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ngnam Blacksmith RAW novel - Chapter 22
제 22화
혜진은 자신의 스포츠카의 액셀을 밟으며 빠르게 지리산으로 향했다.
서울만 빠져나가면 고속도로를 타고 몇 시간 걸리지 않을 터였으니 드라이브 같다 생각하면 그만이었다.
그렇게 정체 구간을 벗어나 시원스럽게 뚫린 고속도로에 올라가자 한태석은 감탄했다.
“빠르군. 이 정도 속도라면 바람의 군단도 쫓아오지 못할 정도겠어.”
바람같이 달린다고 해서 바람의 군단이라 불리던 기마군단의 속도보다 더 빠른 혜진의 스포츠카였다.
대체 어떻게 만들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한태석은 나중에 시간이 된다면 자동차도 한번 만들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봤다.
물론 셀 수 없이 많은 부품들이 결함이 된 자동차였지만 망치만 만들어 낸다면 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잠시 휴게소에서 쉴게요.”
“그러지. 식사 시간도 다 되어 가니.”
한태석은 자신의 손에 찬 손목시계를 보고서는 고개를 끄덕였다.
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청결과 식사. 그리고 수면이었다.
제때 밥을 챙겨 먹는 것은 무척이나 중요했으니 한태석은 휴게소라는 곳에서 잠시 쉬자는 혜진의 말에 동의를 하는 것이다.
그렇게 휴게소에 도착한 한태석은 자신의 가방을 주섬주섬 꺼내려고 했다.
“뭐하게요?”
“식사 준비를 하려고.”
“식사 준비? 여기서? 아니 왜?”
혜진의 입맛에 딱히 맞는 휴게소 음식은 아니었지만 편하게 식사를 할 수 있는데 한태석이 배낭 안에서 식재료와 냄비를 꺼내려는 것에 기겁을 해야만 했다.
‘뭐야? 왜 이리 사람이 일관적이야!’
과도하게 잡힌 콘셉트에 몸을 부르르 떤 혜진은 세상 물정을 무시하려는 한태석의 손을 잡아끌고서는 휴게실 식당으로 들어갔다.
“그렇군. 모험가 식당이로군.”
한태석은 넓고 깨끗한 휴게실 식당에 식사 준비를 할 필요가 없음을 깨달을 수 있었다.
“순대국밥이 있나?”
얼마 전에 먹은 순대국밥이 그렇게 맛있었던 기억이 난 한태석은 순대국밥을 찾았지만 순대국밥은 없고 소고기 국밥이 있다는 것에 새로운 신세계를 경험할 수 있었다.
전생에서 최고의 대장장이로 명성이 높았다지만 전생에서의 세계는 항상 전쟁이 끊이지 않는 세계였다.
생존이 더 중요했기에 먹는다는 것에 대한 욕심을 가질 수 없었고 그래서 미식보다는 배를 채우는 것이 더 중요했다.
하지만 지구에서는 생존의 문제는 그다지 절박하지 않았기에 한태석은 미식에도 눈을 뜰 수 있었다.
“태석 씨! 다 왔어요! 태석 씨!”
“응? 어디?”
휴게실에서 식사를 마치고 졸음이 쏟아져 혜진의 옆에서 잠시 졸았던 태석은 자신의 몸을 흔들어 깨우는 혜진에 멍하니 눈을 떴다.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혜진에 한태석은 주변을 두리번거리다가 울창한 나무들과 멀찍이 보이는 높은 산봉우리들을 볼 수 있었다.
“벌써 도착을 했다고?”
시계를 보자 잠시 잠이 든 지 몇 시간 되지도 않은 시간이었다.
하지만 벌써 도착을 했다고 하니 눈앞의 혜진이 혹시나 몽마 서큐버스는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 망치 재료인가 빨리 찾아요. 호텔 예약은 해놨으니까. 그 전에 찾고 하루 이틀 쉬었다가 올라가자고요.”
이미 앙큼하게 호텔까지 예약해 놓은 혜진이었다.
“호…… 호텔에 연락해 보…… 니까. 아…… 아니 글쎄 바…… 방이 하나밖에 안 남았다지 뭐예요. 서…… 성수기도 아닌데. 큼! 큼!”
혜진은 한태석이 듣지도 않고 있는데도 얼굴을 붉히며 호텔 방이 없었다고 괜한 호텔 직원을 씹었다.
“정말 지리산이라는 곳이라고? 거참 좋은 세상이군. 좋은 세상이야.”
마치 마법을 사용한 것처럼 목적지에 하루도 되지 않아 도착하자 한태석은 혜진의 차에서 내려서는 아름답게 우거진 지리산을 바라보았다.
“공기가 신선하고 정기가 가득한 것이 명산이로군.”
이런 곳에서 난 광물이라면 분명 좋은 무구를 만들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한태석이었다.
강남에 대장간을 세우기는 했지만 강남은 사람들이 너무나도 과도하게 몰려 있어 탁기가 심하고 거대한 물줄기가 화기를 짓눌러 대장장이에게는 그다지 좋지 못한 자리였다.
물론 대장장이에게 불과 함께 물 또한 무척이나 중요했고 대장간이 결국에는 사람들 곁에 있어야 하는 것이기에 이런 산속에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나저나 이런 곳도 사람들이 가득하구나. 몬스터들은 없는 것인가?”
한태석은 이런 산속이라면 몬스터들이 튀어나올 만도 하건만 알록달록한 옷을 입고 있는 사람들이 가득한 것에 참으로 평화스럽다는 생각을 했다.
“아무튼, 거기가 어디예요?”
“흐음! 잠시만. 호미가 알려준 곳이…….”
한태석은 품 안에서 호미가 알려준 장소가 그려져 있는 종이를 꺼내었다.
“일단 뱀사골이라는 곳으로…….”
“뱀사골? 아! 다시 가야겠네. 진작 좀 말해 주지. 다시 타요.”
그냥 지리산이라기에 지리산 국립공원 주차장으로 온 혜진은 이제야 뱀사골이라는 지명을 말해 주는 태석에게 투덜거리고서는 자신의 차에 탔다.
그렇게 두 사람은 다시 차를 타고 뱀사골이라는 곳까지 도착해서는 호미가 그려준 지도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이게 지도?”
“그래. 커다란 나무에서 동쪽으로 이백 걸음을 걸어가면 커다란 바위 하나가 있는데, 그 커다란 바위에서 북쪽으로 백 오십 걸음을 더 걸으면 작은 초가집이 하나 있고 그 초가집에서 서쪽으로 칠십 걸음을 걸어가면 성황당 나무 하나가 있으며 그곳에 살고 있는 무녀에게 물어보면 만년한철이 숨겨져 있는 동굴을 알려 줄 것이라고…….”
한태석은 눈앞에 보이는 커다란 간판을 달고 있는 음식점들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지리산까지 오는 것은 어렵지 않았지만 재료를 찾는 것까지는 결코 쉬워 보이지 않을 것 같았다.
“이…… 일단 물어보죠. 사람들한테.”
혜진은 대장간으로 돌아가면 호미를 괴롭혀 주겠노라고 다짐을 하며 성황당 나무를 사람들에게 물어보자는 생각을 했다.
“없어! 그런 거!”
“몰라! 그런 것이 있었나?”
“나 어렸을 때 할머니한테서 듣기는 했었는데. 없어진 지 오래되었지. 거기가 어디냐고? 글쎄 기억이 가물가물한 것이…….”
식당 주인들이나 마을 주민들에게 물었지만 대부분은 성황당 나무에 대해서 알지 못했다.
이미 백 년은 넘은 옛것이라는 말만을 들었을 뿐 지금에 와서 찾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말만을 들었을 뿐이었다.
그런 암담함에 혜진은 한태석에게 포기하자는 말을 하고자 했지만 한태석은 결코 포기할 수 없었다.
“혜진은 돌아가. 나는 설령 그것이 내 망치 재료가 될 수 없을지 모르더라도 찾아봐야겠어.”
어차피 몇 달. 길면 몇 년이라는 시간이 지날 것도 각오를 한 한태석이었다.
처음부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었기에 이 정도로 실망을 하지는 않았다.
“지리산이 얼마나 넓은데요. 거기에서 광석 하나 찾는 건 모래사장에서 바늘 찾는 거나 다를 바 없다고요!”
“그 바늘을 찾는 거야. 그런 바늘이 아니라면 내가 찾아 나설 가치는 없는 거지.”
한태석은 그 정도 고생은 해야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찾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며 산속으로 걸음을 옮겼다.
“아! 태석 씨이!”
그렇게 성큼성큼 지리산 산속으로 걸음을 옮기는 한태석을 따라 혜진도 결국 한태석을 쫓아 산속으로 향했다.
도시 속에서 곱게 살던 혜진으로서는 이런 격한 등산이 쉽지 않았지만 혜진도 믿는 구석은 있었다.
‘확실히 태석 씨가 만들어 준 것들이 도움이 되기는 하네.“
매장에서 착용하고 있는 갑옷들을 풀로 착용하고 있지는 않았지만 옷 사이사이로 몇몇 파츠들을 착용하고 온 혜진이었다.
그 덕분인지 맨몸일 때보다는 월등한 체력과 지구력을 가지고 있었기에 한태석을 쫓아 산속을 누비고 다닐 수 있었다.
그렇게 힘은 들지 않았다.
다만 어디에 있는 것인지 도무지 알 수 없었기에 답답함만이 들 뿐이었다.
하지만 혜진은 이내 짜증스러웠던 감정들이 한순간에 눈 녹듯이 사라지는 놀라움을 경험할 수 있었다.
“위험하니까 손 잡아.”
“……!”
한태석의 손이 혜진의 눈앞에 펼쳐졌다.
항상 자기 멋대로여서 배려라는 것을 하지 않던 남자가 미끄러운 곳에서 손을 내미는 것이었다.
혜진은 수줍은 듯이 손을 내밀어 한태석의 손을 잡았고 힘은 넘치지만 연약한 모습을 보였다.
“고…… 고마워요.”
“혜진이 아니었으면 여기까지 오지도 못했을 테니 고마워할 필요 없어.”
한태석은 분명 귀찮은 짐이었지만 그래도 혜진의 도움으로 빨리 올 수 있었다는 것에 혜진을 이번 여행의 동료로 여기기로 했다.
“망치를 만들면 처음 제작품은 혜진의 것을 만들어 줄게. 혹시 원하는 것 있어?”
“예? 아! 그…… 그 귀걸이?”
혜진은 한태석이 자신에게 첫 번째로 만들어 준다는 말에 놀라서는 얼떨결에 귀걸이를 만들어 달라고 했다.
“귀걸이? 그래. 그러지.”
“저…… 정말이요?”
“그래. 돌아가면 만들어 줄게.”
한태석이 만들어 준다는 말에 혜진은 한태석을 따라오기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들이 보기에는 도도해 보이는 그녀였지만 의외로 속은 수줍음이 많은 소녀였다.
산속에서는 해가 빨리 떨어지기 마련이었다.
한태석과 혜진도 점점 어두워지는 것에 더 이상의 수색은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제 내려가요. 너무 늦으면 내려가기 어려울 거예요.”
호텔 방도 예약해 두었고 호텔 레스토랑에 근사한 저녁과 함께 값비싼 와인까지 주문을 해 둔 상태였다.
남녀가 붙어 있다 보면 금세 스파크가 튀고 난리가 나는 것은 동서고금에 당연한 일이었다.
혜진은 그 살 떨리는 기대감을 억누르고서는 한태석에게 말을 했다.
“텐트라면 가지고 왔는데.”
“…….”
한태석은 혜진의 마음도 몰라주며 자신의 배낭에 텐트가 있다는 말을 했다.
이미 산속에서 먹고 자고 할 준비를 다 해온 한태석이었다.
설령 호미가 말해 준 신비로운 광물을 찾지 못한다고 할지라도 지리산이라면 꽤 질 좋은 광물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고 있던 한태석이었다.
그렇게 광맥을 찾는 것도 병행을 하느라 시간이 꽤나 지체되고 있었다.
“설마 여기서 자자고요?”
혜진은 한태석의 말에 멍하니 주변을 둘러보았다.
딱히 위험하거나 한 것은 아니었지만 불편하다는 것은 확실했다.
씻을 물도 화장실도 없는 곳에서 텐트 하나 치고 자기에는 너무나도 곱게 큰 아가씨였다.
물론 사랑하는 님과 함께라면 그 정도 고생쯤은 견딜 수도 있었다.
“역시 아무래도 첫날부터는 힘들겠지.”
“예! 그래요! 태석 씨! 첫날인데. 첫날밤인데!”
혜진은 한태석이 첫날이라는 말을 하는 것에 희망을 품고 내려가 자신이 예약해 둔 호텔에서 근사한 밤을 보내기를 꿈꾸었다.
하지만 태석은 그런 그녀의 마음을 산산조각내며 자신의 배낭에서 원터치 텐트를 꺼내어서는 펼쳤다.
“조금 좁기는 하지만 둘이 자기에는…… 아니 그건 안 되려나?”
한태석은 평지에 텐트를 펼치고서는 혜진을 보고서는 쓴웃음을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