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ngnam Blacksmith RAW novel - Chapter 31
제 31화
“좀 더 안정을 취하셔야 하니 무리하지는 말아 주세요. 그리고 오늘부터 산책을 하셔도 좋아요.”
“알겠습니다.”
한태석은 간호사의 말에 순순히 대답하고서는 차분히 침상에 누워 창밖을 바라보았다.
“나머지는 형님께서 알아서 잘하시겠지.”
자신이 할 것은 다 했으니 나머지는 전장의 사령관이 할 일이었다.
조급하게 알려고 할 이유가 없음은 그동안의 경험을 통해 잘 알고 있었기에 딱히 궁금하지는 않았다.
어차피 자신의 손에서 벗어난 무기들은 한태석이 어떤 마음을 가지든 원하는 대로 되지 않았다.
그렇게 무소식이 희소식이라는 심정으로 오랜만의 휴식을 취하는 한태석이었다.
“확실히 너무 조급했어. 그 긴 세월을 단숨에 따라가려고 했었으니 말이야.”
환생하면서 힘이 떨어져 있고 신체의 감각이 전만 못했기에 한태석은 전성기의 힘을 되돌리기 위해 몸을 혹사했다.
하루도 쉬지 않고 망치질을 하고 화로 옆에서 땀을 흘려대었으니 아무리 신의 가호를 받은 몸이라지만 버텨낼 재간이 없었다.
그렇게 한태석은 간호사나 의사의 말에 따라 되도록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근질! 근질!
물론 항상 움직이던 신체가 움직이지 않으니 마치 금단현상처럼 근질거리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 한태석의 옆에는 화로도 없고 망치도 없었으니 뭘 하고 싶어도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돌아가고 싶다.”
무심결에 대장간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말을 하는 한태석이었으니 병원에서 퇴원해도 좋다는 말이 나오면 바로 박차고 병원을 나설 기세였다.
하지만 한태석을 당분간 휴식시키기 위해 한장우와 혜진이 병원장을 협박해 놓은 상태였다.
몸이 이상이 없어도 당분간은 병원에서 푹 쉬게 하려는 것이었다.
그러지 않으면 한태석의 성격상 바로 대장간으로 달려가 일을 시작할 것임을 알았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저녁 무렵 찾아오는 혜진과 지민 그리고 호미를 만날 때를 제외하고서는 한태석은 환자 복장을 한 채로 한가롭게 병원과 병원 주변을 산책했다.
그리고 한 아이를 만났다.
“안녕?”
“안녕하세요.”
사내아이는 환자는 아닌 듯했다.
한태석과는 달리 평상복을 입고 있었고 어디 몸도 불편해 보이지는 않았다.
하지만 환자들보다 더 두 눈에 수심이 가득했고 몸도 축 늘어져 기력이 느껴지지 않았다.
한태석은 무언가 사연이 있다는 생각에 오지랖임을 알면서도 소년에게 다가가 말을 건 것이다.
자신이 왜 그랬는지는 한태석도 이해하기 어려웠지만…… 어쩌면 한가한 시간이 무료해서일지도 몰랐다.
그것이 아니라면 소년에게서 자신의 어린 시절이 떠올랐던 것인지도 몰랐다.
밥을 먹지 못한 것인지 먹지 않은 것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한태석은 이미 소년의 배에서 들려오는 허기짐 소리를 들었다.
“형이 아파서 그런데 형 소원 하나만 들어 줄래?”
“예? 무슨 소원이요? 저한테요?”
형민은 건장한 체격이지만 환자 복장인 한태석의 소원 하나 들어 달라는 말에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런 귀여운 형민에 한태석은 피식 웃으며 말을 했다.
“형이 혼자서는 밥을 못 먹거든. 그래서 같이 밥 좀 먹어 달라고. 아! 형 이상한 사람은 아니야.”
“이…… 이상해 보이시는데…….”
그 또래 소년의 자존심이 얼마나 강한지는 한태석도 알고 있었다.
자신의 어린 시절을 보는 듯한 형민의 모습에 한태석은 조심스럽게 접근을 하는 것이다.
어떤 사연이 있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한태석은 형민이 희망을 품기를 바랐다.
‘가깝고 소중한 누군가가 아프겠지. 그것이 너무나도 가슴 아픈 일이고 말이야.’
한태석은 형민에게 죽은 사람 소원도 들어 준다는데 산 사람 소원 하나 들어달라며 같이 밥을 먹어 달라고 부탁을 했고 형민은 당황해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형은 어디가 그리 많이 아파요?”
“응? 아! 그냥 이곳저곳이 다 아파. 일하다가 갑자기 쓰러졌거든.”
“갑자기 쓰러져요? 많이 아픈가 보다.”
한태석은 안쓰러운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형민에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앞에 놓인 식사를 형민의 앞으로 조금 밀었다.
“아! 오늘따라 영 밥맛이 없네. 형민아, 니가 좀 먹어라.”
“아! 형! 아플수록 많이 먹어야 한다고 그랬어요.”
형민은 한태석이 몸이 아파 입맛이 없다는 것으로 이해하고서는 질책하듯이 말했다.
“아! 그렇지? 그런데 입맛이 너무 없네. 그렇다고 버리기도 아깝고. 같이 먹자.”
“에휴! 알았어요. 그래도 조금씩 먹어 봐요.”
투덜거리며 밥을 먹기 시작한 형민은 이내 그동안의 허기짐을 채우려는 듯이 허겁지겁 먹기 시작했다.
“천천히 먹어. 물도 조금 마시고.”
“예. 형도 먹어요.”
못 먹고 사는 것은 아닌 듯싶었다.
다만 어떤 고민으로 인해 곡기를 끊다시피 한 듯 보였다.
한창 클 시기에 제대로 먹지도 않고 얼굴에 수심이 가득한 모습에 한태석은 형민의 고민이 무엇인가를 생각해봤다.
물론 먼저 말을 해 주지 않는다면 먼저 물을 생각은 없었다.
묻지 않더라도 저 나잇대의 천진함이라면 먼저 입을 열 것이 분명했기에 괜한 상처를 들추어낼 생각이 없는 것이다.
“아이스크림 하나 먹을 거지? 이걸로 주세요.”
한태석은 병원 안의 편의점에서 식사를 끝내고서는 아이스크림 두 개를 구매해 형민이에게 내밀었다.
“그런 거 먹어도 돼요?”
“언제는 잘 먹어야 한다며.”
“아니 그래도 그렇지. 차가운 거 먹으면 몸에 안 좋데요.”
한태석에게 아이스크림을 받은 형민은 한태석을 걱정하며 계속 잔소리를 해댔다.
하지만 그만큼 서로에 대한 경계심이 옅어졌고 친밀감은 가까워졌다.
공원의 벤치에 앉아 아이스크림을 먹는 한태석과 형민은 따사로운 햇살을 맞으며 잠깐의 근심을 잊는 듯했다.
하지만 한태석은 오래지 않아 형민의 얼굴에 수심이 깊어지기 시작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내가 그 어떤 고장 난 물건이든 다 수리해 줄 수 있는 대장장이지만 사람을 고칠 수는 없다.’
사람의 몸을 망치로 두들겨 고칠 수는 없었다.
“형.”
“응? 왜? 더 먹고 싶은 거 있어?”
“아! 내가 뭐 돼지인 줄 알아요?”
형민은 삐진 듯이 말하더니 잠시 머뭇거리다가 입을 열었다.
가슴 속에 답답하던 속내를 입 밖으로 내고 싶었지만 지금까지 마음을 터놓을 만한 사람이 없다가 이제 그 대상이 생기자 입이 열린 것이다.
“형은 불꽃놀이 본 적 있어요?”
“응? 불꽃놀이?”
한태석은 형민의 입에서 너무나도 뜻밖의 말이 나와 깜짝 놀라야만 했다.
아픈 사람이 있다거나 아니면 병원비가 부족하다거나 하는 고민을 할 줄로만 알았다.
그런데 뜬금없이 불꽃놀이를 물어보는 것에 당황한 것이다.
“불꽃놀이? 그 화약인가로 불꽃이 팍팍 튀는 그거?”
“예. 형 그 나이 먹고 불꽃놀이 한번 못 봤어요?”
“…….”
한태석이 불꽃놀이를 보았을 리가 없었다.
아니 본 적이 있었다.
‘마법사들의 대규모 라이트닝 마법이라면 본 적이 있지.’
피와 살이 낭자한 광경 속에 펼쳐진 불꽃놀이라 한가하게 구경할 엄두도 내지 못했지만 비슷한 것을 보기는 했었다.
하지만 한태석은 이 지구의 불꽃놀이가 그런 것이 아님은 알고 있었다.
“불꽃놀이가 왜?”
“아…… 아니 그게. 실은…….”
형민이에게는 동생이 하나 있었다.
그 동생이 큰 수술을 이번에 받게 되었는데 아프기 전에 불꽃놀이를 보러 가기로 했었는데 보지 못했다고 했다.
자칫 죽을지도 모르는 큰 수술이었기에 형민은 동생의 소원인 불꽃놀이를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하지만 병원 안에서는 불꽃놀이를 할 수도 없었고 형민의 동생은 병원 밖으로 나갈 수도 없는 상황이라 했다.
환자인 한태석에게 동생을 살려달라고 말을 할 리는 없었다.
오늘 처음 보는 상황에 고작 밥 한 끼 먹었다고 병원비가 부족하다고 하소연을 하는 것도 말이 안 되었다.
“그렇구나. 불꽃놀이를 보면 동생이 힘을 낼 것 같대?”
“뭐 그건 모르죠. 작은 폭죽을 사서 보여줄까 했는데 실망할 것 같기도 하고요. 후우! 그래서 고민이에요.”
그냥 푸념이었다.
하지만 그 푸념이 형민에게 기적을 안겨준다는 것을 지금은 꿈에도 모르고 있었다.
“그렇구나. 나도 보고 싶은걸. 그 불꽃놀이라는 걸 말이야.”
한태석은 큰 수술을 앞둔 소년의 소원이라는 것에 오지랖이 발동했다.
당장 형민의 고민을 해결해 줄 수도 없고 해결해 주겠다고 약속을 할 수도 없었기에 한태석은 형민과 헤어져야 했다.
“형님! 접니다. 아! 예! 저 부탁 좀 드릴 것이 하나 있는데 말입니다.”
한태석은 한장우에게 전화를 걸어 한 가지를 부탁했다.
물론 그 한 가지가 꽤나 까다로운 것이었지만 한태석의 부탁은 어지간한 일이라면 다 들어줄 생각인 한장우에게 불가능한 일은 아니었다.
“예! 그럼 부탁드리겠습니다.”
병원의 공터에서 대형 폭죽을 터트릴 수 있는 허가를 받아 주기로 한 한장우 덕에 한태석은 다음 단계인 폭죽을 준비하기로 했다.
“흐음! 이것이 불꽃놀이로군. 마법이 아닌 화약만으로 이런 것을 만들 수 있다니.”
스마트폰으로 다양한 불꽃놀이를 확인한 한태석이었다.
단지 화려한 색깔의 불꽃만이 터지는 것이 아니라 스토리까지 넣을 수 있다고 하니, 한태석은 자신이 만들 폭죽을 어떻게 구성해야 할지 고민을 했다.
그렇게 결정을 내리고 나자 한태석의 몸이 근질근질해졌다.
“화로하고 망치가 필요한데.”
병실에 누워 있어서는 할 수 없는 일이었기에 결국 한태석은 환자복을 입은 채로 택시를 타고서는 자신의 대장간으로 향했다.
딸랑!
문이 열리며 알림 종이 울리자 상큼한 미소를 짓는 여점원이 인사를 해왔다.
“안녕하세…… 꺄아악! 사장님!”
“좋은 아침.”
지민은 병원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어야 할 한태석이 갑자기 연락도 없이 온 것에 기겁했다.
하지만 아직 놀라기에는 일렀다.
한태석이 매장을 지나쳐 대장간 안으로 들어가 버린 것이다.
“사장님! 대체 뭐하시려고요?”
“폭죽 만들려고.”
“예? 폭죽이요? 폭죽은 왜요?”
지민은 한태석의 폭죽을 만든다는 말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지만, 한태석이 망치를 들어 올리고 꺼진 화로에 불꽃을 피우는 것에 자신의 힘으로는 말릴 수 없음을 깨달았다.
깡! 깡! 깡!
그렇게 한태석은 자신의 대장간에서 폭죽 제작에 들어갔다.
화약을 화로 속에 넣는 무식한 짓을 하기도 했지만 한태석의 손에 닿은 화약은 시뻘건 화염에도 발화되지 않았다.
그렇게 한태석은 한 소년의 소원을 들어주기 위한 폭죽 제작을 했다.
13.
“감사합니다.”
“하하하하! 아닙니다. 오히려 저희가 감사하지요.”
한태석은 자신이 입원해 있는 병원장과 티타임을 즐겼다.
한성 그룹에서 기부금을 준다는데 마다할 병원도 아니었고 무엇보다 환자들을 위한 불꽃놀이를 공짜로 해주겠다고 하니 더욱 마다할 필요는 없었다.
시청과 구청에도 불꽃놀이를 하겠다는 허가를 받은 뒤였으니 한태석이 만든 폭죽을 이용한 불꽃놀이는 일사천리로 진행되어갔다.
물론 대규모 폭죽을 이용한 불꽃놀이는 전문 자격증을 가진 전문가들에 의해 이루어져야만 했다.
그렇기에 한태석이 만든 폭죽을 이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었지만 그 정도는 어렵지 않게 넘어갈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