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ngnam Blacksmith RAW novel - Chapter 39
제 39화
“내일은 비가 오려나?”
흐뭇하게 미소를 지으며 어제 돌을 캐다가 망가진 호미를 고치기 위해 마을에서 유일한 대장간을 향해 걸음을 옮기는 호미였다.
멍! 멍!
“아이구! 이놈아! 손님 도깨비 놀란다!”
대장간의 앞에는 못생긴 개 한 마리가 손님을 반겼다.
목줄도 없는 것이 주인장이 참으로 고약타 생각하는 손님이었다.
“이 봐! 대장장이 양반! 나 호미 좀 고쳐줘.”
대장간 안으로 들어가자 시뻘겋게 달아오른 화로에서 쇳물을 꺼내는 우락부락한 덩치의 대장장이가 있었다.
대장장이는 출렁이는 쇳물을 틀에 담아내고서는 호미의 손에 들린 호미를 바라보았다.
“역시 철의 질이 좋지 않아서인가.”
호미를 받아들고서는 화로에 넣고 달군 뒤에 망치질을 했다.
구부러진 모양이 펴지고 날을 다시 세우자 호미는 깔끔하게 수리가 되었다.
“고마워! 이건 수리 대금이야.”
호미는 잘 고쳐진 호미를 받아들고서는 자신이 들고 온 감자를 내려놓았다.
“먹고 가.”
“히히!”
한태석은 호미가 어떻게 구해온 것인지 모를 감자를 받아들고서는 삽 모양의 도구에 담아 화로 속에 넣었다 빼었다.
이내 감자는 잘 익어 모락모락 김을 피워 올렸다.
그 감자의 향기에 이끌려 무인도의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감자 구웠어? 여기! 오늘 사냥감.”
“적당히 잡아. 그러다가 동물들 다 잡아먹겠다.”
혜진의 손에 들린 토끼를 한태석은 작지만 예리한 손칼로 가죽을 벗기고 내장을 씻은 뒤에 화로의 열로 금세 군침이 도는 통구이를 만들었다.
“호미야. 상추나 깻잎 같은 것은 없어? 아니면 고추나.”
“내가 도깨비인 걸 잊었냐? 상추 나와라! 뚝딱! 깻잎 나와라! 뚝딱! 고추? 고추 나와…….”
호미는 자신의 귀에서 작은 이쑤시개 같은 것을 꺼내었다.
그 이쑤시개는 금세 커다란 도깨비방망이가 되어서는 식탁이 되어 버린 한태석의 작업대 위를 풍성하게 만들었다.
“아! 쌀밥은?”
“대장장이 양반이 밥솥 만들어 주면.”
토끼고기를 상추에 싸서는 입안에 구겨 넣는 호미의 말에 한태석은 아직 자신이 만들지 않은 것이 있음을 깨달았다.
“조금 있다 만들어 줄게.”
완벽한 자급자족 생활이었다.
“그나저나 언제 오는 거야? 구조대는?”
구조대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었지만 목소리는 그다지 절박하지 않았다.
불편함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었다.
“나! 섬 뒤편에서 동굴 찾았다.”
“오! 혹시 보물 있을까?”
“밥 먹고 한번 가 보게요. 언니.”
아직 섬을 전부 탐험해 보지 못한 혜진과 지민이었기에 구조에 대한 절박감은 그리 크지 않은 것이다.
한태석도 자신이 하고 싶은 대장간 일을 하고 있었으니 상관없었고 호미도 밭농사 일에 열중이라 조금도 불안해 보이지 않았다.
멍! 멍!
사리만이 가끔 질 좋은 철과 별미인 대나무 뿌리를 못 먹는 것이 불만이었지만 아직은 늘어지게 잘 지내고 있었다.
“흐음! 그래도 언제까지 이러고 있을 수는 없는데.”
한태석은 벌써 무인도에 난파된 지도 이주가 넘어가는 것에 슬슬 나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배 만들 거야? 범선?”
호미는 한태석이 무인도를 나가려고 한다는 것에 무인도 생활도 끝이 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다들 걱정을 하지 않고 있는 이유가 있었다.
바로 한태석이라면 어떻게든 이 무인도를 탈출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었다.
잘 먹고 잘 자고 있었으니. 더욱이 언제든 탈출을 할 수 있었으니 걱정을 할 필요가 없는 것은 당연했다.
처음 도착을 했을 때는 아무것도 없던 무인도가 지금은 육지 옆에 붙어 있는 작은 섬마을처럼 변해 있는 것이다.
“범선이라. 그런 건 만들어 본 적이 없는데.”
한태석은 대장장이였지 선박 제조사가 아니었다.
만들고자 한다면 못할 것이야 없지만 아무래도 자신이 없었다.
“그럼? 어떻게 하려고? 대장장이 양반?”
한태석은 힐끔 모래사장 위에 올려 있는 경비행기를 바라보았다.
고장이 나는 바람에 무인도에 떨어졌지만 아직 기름도 충분하고 수리만 되면 다시 하늘을 날 수 있었다.
“저걸 고쳐 봐야지.”
한태석의 말에 호미는 어이없이 경비행기를 바라보았다가 한태석이라면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고개를 끄덕였다.
자동차도 고치는 양반이었으니 비행기 정도는 고칠 수 있을 것 같았다.
보통 무인도 탈출은 뗏목을 만들어 바다 위에서 표류하다가 지나가는 상선에 구조가 되기 마련인데 한태석은 직접 비행기를 고쳐 자력으로 탈출하려는 것이었다.
그렇게 그 날 저녁. 동굴에서 옛 해적이 남겼을 것 같은 보물 상자를 꺼내온 지민과 혜진에게 비행기 타고 탈출을 하겠다고 말을 한 한태석이었다.
“아! 비행기 고쳐서 나가자고?”
“그럼 한국 돌아가는 거예요? 뭐 섬도 다 탐사했으니 상관은 없는데. 아! 참 사장님. 우리 보물 상자 찾았어요. 보물 상자.”
섬 뒤쪽의 해안 동굴에서 부서진 목재 파편과 함께 무척이나 오래된 시체들을 발견했다.
겁도 없이 더 안쪽으로 들어가 온갖 함정들을 돌파한 혜진과 지민은 해적들이 숨겨놓은 보물을 찾기에 이른 것이다.
보물 상자를 숨긴 해적 잭 스텔로우가 여성 두 명이 자신의 소중한 보물을 찾아내었다는 것을 안다면 땅을 치고 안타까워했을 터였다.
“그럼 열게요.”
다들 모여 있는 곳에서 보물 상자를 열기 위해 끌고 온 두 여인이었다.
단단한 자물쇠로 잠겨 있었지만 우악스러운 손으로 비틀어 버려도 충분히 자물쇠를 부술 수 있는 힘을 두 여인은 가지고 있었다.
이미 무인도의 절대자였던 표범은 혜진과 지민의 손에 의해 가죽이 벗겨져 거실을 장식하고 있었다.
우직!
자물쇠가 부서지며 상자가 열리자 다들 기대감 어린 눈으로 상자 안의 보물을 바라보았다.
“응? 뭐야? 이건?”
상자 안에 보물이 있을 것이라 기대를 했지만 상자 안에서 나온 것은 오래된 양피지였다.
“…….”
“먹을 거나 주지.”
“보물 지도군.”
누가 보더라도 보물 지도 임이 분명했지만 한가하게 보물이나 찾으러 다니는 사람들도 아니었기에 다들 맥이 풀릴 수밖에 없었다.
“낚였네, 낚였어.”
“하긴 해적들이 제대로 자기들 보물을 내놓겠어요?”
해적인지 아닌지도 알 수 없었지만 지민은 해적의 보물일 것이라 단정을 지으며 양피지를 바라보았다가 도무지 양피지에 적힌 위치를 가늠조차 못 하겠는 것에 손을 내저었다.
“그럼 저거 언제쯤 고쳐져? 태석 씨?”
“재료만 충분하다면 하루면 고치겠지만 재료 구하러 다니는 데 시간이 걸려서. 뭐 그래도 이삼일이면 고칠 거야. 그것보다는…….”
한태석은 경비행기라 활주로가 길 필요는 없다지만 활주로 만드는데 시간이 걸릴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활주로? 흐음! 그건 나하고 지민이하고 호미 셋이서 만들어 볼게.”
그렇게 무인도에 비행기 활주로까지 만들어지게 되었다.
사실 주변으로 비행기들이 몇 번 지나가기는 했었다.
하지만 이 이름 없는 무인도에 여러 건물이 세워져 있고 선착장에 가까운 바다에 나갈 수 있도록 작은 배까지 있으니 무인도라 생각하지 못하고 지나쳐 간 것이다.
한국 국적의 성인 세 명과 아동 한 명. 그리고 개 한 마리가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한 것은 너무나도 당연했다.
덕분에 한태석을 찾지 못한 한국에서는 난리가 난 상황이었다.
한장우는 물론이고 혜진의 아버지는 입에 거품까지 물고 찾아내라고 고함을 지르다가 이 주가 넘도록 생사조차 알지 못하게 되자 점점 죽음을 받아들여 가고 있었다.
TV에도 나올 정도였기에 한동안 해외토픽에서 시끌벅적해서 다시 살아 돌아간다면 언론의 인터뷰 요청이 쇄도할지도 몰랐다.
그렇게 다음 날 아침부터 한태석은 경비행기 수리에 들어갔다.
“흐음! 조금 더 보강을 해야겠어. 얼마나 날아야 할지도 모르니 바람의 힘을 더 잘 받게 날개에 속성을 부여하고.”
수리로 끝낼 생각이 없는지 한태석은 경비행기를 사실상 다 뜯어내서 다시 만들었다.
“저기 나무 잘라 버려!”
“예! 언니!”
한태석이 경비행기를 수리하는 동안 남은 사람들은 경비행기를 날릴 활주로 공사를 시작했다.
걸리적거리는 나무를 잘라내고 바닥에서 튀어나온 바위를 뽑아내며 땅을 평탄하게 만드는 무인도 역사상 최대의 공사였다.
여인 두 명과 아동 한 명이 하기에는 벅찬 일이었지만 세 명의 괴물이 하는 일이라면 마냥 불가능한 일만은 아닌 듯했다.
“우라차차차!”
진취적으로 위기를 스스로 극복하는 의지의 한국인들이었다.
그렇게 마침내 활주로가 만들어지고 그 활주로에서 경비행기가 그 우람하고 장엄한 자태를 뽐내었다.
“좋아! 다 챙겼지?”
“예! 언니! 이번에는 제대로 날아야 해요!”
“걱정 마! 고장만 안 났으면 안 떨어졌어!”
“그럼 출발하지.”
“후우! 다음에 다시 올 수 있을까?”
멍! 멍!
아주 제대로 휴가를 즐긴 한태석의 일행들은 그렇게 활주로를 달려 푸른 하늘 위로 날아올랐다.
바람을 맞으며 처음 가기로 했던 곳을 향해 경비행기가 다시 날아오르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때. 경비행기가 출발한 방향과는 반대쪽에서 한 보트가 길을 잃고 헤매다가 무인도에 도착했다.
“기름이 다 떨어졌어. 미치겠네. 무전기도 고장에다가 GPS도 안 되고. 설마 여기 무인도는 아니겠지?”
남자는 최악의 상황에 한숨을 쉬다가 혹시라도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안고 무인도를 탐사했다.
그리고 그는 발견할 수 있었다.
문명의 흔적이었다.
누가 보더라도 사람이 살고 있을 것 같은 마을이었고 마을 안에 상점도 대장간도 있었다.
무엇보다 밭에는 지금 당장에라도 먹을 수 있는 작물들이 잔뜩 심어져 있었다.
“사람이 있어! 사람이 있다고! 이봐요! 누구 없나요? 이봐요!”
남자는 이미 모두가 떠나 버린 한태석 랜드에 도착해 고함을 질렀지만 대답 없는 메아리만 울릴 뿐이었다.
그렇게 남자의 모든 것을 다 갖춘 무인도 라이프가 시작되었다.
무인도에서 제대로 휴가를 즐긴 한태석의 일행은 면세점에 들러 쇼핑까지 하고서는 입국장을 나섰다.
한성 그룹의 막내인 한태석의 행방불명에 한성 그룹과 대한민국도 발칵 뒤집혔지만 스스로 다시 돌아왔기에 더 이상 큰 이슈가 되지는 못했다.
“정말 이 표류기를 책으로 쓰고 싶어도 누구 하나 믿어주지 않을 것 같아서 못 하겠다.”
“맞아요, 언니. 무인도에서 그렇게 잘 먹고 잘살았다고 하면 누가 믿겠어요. 그나저나 다시 문명으로 돌아오니 적응 안 되네.”
사람 하나 보기 어려운 무인도에서 지내다가 셀 수 없이 많은 사람들로 바글거리는 서울의 강남으로 돌아왔으니 적응이 안 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했다.
그동안 문을 닫고 있던 매장의 문을 다시 열고 쌓였던 먼지들을 털어내며 일상으로 돌아가려 안간힘을 썼지만 기나긴 휴가의 후유증은 그들을 놓아주지 않으려고 했다.
그래도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는 말처럼 조금씩 바쁜 일상으로 젖어 들어갔다.
“사장님, 이건 다 뭐예요?”
“생존 용품.”
무인도 생활에서 깨달음을 얻은 것인지 한태석은 생존 용품 컬렉션을 만들었다.
유명한 스위스제 다용도 맥가이버 칼을 참고해 무인도에 떨어져도 생존을 할 수 있도록 다용도 장비를 만든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