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ngnam Blacksmith RAW novel - Chapter 33
제 33화
한 여름밤의 추억은 그렇게 유튜브에 남겨져 전 세계 사람들을 열광시켰지만 어쨌든 일반인들은 자신들의 일에 열중할 뿐이었다.
“오늘은 장사가 잘 돼야 할 텐데.”
매장을 깨끗이 청소하고 난 지민은 오늘은 어떤 손님이 올까 고민을 했다.
하지만 이내 문이 열리고 들어온 한 여인의 모습에 지민의 얼굴이 차갑게 굳어졌다.
“어…… 어서 오세요!”
“어서 오나 마나 이딴 거나 팔고! 바꿔줘요!”
다짜고짜 들어와 물건을 집어 던지는 그녀는 최근 지민의 머리를 지끈거리게 하는 여인이었다.
‘아침부터 진상이!’
서비스업에 있어서 진상이란 항상 존재하는 것이었다.
대부분 한태석이 만든 물건들의 품질에 만족하곤 했지만 이 여인만큼은 만족을 하지 못했다.
“손님. 무슨 이유로 그러시는지요?”
“무슨 이유는 무슨 이유에요! 이거 한번 봐봐요! 마감 상태도 불량하고 아주 엉망진창이잖아요!”
지민은 여인이 내던지 물건을 확인했다.
아무리 봐도 별문제가 없었지만 손님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하니 어쩔 수 없었다.
“그럼 환불 해 드리겠습니다.”
“환불은 무슨 환불이에요! 내가 여기까지 왔다 갔다 한 교통비하고 그동안 마음고생 한 거 하고 그건 어떻게 보상을 할 건데!”
돈을 더 내놓으라는 건지 아니면 뭔지 도무지 알 수 없는 화법이었다.
“제대로 된 물건을 팔아야 할 거 아니야! 제대로 된 물건을! 어? 아주 개나 소나 다 장사를 하니까 이러는 거 아니야!”
여인의 말이 맞는 말이기는 하지만 그것이 진상의 도구로 둔갑을 할 만한 일은 아니었다.
“정말 죄송합니다. 하지만 더 이상 만족을 드릴만 한 제품은 없으니 환불 해 드리겠습니다.”
“누가 환불 해 달래? 제대로 된 물건으로 바꿔 달라니까!”
“아니요. 제대로 된 물건이 없다고요. 환불 해 드릴게요.”
“필요 없어!”
그동안 당한 것에 지민도 열을 받아 더 이상 다른 제품으로 바꿔 줄 수 없다며 차라리 환불을 해 주고 더는 손님으로 받지 않으려고 했다.
하지만 여인은 환불은 절대 안 받겠다며 다른 제품으로 내놓으라고 외쳐댔다.
그녀도 환불을 받으면 더 이상 한태석의 대장간에서 물건을 살 수 없다는 것 정도는 본능적이든 이성적이든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일반 공산품보다 가격이 조금 더 나가기는 하지만 한태석의 대장간 물건의 품질이 월등하다는 것은 손님들 사이에서 꽤나 유명해진 상태였다.
그 덕분에 농기구를 구매해 시골로 보낸 자식들 때문에 시골에서 상경하는 노인들도 있을 정도였다.
하여튼 지민은 더 이상은 당할 수 없다며 환불을 받든지 아니면 더 이상 물건을 바꾸어 줄 수 없노라고 여인에게 선언했다.
“야! 너 말 그따구로 해!”
“제가 뭘 어쨌다고요? 손님!”
“내가 신고할 거야! 여기!”
“신고하세요. 그리고 계속 그렇게 방해하시면 저희 쪽에서 업무방해로 신고하겠습니다.”
처음에는 좋게좋게 해결하려고 했었지만 호의가 계속되면 권리가 되는 양 도가 지나쳐지고 있었다.
‘정말 뭐야? 혜진 언니 있을 때는 입도 못 열면서.’
지민은 자신이 너무 착하게 보이나 하는 생각에 울적해졌다.
도도하고 차가워 보이며 센 느낌이 드는 혜진이 있을 때는 진상도 없었다.
아니 사실 혜진이 갑옷을 챙겨 입고 사람 크기만 한 바스타드 소드를 들고 의자에 앉아 매장을 노려보고 있으면 진상을 부리고 싶어도 부릴 수 없을 터였다.
그에 반해 차분한 여행객 복장에 작은 방패와 짧은 칼을 옆구리에 끼고 있는 지민은 왠지 모르게 귀여워 보이는 스타일이었다.
그것이 만만해 보이는 것 같았다.
“아무튼, 고쳐 놓든지! 아니면 제대로 된 거로 바꿔 놔!”
“손님!”
여인은 자신의 할 말만 하고서는 그대로 매장에서 나가 버렸다.
뭐 저런 진상이 다 있냐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미 나가 버렸기에 남겨진 지민은 홀로 부르르 떨었다.
“무슨 소란이야?”
그리고 그때 한태석이 대장간에서 나왔다.
차라리 사장을 불렀다면 한태석을 부르기라도 했을 텐데 전에 한번 태석을 본 그 여인은 사람 머리통만 한 망치를 들고 있는 한태석에 오금이 저렸는지 눈길조차 마주치지 않았기에 사장을 부르는 일은 없었다.
“흐아아앙! 사장니임!”
“응? 지…… 지민 양?”
한태석은 자신을 보자 울음을 터트리는 지민에 당황했다.
대체 무슨 일이기에 억척스러운 지민이 울음을 터트리는지 의아한 것이다.
“사장님!”
“어? 왜?”
한태석은 지민이 자신에게 무언가를 요구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때마침 힐끔 본 지민의 손에 들린 손가위를 발견했기에 손가위를 수리해 달라는 것이라 짐작을 했다.
“저 갑옷 만들어 줘요. 완전 무섭고 완전 섹시하고 완전 야한 거로!”
“…….”
한태석은 자신의 예상이 완전히 어긋났음을 깨달을 수 있었다.
“뭐?”
“갑옷! 혜진 언니처럼 사람들이 눈도 못 마주칠 그런 거로! 완전 기 세 보이는 갑옷으로!”
지민은 보기와는 달리 독립적이고 진취적인 여인이었다.
사장인 한태석의 뒤에 숨어 벌벌 떨고 있기에는 지민의 그동안의 삶이 결코 평탄치만은 않았다.
“해주실 거지요? 완전 센 거로.”
“그…… 그래.”
한태석은 전생 때나 현생 때나 여자들은 참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존재라 생각했다.
‘대체 뭘 생각하고 있는 건지.’
일단 해주겠다고 했으니 한태석은 오랜만에 여성 갑옷을 만들기로 했다.
혜진에게 만들어 주기는 했지만 그건 사실 옛 생각에 추억 삼아 만들었던 것을 혜진이 마음에 든다고 자기 멋대로 입어 버린 것이었다.
“아! 그리고 무기 무식하게 짱 크고 흉악한 거로요! 막! 사장님 망치 같은 거로요! 이거 말고요!”
한태석은 지민이 제 허리의 칼을 빼 들고 허공에 휘두르는 것에 안색이 파리해져서는 고개를 끄덕였다.
참한 아가씨인 줄로만 알았는데 아무래도 한태석의 착각인 듯싶었다.
그렇게 한태석은 능력치와는 무관하게 그냥 한눈에 봐도 강해 보이는 느낌의 갑옷을 만들어야만 했다.
“꼭 서큐버스의 갑옷 같군. 아니 서큐버스의 갑옷인가?”
전생에서 만난 적이 있던 서큐버스라는 악마는 인간을 홀리는 능력을 가진 상위의 악마였다.
육체적인 힘은 그다지 강하지 않지만 정신적인 힘이 강해 상당히 강한 기사들도 서큐버스에게 간혹 당하곤 했다.
그렇게 한태석이 만든 갑옷에 서큐버스의 힘이 미약하게 담겼다는 것은 한태석도 알지 못했다.
그냥 이름만 서큐버스의 갑옷이라 지었을 뿐이었다.
“흐음! 너무 센 것 같은…… 아니에요! 사장님! 감사해요! 이 아줌마! 또 오기만 해 봐! 아주 눈도 못 마주치게 해 줄 거야!”
지민은 주먹을 움켜쥔 채로 직원 휴게실로 들어가 서큐버스의 갑옷을 챙겨입었다.
혜진의 갑옷을 입혀주면서 갑옷 입는 방법을 익혀주어서인지 어렵지 않게 갑옷을 입고 나온 지민은 완전히 분위기가 달라졌다.
“사장니임! 저 어떤가요? 어머. 내 목소리가 하아! 후!”
한태석은 자신이 저주받은 무구를 만들 줄은 지금까지 생각지도 못했는지 뒷머리를 끄적였다.
“후우! 지민 양. 아무래도 내가 잘못 만든 모양이야. 다시 만들어 줄 테니까. 그건.”
“아니요오! 사장님! 며칠만…… 며칠만 쓸게요. 해야 할 일이 있어서요. 하아!”
지민은 끝까지 갑옷을 벗기를 거부했다.
그리고 그런 지민에 혜진과 호미도 경악했지만 이미 불타오르는 지민을 막을 수는 없었다.
“손니임! 뭘 찾으시나요?”
“예? 아! 예! 그러니까 이…… 이렇게 생긴 거! 그 뭐냐? 이렇게 아! 막 이렇게!”
“그게 뭘까? 저도 차암 궁금하네요. 이건 어떤가요? 손님? 만 원짜리인데 딱 이만 원에 드릴게요.”
“조…… 좋네요. 그…… 그런데 전에 있던 분은 어디 가셨나요?”
뇌쇄적이다 못해 뇌를 마비시킬 것 같은 야한 갑옷을 입은 채로 목덜미에 더운 바람을 부는 지민을 본 단골들은 그녀를 알아보지 못한 채 새로운 직원이 왔다고만 생각했다.
전의 청순했던 지민과는 도무지 비슷해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하아! 저년 대체 뭐하는 거야?”
“지민 양이 위험한 것에 눈을 뜬 모양이야. 오! 비에 젖은 구미호보다 더 야한 것 같은데.”
“호미 너 어린 것이 비에 젖은 구미호는 또 뭐냐?”
혜진과 호미는 마치 사람이 달라진 듯한 지민에 어이없어하면서도 한태석이 만든 것이라면 큰 문제는 일으키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 관두었다.
어차피 자신들이 무슨 말을 해도 지금의 지민은 알아듣지 못할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지민이 그렇게 기다리고 기다리던 순간이 찾아왔다.
딸랑!
“야! 고쳐놨…….”
“어머 손님.”
호쾌하게 매장 안으로 들어온 여인은 매장 안에 있던 지민을 보고서는 움찔 몸을 떨었다.
영화 속에서나 볼 무서운 언니가 어깨에는 커다란 모닝스타를 들고서는 피처럼 붉은 혀를 날름거리며 서 있는 것이었다.
“저…… 점원 없어요?”
“점원 여기 있잖아요.”
지민은 기가 팍 죽어 버린 진상 손님을 보자 두 눈에 희열이 차서는 더욱더 오싹한 미소를 지었다.
마음 같아서는 손에 쥔 모닝스타를 휘둘러 버리고 싶었지만 그럴 수는 없는 일이었다.
그리고 더한 복수를 위해 지민은 진상 여인에게로 다가갔다.
“수리 맡기신 거 찾으러 오셨지요?”
“예? 아! 예. 전에 맞기긴 했는데. 전에 있던 점원 어디로…….”
“여기 있습니다.”
지민은 진상 여인의 말에 대꾸도 없이 수리는커녕 그동안 먼지만 쌓여 있던 진상 여인의 손가위를 내밀었다.
한눈에 봐도 그대로인 걸 알 수 있었다.
진상 여인은 그대로인 물건에 눌렸던 기가 다시 솟구치는 듯이 두 눈에 힘을 주고서는 지민을 노려보려다가 다시 눈을 깔았다.
“어머! 잘 고쳐졌네요.”
“호호호! 그렇죠? 정말 잘 고쳐졌지요? 수리비 오만 원입니다.”
“예? 아니 뭐가 그리 비싸진 않네요.”
“그렇죠? 호호호호!”
지민은 자신과 눈도 못 마주치는 여인에 웃음을 터트렸다.
이렇게 통쾌할 수가 없는 것이다.
하지만 지민은 자신이 입고 있는 갑옷이 어떤 것인지 알지 못했다.
“지민 양! 저기 저 여자가 계속 지민 양을 쳐다보는 것 같은데?”
“응? 날 왜? 응? 저 사람은?”
일상으로 돌아온 지민은 매장이 보이는 골목길 사이로 숨어 있는 여인을 볼 수 있었다.
오래지 않아 그녀가 진상 여인임을 알아본 지민은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잠시 후 자신의 앞으로 온 꽃다발을 받아 들었다.
이름을 알 수 없는 사람에게서 보내진 꽃다발이었지만 눈이 좋은 호미의 말에 지민은 오싹함을 느껴야만 했다.
“응? 지민 양! 저 여자 지민 양이 꽃다발 받으니까 얼굴을 붉히고 막 몸을 꼬는 게 지민 양한테 반한 것 같아. 뭔 짓 했어?”
지민이 착용한 갑옷은 서큐버스의 갑옷이었다.
“이거 석상인가? 별것이 다 들어오네.”
일주일에 한 번씩 매장을 채우는 물건들이 들어오는 날이었다.
전국 각지 장인들의 물건들이 들어오기도 하고 마치 전설의 고향과 같은 골동품들이 들어오기도 했다.
그런 물건 중 일부는 한태석이 조금 더 손을 봐서 내놓기도 했다.
그 날도 한태석과 지민 그리고 혜진과 호미가 매달려 물건들을 분류하고 있을 때, 지민의 손에 기이한 석상이 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