런 한태석의 일을 방해하는 것이 무척이나 미안했지만 아벨라도 베오란트의 부탁을 차마 거절하기는 어려웠기에 한태석에게 다가갔다.
“후우! 뭐 할 말 있나?”한태석은 아벨라가 무언가 할 말이 있어 보이는 것에 망치질을 멈추며 숨을 골랐다.
그런 한태석의 옆에는 애나가 한태석의 일을 돕고 있었다.
“아! 저기 뵙고 싶다는 분이 있어서 말이지.”
“나를? 누구인데?”
한태석은 아벨라가 꽤나 긴장을 하고 있는 모습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벨라가 긴장을 할 만한 존재가 마계에서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을 한태석도 그동안의 시간에 알게 된 것이다.
아벨라가 중간에 막아주지 못했다면 한태석은 작업 중간중간에 멈추어야만 했을지도 몰랐다.
그런 아벨라가 이번에는 막아주지 못한 것에 한태석이 의아해하는 것이다.
“누구 왔어요?”
“어! 어! 그러니까. 그게…….”
아벨라는 한태석도 베오란트를 꽤나 싫어한다는 것을 떠올렸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한태석의 전생 세계를 침공한 마왕이 베오란트였으니 한태석은 베오란트를 죽이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해 무기를 만들었던 대장장이인 것이다.
하지만 말을 안 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괜히 실수라도 있는 날에는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를 일이었다.
‘조금만 더 하면 마계 엘리베이터가 완전히 수리된다.’
한태석의 손에 수리되고 있는 부속품들을 보며 아벨라는 입술을 깨물고서는 한태석에게 사정을 말했다.
“베오란트 님께서 자네를 만나고 싶어 하네.”
“형부가요?”
한태석은 베오란트라는 말과 함께 애나가 깜짝 놀라며 형부라고 하자 애나를 바라보았다.
“마왕 베오란트의 처제였나?”
“어? 형부 아셨어요? 산신님?”
“산신?”
애나의 말에 아벨라가 이번에는 놀란 표정으로 한태석을 바라보았다.
한태석이 신족이 되었다는 것을 전혀 몰랐던 것이다.
“후우! 베오란트인가.”
한태석은 자신을 만나러 온 마왕이 그토록 증오스러운 존재인 베오란트라는 것에 한숨을 내쉬고서는 아벨라를 바라보았다.
“만나지. 어차피 나를 못 알아볼 테니까. 안 그런가? 아벨라벨르.”
“그래. 환생한 자네를 베오란트 님이 알아보지는 못할 거다.”
아벨라의 대답에 한태석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 원한을 잊지는 않았지만 지금 그 원한을 풀 수는 없었다.
원한보다 더 중요한 일이 남아 있는 것이다.
“아! 아벨라 님! 형부한테 나 봤다는 말 하지 마요! 알았죠?”
애나는 베오란트에게 들키고 싶지 않다며 도망을 쳐 버렸다.
한태석과 자신의 형부의 관계는 나중에 들어도 상관이 없는 것이다.
한태석도 애나가 도망을 쳐 버리는 것에 한숨을 내쉬었다.
애나의 정체를 이제야 알게 된 것이다.
그렇게 잠시 후 한태석은 대장간 안에서 베오란트와 만날 수 있었다.
“오! 자네가 아벨라가 초빙한 최고의 대장장이인가.”
“한태석이라고 한다.”
“응? 하하하! 대단한 배짱이군! 최고의 대장장이란 것이 허세가 아닌 것 같아. 나는 마왕 베오란트다.”
베오란트는 자신의 앞에서 조금도 위축되지 않는 한태석에 웃음을 터트렸다.
“나는 실력으로 말하는 자를 원한다. 네가 마계 엘리베이터를 제대로 수리한다면 네가 원하는 소원을 하나 들어주마.”
베오란트는 한태석에게 소원을 들어주겠다는 말을 했다.
인간에게 소원을 들어주는 마왕은 너무나도 유명해서 인간들도 다 알고 있는 일이었다.
“소원?”
“그렇다. 권력, 돈, 여자 무엇이든 이룰 수 있게 해 주마. 나는 생각보다 강한 마왕이니.”
한태석을 격려하기 위해 찾아온 베오란트였다.
보통은 그런 소원을 통해 인간을 몰락시켰지만 이번에는 그냥 깔끔하게 소원만을 이뤄 줄 생각이었다.
‘네놈 목.’
한태석은 그 소원이 베오란트의 목이라 말을 하고 싶었지만 베오란트의 뒤에 서 있는 아벨라가 창백한 표정으로 사정하는 듯한 표정에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
“어둠의 정수 하나만 구해다 주십시오.”
“어둠의 정수? 그것이 필요한가? 그러면 구해다 주지.”
베오란트는 의외의 것을 구해 달라는 한태석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쉽게 구하기는 어려웠지만 자신이라면 불가능한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아! 전에 아…… 빛의 정수도 혹시 구할 수 있습니까?”
“빛의 정수? 흐음!”
베오란트는 빛의 정수까지 구해 달라는 한태석의 말에 인상을 찡그리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지. 엘리베이터만 수리해 준다면.”
과거 손에 넣었던 빛의 정수를 떠올리는 베오란트였다.
아깝기는 하지만 마계의 엘리베이터보다는 가치가 없다고 여기는 베오란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