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ngnam Blacksmith RAW novel - Chapter 27
제 27화
그렇게 말도 안 되는 설명이 이어질 때 반도체 연구소에서 보낸 반도체 페이퍼가 한태석의 대장간에 도착했다.
한태석의 대장간 안으로 한태석과 한장우가 들어섰다.
화르륵!
화로의 불길에 대장간 내부는 후끈 달아올라 있어서 한장우는 대장간 내부로 들어가자마자 인상을 찡그렸다.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할 만큼 강렬한 열기였다.
“거! 에어컨이라도 틀지 그러냐? 에어컨 설치 안 했냐? 형님이 하나 달아줄까?”
“아닙니다. 그런 거 달면 물건에 바람 들어가서 못씁니다. 형님.”
한태석은 한장우 앞으로 철제 의자 하나를 내어주었다.
“여기 앉아 계시면 조금 괜찮을 겁니다.”
한기가 나오는 의자였다.
물론 한기가 나온다고 해서 대장간 내부의 뜨거운 열기를 완전히 식힐 수는 없었다.
결국 갑갑한 정장 마이를 벗어내고 넥타이까지 벗어 던진 한장우는 숨을 몰아쉬며 의자에 앉았다.
“후우! 조금 낫군. 그나저나 정말이냐? 정말 망치로 고친 것이냔 말이다?”
“예!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한태석은 자신도 웃옷을 벗어 던지고서는 붉은 구릿빛 피부를 드러내었다.
망치까지 들자 마치 북유럽 신화의 토르를 연상시키는 한태석이었다.
‘저 녀석 몸이 저렇게 좋았나? 하! 역시 젊음이 좋긴 좋구만.’
한장우는 한태석의 몸을 보며 감탄을 했다.
한태석은 한장우의 시선을 받아내며 둥근 반도체 페이퍼를 기다란 집게로 들어 올렸다.
이미 한번 해 보았던 과정이었기에 다시 하는 데 어려움은 없었다.
겉에 비치는 반도체 페이퍼의 면을 한번 바라본 한태석은 곧장 반도체 페이퍼를 뜨거운 열기가 뿜어져 나오는 화로 속으로 넣었다.
“헉!”
비명 섞인 소리의 주인공은 한장우였다.
제법 단단하다고는 하지만 시뻘건 불길에 멀쩡할 정도는 아니었다.
고치라고 했더니 불에 태워버리는 모습에 놀라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했다.
하지만 아직 한장우가 놀랄 일은 더 남았다.
시뻘겋게 달아오른 반도체 페이퍼를 꺼내 든 한태석은 모루 위에 올려놓고서는 그대로 망치로 내려쳤다.
깡!
“허억! 태…… 태…… 태…….”
아무리 한장우가 반도체에 대해서 모른다지만 이것이 정상이 아니라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너무 놀라 한태석의 이름을 말하지도 못하고 몸만 들썩이는 한장우였다.
깡! 깡! 깡!
한태석의 망치가 연달아 반도체 페이퍼를 두들기고 곧장 물속에 반도체 페이퍼가 들어가며 뜨거운 김을 뿜어내었다.
그렇게 꺼내진 반도체 페이퍼는 다시 화로 속에서 시뻘겋게 달아올라 무식한 망치에 의해 두들겨지고 다시 담금질을 받으며 더욱더 강해지고(?) 있었다.
거침없는 한태석의 행동이 끝이 날 때까지 한장우는 마치 혼이 빠져나간 것처럼 온몸에 땀을 흘려대며 멍하니 한태석의 망치가 값비싼 반도체 페이퍼를 두들기는 광경을 바라보았다.
“후우! 이제 다 되었습니다. 형님!”
한태석은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으며 미소를 지었다.
생각보다 잘 된 것에 흡족한 마음이 든 것이다.
“혀…… 형님?”
그렇게 뒤돌아본 한태석은 한장우가 얼이 빠져 있는 모습에 놀라야만 했다.
끝끝내 수리 과정을 보겠다고 우기던 한장우 덕분에 자신의 대장간 안으로 들이기는 했지만 정작 그는 수리 과정을 보자 충격에 빠진 것이다.
“이런!”
한태석은 한장우를 부축해 대장간 밖으로 나와서는 지민에게 시원한 물 한잔 달라고 부탁을 했다.
“회장님! 괜찮으십니까?”
“그…… 그래. 괜찮아! 괜찮아! 후우! 후우!”
차가운 물을 한 모금 마시자 조금 정신이 돌아온 한장우는 자신이 지금 뭘 보았나 하는 생각을 하다가 멀쩡한 반도체 페이퍼를 들고 나오는 한태석을 볼 수 있었다.
“수리는 끝났으니 한번 확인을 해 보시면 될 것입니다. 저번보다 괜찮게 수리가 된 것 같습니다. 형님.”
“…….”
뜨거운 화로에 넣었다가 망치로 우악스럽게 두들기고 다시 차가운 물에 넣었다가 빼었다.
초정밀 기술의 결정체인 반도체를 그렇게 다루는 것이 정상이 아니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한장우는 눈으로 볼 때 멀쩡한 반도체 페이퍼에 자신의 상식이 파괴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 그래. 고…… 고쳐진 거지?”
“예! 형님! 고쳐졌습니다.”
자신만만한 표정의 한태석에 한장우는 고개를 끄덕이고서는 반도체 페이퍼를 잡았다.
그렇게 맨손으로 잡는 것도 말도 안 되는 것이었지만 이미 그보다 더한 짓을 하는 것을 보았는데 그 정도 문제는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되었다.
“그래 가서 한번 확인해 보지.”
비틀거리며 자리에서 일어선 한장우는 비서들의 부축을 받으며 한태석의 대장간을 나섰다.
“후우! 형님께서 몸이 불편하신 모양이군. 하긴 그 큰 회사를 관리하는 일이 보통 일은 아니니까. 나라면 하라고 해도 못 할 일이지.”
한태석은 과거 마왕을 물리친 검을 만들었을 때 한 왕국의 왕이 자신에게 영지를 하사하려던 것을 떠올렸다.
하지만 한태석은 끝끝내 사양했다.
자신의 능력으로 영지를 다스리는 것이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영지의 사람들에게도 민폐라 여긴 것이다.
자신은 대장장이일 뿐 영지를 다스리는 영주가 되거나 거대한 상단의 상단주가 될 만한 능력이 없다고 여겼다.
한장우에게 한성 그룹의 경영권 일체를 넘긴 것도 그 이유 때문이었다.
무려 수십만이 넘어 관련된 인원이 백만이 넘는다는 한성 그룹의 규모를 듣고서는 학을 뗀 한태석이었다.
그 정도 인원이라면 상단이나 영지가 아니라 하나의 나라나 마찬가지였다.
망치 하나 들고 하나의 물건에만 정신을 집중하는 것이 몸은 고되지만 마음은 편안한 한태석이었다.
그렇게 걱정 가득해 자신의 형인 한장우를 바라보는 한태석에 지민은 고개를 내저었다.
‘하아! 우리 사장님은 자신이 이상하다는 생각을 전혀 못 하시나 보네. 그나저나 회장님 엄청 충격이었겠다.’
자신도 한태석이 일하는 것을 보았을 때 엄청난 충격이었는데 한장우 또한 그런 광경을 보았을 것을 생각하니 한편으로는 웃음이 나오고 다른 한편으로는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 지경이었다.
“장사 하나요?”
“어서 오세요! 손님! 예!”
때마침 손님이 한 명 들어오고 그 손님이 숟가락과 젓가락 세트를 주문했다.
“아! 마침 숟가락하고 젓가락 세트가 품절인데. 사장님.”
“응? 아! 그래. 잠시만 기다리시라고 말씀드려. 금방 만들어 올게.”
최첨단 기술이 들어간 반도체를 리모델링한 대장간에서 숟가락과 젓가락을 만들고 있다면 누구 하나 믿을까 싶었지만 강남의 한복판에서 그런 믿기 어려운 일이 일어나고 있었다.
한태석은 철 덩이 하나를 꺼내 심플하지만 음식의 독을 억제하고 신선도를 높여주는 숟가락과 젓가락을 만들어서는 자신의 인장을 찍고 잘 포장을 해서 매장으로 나왔다.
“여기 있습니다.”
“어머! 고마워요. 전에도 여기서 숟가락하고 젓가락 샀는데 너무 좋더라고. 조금 비싸기는 하지만 품질이 너어무 좋아! 나 우리 딸 얼마 있다가 시집가는데 여기서 냄비 세트하고 숟가락 젓가락 세트 주문하려고 하는데 만들어 줄 수 있어요?”
“아! 성혼을 자제분께서 하시나 봅니다. 예! 가능합니다. 신경 써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고마워! 고마워! 우리 사장님은 결혼하셨나?”
“아닙니다. 아직…….”
한태석은 수다스러운 손님에 머쓱한 미소를 지었다.
한평생 대장장이로 살았던 한태석이었기에 여자 경험은 부족했다.
전생에서도 아내가 먼저 다가오지 않았다면 평생 총각으로 늙었을지도 몰랐다.
“그래요? 그럼 내가 중매 하나 설까?”
잘 생기고 몸 좋은 한태석이었으니 어디 내놔도 빠질 곳은 없었다.
한 가지. 직업이 대장장이라는 것이 걸렸지만 장사 잘되는 강남에서 대장간을 운영하고 있으니 돈은 꽤 잘 벌 것으로 생각하기 충분했다.
그렇게 한태석의 중매 자리를 마련해 주겠다는 손님에게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러실 필요 없으세요. 약혼자는 있으니까요.”
“응?”
손님은 매장 안으로 들어오는 눈부시게 아름답지만 왠지 가시가 수십 개는 있을 것 같은 여인을 볼 수 있었다.
“태석 씨. 안 그래요?”
“응? 아! 혜진. 오늘은 늦었네.”
“어머! 여자 친구 있었네. 호호호호! 그럼 나는 이만!”
마치 불과 얼음의 사이에 서 있는 듯한 느낌의 손님은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계산을 마친 숟가락 젓가락 세트를 들고서는 매장을 도망치듯이 빠져나갔다.
“하여간! 오지랖은!”
혜진은 투덜거리며 매장 안으로 들어와서는 한태석을 노려보고서 곧장 옷을 갈아입는 휴게실로 들어갔다.
한태석과의 텐트 사건 이후로 아직 별다른 일이 없는 두 사람이었다.
‘이거 좋아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그 두 약혼자 사이를 바라보고 있는 지민은 한숨을 내쉬었다.
한태석에게 약혼자가 있다는 것을 알고서는 한태석에게 대한 마음을 접으려고 부단히 노력을 하고 있는 지민이었지만 사람의 마음이라는 것이 그리 마냥 쉽게 바뀌지는 않았다.
그렇게 일말의 기대와 걱정을 안고 한태석의 대장간은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한편 반도체 페이퍼를 들고 반도체 연구소로 향한 한장우는 연구소의 연구원들에게 반도체 페이퍼를 넘기며 성능 실험을 해보라는 지시를 내렸다.
“회장님.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까?”
한성 전자의 김충기 사장은 아직도 얼이 빠져 있는 한장우에 답답하다는 듯이 물었다.
“후우! 일단 성능 확인부터 하고 이야기하자고!”
한장우도 자신이 본 것에 대해서 어떻게 해야 할지 정리가 되지 않았다.
‘만일 진짜라면 일단은 비밀로 해야 할 텐데.’
한장우는 한태석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비밀로 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더불어 이것을 어떻게 현장에 적용해야 할지 그것도 고민이었다.
‘태석이더러 공장에서 망치 들고 반도체 페이퍼 두들기라고는 못 하잖아.’
수제품도 아니고 수백만 개 이상을 쏟아내는 반도체 페이퍼를 인간이 일일이 다니면서 망치로 두들긴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것만으로도 머리가 지끈거릴 판이었으니 한장우의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었다.
“성능 확인이 끝났습니다. 그…… 그런데.”
한참의 시간이 흐르고 난 뒤에야 반도체의 성능이 확인되었다.
그 성능을 보고하려는 연구원은 자신이 보고 있는 서류를 도무지 믿기 어렵다는 듯이 덜덜 손을 떨고 있었다.
“뭐야? 빨리 말해! 어느 정도야?”
“그…… 그게. 그러니까 페이퍼의 전도…….”
“전문 용어는 집어치우고 발열하고 성능만 말해! 기존의 개발품에 비해 어느 정도 향상된 거야?”
“예! 예! 그러니까 발열은 기존보다 89%가 감소했고 성능은 79% 향상이 되었습니다. 더욱이 추가 회로를 넣을 공간이…….”
“뭐?”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더 이상 반도체 페이퍼에 추가 회로를 넣지 못할 정도로 세밀하게 설계가 되었는데 그것에 추가 회로를 더 넣을 수 있다는 말에 한장우와 김충기는 경악을 하며 고함을 질렀다.
엄청난 대형 사고가 터진 것이다.
‘하아! 태석아! 넌 대체…….’
한장우의 근심이 깊어졌다.
하지만 한편으로 결코 놓칠 수 없다는 것이 사업가로서의 본능이었다.
‘방법을 찾아야만 한다. 방법을…….’
한장우는 한성 그룹을 완전히 장악할 수 있는 방법이 한태석에게 있음을 깨달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