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ngnam Blacksmith RAW novel - Chapter 48
제 48화
“고쳐달라고요! 대장장이 양반!”
이 신기한 물건의 주인은 다름 아닌 호미였다.
요즘 초등학생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인공지능 로봇 장난감 제노였다.
물론 인공지능이라고는 하지만 입력되어 있는 말만 할 뿐이었으니 인공지능이라 부르기에는 무리였다.
하지만 제노라고 불리는 장난감 로봇은 초등학생들의 핫 아이템으로 호미도 자신의 용돈을 탈탈 털어서 구매했다.
그 덕분에 자전거 사려고 모았던 돈이 바닥이 나 버렸지만 호미가 잘 때도 자신의 옆에 둘 정도로 애지중지할 정도로 아끼던 물건이었다.
하지만 중국에서 만들어서인지 내구도는 그다지 좋지는 않았다.
어느덧 상태가 안 좋아지기 시작하더니 고장이 나 버린 것이었다.
호미는 그렇게 고장이 난 제노를 들고서는 한태석에게 고쳐달라고 떼를 쓰는 것이다.
‘하지만 저거 사장님이 고쳐주면.’
‘분명 골치 아픈 일이 일어나게 될 것 같은데.’
지민과 혜진은 제노라는 로봇에 왠지 모를 불길함을 느꼈다.
“호미야. 내가 그냥 하나 새 걸로 사줄게.”
혜진은 호미에게 그냥 고치지 말고 새 걸로 하나 사주겠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래. 그렇게 하자. 호미야.”
지민도 혜진의 말에 호응하며 새 걸로 사자고 호미를 구슬렸다.
“싫다! 인간들아! 나는 오랜 친구를 버릴 수 없다!”
산 지 얼마나 되었다고 오랜 친구 타령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호미는 새것에 대한 적대감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 고쳐주마.”
호미의 단호한 목소리에 결국 한태석이 고쳐주겠다는 말을 했다.
한태석의 허락에 지민과 혜진은 당황해했지만 사실 반대할 명분이 없었다.
“오오! 고마워 대장장이 양반! 정말 고마워!”
호미는 한태석에게 감격하며 고맙다는 말을 했다.
마치 다친 친구를 치료해서는 살려준 것이라도 되는 것 마냥 기뻐하는 것이었다.
한태석은 그런 호미의 진심에 미소를 지으며 제노를 들고서는 대장간 안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문제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었다.
“몸체는 고장 난 곳이 없다. 내부의 모터 내구도가 낮기는 하지만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어.”
제노가 고장이 난 곳은 인공지능 부분이었다.
내부의 컴퓨터 부분이 고장이 나 제대로 말을 하지 못하는 것이었다.
이미 반도체도 고치고 컴퓨터 부품도 수리했던 한태석이었으니 못할 것은 없다지만 프로그램에 해당하는 부분이었기에 잠시 머뭇거려지는 것이다.
“일단 분해를 한 다음에.”
한태석은 제노의 몸의 나사들을 하나하나 풀어가며 분해를 했다.
“분해를 하고 보니 상당히 조잡하군.”
몸체는 약해 빠진 플라스틱이었다.
이래서는 또 부서질 것 같았기에 한태석은 잠시 고민을 하다가 제노의 신체를 보강하기로 했다.
모양이 완전히 바뀌어버리면 호미가 싫어할까 싶어 플라스틱 부분의 안쪽에 강화 알루미늄으로 보강을 하고 관절이 움직이는 부분의 모터를 화로에 넣었다가 망치질로 보강했다.
위잉! 위잉!
좀 더 부드럽고 빠르게 움직여지는 관절에 만족감을 드러낸 한태석은 신체 보강을 끝내고 난 뒤에야 제노의 두뇌에 해당하는 컴퓨터 칩들을 바라보았다.
“이 부품 자체가 고장이 난 것은 아닌데.”
프로그램 에러로 인해 벌어진 일이었기에 한태석은 부품을 강화하는 것이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장담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하드웨어는 얼마든지 고칠 수 있지만 사실 소프트웨어를 고친다는 것은 한태석에게도 무리인 일이었다.
“그래도 호미를 실망시킬 수는 없지.”
한태석은 제노의 두뇌를 화로에 넣어 시뻘겋게 달구고서는 모루 위에 올려놓고 망치질을 시작했다.
깡! 깡! 깡!
경쾌한 망치질 소리와 함께 제노의 두뇌는 강해지기 시작했다.
한성그룹 반도체의 성능 향상이 세계 시장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었지만 한태석이 직접 만든 것에는 성능적으로 뒤떨어졌다.
현재 나온 최고의 반도체보다 뛰어난 성능이 부여되는 것이었다.
엄청난 연산 과정과 처리 능력 그리고 대폭 확장된 정보 저장 능력을 갖춘 물건이 탄생했다.
그렇게 더 이상 강화할 수 없을 정도로 강화가 된 제노는 한태석에 의해 다시 하나하나 조립이 되었다.
하드웨어로서는 더 이상 능력을 올릴 수 없을 정도였기에 한태석은 조립을 끝내고 난 뒤에 제대로 작동을 하는지 확인을 하기 위해 작동 스위치를 올렸다.
-안녕하세요. 내 이름은 제.제.제.제.제. 노.노노.노노노노노.-
잘 작동을 하는 듯하더니 전보다 상태가 더 좋지 않아 보이는 것에 한태석은 인상을 찡그렸다.
눈에 보이지 않는 내부의 무언가를 고치는 것은 아무래도 힘든 모양이었다.
“이래서는 호미가 실망할 텐데.”
호미도 오래되고 버려졌던 물건이었기에 새것으로 새로 사준다는 제안을 거절한 것임을 한태석도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수리를 못 했다고 한다면 무척이나 실망할 것이라는 사실도 알 수 있었다.
“이를 어찌한다.”
한태석은 잠시 고민을 하다가 제노를 화로 속에 넣어 달구고서는 각종 재료를 꺼내 망치질을 하며 강화를 시켰다.
그렇게 강화까지 된 제노를 다시 한 번 작동시켜 보았지만 역시 소프트웨어를 고친 것이 아니었으니 수리가 되었을 리 없었다.
“역시 안 되는 것이었나? 강화도 안 된다면. 속성을 부여하는 방법뿐인데. 이거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군.”
한태석은 호미의 얼굴을 떠올리며 피식 웃었다.
한태석도 자신이 얼마나 부자인지 이제는 알고 있었다.
평생 써도 다 쓰지 못하고 오히려 재산이 늘고 있었다.
하지만 한태석이 개인적으로 쓰는 돈은 별것이 없어서 이렇게 손해나는 짓을 해도 상관이 없는 것이다.
결국 지민이 알았다면 입에 거품을 물었겠지만 한태석은 제노에 각 속성을 부여할 수 있는 대로 부여했다.
-내 이름은 제노! 제노! 제노! 제노!-
“이거 고쳐진 건지. 고쳐지지 않은 건지 모르겠군.”
처음보다는 괜찮아진 것 같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고쳐졌다고 보기에도 무리인 것에 한태석은 고개를 내저었다.
이 이상은 한태석으로서도 방법이 없었다.
결국 한태석은 더 이상의 수리를 포기한 채로 자신의 작업대 위에 제노를 올려놓았다.
언제까지나 제노의 수리에 매달려 있을 만큼 한가한 한태석이 아니었다.
손님들이 주문한 물건들이 한가득이었고 수리를 해야 할 물건과 자신이 만들고자 하는 물건들이 또 있었으니 하루가 바쁘게 몸을 움직여야만 했다.
그렇게 대장간 안에서는 깡 깡 거리는 망치 소리가 울렸고 화로는 열기를 뿜어내며 붉은빛이 대장간 내부를 넘실거렸다.
그 붉은 빛과 그림자 사이로 제노의 몸이 불길하게 비추어졌다.
-내 이름은 제노. 제노. 제…… 노.-
“미안하다.”
제노는 호미에게 돌아왔다.
한태석의 사과에 제노가 제도로 수리가 되지 못했다는 것을 다들 알게 되었다.
한태석이 고치지 못하는 것이 있다는 것에 다들 놀랐지만 한편으로 한태석도 자신들과 같은 불완전한 인간이라는 것에 안도가 되기도 했다.
한편으로 지민과 혜진은 다른 방향에서 안도가 되었다.
뒷덜미를 스쳐 지나가는 불길함이 한태석의 실패로 인해 사그라지는 것이다.
“후우! 대장장이 양반이 못한다면 어쩔 수 없는 것이지.”
호미는 한태석이 결코 대충 하지는 않았음을 알고 있었기에 수긍을 하기로 했다.
말을 하는 물건이 너무나도 신기하고 과거의 자신의 동료와 같다는 생각에 꼭 치료해 주고 싶었지만 한태석으로서는 무리였던 모양이었다.
멍! 멍! 멍!
“응? 니가 어쩐 일로, 아! 물지 마!”
사리가 호미를 위로해 주는 것에 호미가 입을 삐죽 내밀고서는 투덜거리자 사리가 화가 났는지 호미의 팔을 물어버렸다.
그 광경에 한태석과 지민 그리고 혜진은 심각하던 분위기가 풀리면서 웃음을 터트렸다.
그렇게 제노는 매장의 한구석에 놓이며 한태석과 호미의 기억 속에서 잠시 잊히는 듯했다.
“그나저나 그 정체불명의 적은 안 오는 건가?”
잔뜩 긴장을 한 채로 정체불명의 적을 기다리고 있던 한태석들이었다.
“흥! 나타나기만 나타나 봐. 이번에는 절대 가만두지 않을 테니까.”
혜진은 과거의 수모를 이번에는 반드시 갚아 주고야 말겠다고 다짐을 하며 주먹을 움켜쥐었다.
혜진이 착용하고 있는 갑옷은 전보다 더욱더 화려해지고 고급스러워져 있었다.
물론 겉모습만 바뀐 것이 아니었다.
갑옷을 착용한 혜진이나 지민 모두 엄청난 힘을 자신들의 몸에서 느끼고 있었다.
이대로라면 절대 지지 않을 것만 같았다.
그렇게 투지를 불태우고 있는 혜진과 지민을 바라보는 한태석의 표정은 묘했다.
‘이거 내가 싸우고자 했건만.’
한태석도 자신의 무구를 만들었다.
혜진과 지민이 더 다치는 것을 원하지 않았기에 적이 나타난다면 자신이 직접 싸우려고 했던 것이다.
하지만 혜진과 지민은 이미 자신들이 직접 싸우기로 기정사실화 하기라도 했는지 불타오르고 있는 것이다.
자신들의 몸을 지키라고 준 무구였지 싸우라고 준 무구가 아니었지만 시간 날 때마다 대련을 하고 있는 두 여인이었다.
‘마나가 풍부하지 않은 이 세계에서 인간의 힘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인간의 근육은 다른 동물들에 비해 그리 우월하지 않았다.
인간보다 몸집이 작은 동물들조차 인간보다 힘이 강하기 일쑤여서 도구가 없이 싸운다면 인간은 생각보다 약한 존재였다.
한태석의 전생에서의 세계는 마나라는 것이 풍부해 인간들은 자신들의 육체적인 힘뿐만 아니라 이 마나를 사용하는 방법을 터득해 사용했다.
그로 인해 엄청난 힘을 소유할 수 있게 되었고 강력한 몬스터나 마족들을 상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하지만 지구에서는 마나가 희박했기에 마나의 힘을 빌려 인간의 육체적인 힘을 넘어서기 어려웠다.
한태석의 무구를 벗으면 혜진과 지민은 일반 여자들과 다를 바 없는 것이다.
하지만 한태석의 무구를 입은 채로 대련을 하면서 혜진과 지민의 몸이 변화가 일어났다.
아직은 그 변화가 대단치는 않았지만 무구 없이도 점점 신체가 강해지고 있는 것이었다.
얼마나 강해질지는 알 수 없었지만 지구의 인간이 가지는 리미트를 돌파한다면 한태석의 전생에서의 용사나 기사와 같은 존재가 되어 버릴지도 몰랐다.
물론 상상도 못 할 정도로 강한 인간들을 수없이 봐왔던 한태석에게 있어서 혜진과 지민의 변화 정도는 전혀 문제가 될 것이 아니었다.
‘건강하면 좋지 뭐.’
한태석은 몸을 돌려 대장간 안으로 들어갔다.
할 일이 산더미 같았기에 부지런히 망치질을 해야만 했다.
그리고 그런 한태석의 대장간을 멀리서 바라보고 있는 존재가 있었다.
오늘도 여지없이 한태석의 대장간 앞을 지나다니는 직장인들의 신발이 부러지는 일이 잦았다.
툭툭!
“다 되었습니다.”
“여기요. 감사합니다.”
짭짤한 수익에 지민의 입이 벌어지는 모습이 매장의 커다란 유리창을 통해 보였다.
물건을 만들어 팔아 봐야 생각보다 많이 남지 않았고 수리를 해주는 것은 가끔 큰 손해를 보기도 했지만 매장 앞 길거리에서 아침마다 신발 수선을 해주는 것은 손해가 없었다.
자고로 현금 장사만큼 남는 게 없는 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