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ngnam Blacksmith RAW novel - Chapter 38
제 38화
더욱이 할 일이 어지간히도 없는지 혜진도 주말에 놀러 오니 사실 지민도 추가 근무 수당을 받을 겸 주말에도 출근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물론 돈을 벌기 위한 목적으로 대장간을 여는 한태석은 아니었다.
그냥 일상처럼 문을 여는 것이다.
‘하아! 남자친구라도 사귀어야 하나.’
남자친구라도 있다면 주말에 연예라도 하겠지만 한태석으로 인해 높아진 눈이 낮아질 기미는 보이지 않는 지민이었다.
혜진이 나타났다고는 하지만 아직 지민은 한태석을 포기하지 않았다.
다만 한태석이 온종일 망치질에만 시간 가는 줄 몰라 했기에 기회를 잡기가 어려울 뿐이었다.
그렇게 하루도 쉬지 않고 돌아가는 한태석의 대장간에 지민이 휴가를 가자고 하는 것이다.
“나도 휴가 좋네.”
“그쵸! 언니! 언니도 휴가 가고 싶지요.”
혜진도 한태석과 따뜻한 남쪽 바다로 휴가를 가는 것에 동의했다.
수시로 외국으로 떠나던 그녀가 한태석의 대장간에 출퇴근을 하면서 오랫동안 한국에 머무르고 있었다.
“대장장이 양반! 우리 쉬는 거야?”
멍! 멍!
한태석은 다들 휴가 가자는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다들 휴가 가고 싶다니 가자.”
휴가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다들 지금까지 고생했으니 한태석은 얼마 정도는 쉬어도 괜찮겠다는 생각을 했다.
전생에서야 하루하루가 위태로운 전쟁통과도 같았기에 쉰다는 것은 꿈에도 생각할 수 없었지만 이 지구는 너무나도 평화로웠다.
“좋아! 그럼 내가 일정 알아볼게.”
혜진은 한태석이 휴가를 가는 것에 동의하자 휴가 계획을 자신이 짜기로 했다.
‘좋았어! 이번 기회에 진도를 확 나가 버리는 거야!’
한태석과 영화를 보러 가자는 약속은 한태석이 병원에 입원하는 바람에 날린 혜진이었다.
이번 기회에 완전히 도장을 찍어버리자는 생각에 혜진은 낭만적인 분위기를 만들어 보려는 각오를 다졌다.
그렇게 한태석의 대장간 휴가 겸 야유회는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목적지는 국내가 아닌 남태평양의 한적한 휴양지였다.
그들은 신혼부부들이 주로 찾는다는 한적하고 낭만적인 남쪽 바다의 섬을 향해 출발했다.
비행기로 몇 번을 갈아타야 도착할 수 있는 그곳은 지도에서도 찾기 힘든 그런 곳이었다.
그리고 그 누구에게도 방해를 받지 않겠다는 혜진의 계획에 의해 사고가 터졌다.
“여기 무인도지요?”
“…….”
처음 한국에서 출발할 때까지만 해도 다들 부푼 가슴을 부여안았다.
정열적이며 섹시한 수영복을 준비하고 짧지만 고강도의 다이어트까지 감행했던 혜진과 지민이었다.
다이어트는 쉬웠다.
한증막 같은 대장간 안에서 두어 시간씩만 버텨내면 살이 쪽 빠지고는 했으니 만족할 만한 몸매를 만들어 한태석을 유혹하고자 한 두 여인이었다.
하지만 그런 부푼 가슴은 한국에서 출발한 지 17시간 만에 박살이 나 버리고야 말았다.
“멋진 해변이다! 으하하하하!”
멍! 멍! 멍!
걱정도 되지 않는지 호미와 사리는 아무도 없는 백사장을 뛰어다녔다.
“잘 곳을 먼저 만들어야겠군.”
한태석은 잘 곳을 만든다며 숲 속으로 자신의 망치를 든 채로 들어갔다.
백사장에서 마주 보이는 바다 위로 한태석들이 타고 온 경비행기 꼬리가 보였다.
혜진이 경비행기 자격증이 있다며 걱정하지 말라고 했던 것이 사달의 시작이었다.
본래는 다른 섬으로 가야만 했지만 중간에 경비행기가 고장이 나 불시착을 한 것이다.
“하아! 미치겠네.”
“구…… 구하러 오겠죠? 그쵸?”
지민은 영화에서나 보던 일이 자신들 앞에 펼쳐져 있는 것에 낙심한 나머지 너무나도 부드러워 오히려 짜증스러운 하얀 모래 위에 주저앉아 버렸다.
그리고 그때 섬 안쪽에서 무언가의 울부짖음 소리가 들려왔다.
-크오오오오!-
섬의 곳곳에서 새 떼들이 날아오르며 무언가의 울부짖음 소리가 잘못 들은 것이 아님을 증명해주었다.
멍! 멍! 멍!
사리도 자극을 받았는지 짖어대었지만 어린 강아지 같은 사리에게서 위압감은 느껴지지 않았고 사리 또한 별달리 흥미가 없는지 다시 백사장에 자신의 발자국 남기기에 열중했다.
하지만 지민과 혜진은 그 정체불명의 울부짖음 소리에 안색이 창백해졌다.
“어…… 언니 들었죠?”
“그…… 그래. 부…… 분명 들었어.”
사나운 맹수가 있는 것이 분명했다.
자칫 그 맹수에게 잡아먹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공포가 두 여인을 휘감았다.
“아…… 안 되겠다! 갑옷! 갑옷!”
“언니! 나도! 나도!”
혜진과 지민은 자신들의 짐이 들어가 있는 경비행기를 향해 달려갔다.
한태석이 만들어 준 갑옷도 어째서인지 챙겨온 두 여인이었다.
그렇게 완전 무장을 하는 혜진과 지민과는 달리 한태석은 숲으로 들어가 집을 지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보자. 도끼를 만들어야겠는데. 문제는 재료가 없으니. 돌도끼라도 만들어야겠군.”
적당한 나무자루에 도끼날 모양의 돌을 구해 넝쿨로 잘 묶은 뒤에 망치로 몇 차례 두들긴다.
그러면 순식간에 잘 다듬어진 돌도끼가 만들어졌다.
퍽! 퍽!
한태석은 그렇게 만들어진 돌도끼로 나무 밑동을 후려쳐 나무를 베어 넘겼다.
비록 돌도끼였지만 한태석이 만든 도끼였기에 철 도끼 못지않은 예리함과 강도를 가지고 있었다.
그렇게 나무들을 베어서는 집을 지을 재료를 확보하고 있을 때 호미와 사리가 한태석의 옆으로 와 있었다.
“혜진이하고 지민이는?”
“완전 무장하고 맹수 잡으러 가는 것 같던데.”
“그래? 뭐 먹을 거 구하기는 해야 하니까.”
한태석도 정체불명의 울음소리를 들었지만 자신이 만든 갑옷을 입은 데다 비록 날은 세워져 있지 않았지만 무기를 들고 온 혜진과 지민을 어찌할 수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이것 좀 백사장 쪽으로 옮겨라.”
“그래. 야! 그거 씹지 마!”
멍!
호미가 비록 초등학생 정도의 몸을 가지고 있다지만 호미는 도깨비였다.
엄청난 힘을 가진 도깨비였기에 한태석이 만들어 놓은 나무를 번쩍 들어서는 집을 지을 백사장으로 옮기는 것이었다.
사리 또한 그저 못생긴 개로 끝나는 게 아니라 전설의 불가살이었기에 자신의 몸보다 수십 배는 큰 나무를 물어 옮겨댔다.
손쉽게 일을 할 수 있게 된 한태석은 해가 지기 전에 백사장 뒤로 집을 지을 재료들을 옮길 수 있었다.
“그럼 오늘은 지붕만이라도 올려볼까?”
튼튼한 나무를 땅에 박고 지붕을 야자수로 덮으며 임시로 머물 숙소를 짓는 한태석은 해가 질 때쯤 멧돼지를 끌고 오는 혜진과 지민을 볼 수 있었다.
“자식이! 애먹이고 있어!”
“그러게요. 언니. 나는 괴물인 줄 알고 깜짝 놀랐다니까요.”
혜진과 지민의 손에 들린 육중한 중갑병기의 몸체에 붉은 피가 묻어 있었다.
날도 세워져 있지 않았으니 몽둥이처럼 휘둘러 때려잡은 것이었다.
갑옷을 입고 무기를 들기 전에는 겁 많은 여인들일 뿐이었지만 장비를 착용하자 아마조네스가 되어 버린 두 여인이었다.
무슨 용기인지 섬으로 들어가 정체불명의 울부짖음 소리를 찾다가 멧돼지를 발견해서는 때려잡아 온 것이었다.
“먹을 거 구해온 거야?”
“집 지었네. 벽은?”
“벽은 내일 할 생각이다. 사리야. 불 좀 만들어 주겠니?”
멍!
모닥불 위에 불을 토해낸 사리 덕에 거대한 멧돼지는 노릇노릇 익어갔다.
마치 만렙 파티의 야영과도 같았다.
무인도에 추락한 사람들은 그리 고생을 한다는데 한태석의 파티는 고생은커녕 단숨에 적응해 버린 것이다.
“조금 노린내가 나기는 하는데. 이 정도면 나쁘진 않네.”
“와! 하늘에 별이 진짜 많다. 완전 대박!”
하늘 위에 쏟아지는 별빛들이 너무나도 낭만적이었다.
그 아름다운 광경과 배부름에 근심 걱정은 한쪽 구석으로 밀려나는 듯했다.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어. 구조하러 올 거야. 반드시.”
한태석이나 혜진 모두 대한민국에서 내로라하는 재벌 집 자식들이었으니 비록 이국이기는 하지만 찾기 위해 안간힘을 쓸 것이라 여겼다.
그렇게 며칠 잘 쉬고 있으면 자신들을 구할 사람들이 나타나 한국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 여겨졌다.
더욱이 한태석과 함께라면 왠지 조금도 걱정을 할 필요가 없을 것 같았다.
그렇게 첫날 밤은 지나고 다음 날 아침. 한태석은 집을 짓고 화장실을 만들고 목욕탕을 끝으로 대장간을 만들기 시작했다.
“지민이랑 혜진이는?”
“몰라. 탐사 떠난다고 섬 안으로 갔어.”
호미는 한태석이 대장간을 만드는 것을 도우며 무인도에 자신만의 작은 텃밭을 만들었다.
농기구였던 호미였으니 텃밭 만들기를 좋아해 한태석의 매장 앞 화단도 호미가 텃밭으로 만들어 꾸미고 있었다.
물론 그 전에 무인도를 탈출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지만 하루라도 호미질을 안 하면 좀이 쑤시는 호미였으니 텃밭을 만들고 근처에서 먹을 수 있는 식물을 옮겨와 심고 가꾸는 것이다.
그렇게 각자가 나름 자신들의 일을 하는 것에 한태석은 고개를 끄덕이고서는 대장간을 완성하고 망치질을 시작했다.
“다행히 철광석이 들어 있는 진흙을 발견했어.”
섬 안쪽에서 철광석 성분이 풍부한 곳을 발견한 한태석은 그 진흙에서 철광석을 추출해 내었다.
비록 양은 많지 않다지만 무인도에서 사용할 만한 양 정도로는 충분했다.
그렇게 텃밭을 만드는 호미를 위해 호미와 곡괭이 그리고 낫을 만들어 주고서는 활을 만들어 달라는 지민과 혜진에 활과 화살을 만드는 한태석이었다.
매번 하던 일이었으니 어려울 것은 없었다.
남에게 팔 것도 아니었기에 자신들이 쓸 것들만 만들면 되었고 그렇게 한태석들의 삶의 질은 점점 시간이 지날수록 높아만 갔다.
“그런데 언제 구하러 오는 거야?”
그렇게 일주일이 지났을 때쯤 무인도 생활에 완전히 적응해버리는 기염을 토한 지민과 혜진은 한태석이 만들어 준 창을 들고 무인도에서 가장 높은 산 위에 올라가 주변 바다를 둘러보고 있었다.
“언니! 저기 표범!”
“응? 어디 어디? 어! 사리야! 그놈 우리 거야!”
멀찍이 반대편 백사장 위로 사리에게 쫓기고 있는 표범 한 마리가 보였다.
혜진과 지민은 사리에게 빼앗길 수 없다며 나는 듯이 산을 내려갔다.
그리고 멀찍이 비행기 한 대가 무인도 주변을 스쳐 지나갔다.
이름 모를 무인도는 과거의 영광(?)을 뒤로하고 휴양시설이 되어있었다.
사람만 조금 많았다면 남태평양의 휴양 섬이라 봐도 무방할 정도로 기반 시설(?)을 갖추고 있었다.
“야자수 음료 팝니다! 맛 좋고 시원한 야자수 음료 팔아요! 거기 표범도 때려잡는 언니, 야자수 한번 잡솨 봐! 아주 맛이 끝내줘!”
호미는 매점이라 푯말을 붙인 상점에 앉아 지나가는 혜진을 향해 호객행위를 했다.
그렇게 시간당 한 명 지나갈까 말까 하는 한적한 상점가에서 음료 팔아 어떻게 먹고 살지는 알 수 없었지만 한 시간 가까이 무인도에서 서비스직을 유지하던 호미는 문을 닫고 농기구를 챙겼다.
이제는 텃밭이라기보다는 본격적인 밭농사라고 볼 수 있을 만큼 커다란 밭을 일구어놓은 호미였다.
“땅은 정직한 법이야! 땀 한 방울 흘릴 때마다 결실이 영그는 법이지. 세상 사람들은 일확천금만을 노리고 그 사실을 몰라.”
나이 지긋한 시골 농부의 말투처럼 고집스러운 호미의 호미질에 잡초는 뽑혀나가고 심어진 농작물들은 무럭무럭 자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