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ngnam Blacksmith RAW novel - Chapter 52
제 52화
“또 너냐?”
호미는 학교에 가는 중에 자신을 따라오는 엘리제를 보았다.
“에고 소드! 나를 도와줘.”
에고 소드는 성격들이 천차만별이지만 자존심이 강하다는 것은 거의 공통적이었다.
자신의 주인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면 결코 자신의 힘을 빌려주지 않는 것이다.
학교로 가는 호미의 앞에 나타난 엘리제는 그렇기에 호미에게 도와 달라 부탁을 하는 것이었다.
“싫다! 그리고 나는 에고 소드가 아니다. 도깨비다.”
호미는 싫다고 단호하게 말하며 자신은 에고 소드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엘리제는 이 지구에서는 에고 소드를 도깨비라 부른다고 여길 뿐 물러설 생각이 없었다.
“우리 세계가 위험하다. 이대로는 수많은 사람들이 죽게 돼. 우릴 도울 존재는 너밖에 없어.”
슬픈 눈을 하는 엘리제에게 호미는 잠시 마음이 흔들렸지만 이런 부탁을 받는 것 자체가 어이없는 일이었다.
호미는 엘리제를 도울 수 없었다.
“나는 무기가 아니라 농기구라고! 이 양반아! 내가 가서 마왕인가 뭔가 하는 놈 이마빡을 콕 찍으라는 거냐? 이마에서 뒤통수까지 밭 갈듯이 갈아줘?”
호미는 호미였다.
밭에서 풀을 맬 때 쓰는 농기구로 전장에서 사용되는 물건이 결코 아닌 것이다.
“아니! 그래! 옛날에는 검 도깨비도 있었다. 그래! 그거라면 내가 이해라도 해. 그런데 나는 아니잖아! 나는! 양심이 있으면 그러면 안 되지!”
용사가 호미 들고 정의의 이름으로 너를 용서하지 않겠다고 말을 한다면 그 얼마나 모양 빠지는 일일지 호미도 상상하지 않아도 알 수 있을 정도였다.
아마도 역사가들도 창피해 역사서에서 그 참담한 광경을 지워버릴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렇게 호미가 강하게 거부를 했지만 엘리제로서도 물러설 수는 없는 일이었다.
‘결코 포기할 수 없어. 에고 소드의 인정을 받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것 정도는 알고 있다.’
에고 소드보다 한 단계 높아 보이는 호미가 완전히 각성한다면 엄청난 힘을 보여줄 것이라 믿고 있는 엘리제였다.
엘리제와 동료들의 힘으로는 그들의 세계를 도저히 구할 수 없었기에 전설의 대장장이를 힘들게 찾아왔다.
하지만 그 전설의 대장장이의 능력은 엘리제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호미를 발견한 것이다.
지민과 혜진이 제법 강한 듯 보였지만 그 정도 실력은 자신의 세계에도 널리고 널렸기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
엘리제는 그 때문에 자신의 세계로 돌아가기 전에 뭐라도 도움이 될 만한 것을 찾아야만 했다.
‘후우! 이 세계에서 핵폭탄을 가지고 돌아갈 수도 없고.’
엘리제도 지구에 관해서 나름 공부를 했다.
그 결과 지구에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무기가 존재함을 알게 되었다.
무려 핵폭탄이라고 하는 어마어마한 무기였다.
문제는 핵폭발이 일어나면서 엄청난 오염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그것을 알게 되자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자칫 자신들의 세계를 구하려다가 오히려 자신들의 손으로 파멸로 이끌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이 세계의 힘을 빌릴 수도 없었다.
자칫 호랑이를 쫓으려다가 늑대를 끌어들일 수도 있는 일이기 때문이었다.
그러니 결국, 호미에게 희망을 품는 것이다.
“그만 좀 따라오라고!”
호미가 엘리제에게 따라오지 말라고 말할 때였다.
“호미야!”
어린 여자아이의 목소리에 호미는 목소리가 들린 곳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마치 핑크 비눗방울이 주변에서 펑펑 터지는 듯한 이펙트와 함께 환하게 미소를 지으며 뛰어오고 있는 여자아이가 있었다.
물론 호미의 눈에만 보일 뿐이었다.
“호미야! 안녕!”
호미와 아는 사이인지 인사를 해 오는 여자아이에 호미는 살짝 얼굴이 붉어지며 인사를 받았다.
“아! 진아구나! 좋은 아침! 헤헤!”
진아라 불린 여자아이는 호미의 인사에 배시시 웃고 호미의 옆에 섰다.
같이 학교에 가려는 것이었다.
호미도 진아가 싫지는 않은지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지지 않았다.
하지만 그런 호미의 미소에 심기가 불편한 존재가 있었다.
“응? 어머! 사리네! 안녕!”
“응? 사리?”
진아는 호미의 옆에 서 있다가 언제부터 있었던 것인지 모를 사리를 발견하고 사리에게 인사했다.
하지만 사리는 진아라는 아이는 쳐다보지 않고 뭐가 그리 좋은지 헤벌쭉한 호미를 빤히 바라보는 것이었다.
“넌 언제부터 따라온 거야? 집에 가! 집에!”
멍!
사리는 호미의 무미건조한 말투에 대뜸 호미의 다리를 물어버렸다.
“으악! 이 멍청한 불가살이!”
호미는 한바탕 난리가 난 뒤에 어디론가 가 버리는 사리 덕에 씩씩댔지만, 진아의 걱정 어린 목소리에 화가 풀리는 듯 이내 헤벌쭉해졌다.
“다리 괜찮아? 사리는 너무 장난기가 많은 것 같아. 그치 호미야.”
“장난기는 무슨. 저거! 아주 그냥! 하여간 못 말린다니까. 후우!”
사리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에 고개를 내젓던 호미는 여전히 자신을 빤히 바라보고 있는 엘리제에 오늘 참으로 일진이 좋지 못하다는 생각을 했다.
호미가 엘리제를 바라보는 것에 진아도 엘리제에게 시선이 향했다.
‘와! 예쁘다.’
마치 세상의 미모가 아닌 것처럼 눈부시게 아름다운 엘리제에 진아는 놀라다가 힐끔 호미를 바라보았다.
호미가 엘리제에게 반하는 것은 아닌가 걱정이 든 것이었다.
“아무튼 싫다니까. 빨리 가! 나 진아랑 학교 가야 해! 늦었어! 가자 진아야!”
“어? 어! 그래!”
“…….”
엘리제는 호미가 진아의 손을 붙잡고서는 횡단보도를 건너 학교로 달려가는 것을 바라보았다.
“하아! 하아! 호미야! 멈춰! 멈추라고!”
“응? 아! 미안 진아야. 내가 너무 빨리 뛰었나?”
호미는 학교로 들어서며 가쁜 숨을 내쉬는 진아에 미안한 생각이 들었는지 다른 이들에게는 절대 사과라는 것을 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사과를 했다.
“후우! 후우! 괜찮아. 그런데 누구야?”
진아는 엘리제를 호미가 아는 듯해서 누구인지를 물었다.
“혹시 엄마?”
“엄마는 무슨?”
엄마냐는 말에 거부감을 보이는 호미에 진아는 잔뜩 긴장하며 초등학생의 감수성이 폭발하는 질문을 했다.
“그럼 혹시 애인?”
“…….”
호미는 요즘 초등학생들이 참으로 당돌하고 빠르다는 생각을 하며 고개를 내저었다.
“아니야? 그렇구나.”
혹시나 호미의 애인인 것은 아닌가 걱정하던 진아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자 호미는 빨리 오해를 풀자고 대답을 했다.
“저거 엘프야. 엘프! 다른 세계에서 왔대. 그런데 그 세계가 위험에 처해 있어서 나의 힘을 빌리고 싶다고 하네.”
“…….”
진아는 호미의 말에 요즘 초등학생 남자애들에게 중2병이 빨리 온다더니 호미에게도 벌써 왔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남자들은 다 그런다고 하니, 여자들은 그런 남자들의 유치함을 때로는 이해해 줘야 한다고 엄마한테 들은 진아였다.
“와! 그렇구나. 그래서 도와준다고 했어?”
“음! 아니 내가 싫다고 했어.”
다행히 거절했다는 호미의 말에 진아는 그래도 호미가 중증은 아니라는 생각에 미소를 지었다.
“늦었다. 빨리 가자.”
“그래.”
그렇게 호미와 진아는 자신의 반으로 뛰어갔다.
그런 광경을 지켜본 엘리제는 무언가를 고민하더니 어디론가 사라졌다.
초등학교 교실은 엉망이었다.
좋게 말하면 활기찼고 나쁘게 말하면 정신없이 소란스러운 분위기였다.
“호미야! 나의 검을 받아라! 이얏!”
“흥! 웃기시네!”
그 가운데 호미도 천진난만하게 어울려 놀고 있었다.
물론 담임 선생님이 들어오면 조용해질 터였기에 그 전까지는 열과 성을 다해 소란을 피우는 것이다.
드르륵!
“조용! 다들 조용히 해!”
교실의 문이 열리고 성격 거칠어 보이는 중년의 체육 선생님이 들어오자 아이들은 그제야 자신들의 책상으로 돌아갔다.
벌써 조회 시간이 된 모양이었다.
하지만 문을 열고 들어온 선생님에 호미의 반 아이들은 다들 놀라야만 했다.
“어? 담임 선생님 아니시네.”
“그러게? 무슨 일 있나?”
자신의 담임 선생님이 아닌 다른 반 선생님이 들어오자 다들 의아해했다.
“조용히 하고! 너희들에게 안 좋은 소식과 좋은 소식 두 가지를 전하려고 한다.”
노총각 체육 선생님의 말씀에 다들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을 때. 체육 선생님은 아랑곳하지 않고 두 개의 소식을 전했다.
“김은주 선생님이 출근길에 넘어지셔서 다치셨다. 뼈가 부러지셨다고 하는데 아무튼 그 때문에 한동안 나오지 못하실 거다. 그게 나쁜 소식이다.”
웬 날벼락인지 모를 일에 학생들은 놀라서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리고 그 때문에 대체 선생님이 오셨으니까 선생님 힘들게 하지 말고 말씀 잘 들어야 한다. 엘리제 선생님.”
노총각 체육 선생님의 얼굴이 홍조를 띠었다.
호미는 노총각 체육 선생님의 말씀에 고개를 갸웃거렸다가 교실 문이 열리고 엘리제가 들어오는 것에 깜짝 놀랐다.
당연히 너무 놀란 호미는 몸을 일으키고서는 엘리제를 향해 삿대질을 하며 고함을 질렀다.
“아니! 너는!”
호미의 행동은 모든 이들의 시선을 잡아 끌기에 충분했다.
당연히 성격 거칠고 결혼하고 싶어 저녁마다 소주잔을 기울이는 노총각 체육 선생님의 화를 돋우기에도 충분했다.
더욱이 지금의 상황은 점수를 따기에도 좋은 건수였다.
“호미야! 지금 무슨 짓이야! 이놈이! 이리 나와! 어디서 버르장머리 없이!”
“예? 아!”
기선 제압을 할 요량인지 호미는 엉덩이에 불이 날 정도로 얻어맞아야만 했다.
“크윽!”
“후우! 선생님 예쁘다고 함부로 하면 아주 혼구멍이 날 줄 알아! 알았니?”
“예에!”
호미가 얻어맞는 것에 학생들은 잔뜩 긴장을 한 채로 눈동자들만 굴려대었다.
그렇게 만족스러운 기선 제압에 노총각 체육 선생님은 엘리제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후우! 엘리제 선생님. 이제 말 잘 들을 겁니다. 하하!”
“예. 감사합니다. 이제 가 보세요.”
“예? 아! 예! 그…… 그러죠. 뭐.”
체육 선생님은 엘리제의 말에 입맛을 다시며 아쉬움이 가득한 눈으로 엘리제를 바라보며 호미의 반 교실을 나섰다.
엘리제는 단상에 서서 자신의 반 학생들을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눈빛에서 꿀이 떨어지는 듯한 엘리제의 미모는 자체 발광을 해서 어린 학생들도 넋을 잃을 정도였다.
“안녕. 만나서 반가워. 엘리제라고 해.”
“안녕하세요. 엘리제 선생님.”
그렇게 엘리제는 엉덩이를 손으로 쥐고 있는 호미를 힐끔 보며 미소를 지었다.
당연히 엘리제의 정체를 알고 있고 엘리제의 미모에 흔들리지 않는 호미는 엘리제를 적대감 가득해 노려보았다.
‘대체 뭘 하려는 거냐? 저거 완전히 불여시잖아!’
호미는 생긴 것도 딱 불여우같이 생긴 엘리제가 음흉한 계략을 꾸미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면서 자신은 결코 그런 계획에 놀아나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것이다.
“그럼 우리 수업 시작할까? 아! 그리고 내일부터 학부모 면담 있으니까 잊어버리지 말고. 알았지?”
“예!”
학생들의 합창에 엘리제는 사람을 홀릴 듯이 환한 미소를 지었다.
그런 미소에 교실의 창밖에서 신음이 들려왔지만 엘리제는 깔끔하게 무시하며 수업할 책을 들어 올렸다.
고급진 외제 차가 한 초등학교의 주차장에 멈추었다.
운전석에 타고 있던 검정 정장의 남자는 급히 운전석에서 내려 뒷좌석의 문을 조심스럽게 열었다.
그러자 뒷좌석에 앉아 있던 한 남자가 차에서 내리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