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ngnam Blacksmith RAW novel - Chapter 196
제 19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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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대체 뭐하는 놈이냐?”
땅바닥에 쓰러진 혜성을 보며 요괴는 허탈하니 바라보았다.
처음의 기세등등하던 것과는 달리 너무나도 허무하게 쓰러져 버린 것이다.
한편으로는 인간 따위가 아무리 강해져 봐야 요괴의 상대가 되지 못한다고 생각을 하는 요마 가르아였다.
“요괴의 기운이 머금어진 인간의 심장이라. 마지막 제물로는 충분하겠군.”
혜성의 심장 냄새에 입맛을 다신 가르아는 또 다른 세상을 끝낼 수 있다는 생각에 히죽히죽 미소를 지으며 혜성의 늘어진 몸을 움켜쥐었다.
“으윽! 요…… 용사는 지지 않아.”
“크크큭! 네놈이 용사라고 생각을 했던 것이냐? 웃기지도 않는군. 네놈 따위가 용사라니 웃기지도 않는군.”
가르아는 숨을 몰아쉬는 혜성을 비웃으며 점점 열리는 요계의 문으로 다가갔다.
대요괴인 아리의 기운을 받아 점점 열리고 있는 요계의 문이었다.
열리는 틈 사이로 요기가 쉴 새 없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 기운은 어느덧 요기를 잘 받아들이는 몸인 혜성의 몸 안으로 빨려들고 있었다.
가르아는 그런 혜성의 몸의 변화는 예상하지 못한 채로 요계의 문을 완전히 열어버리기 위한 제물로 혜성의 심장을 뽑아낼 생각이었다.
“이 세상을 끝낼 제물이 되거라.”
가르아의 날카로운 손톱이 혜성의 몸에 닿으려는 순간 가르아는 자신의 등을 찌르는 것에 얼굴을 일그러트렸다.
“네…… 놈이.”
“…….”
혜성의 몸을 떨어트린 채로 가르아는 자신을 찌른 존재를 노려보았다.
“아연이의 복수를 하겠다.”
이그니스는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오만득이 만들어 준 단검으로 가르아의 등을 찔렀다.
‘칫! 힘이 부족한 건가.’
이그니스는 있는 힘껏 찌른다고 찔렀지만 가르아의 몸에 치명상을 입히지 못한 것에 이를 악물었다.
“네놈. 같은 마족이라 생각을 해 주었더니!”
“네놈. 요괴가 아니라 마족이었구나.”
“크크큭! 이제야 알았더냐? 하급 마족 주제에 감히 나를 이길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더냐. 그 대장장이 놈이 나를 제거하라고 시키더냐? 크크크크! 이제 곧 죽을 그놈이 말이다.”
가르아는 자신의 계획에 따르면서도 자신을 제거할 때를 노리던 오만득을 떠올리며 비웃었다.
그리고 그런 가르아의 말에 요계의 문에 기운이 빨리고 있던 아리가 몸을 뒤척이며 가르아를 바라보았다.
기운이 점점 빠져나가면서 몸 안에 쌓여 있던 독기도 조금씩 빠져나가고 있었다.
“오만득이 죽어가고 있다고?”
검은 쇠사슬에 묶여 있는 아리에 가르아는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을 했다.
“당연한 것 아니겠느냐. 요괴들의 여왕이여. 인간의 몸으로 요계의 문을 아무런 대가 없이 만들 수 있다고 보는 것이냐? 네놈의 모든 기운을 다 뽑아내도 요계의 문을 영구히 열 수는 없다. 그놈의 능력이 없었다면 말이다. 그놈이 몇 가지 준비를 해 둔 모양이지만 소용없다. 요계의 문만 열고 나면 네놈도 필요 없어지니 말이다.”
가르아는 강대한 힘을 가지고는 있었지만 어차피 불완전한 마왕이기에 아리를 통해 세상의 파멸을 이룰 생각은 없었다.
“그곳에 묶여 대장장이가 준비한 것이 부서지는 것을 지켜봐라.”
그렇게 가르아는 자신을 향해 분노가 가득한 이그니스를 바라보며 살의를 드러내었다.
아리는 점점 맑아지는 정신과 함께 오만득이 떠올랐다.
당장에라도 죽이고 싶었던 마음들이 점점 옅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느낄 수 있었다.
문이 완전히 열리면 자신은 더 이상 대요괴가 아니게 된다는 것과 함께 자신은 평범한 여우 요괴가 될 수 있는 것이었다.
아리는 자신의 몸 주위를 날아다니는 여우 구슬의 탁기가 점점 옅어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아홉 개의 꼬리 또한 점점 크기가 줄어들고 있었지만 숫자가 줄어들지는 않았다.
힘은 약해지지만 완전한 구미호의 모습이었다.
여우 구슬로 맑아지고 아리의 몸의 탁기도 사라지고 있었으니 천상에 올라갈 자격을 가진 구미호가 되어가는 것이었다.
아리는 오만득이 아직 타락하기 전 자신에게 여우 구슬을 고쳐주고 구미호가 되어 천상에 올라가게 해 주겠다는 약속을 했던 것을 떠올렸다.
그때는 말도 안 되는 일이었기에 웃고 넘겼지만 그것이 이런 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오…… 만득. 만득! 만득아!”
아리는 오만득을 불렀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자신의 옆에 있었던 오만득이었다.
하지만 오만득은 보이지 않는 것이다.
아리는 얼굴을 일그러트리며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냈다.
“나와! 나한테 죽겠다고 했잖아! 당장 나오라고!”
당장에라도 빠져나가기 위해 발버둥을 치는 아리였지만 자신의 몸을 묶고 있는 검은 쇠사슬들을 풀지 못했다.
더욱이 점점 더 힘이 빠져나가고 있었기에 더욱더 검은 쇠사슬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
“하아! 하아! 오만득!”
타락해 버린 자신의 친구였다.
다시 되돌리기 위해 아리 나름 노력을 했지만 오히려 자신이 괴물로 변해갔다.
그 때문에 아리는 오만득을 원망했다.
차라리 자신을 죽게 놔둘 것이지 너무나도 괴롭게 한다고 원망과 함께 분노가 치밀어 오른 것이다.
그렇게 요계의 문이 완전히 열리고 난다면 아리는 오만득을 자신의 손으로 죽여버리고 이 세계를 멸망시킨 뒤에 자신도 죽을 생각을 했다.
하지만 아리의 몸속에 박혀 있던 독기가 빠져나가면서 분노 역시 함께 빠져나가는 듯했다.
“네놈 멋대로 죽지 말라고!”
아리가 고함을 내지르고 있을 때 오만득은 어느덧 검게 변해가는 몸을 바라보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어차피 나에게 허락되지 않은 힘이었다. 아니 내 힘도 아니었으니 당연한 결과지.”
오만득은 지금까지의 삶이 아리에 의해 주어진 삶이었기에 이제는 돌려줄 때가 되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완벽하게 돌려주기 위해서는 아리를 완벽하게 되돌려 놓아야만 했다.
평범한 여우가 아니라 여우 구슬을 가진 구미호로 만들고 싶은 오만득이었다.
물론 쉽지는 않은 일이었기에 마음과는 달리 아리에게 고통을 주어야만 했다.
“너에게 죽고 싶었지만 너는 나 같은 놈조차도 죽이면 안 된다. 승천하려면 살생을 해서는 안 돼.”
오만득은 죄 많은 자신도 아리에게 죽어서는 안 된다며 아리의 눈에서 벗어나려는 것이다.
어차피 오만득의 몸은 감당하기 힘든 악의에 의해 썩어들어 가고 있었다.
아리가 자신이 만든 검은 쇠사슬에서 빠져나올 때쯤이면 오만득 자신은 숨이 끊어져 있을 터였다.
요계의 문을 만들기 위해 오만득은 모든 힘을 쏟아내었다.
자신의 힘을 많이 쏟아 넣을수록 아리의 몸에서 빠져나갈 기운이 줄어들기에 오만득은 자신의 생명력까지도 다 쏟아 넣었다.
그렇게 이제 자신의 임무는 끝이 나는 것이다.
“마지막은 부탁드리겠습니다. 죄송합니다.”
오만득은 한태석에게 사과하고서는 동굴의 구석에서 쓸쓸하게 눈을 감았다.
“빛을 잃었군.”
한태석은 오만득이 만든 물건이 빛을 잃은 것을 보며 오만득이 죽었음을 깨달을 수 있었다.
“검은 대장장이가 죽은 것입니까?”
“대장장이는 결코 죽지 않아.”
호군의 말에 한태석은 오만득을 죽었지만 오만득이 남긴 물건들은 그대로 남는다며 대장장이는 죽지 않는다는 말을 했다.
“제대로 배웠다면 훌륭한 대장장이가 되었을 거야.”
한태석은 오만득의 재능이 너무나도 아까웠지만 더 이상 되돌릴 수 없는 것에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요계의 문이 점점 열리는 모습은 멀리서도 보이고 있었다.
하늘 위의 먹구름 사이로는 마치 다른 세계인 듯한 장소가 비추어 보이는 듯했다.
“저곳이 요계입니까?”
“그래. 가보고 싶은가?”
한태석은 호군이 멍하니 요계를 바라보는 것에 미소를 지었다.
호군뿐만 아니라 다른 요괴들 모두가 요계에서 흘러나오는 기운에 넋을 잃고 있는 듯했다.
‘역시 요괴들의 고향은 마계였군. 일종의 몬스터화가 되어 버린 건가.’
한태석은 지구의 요괴나 뱀파이어와 같은 마족들의 본래 고향이 마계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지구에 남아 고립이 된 요괴들은 요계의 요괴들과는 다른 길을 걷게 된 것 같았다.
‘요괴들이 하늘로 올라가려고 안달을 하는 것이 이해하기는 어렵지만.’
한태석은 요계의 하늘이 아닌 천상의 하늘을 떠올리며 몬스터들과 지구의 요괴가 같지는 않다는 생각을 했다.
그건 지구의 동양의 세계관이 다른 세계의 세계관의 대립과는 다른 부분이 있기 때문이었다.
지구의 동양의 세계관은 요괴라도 선을 쌓으면 얼마든지 본성을 극복하고 성수가 될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도인들과 선인들은 요괴들을 대립의 대상으로 본 것이 아니라 협력을 할 수 있는 동반자로 보고 요괴들에게 먼저 손을 내민 것이다.
그렇게 요괴들은 어쩌면 희망 고문일 수도 있었지만 하나씩 천상으로 올라가 마수나 요수에서 성수나 신으로 변하면서 다른 요괴들의 희망이 되었다.
하지만 본성이 변한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다.
호군조차 요계의 문이 열리자 요기에 몸이 반응하는 것이었다.
“크윽! 아닙니다. 저희들은 더 이상 요괴가 아닙니다.”
호군은 한태석의 질문에 고개를 내저었다.
자신은 지구에서 태어난 영수였다.
결코 요기에 취해 아무런 의미 없는 살생을 할 생각이 없었다.
하지만 호군은 점점 짙어지는 요기에 반응을 하는 자신의 몸과 영혼에 최대한 빨리 요계의 문을 닫아야만 한다는 생각이 강해졌다.
자신조차 이러한데 다른 요괴들이 어찌 될지 생각만 해도 끔찍한 것이다.
“무리하지 말게.”
“죄송합니다.”
요계의 문 가까이에 있는 요괴들은 이미 이성을 잃고 완전히 요마가 되어버렸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결국 호군들이 나서지 못하는 것은 이 지독한 요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나마 인간들만이 버틸 수 있는 요기였던 것이다.
“으! 으으!”
요마 가르아에 의해 요계의 열리는 문 아래로 떨어진 혜성의 몸이 요계의 구멍 속에 걸려 있었다.
인간들이 요기에 요괴들보다 반응이 약하다고는 하지만 지독한 요기에 자유로운 것은 결코 아니었다. 오히려 요기에 인간들이 더 큰 영향을 받았다.
바로 죽음에 대한 영향이었다.
각종 환각에 미쳐버리는 것이었다. 하지만 한태석의 무구와 함께 엘리제로부터 혹독한 수련을 받은 혜성은 요기에 대한 저항력을 가지고 있었다.
어지간한 요기로도 미치거나 죽임을 당하지는 않는 것이다.
하지만 혜성의 몸이 문제였다.
혜성의 몸은 요기를 다른 인간들보다 쉽게 받아들였다.
아니 정확하게는 혜성의 심장에 요기들이 스펀지처럼 요기를 잔뜩 흡수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흡수된 요기는 곧장 혜성의 혈관을 타고 혜성의 온몸으로 뻗어 나갔다.
“아! 아아! 지…… 지구를 지켜…….”
혜성은 열린 요계의 구멍으로 무언가가 다가오고 있음을 볼 수 있었다.
자신의 몸에서 무언가 일어나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요괴로 보이는 것들이 구멍을 넘어 지구로 가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생각이 가득 찼다.
“크아아아! 난 용사다! 이 너머로는 못 지나간다!”
혜성은 비록 가르아를 막지 못했지만 요계의 요괴들이 지구 밖으로 튀어나가는 것은 막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며 구멍을 나오려는 요괴들의 앞을 가로막았다.
셀 수 없이 많은 요괴들과의 처절한 전투가 시작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