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ngnam Blacksmith RAW novel - Chapter 20
제 20화
“여기요! 여기 CCTV.”
“예?”
“저 남자가 먼저 들어와서 우리 언니 폭행했어요. 사장님은 그런 남자 제압한 것이고요!”
지민은 매장을 비추는 CCTV를 꺼내 와서는 경찰에게 넘겼다.
“하…… 한번 봅시다.”
CCTV 영상을 틀자 사건의 전말이 드러났다.
건들거리며 매장에 들어온 남자들이 혜진에게 추근거리다가 혜진에게 뺨을 때리고 다음으로 주먹질을 하다가 넘어지는 광경이었다.
“몸 닿았어요?”
“닿긴 했는데 피한다고 한 건데요. 왜요? 설마 제가 저 남자 잡아 던지기라도 했다고 생각하세요?”
가냘파 보이는 혜진의 몸과 남자의 몸을 본 경찰은 혜진이 괴력을 발휘한 것이 아니라 남자가 자기 분을 못 이겨 넘어진 것으로 판단 내려졌다.
그다음으로 나온 한태석이 괴력으로 남자의 멱살을 붙잡아 허공에 들어버린 광경에 경찰들은 놀라기는 했지만 그럴 수 있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쪽이 폭행한 장면은 없지만 일단 멱살을 붙잡으셔서 일단 조사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괜찮으시겠지요?”
“그렇게 합시다.”
정중하게 한태석에게 조사를 위해 경찰서로 가자는 말에 한태석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곳은 지구였으니 지구의 법에 따라야 한다고 생각하는 한태석이었다.
“그리고 그쪽 분은 이 여성 분 때리신 거 인정하시지요.”
“아…… 아니 그게 아니고! 아니 저기…….”
CCTV 영상이 그대로 나와 있었으니 발뺌을 하기가 어려웠다.
“에이! 재수 더럽네.”
남자는 욕설을 하며 경찰서에 가 봐야 고작 벌금이나 얼마 나올 것이라는 생각에 고개를 끄덕였다.
혜진의 얼굴에는 멍은커녕 붉은 기도 없었기에 전치 1주나 나올 터였고 그 정도면 그냥 벌금 얼마 나온다는 사실을 잘 알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지민을 빼고 경찰서까지 온 한태석과 혜진. 그리고 남자와 남자의 일행들은 형사과에 도착해 조사를 받았다.
“거 조용히 합의 봅시다. 나도 때린 것은 잘못이지만 저기 남자한테 맞은 것도 있고 하니 그냥 없던 일로 하자 이겁니다.”
남자는 여전히 정신을 차리지 못한 듯싶었다.
사실 현실에서 이런 사건으로 경찰서에 오면 가해자가 더 날뛰는 일이 다반사였다.
시원한 사이다보다 피해자가 움츠러드는 일이 너무나도 많았고 그 때문에 법을 무서워하지 않는 범죄자들이 너무나도 많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전화 한 통 쓸게요.”
“그러세요.”
남자의 신상명세를 조사하던 것을 지켜보던 혜진은 잠시 전화 한 통화를 쓰겠다고 말을 하고서는 어디론가로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남자는 익숙한 얼굴의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어? 부장님? 어쩌신 일로?”
남자의 회사의 직속상관이었다.
얼굴에 땀을 뻘뻘 흘리며 뛰어온 강 부장은 부하 직원인 남자는 거들떠보지도 않고 도도하게 앉아 있는 혜진을 향해 달려가 허리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아가씨!”
“부…… 부장님?”
다들 놀란 눈으로 혜진과 강 부장을 바라보고 있을 때 혜진의 입이 열렸다.
“이재수 대리님. 만나서 반가워요. 혜성 물산의 이도영 회장님의 외동딸인 이혜진이라고 해요. 합의요? 뭐 제 약혼자인 한성 그룹 한장우 회장님의 막냇동생인 한태석 씨가 아무래도 이런 불미스러운 폭행에 연루되는 것이 곤란하기는 하니 합의는 해 드릴까 싶네요.”
“아!”
혜성 물산에 다니는 이재수는 혜진의 미소에 눈앞이 깜깜해지는 느낌이었다.
강 부장의 뒤로 혜성 물산의 임원들과 직원들이 이재수를 죽일 듯이 노려보고 있었다.
법으로는 이재수를 처벌하기 쉽지 않았지만 사회적으로 이재수를 매장할 수 있는 방법이 너무나도 많았다.
챙! 챙! 챙!
강남의 한복판,
언젠가부터 망치 내려치는 소리가 들리는 곳이었다.
그런 어느 날 기묘한 소음이 들려왔다.
“뭐야? 무슨 이벤트야?”
“광고 같은데.”
행인들도 그리고 길을 지나던 차들도 잠시 멈추어 서서는 그 기묘한 소음을 만들어 내는 광경을 구경하기 바빴다.
때아닌 교통 체증에 경찰들도 급히 나와서는 이 사달을 만들어 낸 사람들을 잠시 멍하니 바라보아야만 했다.
“대체 뭐하시는 겁니까?”
“예? 운동 중인데요. 무슨 일이시죠?”
중세 시대의 갑옷을 입고 손에는 커다란 바스타드 소드를 든 섹시한 여전사가 도도한 눈빛을 한 채로 경찰의 질문에 대답을 했다.
“언니! 그래서 하지 말자고 했잖아요.”
“가만히 있어! 우리가 뭐 어쨌다고?”
또 다른 갑옷을 입은 여자는 몰려드는 사람들에 안절부절못하면서도 한 손에는 방패와 다른 손에는 단검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길고 장검이라고 하기에는 짧은 한손검을 들고 있었다.
“그거 도검류 무기입니까?”
“아니요. 잠시 운동 좀 한 거예요. 설마 이렇게 가냘픈 여인이 진짜 무기를 들고 이리 휘두를 거란 생각은 안 하시겠죠?”
혜진은 자신의 키만 한 바스타드 소드를 한 손으로 휙휙 돌리며 미소를 지었다.
진짜 강철이라면 보통 무게가 아닐 터였으니 절대 한 손으로 휘둘러 댈 수 없을 터였다.
“아! 혹시 플라스틱인가요? 아니면 스티로폼에 도색?”
“왜요? 사시게요? 그런데 어쩌면 좋죠. 이건 안 파는데요. 지민아. 이제 그만 들어가자.”
“예! 언니.”
무기 모양을 하고 있었지만 금속도 아닌 그냥 모양만 그런 장난감이라면 경찰로서도 빼앗을 수는 없었다.
물론 실제로는 통짜 강철로 만든 날만 없는 무기였지만 가녀린 여인들이 휘두를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기에 확인을 하지 못했다.
“후우! 덥네. 하여간 오지랖도 넓다니까.”
“그래도 이건 좀 무리 아닐까요? 이거 진짜 무기인데.”
경찰로부터 주변 사람들에게 민폐가 될 수 있으니 거리에서 하지 말라는 경고를 받은 혜진과 지민은 힐끔 자신들의 무기를 바라보았다.
행패를 부리는 사람들 때문에 무력의 중요성을 깨달은 두 사람이었다.
아니 정확하게는 한태석이 만들어 준 갑옷을 입고 엄청난 힘이 생겼다는 것을 확인한 혜진의 의문에서 시작되었다.
“사실 저도 처음에는 이 옷 사장님한테 선물 받고 난 뒤에 몸이 가벼워지고 힘이 세졌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물론 착각일 거라 생각을 했었지만요.”
“그래. 나도 그래. 그때 그 작자가 나를 때리려는데 왜 이리 느려 보일까 고민을 했었거든. 더욱이 분명 맞았는데 하나도 안 아프더라.”
혜진과 지민은 자신들이 겪은 일들을 이야기하며 흥분을 하기 시작했다.
마치 영화에 나오는 히어로처럼 엄청난 힘을 가지게 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문제는 이 갑옷을 벗으면 아무 힘도 쓸 수 없다는 거지.”
“맞아요. 저 무기들도 마찬가지고요. 언니.”
무기를 만들지 않던 한태석이 무기를 만들어 주었다.
그 정도는 가지고 있어야 자신이 없을 때 행패를 부리는 불한당들을 퇴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전생에서도 그런 일이 부지기수였기에 한태석은 자신의 아래 대장장이들과 직원들에게 스스로 몸을 지킬 힘을 기르도록 했다.
전생에서의 한태석 자신도 비록 용사나 뛰어난 기사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마족 한둘 정도는 단번에 곤죽으로 만들어 줄 수 있는 무력을 가지고 있었다.
몇 날 며칠을 무거운 망치질을 쉬지 않고 할 수 있는 체력과 힘을 가지고 있는 데다가 그가 만드는 무기들도 하나같이 범상치 않은 것들이었으니 별 볼 일 없는 불한당들이 설칠 수는 없었다.
“사장님은 분명 뭔가가 있어요.”
“그래. 맞아! 분명 뭔가가 있어.”
한태석에게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혜진은 도무지 짐작도 되지 않았다.
한성주 회장의 죽음에 충격을 받아 뜬금없이 대장장이가 된 것도 이상한 일이었지만 한태석이 만든 물건들 하나하나가 너무나도 이상했다.
광!
그리고 그때 한태석이 작업을 하고 있던 대장간 안에서 광음이 들려왔다.
“뭐…… 뭐야? 뭐?”
“언니! 대장간! 대장간! 사장님!”
대장간 안에서 들려온 소음은 심상치 않았다.
마치 사고라도 난 듯한 소음에 두 사람은 급히 대장간 안으로 뛰어들어가려고 했다.
하지만 대장간 안으로 들어가기 전에 한태석이 자루만 남은 망치 손잡이를 들고 나왔다.
“태석 씨!”
“사장님!”
한태석은 놀란 눈을 하고 있는 혜진과 지민을 보고서는 걱정하지 말라는 듯이 손을 들었다.
“망치가 부서졌어. 너무 걱정하지 마.”
“예? 망치가요?”
한태석의 손에 항상 들려 있다시피 하던 망치가 부서져 있었다.
더 이상 한태석의 힘과 능력을 버티지 못하고서는 부서져 버린 것이다.
그 믿기 힘든 광경에 두 사람은 멍해졌지만 한태석은 꽤나 난감한 상태였다.
‘아무래도 무리인가? 후우! 이대로는 다른 망치를 사용해도 오래 버티질 못해.’
한태석의 힘이 빠르게 늘고 있었다.
그렇게 늘어가는 힘만큼 한태석의 본래의 능력이 발휘되고 있었고 평범한 망치로는 한태석의 힘을 버티지 못하는 것이다.
지금 한태석이 만드는 것들은 전생에서와 비교하자면 조잡할 정도의 물건들이었다.
최고의 대장장이라 자부하던 한태석으로서는 이런 조잡한 물건들이 눈에 차지 않는 것은 당연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게라도 힘과 능력을 되찾아야만 했기에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 가는 것이었다.
그런데 작업 도구가 망가져 버렸으니 그 이상의 단계로 나아갈 방법이 사라져 버렸다.
다른 망치를 사용해 봐야 그 이상의 단계에서 주저앉아 버릴 것이니 직접 망치를 만들어야만 했다.
“문제는 망치의 재료인데…….”
질 좋은 재료라면 얼마든지 구할 수 있는 재력이 있었지만 대장간 안에 쌓여 있는 금속들 중에 한태석의 마음에 드는 재료는 없었다.
‘당장 최고의 망치를 만들 생각은 없다. 하지만 적어도 쓸만한 망치를 만들려면…….’
전기 화로를 사용하고 있었지만 나중에 가면 화로도 교체를 해야만 했다.
이 세계에도 대장장이들의 신이 있는지 알 수 없었지만 한태석은 자신이 죽기 전에 대장장이의 신에게 신물을 바칠 생각도 하고 있었다.
그러려면 더욱 좋은 재료와 도구는 필수적이었다.
아무리 장인은 도구를 가리지 않는다지만 장인이 도구까지 좋다면 더욱더 좋은 명품을 만들어 낼 수 있는 법이었다.
“후우!”
그렇게 한태석의 고민과 한숨이 깊어졌고 혜진과 지민은 아무리 물어도 대답을 해주지 않는 한태석에 발을 동동거려야만 했다.
9.
“크으! 그 지지배! 내 가만두지 않겠다! 응? 왜? 뭐?”
호미는 혜진 때문에 인간들이 다니는 학교라는 곳에 다니게 되었다.
그렇게 자신을 귀찮게 하는 여학생 하나 때문에 매일 같이 분기를 참지 못하며 인간 세상에 어울리며 학교를 마치고서는 한태석의 대장간에서 일을 했다.
한태석은 일을 하는 호미에게 월급도 줬기에 호미는 지금까지의 삶과는 달리 꽤나 부유한 생활을 만끽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한태석의 대장간에서 계속 그렇게 생활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런 호미에게 혜진과 지민이 눈치를 주며 계속 등을 떠미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