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ngnam Blacksmith RAW novel - Chapter 32
제 32화
그렇게 불꽃놀이가 예정된 밤이 다가왔고 한태석은 형민과 형민의 동생을 마주 볼 수 있었다.
“태석이 형! 그거 들었어요?”
“뭘?”
“병원에서 불꽃놀이를 한대요! 불꽃놀이를!”
두 눈에 생기가 돌아 천진난만함이 가득한 형민의 모습을 보니 한태석의 얼굴에도 흐뭇한 아빠 웃음이 저절로 떠올랐다.
“그래? 잘 되었구나. 현준이라고 했나?”
“예! 그런데…….”
불꽃놀이를 하게 되어 기뻤지만 병실 안에만 있는 현준은 불꽃놀이를 보기 어려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 형민이었다.
“왜? 무슨 문제라도 있니?”
“병실 안에서 불꽃놀이를 제대로 볼 수 있을지 몰라서요. 현준이가 못 볼 것 같아서…….”
막상 불꽃놀이를 해도 창밖으로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면 말짱 헛것이었다.
한태석은 동생을 생각하는 마음이 참으로 기특하다는 생각을 하며 형민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그건 걱정하지 마라. 형이 여기 병원에 있는 사람하고 친하니까 잘 말해 둘게.”
“정말이요? 와! 꼭 말해 주셔야 해요. 꼭이요!”
“그래.”
한태석은 형민과 약속을 하고서는 가쁜 숨을 내쉬고 있는 현준에게 자신이 만든 철제 장난감 인형을 선물했다.
“이건 형이 주는 선물이야.”
“고…… 고맙습니다.”
“고맙긴. 빨리 나아서 형하고 재미있게 놀아야지.”
“와! 이거 토르다! 토르!”
장난감 인형은 망치를 든 남자였다.
팔다리가 정교하게 움직이는 대장장이 인형을 만든 한태석이었지만 형민은 그것을 한 영화에 나오는 유명한 캐릭터로 본 모양이었다.
천둥의 신이든 대장장이든 어차피 상관이 없는 일이었지만. 한태석이 현준에게 선물한 장난감 인형에는 신비로운 힘이 깃들어 있었다.
그것은 바로 용기였다.
물론 그 용기가 직접적인 힘으로 발휘되는 것은 아니었다.
체력을 올려주거나 힘을 강하게 해주거나 지력을 올려주는 그런 마법의 아이템은 아니었다.
그런 아이템은 현준에게 있어서 단기간에는 효과가 있을지 몰랐지만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는 의미 없는 아이템에 불과했다.
외부적으로 능력치를 올려줘 봐야 신체가 점점 약해지고 있었기에 결국에는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 것이다.
그럴 바에는 별다른 능력치를 올려주지는 않지만 삶을 이어갈 계기가 될 만한 힘이 깃든 아이템이 더 좋을 터였다.
그렇게 저녁이 되고. 현준이 병실 밖으로 옮겨지고 난 뒤 불꽃놀이 준비는 순조롭게 이루어지고 있었다.
병원 주변의 마을 주민들도 보기 드문 불꽃놀이를 한다는 소식에 삼삼오오 모여들었다.
“이번에는 어떤 사고를 칠 것 같아요? 언니?”
“글쎄. 분명 보통 일은 아닐 거야.”
“대장장이 양반이 불장난을 친다고? 하하! 나도 왕년에 쥐불놀이하다가 산신령님한테 호되게 혼도 났었지. 하하하!”
매장을 닫고 온 지민과 혜진 그리고 호미도 사람들 바글거리는 곳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한태석이 아직 몸도 정상이 아닌데 대장간으로 돌아와 일을 시작했을 때는 난리가 났었지만, 한태석으로부터 사연을 듣고서는 한태석을 막지 못한 것이다.
다만 지금껏 한태석이 만든 것들 하나하나가 예사 것들이 아니었기에 이번에도 엄청난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언제 시작하는 거야?”
“조금만 기다리면 한대요.”
그렇게 지민과 혜진의 걱정과는 달리 병원은 축제의 한마당이 되어갔다.
무료하고 힘든 병원 생활에 있어 이런 작은 축제는 기력을 회복시키기에 좋은 기회이기도 했다.
물론 번잡하고 시끄러운 것을 싫어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그래도 불꽃놀이에 대한 설렘으로 다들 검은 하늘을 힐끔거렸다.
“그럼 지금부터 불꽃놀이를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폭죽 전문가팀들이 한태석이 만든 폭죽을 터트릴 준비를 했다.
사람 몸통만 한 크기의 폭죽은 하나뿐이었다.
그 때문에 자신들이 준비한 폭죽도 아울러 세팅을 해야만 했다.
폭죽 하나 터트리고 끝내기에는 밤이 너무 길었고 사람들의 기대는 너무 컸다.
“그나저나 이거 어떤 폭죽인 거야? 제대로 터지기는 하려나 모르겠네.”
“일단 의뢰주가 먼저 터트리라고 하니까 터트려 보죠. 그리고 어차피 우리 걸로도 준비를 해 왔으니까 이거 안 돼도 상관없지 않습니까. 어차피 하나뿐인 폭죽이고요.”
“뭐! 그렇지.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화재 안 일어나게 조심들 하자고.”
화재에 대비해 소방서에서 소방관들까지 파견되어 나왔으니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 여기는 폭죽 전문가팀이었다.
“그럼 시작하자고!”
마침내 한태석의 폭죽에 불이 붙었다.
본래라면 전기 장치에 의해 폭죽이 작동해야만 했지만 한태석이 만든 폭죽은 옛날 방식으로 불을 붙여야 하는 구조였다.
그렇게 심지에 불이 타들어 가고 마침내 폭죽 내부에 발화가 되면서 한태석의 폭죽에서 하늘을 향해 붉은 불꽃이 쏘아 올라갔다.
“오오오! 시작이다!”
“와! 불꽃놀이다! 저거 봐! 저기!”
마침내 시작된 불꽃놀이에 관객들은 환하게 웃으며 하늘을 바라보았다.
“후우! 다행히 성공했네요.”
“아직 긴장 풀지 말고 우리 거 준비해.”
불안했지만 한태석의 불꽃이 제대로 하늘로 올라가는 것에 폭죽 팀은 자신들의 폭죽을 터트릴 준비를 시작했다.
한태석의 폭죽이 그냥 하늘로 쏘아 올라가 한번 터지고 말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건 그들의 커다란 착각이었다.
“이제 시작이군.”
한태석은 하늘 높이 올라간 폭죽을 보며 피식 미소를 지었다.
고작 저 정도로 끝을 내기에는 한태석의 야망이 너무 컸다.
펑!
소음과 함께 하늘 높이 올라간 폭죽은 서울 시내 상공으로 흩뿌려졌다.
그렇게 뿌려진 상공의 화약들은 마치 원자들이 연속 반응을 일으켜 핵폭발을 일으키듯이 격렬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번쩍!
서울 시내를 거의 뒤덮는 듯한 화려한 폭죽이 먼저 터졌고 그 엄청난 규모에 병원 공터마다 자리 잡고 있던 사람들뿐만 아니라 서울 시내의 모든 사람이 그 폭죽을 볼 수 있었다.
“뭐…… 뭐야? 핵이라도 터졌어?”
“부…… 불꽃놀이 같은데?”
“불꽃놀이 한다는 말 못 들었는데?”
저 멀리 강동이나 강서, 강북에 이르기까지. 하늘을 수놓는 폭죽에 다들 하늘을 바라보았다.
“대체 저거 무슨 폭죽이야? 무슨 규모가 저따위야?”
“그…… 그러게요. 절대 저 정도가 될 수가 없을 텐데.”
폭죽 팀조차도 기가 질릴 만한 규모의 초대형 폭죽에 얼떨떨해할 때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어? 저거 뭐야? 저거?”
하늘에서 붉은 불길이 일렁이고 이내 거대한 망치가 생겨나 마치 내려치듯이 떨어져 내렸다.
깡!
폭죽음인지 아니면 망치 소리인지는 알 수 없는 폭음과 함께 불꽃이 하늘을 수놓았다.
불꽃놀이 중에 형체를 만드는 폭죽이 있기는 하지만 무척이나 까다롭고 무수히 많은 폭죽을 이용해야만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한태석의 폭죽은 하나만이 터진 상태였고 벌써 사라져야 할 화약들이 계속 하늘에서 터지고 있었다.
“스토리가 있는 것 같은데.”
“그러게. 저거 대장장이 맞지? 뭘 만드는 것 같은데. 그런데 저거 어떻게 하는 거야?”
“그거야 나도 모르지. 조용히 해 봐. 좀 보자!”
대장장이가 하늘에서 나타나 열심히 망치로 무언가를 두드리며 만들었다.
그렇게 만든 물건은 침대에 누워 있는 한 아이에게로 전해졌고 아이는 그 선물을 받으며 자리를 떨쳐 일어나 세상을 모험하며 사악한 용과 싸워 물리치는 이야기였다.
한편의 동화 같은 이야기였지만 문제는 그것이 불꽃놀이로 펼쳐진다는 것이었다.
“와! 기술 죽인다. 돈 엄청 들었겠는데?”
“어차피 이과가 알아서 했겠지.”
진리의 이과를 외치며 사람들은 상관없이 즐기기로 했다.
어떻게 만들었는지 어떻게 했는지는 눈앞에 펼쳐지는 동화같이 환상적인 불꽃놀이 앞에 전혀 중요한 문제가 되지 않아 보였다.
물론 폭죽 팀은 자신들의 폭죽을 터트릴 생각이 깨끗하게 머릿속에서 사라져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경찰의 갑작스럽고 당혹스러운 방문을 받아야만 했다.
“강남 경찰서에서 나왔습니다. 지금 폭죽 누가 터트리신 겁니까? 지금 위에서 난리입니다!”
“예? 아니 그게 저기 그게!”
강남 하늘에서 살짝 터지는 거로만 알고 있었는데 서울 시내 전체가 다 보일 정도로 터져대는 폭죽이었으니 난리가 안 날 리가 없었다.
“보기 좋긴 좋은데. 이건 좀 너무 한다는 생각 안 드세요? 좀 규모를 줄이세요. 빨리요.”
“그러니까 저거 어떻게 해야…….”
적당히 하라는 경찰들의 말에 폭죽 팀은 억울했지만 이미 자신들의 손 밖으로 벗어난 폭죽이었다.
단 한 발 쏘아 올렸을 뿐인데 30분이 넘도록 하늘에서 계속 터져대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한쪽에서는 감동을, 다른 한쪽에서는 당혹감과 공포가 휩싸이고 있을 때. 이 난리를 친 한태석은 흐뭇한 표정으로 형민과 현준을 바라보고 있었다.
얼굴에 수심이 가득하던 두 아이는 모처럼 근심 걱정을 잊고서는 환상적인 불꽃놀이에 빠져 있는 것이었다.
“사장님! 이거 언제 끝나요?”
“응? 깜짝이야. 아! 지민이구나.”
한태석은 자신의 뒤에서 도끼눈을 하고 있는 지민과 혜진 그리고 호미를 바라보았다.
사고 칠 것이라 확신을 하고 있었지만 하늘에서 불꽃으로 만들어진 용이 서울 시내를 날아다니고 검을 든 아이가 그런 용과 스펙터클하게 싸우는 모습이 절대 정상이 아님은 셋 모두 알고 있었다.
“좀 평범하면 안 돼요? 예? 사장님 통 큰 건 아시는데. 저거 얼마 들었어요? 저번 달 혜진 언니 차 수리하고 그 이상한 남자 차 수리한다고 적자 난 건 아세요? 왜 사장님만 생각하세요!”
지민은 대장간의 적자가 한태석의 씀씀이 때문이라며 버럭 화를 내었다.
“야! 야! 내…… 내 차 수리비는 뭐어? 지민이 너 웃긴다. 그 수리비는 주면 될 거 아니야!”
“아니! 언니 그게 아니라!”
지민의 말에 옆에 있던 혜진도 당황해서는 수리비는 주겠다며 말다툼을 했고 호미 또한 목소리를 높였다.
“이봐! 대장장이 양반! 내 자전거 언제 만들어 줄 거야? 어? 자전거!”
한태석은 시끌벅적한 분위기에 웃음을 터트렸다.
‘이렇게 유쾌했던 때가 언제란 말인가. 평화라는 것이 이렇게 좋구나.’
서로의 생명을 빼앗을 무기가 될 화약이 사람들에게 즐거움과 함께 희망을 줄 수 있다는 것이 한태석에게 있어서는 너무나도 생소하면서도 즐거웠다.
그렇게 한태석이 쏘아 올린 폭죽은 밤새도록 터져 일반 시민들에게는 즐거움으로 공무원들에게는 재앙으로 다가왔다.
-28일 밤 서울 상공을 수놓은 초대형 불꽃놀이 이후 서울 상공의 미세먼지 수치가 급감했다는 소식입니다.-
TV 뉴스 소리와 함께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지민은 매장을 청소하고 있었다.
며칠 전 기이한 불꽃놀이 이후 퇴원한 한태석은 오늘부터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대장간 안에서 쇳덩이와 씨름을 하고 있었다.
-다음 소식입니다. 강남 병원에서 이루어진 초대형 불꽃놀이를 발사한 하나오 폭죽 팀의 김 모 씨를 경찰이 업무상 과실이 있었는지 확인하기 위해 30일 소환 조사했습니다. 김 모 씨는…….-
태양은 뜨고 달은 진다.
세상이 뒤집혀도 불변의 진리였고 사람들은 점점 차분해지는 마음으로 자신들의 일상으로 돌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