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ngnam Blacksmith RAW novel - Chapter 21
제 21화
대체 자신에게 뭘 시키려는 것인지 영문을 모르는 호미는 한숨을 내쉬며 돈다발을 꺼내는 혜진에 곧장 충성 모드로 들어갔다.
“헤헤! 무슨 시키실 일이라도 있으십니까?”
“이거 완전히 돈독 올랐네. 아무튼, 너 태석 씨 요즘 이상한 거 알지?”
“예? 대장장이 양반 말입니까?”
호미는 매장의 한쪽 구석에서 의기소침해 있는 한태석을 바라보았다.
매일 같이 대장간 안에서 망치질을 하던 양반이 어쩐 일로 며칠째 대장간 안으로 들어가지도 않고 놀고 있었다.
“뭐 사람이 농기구도 아닌데. 쉴 때는 좀 쉬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헤헤헤!”
“이거 받고 싶으면 가서 물어.”
혜진은 자신의 돈을 쥐려는 호미의 키 너머로 돈을 쥔 손을 들어 올리며 말을 했다.
그런 혜진에 호미는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가 저 돈이면 치킨이 몇 마리냐는 생각을 하며 얼른 한태석에게로 달려갔다.
“앙!”
그렇게 혜진이 시킨 데로 한태석의 탄탄한 팔을 물어버리는 호미였다.
“…….”
“아우! 딱딱해. 왜? 뭐? 혜진이가 시켰어!”
호미는 자신을 바라보는 한태석에게 자신은 아무런 잘못도 없다는 것처럼 고개를 쳐들고 대거리를 했다.
말이 없는 한태석에 호미는 혜진에게서 돈을 받으러 가기 위해 몸을 돌리다가 혜진과 눈이 마주쳤다.
‘어우! 완전 불여시네! 불여시야. 아주 쇠도 녹여 먹겠네.’
혜진의 살벌한 눈빛에 기가 죽은 호미는 귀찮아 죽겠다는 생각을 하며 한태석에게 물었다.
“이 봐! 대장장이 양반! 왜 그래? 요즘? 자네 때문에 분위기가 팍 상해 버리잖아! 어디 자네 가게라지만 자네만 쓰는 가게도 아니고 양심적으로 너무한단 생각은 안 드는가? 뭐 내가 뭐라고 한다고 마음 상해 하지 말고 어른 말씀이라고 생각해서 아! 내가 잘못했구나 하고 고민 있으면 이 도깨비 어르신에게 말해 보게. 혹시 아는가. 내가 도깨비방망이로 자네 고민을 해결해 줄 수 있을련지.”
한태석은 뒷짐을 지고서는 숨도 한 번 쉬지 않은 채로 긴 말을 쏟아내는 호미를 바라보았다.
생긴 것은 영락없이 버릇없는 아이였지만 호미는 도깨비였다.
그런 호미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자 한태석은 한가지 알 수 있었다.
‘그렇군. 완전히 수리가 되지 않았구나. 역시 아직 내 능력이 모자란 것인가.’
한태석은 호미가 완전히 수리 되었다고 생각을 했지만 수리가 되지 않았음을 꿰뚫어 보았다.
그리고 자신이 아니라면 호미를 완전히 수리할 수 없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망치.”
“뭐? 망치?”
한태석이 입을 열자 호미는 한태석의 손을 바라보았다.
한태석의 손에는 망치 자루만이 들려 있었다.
“부서진 건가?”
“그래. 나의 힘을 견디지 못한 것이지.”
“그럼 새것을 쓰면 될 것 아닌가? 망치라면 많지 않은가?”
망치라면 구하기 어려운 것도 아니었으니 그냥 새 걸 쓰면 되지 않느냐는 호미의 말에 한태석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 그것들로는 나의 힘을 마찬가지로 견디지 못해. 망치의 재료가 필요하다.”
“재료? 아! 철 말하는 거로군.”
호미는 한태석의 고민이 무엇인지를 깨달았다.
철없이 행동하는 듯 보이지만 수백 년을 넘게 살아온 도깨비였다.
인간 이상의 지식과 현명함을 가지고 있었다.
“분명 평범한 철로는 안 될 것이고 특별한 철이 필요하겠군.”
“그래. 이 세상에서는 구할 수 없지.”
한태석은 지구에 드워프라도 있다면 자신이 원하는 금속을 얻을 수 있을 터라고 생각을 했지만 지구에는 드워프가 없었다.
그러니 한태석은 크게 상심해 있는 것이었다.
“구할 수 없다고? 무슨 철을 원하길래? 단단한 철? 아니면 기묘한 힘을 가진 철? 뭐 만년한철이나 천년화쇠, 운철이나 현철을 원하는 거냐?”
“뭐?”
한태석은 중얼거리는 호미의 말에 호미를 바라보았다.
“뭐라니? 특별한 철을 원하는 모양인데. 그런 거 있다.”
상대는 인간이 아닌 몬스터 같은 도깨비였다.
수백 년을 살고 묘한 도술을 사용하는 도깨비로 인간이 모르는 것을 아는 기묘한 존재였다.
“특별한 철이 있다는 말이냐?”
“그래! 대장장이 양반. 정확하게 뭘 원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세상에도 자네들 인간들이 알지 못하는 엄청난 비밀들이 숨겨져 있지.”
호미는 몸을 으쓱이며 미소를 지었다.
“그것이 어디에 있는 거지?”
“치킨!”
한태석은 호미의 말에 한숨을 내쉬고서는 지민에게 말을 했다.
“지민 양. 치킨 한 마리 좀 주문해 주겠어?”
“예? 아! 예! 사장님!”
한태석이 치킨을 시켜주자 호미는 씨익 미소를 지었다.
“난 닭이 그렇게 싫더라고. 그래서 세상의 닭이란 닭은 다 잡아먹어 버릴 거야. 크크크크!”
닭은 무서워하는 도깨비였지만 치킨은 좋아하는 호미였다.
그렇게 한태석은 치킨을 해치워 버린 호미에게서 대한민국의 어떤 곳에 무척이나 귀한 금속이 숨겨져 있다는 사실을 전해 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 당연히 한태석은 호미에게서 들은 금속을 찾아 떠날 준비를 했다.
“며칠 자리를 비울 거니 대장간을 잘 부탁한다.”
“예. 그런데 혼자 가셔도 괜찮으시겠어요?”
한태석은 지민에게 대장간을 맡기고서는 만년한철과 천년화쇠라는 금속을 찾아가기로 했다.
망치를 사용하지 못하니 하루라도 빨리 재료를 찾아 망치를 만들어야만 했다.
“혜진이는?”
“모르겠어요. 일이 있으시다고 연락이 안 되네요.”
매일 한태석의 대장간에 출근을 하고 있었지만 혜진이 대장간의 직원이 된 것은 아니었다.
오고 말고는 그녀의 마음이었기에 오지 않는다고 해서 뭐라 할 수는 없었다.
호미도 낮에는 학교에 가니 온전히 지민이 대장간을 봐야만 했다.
물론 건너편의 한성 그룹 본사 경비원들이 간간이 들여다보기는 했기에 조금은 안심을 할 수 있었다.
더욱이 지민이 착용하고 있는 장비라면 일반인들로서는 지민을 어찌할 수 없었고 한태석은 손님이 왕이다 라는 마인드가 없었기에 무례하다면 팔지 말고 쫓아내 버리라고 지민에게 이야기를 해 둔 상황이었다.
“그럼 다녀오지.”
“예! 조심히 다녀오세요.”
그렇게 한태석은 지구에서 환생해 처음으로 강남 밖을 벗어났다.
“그런데 저렇게 가시려고?”
지민은 한태석이 대장간을 나서는 것을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곳에 어떻게 가야 할까?”
튼튼해 보이는 배낭에 식량과 옷 등을 넣고 지도를 바라보는 한 남자가 서울 시내 한복판 강남에 서 있었다.
문제는 그런 배낭 뒤에 커다란 삽과 곡괭이가 매달려 있었다.
평범한 등산객이 아니라 누가 보면 피난민인지 아니면 밀렵꾼인지 알 수 없는 그런 복장이었다.
“일단은 남쪽인가.”
전생에서도 여행을 몇 번인가 떠나보았었다.
남자가 살아왔던 세계에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이 태어나고 살아온 마을을 벗어나는 일이 그다지 많지 않았다.
병사로 뽑혀 전쟁이라도 하러 나가지 않는다면 대부분은 자신들이 살아온 마을에서 죽음을 맞기 일쑤였다.
그나마 용병이나 모험가. 그것도 아니라면 상인이 되어야 다른 지방이나 다른 국가를 가 볼 수 있었다.
대장장이였던 남자 또한 사실 자신이 살던 곳을 벗어날 일은 그다지 많지 않았지만 한 번씩 꼭 필요한 재료를 구하기 위해 자신이 살던 곳을 떠나 멀리 향하기도 했다.
그렇게 잘 알고 지내던 여행자에게 지도를 보는 법을 배웠고 모험자들과 용병들에게 여행할 때의 노하우들을 들었었다.
그렇게 준비를 철저하게 하고서는 길을 떠나는 한태석이었으니 걱정은 그리 크진 않았다.
지민에게 며칠이라고 말을 했지만 필요한 재료를 찾는 과정은 며칠로 끝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때로는 몇 달. 어떨 때는 몇 년이 걸리기도 할 정도로 오랜 시간이 걸리는 과정이었다.
“그나마 지도가 무척이나 정확하니 오래는 걸리지 않겠어.”
한태석은 과거 드워프 왕을 찾으러 갈 때 받았던 지도가 잘못되어 몇 달을 고생했던 기억을 떠올렸다.
물론 한태석의 손에 쥐어진 지도가 무척이나 정확해 보이지는 했지만 한편으로는 너무나도 복잡해 이해를 하는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도 하고 있었다.
하지만 포기할 수 없는 일이었으니 한태석은 위대한 모험을 위한 발걸음을 내디뎠다.
지금의 한태석은 너무나도 젊었기에 포기와 좌절을 말하기에는 이른 것이다.
그렇게 나침판을 들어 남쪽을 가리키는 방향을 향해 걸음을 옮기려는 순간. 한태석은 한 대의 자동차가 자신의 앞을 막아서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응? 어디서 많이 본…….”
한태석은 자신의 앞을 막아선 자동차가 어디서 많이 보던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멈춰선 자동차의 앞 좌석 유리가 천천히 내려가더니 선글라스를 낀 여인이 한태석을 바라보았다.
“뭐해요! 안 타고!”
“아! 혜진 양.”
매일 아침마다 타고 오던 혜진의 스포츠카였다.
한태석은 혜진이 왜 이곳에 있나 하는 생각을 했지만 혜진의 스포츠카 뒤에서 빵빵거리는 뒤 차들에 어쩔 수 없이 일단 조수석으로 탑승했다.
그렇게 한태석을 태운 혜진의 스포츠카는 이내 출발을 하며 혜진의 입에서 어이없고 황당하다는 말들이 튀어나왔다.
“대체 어딜 가는데 그런 복장으로 돌아다니는 거예요?”
“재료를 찾으러 가.”
“아니! 그래. 망치 재료 찾으러 간다는 것은 알겠는데. 어떻게 그렇게 가요! 그리고 그곳이 어딘데 걸어서 갈려고 그래요?”
한태석 자신의 차는 어디에다 놔두고 걸어서 가고 있는 것인지 혜진은 기가 막혔다.
한태석도 재벌 2세답게 차라면 한두대가 아니었다.
정 운전을 하기 싫다면 기사 한 명 불러도 되는데 대중교통도 아니고 그냥 걸어서 어디인지도 모를 곳까지 가려고 하는 것이었다.
“마차는 몰아 봤는데 철 마차는 몰아보질 못해서.”
한태석의 말에 혜진은 이 무슨 고약한 장난인지 이해하기 어렵다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하아! 당신은 언제나 제멋대로였지. 그래요. 아쉬운 사람이 우물 파고 불안한 사람이 챙겨야지 어쩌겠어요. 그런데 대체 어디 가는데요. 태워 드릴게요.”
처음부터 한태석과 함께 여행을 가려고 했다.
단둘만의 여행이라는 두근거림을 맞보기 위해 혜진은 잔뜩 벼르고 있었고 그렇게 한태석이 대장간을 나서는 순간부터 따라왔었다.
“여기. 지리산이라고 하더군.”
“…….”
한태석이 지도를 넘겨주며 지리산이라는 말을 하자 설마 지리산까지 혼자 걸어서 가려던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에 한태석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한태석의 너무나도 진지해 보이는 표정에 혜진은 자신의 의문을 물어보는 것을 포기해야만 했다.
정말 듣기 두려운 대답을 들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거기까지 얼마나 걸리는지는 알아요? 걸어서?”
“일주일 정도 걸린다고 하더군. 생각보다 멀지는 않아서 다행이야.”
왕복 이 주라면 그리 먼 거리는 아니었다.
재료를 찾는 데까지 한 달 정도면 될 수도 있었기에 한태석은 그 정도라면 생각보다 빠르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하아! 일단 가요. 가. 더 이야기하면 머리 아프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