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ngnam Blacksmith RAW novel - Chapter 25
제 25화
“아니 그런 중요한 것을 왜 이야기 안 해줬데!”
“그러게요. 벌써 한 달도 넘게 함께 있었는데!”
호미와 함께 한지도 한 달이 넘었다.
그동안 말해 주지 않았다는 것에 배신감도 들고 어이가 없을 지경이었다.
“그럼 나이가?”
“몰라! 400살까지는 세었던 것 같은데 그 뒤로는 기억도 안 나. 뭐 대장장이 양반이 나 고쳐주지 않았다면 영원히 인간 몸으로 변하지 못했겠지만.”
“그럼 그때 그 사장님께서.”
지민은 과거 골동품 중에 부서진 호미가 왔던 것을 떠올렸다.
한태석이 그 호미를 고치겠다고 대장간에 들어갔던 것이 그제야 떠오른 것이었다.
“그래. 맞다. 대장장이 양반이 그때 나를 고쳤지. 흐음! 그러고 보니 그때 대장장이 양반도 무척이나 놀라기는 하더군.”
호미는 한태석도 자신이 도깨비인 것을 알고서는 무척이나 놀랐음을 이야기했다.
당연히 지민과 혜진은 호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하지! 아니 호미가 사람으로 변했는데 안 놀랄 리가 없잖아!”
“맞아요! 그런데 아니 어떻게.”
호미가 도깨비인지를 알게 되었지만 그다음은 생각나지 않았다.
“그럼 난 내일 학교 가야 하니까 들어가서 잔다! 깨우지 마!”
호미는 지민과 혜진에게 깨우지 말라는 말을 하고서는 자신의 매대로 가 다시 호미가 되어버렸다.
“아! 대체 여긴 어디야? 너도 혹시 인간이니?”
“언니! 저 사람 맞거든요!”
혜진은 이 기묘한 대장간에서 일을 하는 지민도 이상한 존재는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들 정도였다.
“아무래도 태석 씨도 이상해!”
“맞아요! 우리 사장님이 제일 이상해요.”
대장장이야 그럴 수 있다지만 한태석이 만드는 물건들은 다른 것들과는 무언가 달랐다.
아무리 수제품이고 장인이 만든 것이라고는 하지만 절대 상식적인 것들은 아니었다.
하지만 문제는 그걸 알았다고 해서 두 사람이 뭔가를 할 수 있는 것이 하나도 없다는 것이었다.
경찰서로 달려가 한태석이 이상하다고 말을 해 봐야 뭐가 이상한지 설명을 할 수 없었다.
그나마 호미는 눈에 보였지만 호미가 도깨비라며 다른 이들에게 말을 할 수도 없었다.
잘못하면 알 수 없는 연구소에서 해부가 될지도 모르니 입 밖으로 낼 수는 없었다.
그동안 정도 들었고 호미가 딱히 나쁜 도깨비도 아닌 것이. 혜진과 지민은 호미의 정체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기로 했다.
“그런데 도깨비는 보통 도깨비방망이도 있고 해서 막 착한 사람한테 선물도 주고 그러지 않나요? 동화 보면 혹부리 영감님이나 막 그런 거 있잖아요.”
“혹시 태석 씨가 신기한 힘을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이 호미 때문인가?”
혜진은 지민의 말에 조심스럽게 의문을 제기했다.
“아! 그럴 수도 있겠네! 아까 호미가 자기 고쳐줬다고 했잖아요! 그래서 도깨비의 힘으로 사장님한테 놀라운 힘을 준 거네! 맞네!”
“그렇지? 내가 생각해도 그래! 아니 태석 씨가 외계인도 아니고! 무슨 초능력자도 아니고 호미 때문이네! 호미 때문이야!”
“맞아! 맞아! 언니 말이 맞는 것 같아요.”
혜진과 지민은 죽이 맞아서는 이것이 다 도깨비 때문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그것이 가장 합리적인 생각이라고 결론을 내리는 것이다.
“지민아! 이 비밀은 꼭 지켜야겠다.”
“그래요! 언니! 호미나 사장님을 위해서도 비밀을 지켜야 할 것 같아요.”
두 사람은 저승에 가서도 꼭 비밀을 지키자고 약속을 했다.
“후우! 오늘 아무래도 맨정신으로는 있을 수가 없다. 오늘 한잔할까?”
“정말이요? 예! 그래요. 너무 충격이야. 도깨비라니.”
두 사람은 충격이 너무 크다며 술 한잔하러 가자며 의기투합했다.
그렇게 퇴근을 한 뒤 두 여인은 근처의 술집으로 향했고 오래지 않아 얼큰하게 취해야만 했다.
“야! 우리가 누군지 알아! 도깨비하고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야! 어? 까불지 마! 도깨비라고 도깨비!”
“딸꾹! 그래! 도깨비 본 적도 없는 것들이!”
죽을 때까지 비밀로 하자는 약속은 술술 들어가는 술과 함께 처참히 부서졌다.
“하아!”
무언가 큰 고민이 있는지 깊은 한숨을 내쉬는 장년의 남자가 있었다.
거듭된 한숨에 이마의 주름은 계속 늘어났지만 마땅한 해결 방법이 없는지 장년의 남자는 아무런 행동도 하지 못했다.
그리고 그런 장년의 남자를 바라보고 있는 한 청년이 있었다.
“형님! 무슨 고민이라도 있으신 것입니까?”
“응? 아…… 아니다. 아니야. 내가 주책없었구나.”
장년의 남자는 대한민국에서 한 손에 꼽는 대기업인 한성 그룹의 회장인 한장우였다.
그리고 그런 한장우를 바라보고 있는 청년은 한장우의 막냇동생인 한태석이었다.
가끔 한장우에게 찾아와 문안 인사를 드리고 있는 한태석이었다.
처음에는 그런 한태석에 일말의 의심을 품고 있었지만 지금에 와서는 한태석의 진심 어린 행동에 의심을 풀고 대하고 있는 한장우였다.
“그래. 일은 할 만하고?”
“예. 이제 많이 익숙해졌습니다.”
“그렇구나. 몸이 많이 좋아졌어.”
한장우는 한태석의 몸에 옛날보다 많이 좋아졌음을 알 수 있었다.
과거에도 나름 운동을 하고는 있었지만 지금은 마치 격투기 선수 못지않을 정도로 튼튼한 몸을 가지고 있는 한태석이었다.
“완전히 대장장이가 다 되었구나. 그런데 정말 대장간에서 그렇게 평생 일만 할 거냐? 원한다면 내 너에게 괜찮은 사업장 하나 때어 줄 수 있는데.”
“아닙니다. 형님. 저는 대장장이로 사는 것이 행복합니다. 그리고 저는 기업을 운영할 만한 능력은 없습니다.”
겸손하게 사양을 하는 한태석에 한장우는 쓴웃음을 지었다.
점차 그룹을 장악하고 있다지만 아직도 아버지의 가신 세력이 그룹 내에 남아 있어 호시탐탐 한태석을 이용하려고 하고 있었다.
‘노망난 늙은이들. 내 모를 줄 아느냐. 말로는 태석이를 위한다지만 지들 욕심을 채우려는 짓이지. 하지만 문제는…….’
한장우는 자신의 앞에 놓인 물건 하나를 바라보았다.
지금 한장우가 고민을 하는 이유가 바로 눈앞의 물건이었다.
한장우는 그룹 내에서 자신의 능력과 존재감을 보이기 위해 전략적으로 한 계열사를 밀었다.
성공만 한다면 더 이상 한장우의 경영 능력을 의심하는 이들은 없게 될 터였다.
하지만 그것이 결코 쉽지가 않다는 것이었다.
“후우!”
한태석은 한장우가 바라보는 물건을 바라보았다.
‘이것이 형님을 고민케 하는 것인가?’
둥근 물건이었다.
거울처럼 반짝이며 들여다보면 얼굴이 비칠 것 같았다.
네모 반듯이 선들이 격자 모양으로 둥근 원 안에 그어져 있었다.
‘놀랍군. 정말 놀라워.’
한태석은 볼 수 있었다.
사실 왜 보이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둥근 모양의 물건 안으로 눈에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미세하고 복잡한 그림들이 그려져 있다는 것을 말이었다.
더욱이 그런 그림들은 층층이 쌓여 있는 듯했다.
도무지 어디에 쓰이는 물건인지는 모르겠지만 한장우가 한숨을 내쉬는 것으로 봐서는 무척이나 중요한 물건인 듯싶었다.
“무엇이 문제인 겁니까?”
“경쟁사의 반도체와 비교해서 성능이 떨어져. 성능이 떨어지다 보니 수율도 맞추기 어렵고.”
한장우는 한태석의 질문에 무의식적으로 대답했다.
산업의 쌀이라고 불리는 반도체였다.
한성 그룹은 이 반도체를 생산하는 계열사를 가지고 있었다.
그로 인해 막대한 이익을 만들어 내고 있었지만 한성주 사후 한장우가 회장이 되고 난 뒤에 문제가 발생했다.
차기 반도체 개발이 막히면서 경쟁사에 비해 성능이 떨어져 버린 것이었다.
지금 당장은 문제가 겉으로 드러나지 않고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상상하기 싫을 정도로 커다란 문제가 발생하게 될 터였다.
한태석은 한장우의 걱정에 고개를 끄덕이고서는 반도체 페이퍼를 뚫어지라 바라보았다.
“흐음!”
반도체 페이퍼를 본다고 뭐 알아낼 수 있는 것이 있을까마는 한태석은 신의 축복을 받은 눈으로 반도체의 문제점들을 찾기 시작했다.
“열이 많이 나는군요.”
“그래! 어디서 잘못된 것인지 모르겠지만 발열 문제가 꽤 커.”
“그리고 흐름이…….”
“그래! 그래! 속도도 생각만큼 빠르지 못하고 혼선이 일어나기도 한다고 하더구나. 아무래도 우리가 가지고 있는 기술로는 이 이상의 발전은 어려울 것 같단 말이지. 응?”
한장우는 자신이 지금 무슨 소리를 하나 하며 한태석을 바라보았다.
반도체 페이퍼를 보고서 한태석이 하는 말도 어이가 없었다.
“제가 고쳐 볼까요?”
“뭐? 뭘? 이걸?”
“예. 형님. 내일 제가 고쳐서 가지고 오겠습니다.”
“…….”
한태석에게 기념으로 그냥 줘도 상관은 없었다.
어차피 불량품이었으니 외부로 유출이 된다 한들 얻어낼 수 있는 것은 많지 않았다.
물론 하위 그룹의 반도체 기업들에 있어서는 눈앞의 반도체 페이퍼만 해도 엄청난 보물이었으니 손에 넣고자 안달일 터였다.
하지만 한장우는 한태석이 그런 짓을 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왜 그런 생각이 드는 거지? 내가 언제부터 저 녀석을 그리 믿었다고?’
한장우조차도 의아스러웠다.
어지간하면 타인을 믿지 않은 한장우였다.
그런 한장우가 한태석에게만큼은 조건 없이 믿음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할 수 있겠니?”
“예! 맡겨 주십시오.”
한장우는 자신이 말을 하고도 헛웃음이 나왔다.
“만일 안 된다면 분명히 책임을 져야 할 것이야. 아무리 니가 내 동생이라고 할지라도 말이야.”
끊어 내기였다.
자신의 친동생도 아닌 배다른 동생인 한태석을 이토록 믿는 자신에게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아는 한장우였으니 이 말도 안 되는 일로 한태석을 찍어내려는 것이었다.
‘비정하다고 생각하지 말거라. 권력이라는 것이 이토록 무서운 법이다.’
한장우는 입술을 깨물었다.
그렇게 한태석은 한장우를 뒤로 하고 반도체 페이퍼를 들고서는 자신의 대장간으로 향했다.
대장간의 작업대 위에 반도체 페이퍼를 올려놓고 뚫어지게 바라보던 한태석에게 한 가지 의문이 떠올랐다.
“내가 이걸 어떻게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드는 거지?”
한태석은 대장장이였다.
물론 전생의 세계에서 대장장이가 만들지 못하는 물건은 없다 자부를 하고 있었지만 눈앞의 물건까지 자신이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해 본 적도 없었다.
만들 수 있는 것도 한 번이라도 보았던 것이어야지 이름조차 모르는 것을 만드는 것은 신이 아닌 이상은 불가능했다.
물론 이름도 알게 되었고 눈앞에 있으니 어떻게 생긴 것인지도 알게 되었다.
전생에서도 멀고 먼 동양의 이름 모를 나라에서 만들어졌다는 활과 무구들도 한번 보고 난 뒤에는 그 원리를 깨우쳐 금세 만들어 내던 한태석이었다.
그러니 일단 존재를 알게 되고 원리만 파악하면 세상의 뭐든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니 눈앞의 반도체도 형체와 원리만 깨우친다면 만들어 낼 수 있는 한태석이었다.
“일단 발열 부분을 해결해야겠지.”
한태석은 의문을 계속 가져봐야 소용없는 일이라 여기며 반도체 페이퍼를 화로 속에 넣었다.
망치질을 할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