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ngnam Blacksmith RAW novel - Chapter 19
제 19화
호미의 나이가 지금 매장에 있는 사람들 전부의 나이를 합친 것보다 더 많을 터였지만 외모는 어린 소년이었다.
“학교라. 뭐 그런 경험도 나쁘지는 않겠지.”
영혼을 가진 도구의 문제점이 평범한 경험이 적다는 것이었다.
무기들은 평생 전장에서 돌아다녀야만 했으니 맨정신을 유지하는 것이 어려웠다.
그 사실을 한태석도 알고 있었기에 혜진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해.”
“뭐? 아니! 대장장이 양반! 그게 무슨 소리인가! 내 나이가 몇 살인데 서당이라니! 서당이라니!”
호미는 한태석의 허락에 기가 막혔지만 결국 정장남들에게 매장의 한쪽 구석으로 끌려가 호구 조사를 받아야만 했다.
“일은 할 만해?”
“예. 뭐 나쁘진 않네요.”
혜진은 한태석의 걱정스러운 목소리에 피식 웃으며 눈웃음을 지었다.
자신에게 이런 야한 복장까지 준 한태석의 앙큼한 속셈을 모를 리 없는 그녀였다.
물론 한태석은 그런 혜진의 생각과는 달리 정말 방어력 충실하면서도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을 편안한 복장을 만들어 준 것이었지만 말이다.
그리고 그런 복장 덕분에 아주 작은 사고가 일어나게 된다.
딸랑!
알림 종이 경쾌하게 울리며 매장의 문이 열렸다.
“어서 오세요.”
장사라는 것이 손님이 와야 존재를 하는 것이고 서비스업이기에 손님에 대한 대응이 어떠냐에 따라 승패가 좌우되는 법이었다.
“오오! 여기 장난 아닌데.”
대장간이라는 간판은 없었다.
그냥 커다란 망치와 모루 모양의 입간판으로, 그리고 매장 안이 보이는 커다란 판유리로 되어 내부의 물건들이 보이는 것으로 이곳이 대장간이자 매장임을 알려주고 있을 뿐이었다.
그렇게 들어온 손님들은 매장 안의 코스프레를 한 듯한 여종업원 둘을 보며 감탄을 했다.
막 게임 속에서 튀어나온 듯한 여종업원들이었으니 호색하고 무모한 이들은 수작을 부려보려 애를 쓰는 것이다.
“오우야! 누나들 복장 멋진데.”
“감사합니다. 필요하신 물건 있으신가요? 진열되어 있는 물건 중에 없으시면 제작 예약도 받습니다.”
지민이 다가와 손님을 맞았다.
그런 지민의 몸을 훑어보는 남자에 지민은 불쾌함이 들었지만 한두 번 있었던 일도 아니었기에 얼굴에 미소를 지우지 않고 응대를 계속했다.
한태석이 매장에 나와 있을 때라면 조금 나았지만 한태석이 없을 때는 가끔 이런 진상 손님들이 수작질을 부릴 때가 있었다.
사실 대장간이기에 카페나 편의점처럼 아무나 다 들어와 물건들을 뒤적이지는 않았다.
대부분 필요한 물건들을 구매하러 온 손님들 위주여서 이런 뜨내기들은 어지간하면 잘 오지는 않는 것이었다.
하지만 지민과 혜진의 코스프레가 소문이 나면서 뜨내기손님들이 눈요기하려는 목적으로 찾아오는 경우가 많았다.
‘어디 돈 벌기가 쉬운 것도 아니고.“
세상에 돈 벌기만큼 어려운 일이 없었기에 지민은 꾸욱 참으며 손님을 안내하려고 했다.
“나는 이 언니가 좋은데. 이봐 언니.”
한 남자 손님이 혜진을 향해 다가갔다.
갑옷을 입고 있기는 했지만 몸매가 드러나 보이는 섹시한 갑옷에 괜한 수작을 부리려는 것이었다.
“필요한 것 있으면 사고. 필요한 것 없으면 꺼져.”
혜진은 결코 친절하지는 않았다.
하루 한태석의 대장간이 허탕을 치더라도 그 정도 매출 따위는 혜진의 돈으로 충분히 채워 줄 수 있었다.
더욱이 한태석도 장사가 되든 안 되든 그다지 관심도 없었다.
손님 한 명 없어도 여기서 스트레스받을 이는 지민뿐이었다.
하여튼 한눈에 봐도 수작을 부리려는 손놈의 등장에 혜진은 시큰둥하게 살 것 없으면 꺼지라는 말을 했다.
“오우! 여전사 컨셉! 이야! 걱정 마. 내가 다 사줄게. 나 돈 많거든.”
남자는 자신의 지갑을 꺼내어 손바닥에 두들기고서는 상점에 놓인 물건들을 다 사줄 수 있다는 듯이 웃었다.
“그래? 그럼 골라 봐.”
“설명을 해 줘야지. 이건 뭔지. 그런데 그 갑옷도 파는 건가?”
남자는 혜진의 가슴을 손짓하며 혜진이 착용하고 있는 갑옷을 가리켰다.
명백히 희롱이었지만 혜진은 애송이 같은 남자에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그래. 팔아. 가격만 맞는다면.”
“오! 그래? 얼마일까? 얼마면 되겠어?”갑옷이 아니라 혜진을 가리키는 남자의 눈빛에 지민은 안절부절못했다.
“손님. 그건 유니폼이어서 판매하는 것이 아닙니다. 다른 것을 한번 보시겠어요?”
“아! 시끄러! 넌 저쪽 손님이나 상대하라고. 그래! 얼마인데? 얼마냐고?”
남자는 이제 더 이상 참지 못하겠다는 듯이 혜진의 가격이 얼마나 되는지를 물었다.
“1조 원.”
“뭐?”
“1조 원. 뭐 그 정도면 팔아줄게.”
“이 미친년이.”
남자는 혜진의 말에 인상을 찡그렸다.
자신에게 장난을 친다는 것을 알고서는 혜진에게 겁을 줘 기를 죽여놓을 생각이었다.
“손님이 왔으면 일어서서 응대를 해야지 어디서 앉아서는. 죽을라고.”
혜진은 자신을 향해 손을 들어 올리는 남자를 보며 오늘 일진이 참 좋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재벌이라고 해서 항상 경호원들을 끌고 다니는 것은 아니었다.
대부분은 혼자 다니게 마련이었고 이런 일이 일어나면 처음에는 그냥 당할 수밖에 없었다.
‘대신 그다음은 지옥을…… 뭐야? 왜 이리 느려? 때리려면 빨리 때리든가.’
혜진은 자신을 위협하는 남자의 움직임이 오늘따라 왜 이리 느려터졌는지 모르겠다는 듯이 바라보았다.
일단 한 대 맞아 주고 남자를 지옥 속으로 던져 넣어버릴 생각이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슬로우 모션처럼 하품이 날 정도로 느려터진 것이었다.
“미친놈.”
“뭐? 이게 죽고 싶어서 환장을 했나.”
남자의 손바닥이 느릿느릿 혜진의 얼굴을 향해 다가왔다.
지민의 비명이 들렸고 혜진은 지민의 비명에 대장간에서 일하던 한태석이 나와 자신을 구해줄 것이라 여겼다.
사실 이렇게 당해주는 것은 한태석이 자신을 구해주고 아픈 뺨을 쓰다듬어 주고 돌봐주는 것을 기대했기 때문이었다.
‘후후! 그러다가 막 침대에서 훗!’
침대에 누워 아픈 자신을 간호해주는 한태석과 애틋한 시간을 보내다 그렇고 그런 시간까지를 망상하던 혜진이 정말이지 느려터진 남자에 한숨이 나올 때쯤. 마침내 남자의 손바닥이 혜진의 뺨에 닿았다.
툭!
짝 소리가 나야 정상일진대 그냥 뺨을 툭 건드는 듯한 느낌에 혜진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아악! 제길!”
그리고 남자의 비명과 함께 남자는 혜진의 뺨을 건든 손을 움켜쥐었다.
“이년이 대체 뭐한 거야!”
남자는 혜진이 무언가 수작을 부렸다는 생각에 이번에는 주먹을 쥐고서는 혜진의 얼굴을 향해 휘둘렀다.
“어머! 이건 좀.”
혜진은 이건 잘못 맞으면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놀라며 몸을 움직였다.
‘뭐가 이리 느려?’
있는 힘껏 주먹을 휘두르는 것 같았지만 역시나 느렸다.
너무나도 느려 몸을 일으켜 주먹을 피한 혜진은 잠시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남자의 손을 붙잡았다.
그리고서는 이미 자세가 무너져 버린 남자를 자신의 몸쪽으로 끌어당겨 매장 바닥으로 던지듯이 잡아당겼다.
와장창창!
남자의 몸이 마치 날아가는 듯이 나뒹굴며 매장의 매대에 쌓여 있던 물건들이 요란한 소리와 함께 무너져 내렸다.
“무슨 소리야?”
그리고 그때 대장간에서 일하던 한태석이 매장으로 나왔다.
화로의 불꽃에 몸이 붉게 달아오르고 한 손에는 커다란 망치를 들고 있는 한태석의 모습은 한눈에 보기에도 위협적으로 보였다.
팽팽하게 당겨진 근육들에서는 철근 따위는 단숨에 휘어버릴 것 같은 힘이 느껴지고 있었다.
“사장님! 저 사람이 혜진 언니 때렸어요!”
“뭐?”
한태석의 두 눈에서 불꽃이 튀었다.
“아!”
혜진은 자신이 맞았다는 것에 한태석이 화가 났다는 사실에 심장이 두근거리며 단단하던 다리의 근육이 풀렸다.
“아아! 아파! 나 뺨이 너무 아파.”
혜진은 자신의 뺨을 손바닥으로 감싸며 매장 바닥에 앉아 비련의 여주인공을 연기했다.
“너 이 자식! 뭐하는 놈이야!”
한태석의 손에 매장 바닥에 나뒹굴고 있던 남자의 멱살이 잡혀 허공에 대롱대롱 매달렸다.
한 손으로 성인 남자를 들어 올린다는 것이 결코 쉽지만은 않은 일이었지만 한태석은 너무나도 쉽게 들어 올린 것이다.
“컥! 컥! 아…… 아니 그…… 그게!”
“언니 괜찮아요?”
“아파! 너무 아파. 흑! 태석 씨. 흑흑!”
혜진은 아프지는 않았지만 한태석이 보고 있었기에 눈물까지 흘리며 아프다고 말을 계속했다.
그런 혜진을 본 한태석은 감히 자신의 대장간에 들어와 행패를 벌인 불한당에 두 눈을 번득였다.
전생에서도 이런 진상 손님들은 많았다.
다짜고짜 찾아와 무기와 갑옷을 내놓으라며 행패를 부리는 작자들이었다.
나름 검 좀 쓴 실력들이 있었지만 그때마다 한태석에게 죽기 직전까지 두들겨 맞기 일쑤였다.
‘문제는 이딴 비실이한테 혜진이가 맞을 리가 없는데.’
화가 머리끝까지 나기는 했지만 한태석은 자신이 준 갑옷을 착용하고 있는 혜진이 자신의 손에 멱살이 붙잡힌 남자에게 당할 가능성은 전혀 없다는 사실을 안다는 것이었다.
“죄……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그…… 그게 아니라! 컥! 컥!”
갑자기 바닥에 나뒹굴고 한태석에 한 손으로 멱살이 잡혀 허공에 매달린 남자는 정신이 없었다.
맨정신이라면 진상을 부려보겠지만 상대는 자신보다 더 강한 사람으로 보였기에 분노 조절은 무척이나 잘 되고 있었다.
“니놈이 우리 직원 때린 것이 사실이냐?”
“그…… 그게 저…… 저 갑옷을 1조 원이라고 해서 컥! 이…… 이것 좀 놔주…….”
“1조 원?”
한태석은 힐끔 혜진을 바라보았다.
움찔!
혜진의 몸이 움찔거리는 것이 남자의 말을 들은 듯했지만 한태석은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을 했다.
“그래! 1조 원이 맞다. 네놈이 가격도 몰라보고 주먹질을 한 거냐?”
한태석이 혜진이 착용한 갑옷의 가격이 1조 원이라고 말을 하자 다들 멍하니 한태석을 바라보았다.
누가 봐도 도발적인 가격이었지만 주인이 그렇게 가격을 정했다니 다들 할 말이 없는 것이다.
정가라는 것이 없는 대장간의 물건이었기에 만 원에 팔든 1조 원에 팔든 한태석의 마음이었다.
물론 이미 혜진에게 주어버린 물건이었기에 한태석이 마음대로 팔 수도 없고 팔 생각도 없었지만 혜진은 한태석의 말에 감동했다.
“태…… 태석 씨.”
그렇게 으르렁거리며 당장에라도 손에 쥐어진 망치로 남자의 뚝배기를 깨버릴 듯이 흔들어 대던 한태석은 얼마 지나지 않아 누군가의 신고로 달려온 것인지 경찰에 의해 제지를 당했다.
“저…… 저자가 나를 죽이려고 했어! 다…… 당장 잡아가! 당장!”
남자는 경찰들이 나타나자 다시 기가 살았는지 경찰들의 뒤에 서서는 한태석에게 삿대질을 하며 고함을 질렀다.
“…….”
“뭐? 뭐! 왜? 노려보면 어쩔 건데. 하…… 하나도 안 무서워! 아! 빨리 저자 잡아가요!”
“잠시만 기다려 보세요.”
경찰들은 난감해졌다.
상대가 누구인지 알기에 한태석의 눈치를 보는 것이었다.
물론 한태석이 폭행을 했다면 일단 연행해야 했기에 우선은 자초지종을 알아보기 위해 한태석에게로 다가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