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ngnam Blacksmith RAW novel - Chapter 36
제 36화
“나 학교 간다. 그리고 그놈 쇠 먹어도 아야 안 해.”
“시끄러! 학교나 빨리 가!”
호미는 지민에게 혼내 봐야 소용없다는 말을 하고서는 강남 초등학교로 등교를 했다.
너무나도 평범한 일상처럼 보였지만 사람인 지민이 상대하고 있는 것은 도깨비와 불가사리였다.
“좋은 아침!”
“언니! 오셨어요? 좋은 아침이요. 사리야!”
멍!
“사리도 안녕!”
혜진도 이른 출근을 해서는 매장의 테이블에 앉아 저 먼 나라의 고양이 똥으로 만든 커피를 내리며 향긋한 하루를 시작했다.
“사장님! 사리 좀 뭐라고 하세요! 똑 목줄 먹어버렸단 말이에요.”
“흐음! 목줄은 가죽으로 바꿔야겠군.”
한태석은 빗자루로 매장 앞의 인도를 청소하다가 사리의 목에 매여 있는 쇠 목줄이 반쯤 뜯겨 있는 것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멍! 멍!
그런 한태석의 옆으로 사리는 뭐가 그리도 즐거운지 폴짝폴짝 튀어 다녔다.
한태석은 그런 광경을 흐뭇하게 바라보았다.
‘식구들이 많이 늘었군.’
사실 대장간의 직원은 지민 하나뿐이었지만 한태석 외에도 지민과 혜진, 호미에 애완동물(?)인 사리까지 늘어서 이제는 제법 복작였다.
“아이쿠! 아니! 이놈의 신발이?”
오늘도 평소와 다를 바 없이 깨끗이 청소된 인도를 걷던 직장인의 구두가 망가졌다.
“고쳐드릴까요?”
“예? 아! 고칠 수 있습니까?”
“예! 잠시만 이리로.”
한태석은 오늘도 신발이 고장 난 직장인들을 위해 망치로 신발 굽을 수리해 주었다.
이내 말끔하게 수리된 신발을 싣고 종종걸음으로 회사로 향하는 직장인들은 그 날따라 몸이 가볍고 발이 참 편하다는 생각을 했다.
개중에는 무좀이 있는 이는 무좀이 사라지는 놀라운 기적을 맛보기도 했지만 그것이 고쳐진 신발 때문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하여튼 직장인들의 출근 시간이 끝나고 나면 한태석은 혜진이 준 커피 한잔을 마시고서는 자신의 대장간 안으로 들어갔다.
“작업할 때는 들어오지 말거라.”
끼잉! 낑!
한태석을 부모마냥 따라다니는 사리는 그때만큼은 한태석을 따라갈 수 없다는 것에 침울해졌지만 한태석은 사리를 데리고 대장간 안으로 들어갈 수가 없었다.
사리가 들어오면 불길이 약해지고 주변에 널려 있는 금속들을 먹어치워 버리기 때문이었다.
결국 지민과 혜진이 사리를 돌보아야만 했지만, 손님이 몰려올 때는 혼자 놀아야만 했다.
“자! 뼈다귀.”
한눈을 팔면 사고를 치는 사리였기에 혜진은 사리에게 한태석이 꽤 공을 들여 만든 쇠 뼈다귀를 던져 주었다.
다른 쇳덩어리들은 금세 잘게 잘게 잘라 먹어버렸지만, 한태석이 만든 쇠 뼈다귀는 사리에게도 버거운지 꽤나 오래 버티는 것이다.
그렇게 한태석이 만들어 준 쇠 뼈다귀를 물고 뜯고 하며 놀다 보면 개 팔자가 상팔자라는 말처럼 매장의 한쪽 구석에 드러누워 늘어지게 한숨 잠을 자는 사리였다.
그러다가 점심때 별식으로 나오는 대나무 뿌리에 잠이 깨 게걸스럽게 대나무 뿌리를 먹다 다시 잠이 들면 학교를 마치고 돌아온 도깨비와 데면데면 서로를 잠시 바라본다.
“이 망할 불가살 새끼가! 뭐하는 짓이냐! 나는 먹는 것이 아니란 말이다! 대장장이 양반! 살려줘!”
사리의 눈에 호미는 맛 좋은 먹이였다.
덥석 호미를 물었다가 한태석에게 혼이 나고서야 먹으면 안 되는 먹이라 생각을 하게 되었지만 입에서 군침이 도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하여튼 호미와 친해지고(?) 싶은 사리였지만 아무래도 쉽지는 않아 보였다.
그렇게 잠을 자다 보면 대장간에서 흘러나오는 화기의 불꽃이 콧속으로 들어가 기분 좋은 꿈을 꾸는 사리였다.
하지만 사리는 남모르는 비밀을 가지고 있었다.
멍?
잠을 자다 눈을 뜬 사리는 어디론가를 바라보더니 한태석이나 지민, 혜진 몰래 매장을 빠져나갔다.
호미는 그런 사리의 행동을 느낄 수 있었지만 집을 나가든 말든 관심도 없었고 오히려 집을 나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기에 막지 않았다.
하지만 사리는 한참의 시간이 지나면 항상 집으로 돌아왔기에 호미에게 아쉬움만을 남길 뿐이었다.
그 날도 사리는 무언가를 느끼고서는 한태석의 대장간을 나와 어디론가로 빠르게 달려갔다.
목줄을 해놔도 날카로운 쇠톱 같은 이빨에 소용이 없었다.
그렇게 한참을 달려 사리가 도착한 곳은 검은 연기가 치솟고 있는 곳이었다.
“콜록! 콜록! 사…… 살려 주세요! 살려 주세요. 여기 사람 있어요! 콜록!”
불이 난 건물이었다.
으르릉!
못 생기기는 했지만 순한 표정의 사리는 그때만큼은 그 어떤 맹수 못지않게 사나운 모습이었다.
“저…… 저거 어떻게!”
“빨리 119에 신고를 해! 빨리!”
사람들은 불이 난 건물 속에 사람이 있는 것에 발을 동동거리며 소방차가 오기를 기다렸다.
몇몇 사람들이 소화기를 들고 불을 잡아보려고 했지만 화염과 연기는 쉽게 잡히지 않았다.
“어? 개가 들어간다!”
“야! 위험해! 멍멍아!”
개 한 마리가 겁도 없이 불이 난 건물 속으로 뛰어들어갔다.
사람들은 개가 불에 타 죽을지도 모른다며 걱정을 하며 발을 동동거렸지만 이미 막기에는 늦어버린 뒤였다.
하지만 사리는 연기 속으로 뛰어들어가면서도 조금도 망설이지 않았다.
이내 시뻘건 화염이 사리의 앞에 일렁였지만 사리의 입술은 비웃음이 가득한 표정으로 비틀어져 올라갔다.
화르륵!
모든 것을 태워버리는 불은 사리에게 있어서 먹잇감에 불과했다.
대장간 화로의 양질의 불보다는 맛이 없었지만 대장간의 불을 먹었다가는 한태석에게 혼이 나기에 아쉬운 대로 눈앞의 불을 먹어치우는 것이었다.
마치 고기를 뜯어 먹는 것처럼 불을 뜯어먹는 사리에 불길은 격렬하게 저항을 했지만 소용없었다.
그렇게 불을 먹어치워 가며 도착한 곳에서는 한 여인이 아이를 부둥켜안고 있었다.
“콜록! 콜록! 진우야. 울지 마. 엄마가 지켜줄게. 엄마가 지켜줄게. 걱정하지 마.”
여인은 연기와 화염에 지칠 대로 지쳐있었지만 자신의 아이를 지키기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하고자 했다.
할짝!
“응?”
아이의 엄마는 무언가가 자신의 뺨을 핥는 것에 놀란 눈으로 사리를 바라보았다.
“어머! 넌 어디서 왔니?”
멍!
불과 맹렬하게 싸우던 사리는 언제 사나운 표정을 지었냐는 듯이 천진하게 웃고 있었다.
다만 워낙에 못생긴 외모 덕분에 귀엽다기보다는 조금 멍청해 보였다.
“이…… 이리 오렴. 불길이 거세서 너무 위험하단다.”
여인은 사리에게서 측은지심을 느끼고서는 자신의 아이처럼 사리의 몸을 부둥켜안았다.
사리 또한 지켜주겠다는 그녀의 마음에 사리는 순순히 그녀의 몸에 안겼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이 사리를 지켜주는 것이 아니라 사리가 자신과 자신의 아이를 지켜주는 것임을 알지 못했다.
불길과 연기는 사리의 기에 눌려 다가오지 못했다.
불가살은 악귀와 불을 물리치는 힘을 가진 존재였고 전설의 동물인 호치처럼 악을 멸하고 선한 자에게 상을 주는 길한 동물이었다.
여인의 선한 마음에 그녀와 그녀의 아이를 지켜주고 있는 것이었다.
“후우! 후우! 조금만 참으렴. 곧 소방관 아저씨가 구해 줄 거야.”
여인은 어느덧 불길에 따끔거리던 몸이 괜찮아졌다는 것과 연기로 기침하던 것이 사라졌음을 알지 못했다.
그냥 불길이 조금 약해졌다고만 생각을 했다.
조금만 더 버티면 구해주러 사람들이 올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며 아이와 사리를 안고 있는 팔에 힘을 주었다.
그리고 마침내 영웅들이 도착했다.
“거기 사람 있습니까!”
“여…… 여기요! 여기 있어요! 살려주세요!”
검은 연기를 뚫고 들려온 희망의 목소리에 여인은 사력을 다해 외쳤다.
그녀의 외침에 화답하듯이 연기 속을 뚫고 손이 보였다.
마치 단단한 동아줄처럼 불길과 연기를 뚫고 들어온 손은 기적과도 같은 감격을 주었다.
“찾았습니다! 즉시 구조하겠습니다!”
자신의 목숨을 내던져 사람을 구하는 소방관은 여인과 아이를 보자 환하게 웃으며 자신이 낀 산소마스크를 여인과 아이에게 넘겨주고 구조를 시작했다.
생명을 구한다는 것보다 숭고한 것은 없었다.
사리는 이제 여인과 아이를 지킬 필요는 없다는 것에 흐뭇한 미소를 짓고서는 여인의 품에서 빠져나왔다.
사람들이 다 구해지면 이제 자신의 집으로 돌아가려는 것이었다.
“이 녀석 어딜 가려는 거냐?”
멍?
사리는 자신의 몸을 들어 올리는 손길에 고개를 갸웃거리고서는 자신을 들어 올린 존재를 바라보았다.
“겁 많이 났지? 걱정 마라.”
소방관이었다.
사리는 멍청하게도 자신을 구하려는 소방관에 어이가 없었지만 왠지 싫지는 않은 것에 가만히 있었다.
“후우! 후우!”
소방관 박성길은 못생긴 강아지를 품에 안고서는 불이 난 건물을 빠져나가려고 했다.
불길은 제법 잡힌 듯했지만 온통 검은 연기로 시야가 제대로 확보가 되지 않았다.
자칫 길을 잃거나 연기에 중독되어 목숨을 잃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대로 있다가는 더 위험함을 알기에 박성길은 연기 속으로 뛰어들었다.
“간다!”
멍!
참으로 신기한 일이었다.
연기가 자신의 몸 주변으로 흩어지는 것 같았다.
일렁이는 화염도 박성길의 몸을 비켜나는 것 같았다.
그렇게 화염과 연기를 뚫고 불이 난 건물을 빠져나오자 그제야 박성길은 살았다는 생각에 긴장이 풀리려고 했다.
“성길아! 괜찮냐? 성길이 빨리 뒤로 빼! 빨리!”
“예!”
엄청난 집중력과 체력을 요하는 구조 작업이었기에 긴장이 풀리면 곧장 몸이 무너지기 마련이었다.
그렇기에 박성길은 동료 구조대원들의 손에 이끌려 후방으로 빠졌다.
사방에서 물이 뿌려지고 건물의 불길은 점점 잡혀갔다.
“다행이다. 전부 구했어. 다행이야.”
불길 속에 갇혀 있던 사람들이 전부 구조되었다는 것보다 기쁜 것은 없었다.
작은 강아지 한 마리도 자신의 손으로 구했다는(?) 것에 박성길은 그제야 환하게 웃을 수 있었다.
할짝!
“윽! 차가워.”
박성길은 못생긴 강아지가 자신의 뺨을 핥아주는 것에 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박성길은 지금껏 자신의 몸속에 쌓여 있던 화기를 사리가 흡수했음을 알지 못했다.
“다음부터는 조심해라.”
멍!
그렇게 사리는 점점 꺼져가는 불길을 바라보다 다시금 사나운 맹수의 얼굴을 한 채로 어디론가 걸음을 옮겼다.
불가살은 인간에게 해를 가하는 짐승은 아니었다.
하지만 악을 미워하고 악을 저지른 인간을 벌주는 존재로 알려져 있었다.
“흐흐흐흐!”
음침한 골목길에서 얼굴을 마스크로 가린 남자가 주변을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주변을 두리번거리던 남자는 골목길 한쪽에 쌓여 있는 쓰레기 더미 가까이 다가갔다.
“불이다. 불이야.”
활활 타오르는 불은 일그러진 욕망을 상징했다.
작은 불씨가 번져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불길이 거세지면 남자는 그것에 희열을 느꼈다.
그렇게 피해가 커지면 커질수록 남자의 일그러진 희열은 커졌다.
처음에는 두려웠지만 점점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더 큰 불을 원하게 되었다.
탈칵! 탈칵!
호주머니에서 라이터를 꺼내 쓰레기 더미에 불을 지르기 위해 라이터를 켰다.
“제길! 왜 이리 안 돼?”
쓰레기 더미들이 젖어 있는지 영 불이 붙지 않는 것에 남자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하지만 계속된 불씨에 불이 옮겨붙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