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ngnam Blacksmith RAW novel - Chapter 5
제 5화
그런 내구도가 처음 상태로 돌아간 것이었으니 추가 옵션이나 능력치 상승이 없다고 하더라도 놀라운 일이었다.
따르르릉!
수리가 끝나고 전원을 넣자 바로 전화가 걸려왔다.
“아! 예! 형님! 예! 예! 형님 덕분에 잘 지내고 있습니다. 예! 일도 잘하고 있고요. 아! 예! 개업식이요. 해야지요. 형님도 모시고 말입니다.”
한태석은 한장우의 전화에 미소를 지으며 대답을 했다.
개업식을 따로 할 생각은 없었지만 한장우의, 개업식을 하라는 말에 한태석도 승낙을 한 것이다.
자신을 위해 이 정도까지 해 주었는데 외면하기에는 염치가 없었기 때문이다.
“알겠습니다. 형님! 들어가십시오!”
한장우와의 통화를 끝내고 난 뒤 한태석은 개업식에 참석하는 사람들을 위한 선물에 대해서 고민을 했다.
“무엇이 좋을까. 그래도 이 누추한 대장간을 기념해 주는 고마우신 분들께 뭐라도 선물을 드려야 할 텐데.”
개업식까지 그다지 시간이 많지 않았다.
수십 명이 될지 수백 명이 될지 알 수 없는 인원이었기에 복잡한 것을 만들 수는 없었다.
그렇다고 아무것이나 만들어 줄 수도 없었다.
기념이 될 만한 물건을 만들어야만 했기에 한태석은 고민하다가 자신의 망치와 모루를 바라보았다.
“작은 모형 망치와 모루라면 나쁘진 않을 듯하군. 기념품이니 말이야.”
이 지구의 사람들은 아기자기한 것들을 꽤나 좋아하는 듯했다.
한장우의 집무실이나 서재에도 장식품들이 올려져 있는 것을 볼 수 있었고 한태석 자신의 방에도 기묘한 로봇이나 작은 여자아이들이 올라가 있었다.
“그것이 프라모델하고 피규어라고 했었던가?”
지금의 한태석의 취미는 아니었지만 과거 한태석의 몸 주인의 취미인 듯했다.
다른 사람들도 그런 취미가 있다고 생각해 버린 한태석은 작은 크기의 장식품이라면 그다지 어렵지 않게 금방 만들 수 있을 것이라 여겼다.
“이런, 시간이 이렇게…….”
스마트폰을 다 수리한 한태석은 자신의 손목에 채워져 있는 시계의 시계 바늘을 보았다가 놀라며 대장간과 연결된 판매점을 열기 위해 걸음을 옮겼다.
이제는 농기구는 몇 점 만들지 않았다.
대부분은 주방용품들을 만들고 있었지만 간혹 다른 주문이 들어오는 경우도 있었다.
그렇게 만들어 놓은 물건을 팔거나 다른 주문을 받기 위해 아침마다 문을 여는 한태석이었다.
철컥!
“오! 열렸다! 열렸어!”
“왜 이리 늦었어요.”
“응?”
한태석은 시끌벅적한 소란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판매점이 문을 열자 서너 명의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다.
이른 아침부터 줄 서 있는 고객들의 모습에 한태석은 감격했다.
‘역시 대장장이의 기쁨은 내가 만든 물건을 써 주는 이가 있을 때이구나.’
신에게 바치는 공물을 완성하는 것이 한태석의 마지막 소망이었지만 평생 자신의 분신이자 자식 같은 물건들을 사람들이 써주고 인정해 주는 것이 대장장이의 존재 이유였다.
“무슨 일이십니까?”
한태석은 자신을 기다린 고객들에게 무슨 일인지를 물었고 고객들은 말없이 자신들의 신발을 들어 올렸다.
“수…… 수리 좀.”
“…….”
말로 표현하기는 어려웠지만 한태석에게서 수리를 받은 한쪽 신발이 편안했다.
물론 말이 안 된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한쪽은 수리를 받고 다른 한쪽은 수리를 받지 않았다.
문제는 수리를 받은 쪽이 시원스럽고 편안하다는 것이었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그 언밸런스함은 결국 한태석을 찾아오게 만든 것이다.
“수리 가능할까요?”
“예! 얼마든지요. 잠시만 기다리시겠습니까.”
구두 수선이 업은 아니었지만 한태석은 자신을 기다린 고객들을 위해 망치를 들어 올렸다.
이런 일을 위해 못을 만들어 두었고 구두의 성능은 더욱더 높아졌다.
스마트폰에 비해 구두의 난도는 그다지 높은 편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와! 주방 도구도 파시나 보네요. 이건 얼마죠?”
“예! 만 원입니다.”
그렇게 생긴 고객은 다른 물건들에 대한 구매에까지 이어졌고 점점 사람들의 귀로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저 쪽에 테이블 설치하고 빨리빨리 해!”
“예! 알겠습니다. 팀장님!”
정장을 입은 남자들이 강남의 한 건물 앞 주차장과 인도 위를 뛰어다니고 있었다.
마치 야외 파티장을 만드는 듯이 테이블을 설치하고 테이블 위에 음식들을 내려놓고 있었다.
그런 사람들 주위로는 경찰들이 서서 질서 유지를 하고 있었다.
“저 사람들 대체 뭐하는 거야? 무슨 축제 있는 건가?”
“그러게? 응? 저기 개업식 같은데?”
“개업식?”
파티장 같은 분위기는 한태석의 대장간 개업식이었다.
각종 화환이 한태석의 대장간 입구에 한가득히 쌓여 있었다.
화환들에 적혀 있는 사람들의 이름은 누구나 들어보았을 법한 사람들의 이름들이었다.
어느 기업의 회장이나 정치인들 그리고 유명인들의 이름이 적혀 있는 화환들과 함께 놓여 있는 것이다.
“무슨 개업식이야?”
“응? 대장간 같은데.”
“대장간? 여기 강남 아니었나? 어! 그러고 보니 망치질 소리가 들리네.”
서울 시내에서 가장 부유한 동네 중 하나라는 강남에 구식 대장간의 개업식을 한다는 것에 어이가 없었다.
커다란 커피숍이라면 이해가 갈 것이지만 대장간이라고 하니 누가 그 대장간에서 물건을 구매할지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이다.
“저거 장사 될까?”
“장사 잘 돼!”
“응? 장사 잘 된다고?”
길을 지나가고 있던 한 직장인의 의아함에 그의 동료 한 명이 대답을 했다.
“여기 실력 좋아. 주인장이 직접 물건을 만드는데 튼튼하고 그렇게 질이 좋다더라고.”
“뭐야? 여기 유명했어? 그런데 강남 한복판에서 이렇게 망치질하면서 시끄럽게 해도 되는 거야? 민원 장난 아닐 텐데.”
“민원? 누가? 민원 넣어봐야 소용없을 거고 대장간 주인 알면 민원 넣을 생각도 못 할 텐데.”
“뭐? 누구길래?”
강남의 명소가 되어가고 있던 한태석의 대장간이었다.
몇몇 사람들이 한태석의 대장간에서 망치질 소리에 구청에 민원을 넣기도 했지만 구청에서도 한성 그룹의 눈치 때문에 묵인하고 있었다.
더욱이 민원을 넣은 사람들은 한성 그룹의 경고를 들어야만 했다.
한태석의 대장간 건물이 있는 곳 주위로는 한성 그룹의 본사와 계열사, 그리고 한성 그룹의 협력사들이 상당히 많이 모여 있었다.
더욱이 주요 그룹들의 경우는 혼맥과 인맥으로 이어져 있었기에 한장우의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덕분에 강남 한복판에서 시끄럽게 망치질을 하는데도 그 누구도 한태석을 건들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주거지역이 아니었기에 민원 자체도 그다지 많지 않은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물건을 만들 때는 대부분 새벽 시간 때나 늦은 저녁때, 주변의 기업들의 업무 시간 이후에 망치를 들었기에 크게 방해도 되지 않았다.
그렇게 만든 물건들은 대부분 오전에 팔려나갔고 몇몇 주문을 받은 것을 제외하고서는 대부분의 시간은 지구에 관한 공부를 하는 한태석이었다.
그런 한태석이 개업식에 올 사람들을 위해 작은 망치와 모루를 만들기 위해 대장간 안에 서 있었다.
이미 수십 개도 넘는 작은 망치와 모루가 만들어져 있었다.
망치와 모루를 만들면서 한태석은 기념품으로 한 가지 더 좋은 생각을 했다.
“도장을 만드는 거지. 그냥 장식품만을 만드는 것보다 실제로 쓰이는 것이 의미 있을 테니까.”
한태석은 한장우로부터 자신의 개업식에 참석한 사람들의 명단을 받았다.
그 명단들이 얼마나 대단한 인물들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한장우로부터 꽤나 귀빈들이라는 말을 들은 한태석은 기억에 남을 만한 물건을 선물하기로 한 것이다.
“후우! 대충 숫자는 채웠고 이제 이름들을 새길 차례인가. 후우! 쉽지가 않군. 조수라도 한 명 고용해야 하겠어.”
저녁까지 모두 완성을 해야만 했기에 한태석은 잠시도 쉬지 못하고 망치질을 하고 있었다.
그 덕분에 온몸이 부서질 것만 같을 정도로 지끈거렸지만, 한태석은 자신이 살아있다는 기쁨을 느끼고 있었다.
“나는 대장장이다. 죽어도 나는 대장장이이다. 내 몸이 부서지더라도 망치질은 멈추지 않을 것이며 수많은 사람의 도움이 될 도구를 만드는 것이 나의 사명이다.”
한태석은 자신에게 기회를 준 대장장이들의 신에게 감사하며 망치질을 계속했고 마침내 개업식을 기념해 줄 선물들을 완성해 나갔다.
작은 망치의 끝에는 인장이 새겨지고 작은 망치 모양의 도장들은 하나하나 행운이 깃들어졌다.
그 날 저녁 한태석의 대장간 앞으로 수많은 고급 차량이 들어서고 수많은 사람들이 내려서는 한태석과 악수를 나누며 덕담을 했다.
“허허! 젊은이가 특이한 취미를 가졌구만. 뭐 젊은 때야 이런 경험 저런 경험 다 해보는 거지.”
“그러게 말입니다. 김 회장님. 본래 남들과 달라야 성공을 한다고 하지 않습니까. 그나저나. 이거 자네가 정말 만든 건가?”
한태석에게 망치 모양의 도장을 받은 개업식 참석자들은 신기한 듯이 자신의 손에 쥐어지는 망치를 모루 위에 내려쳤다.
깡! 깡!
경쾌한 소리가 울렸다.
“호오! 이거 소리가 무척이나 맑고 깨끗하군요. 이거 중독되겠습니다.”
“하하! 예! 이걸로 결재 도장 찍어주면 기분 좋아질 듯합니다. 하하하!”
파티장 주변에는 깡 깡 소리가 울려 퍼졌다.
다들 속으로는 한태석을 한심해 했지만, 자신들이 기념품으로 받은 도장들에 감탄을 하고 있었다.
“축하한다.”
“예! 형님! 감사합니다.”
한태석은 한장우의 축하에 감사의 인사를 하며 한장우에게 특별하게 만든 망치와 모루 도장을 내밀었다.
“내 것도 만든 거냐? 뭘 이런 것을 다 해. 한두 개도 아니고 며칠 밤낮으로 고생 꽤 했겠구나.”
“아닙니다. 형님. 이 정도 수고는 아무것도 아닙니다. 오히려 좀 더 좋은 것을 드렸어야 하는데…….”
거의 조카나 다를 바 없는 나이 차이가 나는 한태석에 한장우는 손을 내저었다.
“성의가 중요한 거지. 아무튼, 잘 쓰마. 너도 이제 성인이니 남에게 의지할 생각은 하지 말고 정신 똑바로 차리고 열심히 살아야 한다. 알겠느냐?”
“예. 알겠습니다. 형님. 열심히 살겠습니다.”
한장우의 말에는 뼈가 있었지만 한태석은 그 뼈를 알아차리지 못했다.
진심으로 자신을 걱정해 주는 것으로 알아들은 것이다.
어차피 한태석은 한성 그룹에 관해서는 관심도 없었기에 대장장이로서의 삶을 계속할 수 있게 해 준 것만으로도 만족해했다.
‘후우! 이제 해 줄 만큼은 다 해줬다. 이 정도면 지도 사람인 이상 더는 요구하지 않겠지.’
한장우는 몰랐다.
자신이 한태석을 도와준 것보다 한태석이 자신을 도와주게 될 것이 더 많이 생긴다는 사실을 말이었다.
3.
“가족 같은 분위기 속에서 함께 일할 사람을 구합니다.”
구인란에 적혀 있는 안내 글에 한 여인의 고운 이마가 찡그려졌다.
“하아! 미치겠네. 여기 말고 없는 건가?”
가족 같은 분위기가 얼마나 끔찍한지는 이미 알고 있었다.
이미 그런 가족 같은 분위기의 일자리를 전전해왔던 그녀였기에 몇 번이고 절실하게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시선이 머무는 것은 남은 곳이 이곳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