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ngnam Blacksmith RAW novel - Chapter 47
제 47화
유리창은 산산조각이 나 있었고 매장의 내부도 다 부서져 있었다.
“혜진아! 지민아!”
매장보다 혜진과 지민이 걱정된 한태석은 두 사람을 부르며 매장 안으로 달려들어 갔다.
“태…… 태석 씨.”
“사장님.”
다친 듯 매장의 바닥에 주저앉아 있는 혜진과 지민이 보였다.
한태석이 만들어 준 갑옷의 이곳저곳은 깨져 있었고 무기도 금이 가 있었다.
사실 제대로 만든 것은 아니었다.
고작해야 레어 하급에도 미치지 못할 그저 그런 무구들이었다.
마왕이나 드래곤을 상대하기 위해 한태석이 공을 들여 만들었던 신 급에 근접하는 그런 무구들과 비교한다면 어린애 장난감 같은 무구들이었다.
하지만 그런 무구들만으로도 지구상에서 총이 아닌 병기로 혜진과 지민을 건들 만한 존재는 없었다.
상대가 격투기 선수든 뭐든 무구를 착용하고 무기까지 들었다면 혜진과 지민의 몸에 상처를 입힐 수 없었다.
그런데도 혜진과 지민이 엉망으로 당해 있는 것이었다.
“대체 누가. 다…… 다치진 않았어? 괜찮은 거야?”
한태석의 걱정 어린 목소리에 혜진과 지민은 북받치는 서러움에 울음을 터트렸다.
“흐으윽! 태석 씨! 마이 아파!”
“사장니임! 저도 아파요.”
조금 전까지 자신들의 몸만 한 크기의 무기를 휘두르며 무쌍을 찍으려던 그녀들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연약해 보이는 모습이었다.
낑! 낑! 낑!
“사리야! 너도 다친 거니?”
한태석은 다리를 저는 사리가 자신에게로 다가오는 것에 사리도 다쳤다고 생각을 했다.
‘어머! 저것 봐! 저 여시 같은 것이.’
‘웃긴다! 진짜!’
사리의 무용을 이미 본 혜진과 지민은 연기를 하는 사리에 기가 막혔다.
온몸에 화염을 휘감은 채로 적의 무기를 입으로 분쇄하고 오싹한 미소까지 지어놓고서는 한태석 앞에서 다치지도 않은 다리를 절고 있는 것이었다.
낑! 낑!
그렇게 한태석의 품에 매달려 낑낑거리는 사리에 혜진과 지민은 분노했지만 사실 사리 덕분에 자신들이 살았으니 마냥 질투만 할 수는 없었다.
“사장님. 매장이.”
“매장은 무슨! 이딴 것보다 사람이 더 중요해!”
한태석은 크게 다치지 않은 것에 안도하며 폭발에 멀리서 구급차가 달려오는 것을 보았다.
구급차뿐만 아니라 경찰차까지 달려왔다.
강남의 한복판에서 폭발이 일어났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웬 정체불명의 사람이 검을 휘두르고 손에서 불을 쏘아내었다고 어떻게 말해! 그리고 우리도. 사리도.’
사실대로 말을 할 수 없었다.
길거리에는 자동차가 다니고 있었고 하늘에는 비행기가 날아다니는 현대에 판타지스러운 일이 벌어졌다고 말을 할 수는 없었다.
“벌금이 나올 겁니다.”
“죄송합니다.”
결국 취사 과정 중에 나온 가스가 폭발했다는 결론이 났다.
폭발의 규모가 크지 않고 다행히 다친 사람이 나오지 않았지만 음식점이 아닌 매장에서의 취사는 불법이었으니 벌금을 물기로 한 것이다.
혜진과 지민은 크게 다치지는 않았지만 한태석에 의해 병원에 입원을 했다.
사리도 동물 병원에 입원을 시키려고 했지만 갑자기 다리가 다 나았다며 폴짝폴짝 뛰다가 도망을 가 버리는 바람에 입원을 시킬 수 없었다.
“정체불명의 검과 불을 다루는 자라.”
“…….”
부서진 매장을 정리하는 한태석과 호미였다.
호미와 한태석은 혜진과 지민으로부터 대장간을 습격한 정체불명의 존재에 대해서 들을 수 있었다.
혜진과 지민을 몰아붙였다는 정체불명의 존재를 사리의 도움으로 겨우 막아낼 수 있었다고 했다.
“갑옷을 착용한 혜진이하고 지민이를 쉽게 제압할 정도라면 보통 놈은 아닌데. 나도 못 이기겠어. 사리야 불사신이라지만 상대가 제대로 준비한다면 사리도 당할 수 있겠고. 안 그래? 대장장이 양반?”
호미의 분석에 한태석은 묵묵히 매장을 정리하다가 무언가를 발견할 수 있었다.
“이건.”
한태석이 발견한 것은 사리에 의해 깨진 정체불명의 존재의 검의 파편이었다.
“미스릴이군.”
“응? 뭐? 미스 뭐?”
한태석은 지구에 존재하지 않는 금속에 인상을 찡그렸다.
어째서 미스릴이 이곳에 있는지는 도무지 짐작도 가지 않았지만 무언가 일이 일어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사장님! 그자가 전설의 대장장이를 찾고 있었어요.”
“아마 태석 씨를 노리는 것 같아! 그러니까 주의해야 한다고!”
전설의 대장장이를 찾고 있었다는 혜진과 지민의 말에 한태석은 미스릴 파편을 움켜쥐었다.
주륵!
미스릴 파편에 손바닥이 찢어지며 한태석의 손에서 붉은 피가 흘러나왔다.
“대장장이 양반! 피 나!”
“감히 내 동료를 노려.”
“……!”
한태석은 싸늘하게 가라앉은 눈을 한 채로 이를 악물었다.
차라리 자신을 노렸다면 용서할 수 있었지만 자신의 동료를 노렸다는 것은 결단코 용납할 수 없었다.
전생의 한태석이었다면 비록 비전투 요원인 대장장이라 할지라도 엄청난 무력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의 한태석은 갑옷을 차려입고 있는 혜진이나 지민과 싸우라면 장담을 할 수 없었다.
그러니 혜진과 지민을 둘 다 상대한 정체불명의 적을 지금의 한태석으로서는 이기기 어려웠다.
한태석은 엉망이 된 매장을 정리하고서는 부서진 제품들을 상자에 담아 대장간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그 상자 안에는 부서진 혜진과 지민의 갑옷과 무기도 들어 있었다.
“대장장이 양반.”
호미는 한태석이 제대로 화가 났음을 알 수 있었다.
화로가 꺼졌을 때도 화를 내기는 했지만 그때와는 비교조차 되지 않을 정도로 화가 나 있었고 제대로 사고를 칠 것 같았다.
“제길! 어떤 자식인지.”
호미는 투덜거리고서는 자신의 귓속에서 도깨비방망이를 꺼내었다.
“도깨비방망이 뚝딱!”
도깨비방망이를 휘둘러 매장의 바닥을 내려치자 놀랍게도 산산조각이 나 있던 매장이 부서지기 전의 상태로 고쳐졌다.
“저 대장장이 양반이나 장인이 만든 물건들을 되돌리지는 못하지만 뭐 이 정도는 내 힘으로도 가능하지.”
순식간에 원상복구가 되어 버린 매장이었지만 호미는 자신의 도깨비방망이로도 되돌리지 못하는 것이 있다는 것에 이내 인상을 찡그렸다.
깡! 깡!
대장간 안쪽에서 망치질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부서진 물건들을 수리하는 일일 터였다.
“사장님 아직 안 나오셨어?”
“어!”
“태석 씨 밥은? 호미야! 니가 좀 챙겨야지!”
“아! 정말 나도 학교 갔다 오고 바빴거든! 그리고 나이도 어린놈이 지가 챙겨 먹어야지!”
혜진과 지민이 병원에서 퇴원해 대장간으로 돌아올 때까지 한태석이 대장간 안에서 나오지 않았다는 호미의 말에 혜진과 지민은 발을 동동거렸다.
다행히 정체불명의 존재는 다시 습격해 오지 않고 있었지만 언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장담을 할 수 없는 상태였다.
한장우에게 부탁해서 매장의 주변에 경비원들을 배치했지만 그들이 도움이 되지 않으리라는 것은 혜진과 지민도 알고 있었다.
그나마 사리가 계속 매장의 입구를 지키고 있었기에 조금이나마 안심을 할 수 있었다.
“일단 알았어. 내가 들어가 볼게.”
혜진은 나오지 않는 한태석에 대장간 안으로 들어가 보려고 했지만 대장간의 닫힌 문을 통해 느껴지는 엄청난 열기에 포기해야만 했다.
갑옷을 챙겨 입었다면 아무렇지도 않게 들어갈 수 있었지만 지금은 일반인의 몸이었다.
“태…… 태석 씨!”
“사장님!”
이 뜨거운 열기 속에서 망치질을 하고 있는 한태석에 혜진과 지민은 안타까워했지만 자신들이 할 수 있는 것은 하나도 없었기에 속이 상하는 그녀들이었다.
그렇게 며칠의 시간이 지나고 마침내 대장간의 문이 열렸다.
“태석 씨!”
“사장님!”
한태석은 커다란 상자를 들고서는 대장간을 나오다가 얼마나 걱정을 했는지 얼굴이 반쪽이 되어있는 혜진과 지민을 보았다.
“왜 이러고 있어. 다들. 어이구. 얼굴이 반쪽이 되었네. 호미야. 배고프니까 설렁탕 시켜라.”
“아니 왜 나한테 시켜! 쳇! 알았다! 알았어!”
호미는 투덜거리며 설렁탕 집으로 전화를 걸기 위해 매장으로 걸어나갔다.
“매장으로 가자고.”
한태석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커다란 상자를 들고서는 매장으로 걸음을 옮겼고 매장의 테이블 위에 상자를 내려놓았다.
“매장은 다 고쳐졌네.”
깔끔하게 고쳐진 매장에 한태석은 미소를 짓고서는 부서졌던 물건들을 하나둘씩 꺼내놓기 시작했다.
“사장님. 저도 도와드릴게요.”
“아! 나도! 나도!”
한태석이 매장에 진열할 물건들을 꺼내자 혜진과 지민도 한태석을 도와 물건들을 진열하기 시작했다.
한태석이 대장간에 들어가 있는 동안 매장을 열지 않은 상태였으니 손님도 받지 못하고 있었다.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었지만 언제 정체불명의 적이 다시 나타날지도 몰랐기에 손님이 문제가 아니었다.
그렇게 매장에 진열할 물건들을 다 진열하고 난 뒤에 한태석은 혜진과 지민을 바라보았다.
“위험할 수도 있어.”
“예?”
“무슨 소리예요? 태석 씨?”
한태석의 말에 혜진과 지민은 당황했다.
왠지 불길한 말을 한태석이 할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위험을 감수하지 않아도 돼. 잘못하면 다칠 수도 있고 죽을 수도 있다.”
한태석의 말에 혜진과 지민은 대장간을 나가라는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짝!
한태석은 화끈한 뺨에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두 눈에 가득 눈물을 머금은 채로 손을 들고 있는 혜진이 시야에 들어왔다.
화가 난 혜진이 한태석의 뺨을 때린 것이었다.
평소였다면 지민이 경악하며 난리를 쳤을 터였지만 이번에는 지민도 아무런 말을 하지 않은 채로 원망 어린 눈으로 한태석을 바라보고 있었다.
“태석 씨한테 우리가 그 정도밖에 안 되는 거였어?”
혜진은 한태석이 자신들을 걱정해 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혼자 다 짊어지려는 것에는 화가 나고 참을 수 없었다.
“사장님. 어떤 심정이신지는 알겠지만 저도 이 대장간의 직원이에요. 문제가 생긴다고 도망칠 생각은 꿈에도 없어요.”
한태석은 혜진과 지민의 말에 한숨을 내쉬었다.
성격은 달랐지만 두 여인 다 어지간한 용사 이상의 투지가 있었다.
만일 한태석의 전생의 세계에서 태어났다면 용사나 용사의 일행이 되어도 충분할 정도였다.
그렇게 결코 물러설 생각이 없어 보이는 혜진과 지민에 한태석은 상자 안에 들어 있는 것을 꺼내기로 했다.
“그래. 미안하다. 앞으로는 이걸 써.”
한태석이 상자에 꺼낸 물건을 본 혜진과 지민은 경악해야만 했다.
“태석 씨! 이…… 이건?”
“사장님!”
상자 안에서 나온 것은 혜진과 지민의 무구였다.
전의 것과 비교조차 되지 않을 정도로 강렬한 힘이 느껴지고 있었다.
“아직 내 힘으로는 이 이상은 무리이다. 하지만 이 정도라면 충분할 거야.”
신 급에 달하지는 못했지만 레어 최상급의 무구였다.
과거 매직 급과 레어 하급의 무구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 것이었으니 혜진과 지민은 인간 병기를 넘어 흉기가 되어 버린 것이다.
“흐음!”
“허음!”
“크응!”
머리를 맞대고 앉은 사람들의 입에서 신음이 흘러나왔다.
묘한 신음 사이에는 신기한 물건 하나가 놓여 있었다.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제노. 제. 제. 제. 제. 제제제제제. 노노노노노!-
신기한 물건은 말을 하고 있었다.
다만 고장이 난 듯이 상태가 좋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