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ngnam Blacksmith RAW novel - Chapter 46
제 46화
남자인지 여자인지도 모를 존재는 머리까지 온통 가리는 커다란 망토를 뒤집어쓰고 있었다.
“여기인가?”
그의 눈에 보이는 풍경은 너무나도 생소했다.
하늘을 찌를 듯한 높다란 건물들이 가득했고 그 건물들 사이의 길에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철 마차가 다니고 있었다.
나무들이 조금 보이기는 했지만 주변은 온통 돌인지 뭔지 모를 단단한 암석들로 채워져 있었다.
그는 걸음을 옮겼다.
낯설고 생소하지만 그런 풍경들을 보고 있을 시간이 그에게는 없었다.
“찾아야 한다. 반드시 찾아야만 해.”
그는 누군가를, 아니면 어떤 무언가를 찾는 듯했다.
무엇을 찾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에게 시간은 결코 많지 않은 듯 보였다.
“오늘은 비가 오네.”
매장 정리를 끝내고 창밖을 바라보던 지민은 쏟아지기 시작하는 빗방울들을 응시했다.
항상 맑은 날만 있을 수 없는 법이었으니 비가 오는 궂은 날도 있어야 하는 법이었다.
“파전이나 만들까? 사장님도 좋아하시려나?”
날씨가 심상치 않아서인지 손님도 없는 것에 지민은 파전이나 만들자는 생각으로 매장의 옆에 딸린 부엌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냉장고에서 재료를 꺼내 파전을 부치기 시작하자 고소하고 맛있는 냄새가 주위를 가득 채우기 시작했다.
그 냄새는 대장간에 있는 한태석에게까지 전해졌다.
“지민이가. 뭘 하나 보군.”
한태석은 뱃속에서 꼬르륵 소리가 나는 것에 일을 대충 마무리하고 대장간을 나섰다.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일이니 매장으로 연결된 통로를 통해 매장으로 향하는 것이었다.
“음! 좋은 냄새. 뭐 만들어?”
“아! 언니 왔어요? 파전 만들고 있어요.”
“혜진이도 왔어.”
때마침 매장으로 들어오는 혜진에 한태석도 혜진에게 인사를 했다.
“사장님. 슈퍼 가서 동동주 좀 사와 주실래요?”
“흐음! 그러지.”
업무 중에 술판을 벌이겠다는 지민의 말에 사장인 한태석은 냉큼 대답했다.
고된 대장간 일 중에 술을 마시는 일은 그리 드문 일은 아니었다.
물론 일을 하지 못할 정도로 많이 마시는 것은 문제였지만 전생에서도 대장장이들이 모시는 신 중에 술의 신도 있을 정도였다.
오죽하면 대장장이 종족이라 불리던 드워프들은 대장장이 신보다 술의 신을 더 극진히 모실 정도였다.
한태석도 술이라면 그리 싫어하는 편도 아니었으니 간단히 반주하는 정도라면 거부감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그렇게 비가 쏟아지고 있었지만 한태석은 우산 하나만 들고서는 동동주를 사러 길거리로 나섰다.
“나 갑옷 좀 갈아입고 올게.”
“예! 오늘 손님 없을 것 같은데 갈아입으실 필요 있을까요?”
“그래도 모르잖아. 이런 날 진상이 찾아올지.”
“사리도 있는데.”
혜진이 옷을 갈아입으러 휴게실로 들어간 사이 지민은 파전을 좀 더 부쳐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밀가루 반죽을 더 했다.
그렇게 두 여인을 매장에 남겨두고 동동주를 사러 가던 한태석은 우산살이 하나 부러져 있는 것을 보았다.
“이것도 수리를 해야겠군.”
이것저것 할 일투성이에 한태석은 바뀐 신호등을 지나 바삐 걸음을 옮겼다.
“응?”
“…….”
한태석의 옆으로 웬 키가 큰 사람이 지나갔다.
그 사람은 우산도 없이 온몸을 다 가리는 망토를 쓰고 있었다.
무겁고 답답한 분위기가 옆을 지나가던 한태석에게까지 전해질 정도로 예사롭지 않은 분위기였다.
‘뭐지? 이 기분은?’
무언가 익숙하지만 결코 익숙할 수 없는 기분에 찝찝함이 밀려왔지만 한태석은 자신을 지나쳐 사람들의 인파 사이로 사라지는 자를 더 이상 눈에 담아둘 수 없었다.
빵! 빵!
횡단보도 한가운데 서 있는 한태석을 향해 차들이 빵빵 소리를 냈다.
결국 한태석은 고개를 돌려 횡단보도를 건너고서는 동동주를 파는 슈퍼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이상한 느낌이 들기는 했지만 별일은 아닐 것이라 생각을 한 것이다.
그렇게 한태석이 동동주를 사러 간 사이에 정체불명의 존재는 강남 한복판에 위치해 있는 한 건물 앞에 서 있었다.
“이곳인가?”
그는 그동안의 고생을 떠올리며 한숨을 내쉬었다.
필사적으로 찾았고 마침내 도착한 것이었다.
“아직이다. 아직 끝나지 않았어.”
그는 아직 안심할 때가 아니라며 흔들리는 마음을 다잡고서는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섰다.
“어머! 죄송합니다! 어서 오세요.”
음식을 하고 있던 것인지 군침이 도는 냄새가 가득했다.
정체 모를 음식을 들고 있는 한 여인이 조금은 당황한 듯이 인사를 해왔다.
“필요한 것이 있으시면…….”
“대장장이.”
“예?”
“대장장이를 찾고 있다. 전설의…….”
“예? 전설의?”
지민은 손님이 한태석을 찾아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그다음으로 전설의 라는 낯부끄러운 수식어를 사용하는 손님에 얼굴이 붉어졌다.
“그렇다. 전설의 대장장이. 그를 찾고 있다.”
전설의 대장장이를 찾고 있다는 정체불명의 손님에 지민은 자신의 부끄러움은 누가 책임져 주나 하는 생각을 했지만 아무래도 사장인 한태석을 찾는 것 같았기에 안내를 하려고 했다.
“전설의 대장장이인지는 모르겠는데 대장장이를 찾으신다면 지금 잠시 외출하셨어요. 곧 돌아오실 거니 기다리시면…….”
“기다릴 시간 따위는 없다. 지금 당장 전설의 대장장이를 내놓아라.”
“예?”
온몸을 찌르는 듯한 살기가 느껴졌다.
우산도 쓰지 않고 머리까지 가리는 망토를 쓴 정체불명의 사람이 적의를 드러내는 것에 지민은 뒷걸음질을 쳤다.
“저…… 저기 손님.”
“당장 전설의 대장장이를…….”
“하아! 역시 옷 갈아입길 잘했네. 또 진상 놈의 새끼가.”
부웅!
바람을 가르며 거대한 대검이 등장했다.
비록 날은 세워져 있지 않았지만 사람 하나 골로 보내기에는 충분해 보였다.
“뭐하는 놈이냐.”
혜진은 한태석이 만들어 준 갑옷을 착용한 채로 자신만만한 미소를 지으며 대검을 자유자재로 휘둘렀다.
“언니! 안 돼요! 매장에서 싸우면!”
“시끄러!”
혜진은 자신을 말리는 지민에게 한소리를 하고서는 정체불명의 존재가 쫄았을 것이라 생각하며 득의만만한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그건 혜진의 착각이었다.
“어?”
“언니!”
정체불명의 존재의 몸이 혜진에게로 바짝 다가왔다.
갑옷을 입고 있을 때는 사람들의 움직임이 슬로우 모션처럼 보였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빠르다.’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다가온 존재의 망토 속에서 무언가 빛이 번쩍인다는 느낌과 함께 혜진은 급히 자신의 대검으로 몸을 가렸다.
깡!
금속과 금속이 부딪치는 소리와 함께 불꽃이 사방으로 튀었다.
자신의 팔로 전해지는 엄청난 압력에 놀란 혜진의 몸이 무너지려고 했다.
“제법이군.”
혜진을 공격한 존재는 혜진을 칭찬했지만 곧장 혜진의 목을 향해 날카로운 비수를 찔러 넣으려고 했다.
하지만 방해꾼이 있었다.
“언니를 놔둬!”
부웅!
지민의 모닝스타가 그 존재의 머리를 향해 휘둘러졌다.
제대로 맞으면 머리 정도는 그냥 터트릴 수 있을 만한 육중한 모닝스타에, 정체불명의 존재는 막는 것은 이롭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는지 훌쩍 뒤로 물러섰다.
“뭐…… 뭐야? 저 작자! 지금 진짜로 나 죽이려고 했던 거지?”
“그…… 그런 거 같아요! 언니! 괜찮아요?”
혜진과 지민은 설마 흉기를 들고 공격해 오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하다가 공격을 받은 것에 당황해했다.
“전설의 대장장이를 내놓아라.”
정체불명의 존재는 거듭 전설의 대장장이를 내놓으라는 말을 했다.
하지만 혜진과 지민이 그 말을 들어줄 리가 없었다.
“개소리!”
“웃기지 말라고 그래요!”
혜진과 지민은 자신들의 무기를 꼬옥 움켜쥐고서는 전의를 불태우기 시작했다.
정체불명의 흉악범에게 한태석을 넘겨 줄 수는 없었다.
상대가 흉기를 뽑아 든 것에 겁이 나기는 했지만 두 여인은 어느덧 보통의 인간은 아니게 되었다.
‘흉악범보다 더한 것도 보고 경험했는데 그까짓 것 따위!’
한태석의 대장간에는 도깨비도 있고 불가사리도 있으며 한태석도 있었다.
무인도에서 멧돼지도 사냥하고 표범도 사냥했으며 시간이 날 때마다 혜진과 지민은 격렬한 대련도 하고 있었다.
실전 경험이 조금 부족하기는 하지만 능력치는 충분했다.
한태석의 장비로 인해 현질러가 된 두 여인이었다.
혜진의 대검과 지민의 모닝스타에 두 여인의 결의가 담길 때 세 사람은 결국 충돌을 했다.
“언니!”
“그래! 가자!”
“어리석은.”
쾅!
마치 천둥 번개 같은 폭음이 터지고 충격파가 사방으로 휘몰아쳤다.
매장 내부는 아수라장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혜진과 지민은 상대의 실력을 너무 얕잡아 보았다.
아니 한태석의 장비를 너무 과대평가한 것인지도 몰랐다.
“크윽!”
“으으!”
단 한 번의 충돌로 인해 손해를 본 것은 혜진과 지민이었다.
혜진과 지민의 몸은 매장 뒤쪽으로 튕겨 나가버렸고 온몸이 부서질 것 같은 충격을 받아야만 했다.
‘가…… 강해.’
엉망으로 당해 버린 혜진과 지민과는 달리 망토를 입고 있는 정체불명의 존재는 별다른 피해가 없는 듯이 부서진 매장의 가운데 도도하게 서 있었다.
“전설의 대……. 크윽!”
무기를 든 채로 혜진과 지민에게 다가가던 존재는 갑작스럽게 자신에게로 쏘아져 들어오는 시뻘건 불덩이에 뒤로 피해야만 했다.
크르르르!
“사…… 사리야!”
“위험해 사리야! 도망가!”
부서진 잔해에서 으르렁거리고 있는 사리였다.
혜진과 지민을 공격한 존재에게 적대감을 드러내고 있는 사리에 정체불명의 존재는 인상을 찡그렸다.
“신수인가? 하지만…….”
정체불명의 존재는 더 이상 시간이 없다며 자신의 앞을 가로막는다면 설령 신이라도 베어버리겠다는 각오로 사리의 몸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캉!
검은 사리의 날카로운 이빨에 물렸다.
“크윽!”
작은 강아지 정도 크기의 사리였다.
신수라고 해도 자신의 검을 받아내는 것이 불가능할 것이라 여겼던 정체불명의 존재였지만 손에서 느껴지는 압력과 함께 자신의 검이 부서지는 것을 보아야만 했다.
으적! 으적!
검날 그대로 집어 먹어 버리는 사리였다.
한태석이 제대로 만든 금속이라면 모르지만 평범한 금속 따위는 두부 으깨듯이 부숴버리고 먹어 버릴 수 있는 사리였다.
“이런!”
정체불명의 존재는 검을 먹는 사리에, 사리의 몸을 발로 차고서는 손에 화염을 일으켰다.
화르륵!
화염은 곧장 사리의 몸에 붙어서는 맹렬하게 타올랐다.
하지만 그는 사리가 불사의 존재이자 불을 먹는 존재임을 알지 못했다.
씨익!
온몸에 불이 붙은 채로 땅바닥을 뒹굴어야 할 짐승이 온몸에 불길을 휘감은 채로 미소를 짓고 있는 것이었다.
오싹!
정체불명의 존재는 예상 밖의 상황에 낭패감을 느껴야만 했다.
게다가 자신의 뒤로 혜진과 지민이 무기를 움켜쥔 채 전의를 불태우고 있었다.
“아무래도 일단은 물러서야겠군.”
정체불명의 존재는 천천히 물러서 비가 쏟아지는 거리로 사라졌다.
그렇게 정체불명의 존재가 사라지고 나자 긴장이 풀린 듯, 혜진과 지민은 매장의 바닥에 주저앉아 버렸다.
18.
“이게 무슨?”
한태석의 손에 들려 있는 검정 비닐이 땅바닥에 떨어졌다.
퍼억!
비닐 안에 들어 있던 동동주는 충격에 터져서는 빗물이 흐르는 땅바닥을 하얗게 물들였다.
잠깐 자리를 비웠는데 매장은 엉망으로 변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