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ngnam Blacksmith RAW novel - Chapter 53
제 53화
“늦진 않은 것 같군.”
“이사님. 여기 있습니다.”
남자는 운전사가 내민 007 가방을 받아들었다.
그렇게 기묘한 광경에 학생들과 학교 관계자들은 두 눈을 휘둥그레 뜨며 남자의 정체를 궁금해했다.
남자의 정체는 다름 아닌 한태석이었다.
한성그룹의 경영권을 가지고 있지는 않았지만, 여전히 한성그룹의 지분을 가지고 있었다.
더욱이 한성 전자의 반도체 사업에 큰 도움이 된 것 때문에 한장우는 한태석에게 한성 전자 사외 이사 자리를 주었다.
하여튼 그런 신분을 가지고 있는 한태석은 자신이 보호자로 있는 호미의 초등학교에 찾아온 것이다.
담임 선생님과의 면담을 위해 한태석은 손에 007 가방을 쥐고서는 학교 내로 걸음을 옮겼다.
‘실수하지 말고.’
사실 한태석은 이런 경험이 없었다.
전생에서 한태석도 자식이 있었지만 학교라는 것은 일반 평민들이 가기 쉽지 않은 곳이었다.
귀족의 자제나 부유한 상인들이나 학교에서 무언가를 배웠으니 교육이란 한태석에게 있어서 무척이나 고귀하고 넘보기 어려운 것이었다.
물론 이 지구에서는 누구나 교육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한태석도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태석이 가지는 마음의 부담이 가벼워지는 것은 아니었다.
하여튼 한태석은 혹시라도 실수를 하면 어떻게 하나라는 생각에 지민이나 혜진에게 물었다.
“후줄근하게 가면 무시 받아요. 학부모가 무시 받는 것이 아니라 학생이 무시를 받을 수 있으니까. 제대로 챙겨 입고 가요. 요즘 애들 보통이 아니라서 조금만 집안 사정이 안 좋으면 괴롭힘도 당한다고 하더라고요.”
“맞아요. 사장님. 요즘 애들 진짜 무서워요. 일진이다 뭐다 해서 막 못 사는 애들 괴롭히고 막 그런대요. 아파트 어디 사냐. 뭐 이러기도 한다던데요.”
한태석은 비록 호미가 자신의 자식은 아니지만 자신의 가족이라 여기고 있었기에 호미가 학교에서 괴롭힘을 당할지도 모른다는 것에 고민을 했다.
한태석이 전에 살던 빌라는 이미 팔아버렸고 한태석은 옥탑방에 살고 있었다.
호미도 변변찮은 집도 없이 매장의 매대에서 살고 있었으니 못 산다고 무시를 당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 한태석이었다.
“그러고 보니 내가 호미 학비를 주었던가?”
한태석은 호미의 학비를 자신이 주었었나 하는 생각을 했지만 그런 기억이 없다는 것에 낭패함을 느껴야만 했다.
한태석의 전생에서의 학교는 무척이나 많은 돈이 들어갔다.
귀족이나 부유한 상인들이나 겨우 들어갈 수 있었으니 한두 푼으로는 교육을 받기 어려운 것은 당연했다.
입학금이야 혜진이 주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한태석은 호미에게 이토록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는 것에 반성을 했다.
그렇게 한태석은 학교 안으로 들어가 학생들에게 물어 교무실을 찾아 들어갔다.
“실례지만 6학년 2반 호미의 보호자 되는 사람입니다. 오늘 선생님과 면담이 있다고 해서요.”
“아! 예! 6학년 2반이면 아! 지금 임시 담임인 엘리제 선생님의 반인 듯한데. 지금 자리를 비우신 것 같은데 잠시 기다리시면 오실 겁니다.”
한눈에 봐도 고급스러운 옷을 차려입고 온 한태석이었다.
손가락마다 반짝이는 반지를 끼고 있었고 금장이 들어간 정장과 와이셔츠. 그리고 넥타이는 사치스러울 지경이었다.
그렇게 한태석이 잠시 의자에 앉아 호미의 임시 담임 선생님이라는 엘리제 선생님을 기다리는 동안 교무실의 선생님들이 수군거렸다.
“누구 학부모야?”
“호미 학부모라는데.”
“호미? 아! 그 애. 그런데 그 애 그리 부자로는 안 보였는데.”
천진난만하지만 대충 차려입고 다니는 호미와 눈앞의 한태석은 도무지 매치가 되지 않았다.
호미가 입고 다니는 옷은 편안한 개량 한복과 같은 옷들이었다.
신발도 고무신을 신고 다녀 특이하다고 여겨지고 있었다.
지민이나 혜진이 몇 번 옷과 신발을 사주기는 했지만 호미는 그런 옷은 갑갑하다며 펑퍼짐한 옷과 고무신을 주로 신고 다니는 것이다.
그 때문에 호미의 집이 조금은 가난하면서도 옛날 사람 같은 부모라고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보호자라는 사람이 나 돈 많다고 잘산다는 듯한 느낌을 주고 있었으니 다들 의아해하는 것이었다.
또각! 또각!
잠시 후 구두 또각거리는 소리와 함께 연예인이라 해도 믿을 것 같은 미모의 여선생님이 교무실로 들어왔다.
“엘리제 선생님! 학부모 오셨는데요.”
“예. 알고 있습니다.”
엘리제는 교무실에 있던 교감 선생님의 말씀에 고개를 끄덕이고서는 한태석에게로 걸어갔다.
한태석도 엘리제를 보고서는 의자에서 몸을 일으켜 인사를 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호미의 보호자 되는 사람입니다. 한태석이라고 합니다.”
한태석은 호미의 담임 선생님인 엘리제에게 공손히 인사를 했다.
엘리제는 안경을 손으로 살짝 올리고서는 한태석의 인사를 받았다.
“안녕하세요. 엘리제라고 합니다.”
한태석은 엘리제를 보자 어디서 많이 본 사람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그 엘프를 닮은 것도 같은데. 뭐 그 엘프는 안경도 안 쓰고 저 얼굴의 눈 아래 점도 없었으니. 아니겠지.’
의외로 살짝 안면 인식 장애가 있는 한태석이었다.
사실 한태석도 마나를 느낄 수 있었지만 상대가 자신보다 경지가 더 높다면 상대의 강함을 느끼기 어려웠다.
그렇기에 화장을 하고 안경을 썼으며 눈가에 점까지 찍고 머리 스타일도 다른 엘리제를 몰라본 것이었다.
물론 엘리제 또한 한태석을 못 알아보았다.
대장간에서 보던 한태석과 지금의 한태석이 너무나도 달라 보였기 때문이었다.
“앉으시죠.”
“예. 감사합니다.”
한태석은 엘리제와 마주 앉고서는 본격적인 면담에 들어갔다.
“이렇게 오시라고 한 이유는 이제 얼마 안 있으면 중학교 입학을 고민해 봐야 할 때여서 학부모님과 진솔한 대화가 필요해서입니다.”
“그렇군요.”
“호미의 성적을 보시면…….”
한태석과 엘리제는 생각보다 진지하게 호미의 진로에 대해 상담했다.
“그런데 한 가지. 호미의 환경에 조금 문제가 있는 것 같습니다.”
“문제라면?”
한태석은 호미에게 문제가 있다는 엘리제의 말에 살짝 긴장했다.
마치 자신의 잘못인 것 같았기 때문이다.
“호미의 성적도 그렇고 아무래도 환경이 좋지 못한 것 같습니다. 학교를 마치고 대장간으로 가는 것 같은데 그런 곳에서 제대로 공부를 할 수 있나 하는 생각도 들고요.”
“그…… 그렇군요.”
한태석은 한창 공부를 해야 할 나이에 대장간에서 일꾼으로 일하는 호미를 떠올렸다.
한태석의 전생 세계에서야 그것이 큰 흠이 되지는 않았다.
아니 오히려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지구에서는 공부하고 뛰어놀 시기에 일을 시키는 것은 아동 학대에 해당했다.
물론 호미의 나이가 수백 살이 넘었지만 호미의 모습은 지금 초등학생에 불과했다.
“호미의 미래를 위해서 학부모님께서 조금 더 생각을 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예! 알겠습니다.”
한태석이 엘리제의 말에 수긍하자 엘리제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래서 말인데. 이대로면 호미가 중학교에 올라가서도 제대로 적응을 하지 못할지도 모릅니다. 그러니…….”
“그러니?”
한태석은 엘리제의 말에 살짝 긴장을 한 채로 엘리제를 바라보았다.
“제가 잠시 호미를 맡아 공부도 가르치고 해 드릴까 하는데. 어떻게 생각을 하시나요?”
“호미를 말입니까?”
한태석은 엘리제가 호미를 맡아 주겠다는 말에 깜짝 놀랐다.
확실히 대장간은 호미의 교육 환경에는 그다지 적합하지는 않았다.
한태석이 아무리 호미에게 신경을 써 준다고 할지라도 어려웠다.
지민이나 혜진 또한 마찬가지였으니 호미의 담임 선생님(?)인 엘리제의 제안은 한태석에게 있어서 감격스러운 일이었다.
한태석의 전생에서의 기억에 도제 교육은 너무나도 당연스러운 일이었다.
어린 나이에 부모에게서 떨어져 스승에게 보내져 교육을 받는 일은 비일비재했다.
물론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었지만 마법사나 기사에게서 자질을 인정받는다면 아이의 앞날이 열리는 것이었다.
“한번 고민을 해 보겠습니다.”
“예. 그러세요.”
엘리제는 바로 확답을 해주지 않고 생각해 보겠다는 말에 입맛을 다셨다.
호미의 보호자에게서 호미를 얻어내면 호미를 설득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하는 엘리제였다.
“아! 그리고.”
한태석은 그렇게 면담이 끝나가는 것에 책상 위로 007 가방을 올려놓았다.
사실 학부모 면담은 따로 면담실이 있었지만 엘리제는 그런 디테일 까지는 알지도 고려하지도 않고 있었다.
그 때문에 교무실의 선생님들이나 교감 선생님도 한태석과 엘리제가 지금 뭐하는 건지 혼란스러워하고 있는 중이었다.
한태석과 엘리제가 너무나도 진지하게 면담을 하는 중이라 말리지 못하고 있었다.
면담이 끝나고 엘리제에게 한마디 해 주려고 생각하고 있던 교감 선생님이었다.
하여튼 그렇게 한태석과 엘리제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눈이 많을 때. 한태석은 007 가방을 열었다.
007 가방에는 오만 원권 지폐 더미가 한가득 들어 있었다.
적어도 억 소리 날 것 같은 돈이 들어 있는 것에 다들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거 호미의 학비입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한태석은 엘리제에게 돈을 보여주며 내밀었다.
그 모습에 교감 선생님과 선생님들은 입을 벌린 채로 고개를 좌우로 흔들어대었다.
‘엘리제 선생! 받지 마! 받지 마! 받으면 안 돼!’
‘뭐야? 저거? 무서워!’
요즘 세상에 촌지도 촌지지만 이렇게 대놓고 돈을 주는 학부모는 과거에도 없었다.
그런데 너무나도 당연한 듯이 한태석이 돈 가방을 내밀고 있는 것이다.
“예. 제가 신경을 많이 쓰겠습니다.”
다들 기겁을 하며 어쩔 줄을 몰라 할 때 한태석이 내민 돈 가방을 엘리제는 받아들었다.
“받지 말라고오오오오! 엘리제 선생애앵! 뭘 신경을 많이 써! 이 양반아아아아아!”
교무실이 떠나가라고 고함을 내지르는 교감 선생님에 한태석과 엘리제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이 교감 선생님을 바라보았다.
엘리제도 교육비라 주는 돈을 당연히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던 차에 한태석이 주니 받는 것이었다.
그렇게 저녁 뉴스거리에 학교 이름이 떡하니 올라가고 온라인에 알려져 학교로 수백 수천 통의 전화가 오는 끔찍함을 떠올리며 몸서리를 치는 교감 선생님이었다.
“왜 그러시죠?”
“뭘 왜 그래! 그걸 왜 받어! 엘리제 선생! 지금 당장 나 따라와요! 그리고! 교무 선생님! 저…… 저…… 저거 학부모님 좀 말려! 어! 말리라고!”
“예? 아! 예! 예! 알겠습니다. 교감 선생님. 저기.”
목에 핏대가 선 교감 선생님에 얼굴이 창백해져 있던 교무주임 선생님이 한태석에게로 다가왔다.
이미 주차장에 세워져 있는 고급진 외제 차와 한태석의 고급스러운 옷. 그리고 돈뭉치가 든 가방으로 한태석이 보통 인간이 아님은 알 수 있었다.
그렇게 영문을 모르겠다는 한태석을 말리기 위해 식은땀을 흘려대는 교무주임 선생님이었다.
20.
“내가 어! 내가 아주! 어! 부끄러워서! 학교를! 갈 수가 없어! 갈 수가 없다고!”
호미는 식식거리며 자신의 책가방을 매장의 바닥에 내던졌다.
그 광경에 한태석은 죄지은 죄인처럼 고개를 숙이고 있어야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