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ngnam Blacksmith RAW novel - Chapter 197
제 197화
127
마침내 요계의 문이 활짝 열렸다.
거대한 마계 속에 포함된 요계였지만 요계의 기운은 마계의 기운과는 이질적으로 달랐다.
마기가 사악한 악의로 영혼을 타락시킨다고 한다면 요기는 마치 길을 잃은 영혼을 유혹하는 것과 같았다.
결국 자신을 완전히 잃어버리게 될 것 같은 요기의 유혹에 요괴들마저도 점점 요기에 잠식이 되어갈 정도였다.
휘청!
이그니스는 생소한 기운이 자신의 몸 안으로 흘러들어오자 몸이 휘청거리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자신이 마족이기에 요기에도 아무런 문제가 없을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그건 이그니스의 오산이었다.
이그니스의 수준으로는 요계의 짙은 요기에 저항하기 쉽지 않았다.
이그니스는 눈앞이 흐려지는 것에 고개를 세차게 흔들었다.
‘아직 복수가 끝나지 않았다.’
이그니스가 사랑했던 여인인 김아연은 인간에게 죽었다.
그건 부정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 인간의 의지가 아니라는 것을 이그니스는 알 수 있었다.
다른 존재의 개입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 이그니스는 자신의 복수를 하기 위해 스스로 요괴들이 있는 곳으로 걸어 들어왔다.
“네놈. 아연의 복수를 하겠다.”
“크크큭! 복수라. 네놈의 능력으로 가능할까? 그리고…….”
요마 가르아는 얼굴을 일그러트리고서는 이그니스의 얼굴을 후려쳤다.
퍼억!
요기에 취해 비틀거리던 이그니스는 가르아의 일격에 바닥에 처박혔다.
“크윽!”
“멍청한 놈! 네놈은 마족이다! 인간의 피를 빨아 살아가는 박쥐 같은 뱀파이어란 말이다! 작작 좀 해라!”
인간을 사랑하는 마족이라는 웃기지도 않는 이그니스에 가르아는 역겨움이 입 밖으로 토해져 나올 지경이었다.
“복수! 인간을 죽였다는 것에 대한 복수! 멍청한 놈! 오히려 내가 너를 마족으로 되돌려 놓아준 것이다! 네놈은 네 정체조차 잊어버린 거냐!”
가르아는 이그니스를 알고 있었다.
지구에 갇힌 마족들의 숫자는 그리 많지 않았다.
동양 쪽이 요괴들을 어느 정도 포용을 했다면 서양 쪽의 마족들을 인간들은 포용보다 철저하게 퇴치의 대상으로 여겼다.
마족이라는 것이 들킨다면 정말이지 지옥 끝까지 쫓아가서라도 찾아내어 죽이고자 한 것이 인간이었다.
그렇게 남겨진 마족들은 인간들에 의해 하나하나 죽어갔다.
아무리 강하더라도 안식처 하나 구할 수 없었고 인간들은 지독할 정도로 집요했다.
그것이 천 년을 넘게 이어져 왔으니 남은 마족들의 숫자는 극도로 줄어들어 버렸다.
“네놈! 아니 당신! 어째서 그렇게 되어 버린 거지? 마족으로서의 긍지도 버리고 그따위로 약해져 버린 거냔 말이다! 인정 못 해! 나는 절대 인정 못 한단 말이다! 인간을 가장 증오한 것은 내가 아니라 당신이었지 않아!”
“가르시아?”
“크크! 이제야 기억이 나나 보는군.”
이그니스는 가르아의 요마의 이름이 떠오르면서 머리가 지끈거렸다.
“흐흐흐! 아무튼 좋아. 당신의 뜻대로 대요괴의 힘을 이용해 마계의 문을 열었으니까.”
가르아는 오랜 시간 준비해왔다.
수백 년 동안 자신에게는 맞지 않는 요기를 조금씩 흡수해 마족이 아닌 존재가 되었다.
결국에서 마족도 아니고 요괴도 아닌 존재가 되었지만 후회하지 않았다.
그토록 증오했던 인간들을 멸망시킬 수 있다면 어떤 짓이든 할 수 있었다.
처음에는 마계를 열고자 했다.
하지만 지구에 남은 마족들의 힘으로는 마계의 문을 도저히 열 수 없었다.
결국 마족들은 동쪽의 자신들과는 다르지만 비슷한 요괴들을 이용하기로 했다.
요괴의 사정도 마족들과 다를 바 없었지만 그래도 마족들보다는 사정이 좋았다.
그러던 중 신과 악의 대장장이가 동쪽 끝의 나라에서 나타났고 그것을 느낀 마족들은 자신들의 길고 길었던 계획을 시작할 때가 되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복수? 크크크! 대체 누구에게 복수를 한다는 거야? 이 계획은 당신이 인간들에게 복수를 하기 위해 세웠던 거잖아. 그런 당신이 인간 여자와 사랑에 빠져? 크크큭! 웃기지도 않는군! 크크크크!”
“…….”
이그니스는 가르아의 말에 무슨 소리냐는 듯이 멍하니 가르아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가르아의 목소리가 들리는 곳에는 가르아가 보이지 않았다.
가르아와는 달리 이그니스는 요기에 적응이 되지 않았다.
요기는 어느덧 이그니스의 뇌에까지 흘러들어왔다.
이그니스는 환상을 보기 시작하는 것이다.
“꿈을 꾸는 표정이군. 당신은 나와는 달리 요기에 적응이 되지 않았지. 그리고 당신이 이 모든 계획의 시작점이지만 당신은 강하진 않았어.”
가르아는 주변의 지독한 요기에 홀려 눈이 풀려버린 이그니스를 보며 요기로 가득 찬 공간을 걸어 다녔다.
“이제 곧 있으면 이 세상을 멸망시킬 요괴들이 나오게 될 거야. 우리 마족들의 힘으로 하지 못하는 것은 아쉽지만 말이지. 기뻐하라고. 마침내 우리들의 복수가 이루어지는 때가 오고 있다고! 아하하하하!”
가르아는 희열에 찬 미소를 지으며 웃고 있었지만 이그니스는 가르아의 목소리를 듣지 못하고 있었다.
“아연?”
요기의 영향으로 환영을 보고 있는 이그니스였다.
죽은 아연이 이그니스의 눈앞에서 웃고 있었다.
“뭐해! 여기서. 이그니스! 설마 나 놔두고 도망가려는 거야?”
아연은 하얀 웨딩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너무나도 아름다운 모습으로 환하게 웃고 있는 아연에 이그니스는 이것이 꿈이라는 것을 알았지만 그 꿈에서 벗어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혼을 앞둔 아연과 이그니스였다.
이그니스 자신에게 너무나도 과분한 여자라 생각을 했지만 이그니스는 도저히 그녀를 놓을 수 없었다.
그것이 자신의 욕심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포기할 수 없었던 것이다.
“이그니스. 가자.”
“어딜?”
“결혼 안 할 거야?”
어느덧 이그니스는 자신이 턱시도를 입고 있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토록 원했던 일이었다.
이그니스는 아연의 손에 이끌려 결혼식장으로 걸음을 옮겼다.
“축하해요!”
“이야! 새신랑 멋지네!”
“아연 씨! 축하해!”
결혼식장에는 어느덧 수많은 사람들이 이그니스와 아연의 결혼을 축하해주고 있었다.
이그니스는 자신들을 축하해주는 사람들에 얼떨떨해져서는 당황을 했지만 어느덧 자신도 그런 사람들의 축하 인사에 일일이 답을 해주고 있었다.
축하해주는 사람들은 다들 눈에 익은 사람들이었다.
“축하해요. 이제 열심히 살아봐요.”
“아! 사장님.”
이그니스는 한태석이 축하한다는 말을 하는 것에 무척이나 당황해야만 했다.
설마 한태석까지 있었을 줄은 몰랐던 것이다.
그렇게 수많은 사람들의 축복 속에 이그니스는 아연과 결혼식을 올릴 수 있었다.
도무지 믿기지 않는 아니 환상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그니스는 이 꿈이 깨질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머릿속이 가득했다.
하지만 이그니스의 마음속에서 불안이 점점 커질수록 환상은 그 불안을 먹고 커져만 갔다.
“자! 신랑 신부 입맞춤을 하겠습니다.”
성혼식이 끝이 나고 이그니스와 아연의 키스만이 남았다.
이그니스는 아연이 자신의 앞에서 눈을 감는 것에 천천히 아연의 입술을 바라보았다.
그때 문득 너무나도 적막이 가득하다는 생각에 고개를 돌려본 이그니스는 자신이 결혼식장이 아닌 온통 시체로 뒤덮인 곳에 서 있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뭐…… 뭐야?”시체들은 이그니스가 아는 사람들이었다.
한태석과 지민, 혜진 등 이그니스가 인연을 맺은 수많은 인간들의 시체들이 자신과 아연의 주위에 널브러져 있는 것이다.
“뭐…… 뭐야? 왜? 왜?”마족에게 있어서 인간들의 시체는 두려워 할 것이 아니었지만 이그니스는 공포에 질렸다.
“이그니스.”
“아연아! 도…… 도망! 아!”
아연이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이그니스는 아연을 바라보았지만 아연 또한 이미 살아있는 몸이 아니었다.
“이그니스가 원했던 대로. 우리를 죽이니까 좋아?”
“아…… 아니야. 아니라고.”
이그니스는 눈코입에 피를 흘리며 기괴하게 웃고 있는 아연이 자신에게 다가오는 것에 뒷걸음질을 쳤다.
행복했던 환상이 순식간에 끔찍한 악몽이 되어버렸다.
이그니스는 그렇게 무너지는 것이었다.
마족이라 할지라도 정신이 무너져서는 인간과 다를 바 없는 것이다.
아니 오히려 인간보다 정신이 더 정신적으로 약한 존재가 마족일지도 몰랐다.
덜! 덜! 덜!
요기에 잔뜩 취해 몸을 덜덜 떨며 정신이 붕괴되어 가는 이그니스를 비웃음 가득히 바라보는 가르아는 자신이 손을 쓸 필요도 없다는 듯이 이그니스를 무시한 채로 열린 요계의 문으로 걸음을 옮겼다.
“자! 나오거라. 요계의 요괴들아. 이 세상을 이제 끝낼 때가. 쿨럭!”
가르아는 자신의 등에서 가슴으로 몸을 뚫고 나온 것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건 하얀 물체였다.
가르아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자신을 공격한 존재를 찾았다.
하지만 찾을 것도 없이 자신을 향해 적의와 살기를 드러내고 있는 존재를 볼 수 있었다.
“대요괴.”
요계의 문을 여느라 힘이 빠질 만큼 빠졌다고 여겼던 아리였다.
더욱이 오만득이 만든 쇠사슬에 묶여 빠져나오지 못할 적이라 여겼던 가르아였다.
확실히 아리는 요계의 문을 여느라 대부분의 힘을 소모했다.
그 때문에 몸도 대요괴 때에 비교한다면 무척이나 작아져 있었다.
하지만 그 때문에 자신의 몸을 묶고 있던 검은 쇠사슬이 헐거워지며 빠져나올 수 있었다.
그리고 주변에 가득 찬 요계의 요기는 아리의 힘을 급속도로 강해지게 하기에 충분했다.
만들어진 대요괴라고는 하지만 아리의 몸의 요기 용적량은 가르아를 월등하게 넘어서고 있었다.
그런 압도적인 강함 앞에 가르아는 저항조차 하지 못한 채로 몸이 꿰뚫린 것이다.
“쿨럭! 쿨럭! 크크크! 어차피 이리될 줄 알고 있었다. 흐흐! 하지만 이미 요계의 문은 열렸고 네놈이라고 해도 다시 닫지는 못한다.”
가르아는 몸에 힘이 빠지면서도 미소를 지은 채로 요계의 문 안으로 떨어져 내렸다.
하지만 문득 가르아는 문이 열린 지 한참이 되었는데 어째서 요괴들이 나오지 않는지 의아해졌다. 분명 지금쯤이면 통로를 지나 요괴들이 나와야만 했다.
하지만 요괴 한 마리 나오지 않고 있는 것이다.
그때 가르아는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쿨럭! 뭐냐? 저 괴물은?”
요계와 연결된 통로를 막고 있는 괴물이 눈에 보인 것이다.
“방해…… 방해하지 마라!”
통로를 막고 있는 괴물을 향해 남은 힘으로 괴물의 등을 찔렀다.
“크아아아아!”
괴물에 마지막 일격을 가했지만 가르아는 화가 난 괴물에 의해 몸이 찢겨나가 버렸다.
그렇게 흐트러진 틈 사이로 하나둘씩 통로를 빠져나와 지구로 넘어오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실패한 모양입니다.”
“어쩔 수 없지. 그럼 시작하자고.”
요괴들이 나오기 시작하자 멀찍이 구경하고 있던 대장간과 산신전의 인원들은 한숨을 내쉬고서는 자신들의 무기를 움켜쥐었다.
이제 자신들이 나설 때가 된 것이다. 그렇게 움직이려는 순간 하늘 위로 헬기들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뭐야? 저것들은?”
잠시 멍하니 하늘을 바라볼 때 헬기들이 맹렬하게 불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인간들의 반격이 시작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