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ngnam Blacksmith RAW novel - Chapter 51
제 51화
19.
“호미야! 니가 청소했니?”
“했겠냐!”
아침 출근을 하며 깨끗하게 청소가 되어있는 매장을 본 지민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호미도 청소를 하지 않았다는 말에 일단 혜진이 청소를 하진 않았을 테니 한태석이 청소했나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그럴 리는 없는데.’
아침마다 한태석이 매장 앞을 청소하기는 하지만 그건 아침에 구두 수선을 하기 위한 청소였다.
자신의 작업장(?) 청소는 하지만 매장에는 손을 대지 않는 한태석을 알았기에 지민은 고개를 갸웃거려야만 했다.
“우렁각시라도 있나?”
“우렁각시? 호오! 우렁각시를 알다니. 지민도 이제 뒷 세계의 인간이 다 되었군.”
“뒷 세계는 무슨!”
지민은 호미의 위험해 보이는 말에 버럭 화를 내고서는 고개를 내저었다.
“그 여자는?”
“몰라! 감히 나를 가지려고 하다니! 웃기지도 않는군!”
호미는 감히 자신을 사겠다는 엘리제를 떠올리며 몸을 부르르 떨었다.
한태석에게 돈 자루를 내밀며 호미를 사겠다던 엘리제는 호미의 격렬한 반발로 일단은 물러선 상태였다.
에고 소드 자체가 주인을 가린다는 것을 아는 엘리제였기에 막무가내로 호미를 빼앗거나 하지는 않았다.
다음에 찾아오겠다는 말을 남기고 일단 떠난 엘리제였다.
언제 다시 올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때는 무언가 결판이 나야 할 터였다.
“그럼 난 학교 간다.”
“그래. 아! 방학 언제야?”
“몰라.”
책가방을 등에 메고 매장을 나서는 호미의 모습에 지민은 피식 미소를 지었다.
겉모습만 보면 그냥 귀여운 남동생 같은 모습의 호미였다.
그런 호미가 도깨비라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믿기지 않는 것이다.
“청소는 되었으니 그럼 나도 일을 시작해 볼까?”
지민은 자신의 자리에 앉아 손님이 오기 전까지 가죽을 다듬기 시작했다.
한태석으로부터 가죽 다듬는 법을 배워서는 가죽 공예품들을 만들고 있었다.
처음에는 취미 삼아 했지만 지금은 팔아도 될 정도로 제법 모양새가 나오고 있었다.
물론 다른 장인들이 만든 것에 비해서는 조잡하다고 스스로 생각을 하는 지민이었지만 언젠가 한태석처럼 대단한 것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소박한(?) 꿈이 생긴 지민이었다.
그렇게 지민이 일과를 시작했을 때 한태석도 자신의 대장간에서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었다.
“누가 치웠나?”
한태석은 깨끗하게 청소가 되어있는 대장간을 보며 인상을 찡그리고 있었다.
다른 이들에게는 대장간을 건들지 말라고 말해두었기에 지민이나 혜진이 따로 청소를 해주거나 하지는 않았다.
호미 또한 장난질을 쳤으면 쳤지 청소를 할 도깨비가 아니었다.
“사리 그 녀석이 배가 고팠나?”
한태석은 사리가 왔다 갔나 하는 생각도 했다.
대장간의 바닥에는 철 가루가 꽤 많이 쌓였기에 철을 좋아하는 사리가 핥아 먹기도 했다.
그렇게 사리가 왔다 가면 따로 청소를 하지 않아도 되었지만 먹어서는 안 되는 재료들도 먹어치우기에 대장간 안으로 못 들어오게 하고 있었다.
“하긴 그 녀석이 먹으면 얼마나 먹는다고. 나도 참으로 인색해졌구나.”
한태석은 사리가 일반 강아지도 아니고 신수와 비슷한 존재인 데다가 주식이 철과 불이었기에 그 밥도 자신이 챙겨 주지 못한다는 것에 잠시 반성을 했다.
물론 사리가 작정을 하고 먹어치우면 톤 단위로 먹어치워 버린다는 것을 모르는 한태석이었다.
그렇게 대장간을 청소한 것이 사리라 생각을 하며 자신들의 장비를 챙기는 한태석이었다.
이른 오전에는 매장 앞을 지나가는 직장인들의 구두를 수선해 주는 일을 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한태석이 장비들을 챙겨서는 대장간을 나서자 잠시 후 무언가가 대장간을 돌아다녔다.
그렇게 돌아다니던 무언가는 다름 아닌 제노였다.
-내 이름은 제노. 제노. 제노.-
제노는 한태석이 어질러 놓은 대장간 연장들을 정리해 놓고 깔끔하게 청소까지 하고서는 대장간 밖으로 나가기 위해 움직였다.
움찔!
대장간 밖으로 나가며 제노는 자신을 빤히 바라보고 있는 검은 눈동자에 몸을 움찔 떨었다.
크기는 그다지 크지 않았지만 제노는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 위험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내 이름은 제노. 나 맛없다.-
멍! 멍!
제노를 빤히 바라보고 있는 것은 사리였다.
사리는 몸을 떨고 있는 제노의 옆으로 다가와서는 혀로 제노의 몸을 핥았다.
제노의 몸을 한태석이 보강했지만 외부는 플라스틱이었으니 사리의 입맛에는 맞지 않았다.
사리는 제노의 몸에 이내 흥미를 잃고서는 뒤돌아 걸음을 뗐다.
-후우! 다행이다. 제노. 저 못생긴 강아지 무섭다.-
왠지 자신의 천적인 것 같은 사리에 좀 더 주의하자고 생각을 한 제노는 가죽 공예를 하고 있어서 무척이나 주의 집중인 지민의 뒤를 지나쳐 주방으로 들어갔다.
-내 이름은 제노. 제노. 제노 일한다. 제노 일 잘한다.-
지민이 마시고 싱크대에 넣어둔 컵들을 씻고 난 제노는 부지런히 자신이 해야 할 일들을 찾아 나섰다.
“좋은 아침!”
“언니 오셨어요?”
“오늘은 지갑 만들어?”
혜진이 출근하자 제노는 다시 슬그머니 매장의 다용도실로 이동했다.
-내 이름은 제노. 제노. 제노 연구한다. 인터넷으로 본 것 연구한다.-
제노는 밤마다 매장에 있는 컴퓨터로 정보 검색을 한 것들을, 대장간에 있던 재료들을 모아 만들고 있었다.
그렇게 만들어진 것들을 자신의 몸에 설치하거나 다용도실의 구석에 쌓아놓는 것이다.
다용도실에서 만들기 까다로운 것들은 한태석이 퇴근하고 난 이후 대장간에서 제작하기도 했다.
자신의 몸을 좀 더 튼튼히 하기 위해 철제 프레임으로 고칠까 하는 생각을 했던 제노였지만 슬금슬금 다니는 사리에게 걸렸다가는 뼈도 못 추릴 것이라 판단해 포기했다.
그랬다.
한태석에 의해 제노는 에고를 가지게 되었다.
말뿐인 인공지능이 아니라 진짜 지능을 가지게 된 제노는 인간들 몰래 움직이고 있는 것이었다.
현재로써는 오직 사리만이 제노의 존재를 알고 있었지만 사리는 딱히 제노에 관심을 보이지 않았기에 알려지지 않고 있는 것이었다.
“그럼 수고하셨습니다!”
“그래! 퇴근 조심하고. 혹시라도 그 여자가 나타나면 이거 쏘아 올려.”
“예! 걱정 마세요.”
“태석 씨도 조심해.”
한태석은 지민과 혜진 그리고 호미에게 폭죽을 주었다.
혹시라도 위험한 일이 있으면 하늘로 폭죽을 쏘아 올리라고 한 것이다.
과거 폭죽놀이를 보았던 지민이나 혜진으로서는 별로 쏘아 올리고 싶지 않았지만 만에 하나 있을 수 있는 일에 대비용으로 하나씩 챙겨놓고 있었다.
지민과 혜진도 퇴근하고 나자 학교를 마치고 친구들과 PC방에서 놀다 돌아온 호미가 하품을 했다.
“하암! 오늘은 피곤하네. 대장장이 양반 나 먼저 자러 간다.”
“숙제는 했니?”
“내가 이 나이에 그런 거나 해야겠어?”
호미는 생각 외로 학교생활에 잘 적응하고 있는 듯했다.
처음에는 안 가겠다고 하던 호미였지만 지금은 제법 잘 다니는 중이었다.
“아! 맞다! 학교에서 중학교 진학 관련해서 보호자 오래. 가정 통신문인가? 그거 내 책가방에 있으니까 알아서 보고 오든지 말든지.”
호미의 말에 한태석은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한태석이 호미의 보호자가 되어있었으니 한태석이 챙겨야만 했다.
“호미야.”
“뭐? 대장장이 양반 나 피곤하다니까.”
“아! 그래. 알았다.”
한태석은 판매를 하지 않는 물건 매대로 걸어가 농기구 호미로 변하는 호미를 바라보았다.
한태석도 호미를 처음에는 에고 소드와 같은 종류의 물건으로 이해했었다.
하지만 도깨비라는 종족이라는 것에 물건이 아닌 자신과 동일한 인격이 있는 존재로 받아들였다.
이제는 가족과 같은 존재였다.
그러니 호미를 엘리제에게 돈을 받고 팔 생각이 없는 한태석이었다.
호미가 거부하지 않았다면 한태석이 먼저 거절했을 터였다.
다행히 엘리제가 강압적으로 호미를 빼앗지 않고 물러서는 것에 안도할 수 있었다.
지금의 한태석으로서는 엘리제를 제압할 힘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마무리 일을 조금만 더 하고 자야겠군.”
한태석에게 고급 빌라가 있었지만 한태석은 그 고급 빌라를 판매하고서는 자신의 상가 건물의 옥상에 옥탑방을 만들어 그곳에서 살고 있었다.
딱히 넓은 집도 필요 없었고 잠만 자고 자신의 작업실인 대장간에서 온종일 보냈으니 옥탑방에서 사는 것이었다.
“그러고 보니 형님께서 반도체 하나 샘플로 만들어 달라고 하셨던 것 같은데.”
한태석은 좀 더 효율 높은 반도체 하나를 만들어 달라고 사정사정을 하던 한장우를 떠올리고서는 재료 상자에서 모래를 한 움큼 작업판에 올렸다.
화르륵!
모래를 화로에 넣고 녹인 뒤에 실리콘을 얇게 판 위에 부어 말려서는 실리콘 페이퍼를 만들고 망치로 두들겨 평면으로 만든다.
살짝 튀어나온 부분은 줄칼로 살살 긁어 주어서는 완전 평면을 만든 뒤에 자로 대고 조각칼로 격자무늬를 새겨준다.
그다음으로 실리콘 페이퍼에 회로를 어떻게 새길까를 머릿속에 떠올린 뒤에 실리콘 페이퍼를 화로 속에 넣어 달구고서는 모루 위에 올려놓고 망치질을 한다.
깡! 깡! 깡!
반도체 공학자들이 본다면 입에서 거품을 물고 온몸을 바들바들 떨 일이었지만 한태석은 그렇게 만들어진 반도체 페이퍼를 물속에 집어넣고서는 눈으로 반도체 검사를 했다.
“흐음! 조금 더 성능을 향상하려면…….”
한태석은 좀 더 성능을 향상하기 위해 접쇠 방식을 동원하기로 했다.
완성된 반도체 페이퍼를 화로 속에 다시 넣고 난 뒤에 부드러워진 반도체 페이퍼를 접어 버린 것이다.
그렇게 접어진 반도체 페이퍼를 다시 망치질로 정성스럽게(?) 두들겨 펴기를 몇 번인가 더 하고 난 뒤에야 한태석은 미소를 지었다.
그렇게 한태석의 손에서 다중접쇠 반도체가 탄생하게 되었다.
물론 그것을 한성 전자에서 어떻게 구현해낼지는 알 수 없었지만 어떻게든 공돌이들을 갈아 넣을 테니 한태석이 상관할 바는 아니었다.
자신은 샘플만 만들면 되는 것이다.
그렇게 완성된 반도체 페이퍼를 사각형의 형태로 자를 대고 칼로 잘라주고 나면 끝이 나는 것이었다.
상자에 다중접쇠 반도체들을 넣어둔 한태석은 시간이 꽤 늦어졌다는 생각을 하며 대장간을 나서서 옥상의 자신의 집으로 향했다.
-나의 이름은 제노. 제노. 오늘도 제노는 청소한다.-
한태석이 대장간을 나가고 난 뒤에 제노는 한태석의 대장간을 청소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청소를 하고 난 뒤 제노는 한태석이 만든 다중접쇠 반도체를 볼 수 있었다.
-제노! 제노! 이거 필요하다. 반도체 많다. 몇 개만 가져가면 모르겠지? 제노. 도둑질은 안 되는데…….-
제노는 도둑질은 안 된다고 하면서도 손은 점점 한태석이 만든 반도체를 향해 가고 있었다.
제노가 인공지능 로봇이었다면 절대 하지 않을 일이었지만 제노는 인공지능보다 한 차원 높은 에고 로봇이었다.
에고는 생명체처럼 양심의 가책을 받으며 잘못을 저지를 수 있었다.
-제노! 제노! 아싸! 득템!-
제노는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배운 말을 사용하며 다용도실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