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ngnam Blacksmith RAW novel - Chapter 54
제 54화
지구의 관습에 아직은 어두운 한태석이었다.
“저기 호미야. 사장님이 나쁜 의미로 그런 것은 아니지 않니. 니가 좀 참어.”
“참기는 뭘 참어! 어! 그냥 와서 예! 예! 하기만 하면 되는걸! 왜 시키지도 않은 짓을 해서!”
지민이 호미를 달래려고 했지만 호미는 두 눈이 뒤집힌 상태라 지민의 노력으로도 무용지물이었다.
“그래서 지금 대장장이 양반이 잘했다는 거야? 어? 내가 학교 창피해서 아니! 요즘 세상에 촌지가 뭐야? 촌지가! 내가 살다 살다 그렇게 촌지 주는 인간은 본 적이 없네! 내가 돈 없으면 도깨비방망이로 금 나와라 뚝딱하고 은 나와라 뚝딱하면 되지. 어!”
수백 살 먹은 호미도 듣도 보도 못한 일이라 말하며 고함을 지르는 것에 한태석은 참담하기만 할 뿐이었다.
초등학교는 무상 교육이라는 걸 몰랐던 한태석이었다.
더욱이 그렇게 돈을 주면 죄가 된다는 것도 알지 못했다.
왜 그런지는 이해를 하지 못했지만 로마에 가면 로마의 법을 따라야 한다고 지구의 법이 그러하다고 하니 따라야 했던 한태석이었다.
“내가 미안하다. 잘 알아보고 했어야 하는데.”
“후우! 후우! 그래! 잘 알아봐야지. 그런데 대장장이 양반!”
호미는 불길이 피어오르는 듯한 눈빛으로 한태석을 노려보았다.
그것 말고도 또 무언가가 있다는 듯한 눈빛에 한태석은 긴장을 했다.
“대장장이 양반. 내 담임이 나를 요구했다는 걸 한번 생각해 본다고 했다지?”
“아! 그것 말인가. 그래. 자네의 중학교 진학 때문에 자신이 직접 돌보겠다고 하더군. 참 고마운 일이지. 아무래도 이곳이 그다지 좋은 환경은 아니니까.”
한태석은 매장을 둘러보며 씁쓸하게 미소를 지었다.
“인간이든 도깨비든 학문에 힘을 쓴다는 것은 참 좋은 일이지. 내 듣자 하니 맹자의 어머니는…….”
한태석은 인터넷에서 본 감동적인 이야기를 꺼냈다.
자식의 교육을 위해 세 번이나 이사를 했다는 어머니의 집념이 위대한 성인을 만들어 낸 것이다.
부모의 얼굴이 기억나지 않는 한태석으로서는 그런 가슴 뭉클한 이야기가 감동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사장님.”
지민도 한태석의 말에 두 눈을 초롱초롱하니 뜨고 고개를 끄덕였다.
왠지 한태석이 결혼을 해서 아버지가 되면 정말 가정적일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하아! 저 멍청이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군.”
호미는 한태석의 말에 한숨을 내쉬었다.
“내 임시 담임 선생…….”
호미가 엘리제의 정체를 밝히려는 순간 매장의 문이 열리고 엘리제가 들어왔다.
“어서 오세요.”
“응? 아! 호미의 담임 선생님이시군요.”
한태석은 엘리제가 자신의 매장에 들어오자 반갑게 그녀를 맞았다.
“에? 담임 선생님?”
지민은 엘리제를 보고서는 처음에는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호미를 바라보았다.
호미는, 지민은 한태석과 달리 알아차렸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 담임 선생님이셨구나! 안녕하세요. 이야기 많이 들었어요.”
“에?”
호미는 지민도 엘리제에게 다가가 환하게 웃는 것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대체 이게 무슨 일인지 순간 이해를 하지 못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도깨비인 호미와는 달리 인간은 본질을 알아보는 힘이 없었기 때문이다.
엘리제는 그냥 외형만 조금 변장을 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본질을 숨기는 힘을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한태석이나 지민으로서는 전에 본 엘리제와 지금의 엘리제의 모습을 같이 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아니 왜 저래?’
다만 호미는 엘리제를 꿰뚫어보고 있었기에 한태석과 지민의 반응이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이다.
“족발 사 왔다!”
문이 열리고 혜진이 손에 묵직하니 족발을 사 가지고 들어왔다.
“응? 손님?”
“아! 언니! 호미 담임 선생님이세요.”
“오오! 안녕하세요. 호미한테서 이야기 많이 들었어요. 역시 듣던 것처럼 미인이시네요.”
혜진마저도 엘리제를 못 알아보는 것에 호미는 어이가 없다는 듯이 입을 벌리며 이 기묘한 광경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호미는 학교에서의 이야기를 다른 이들에게 한 적이 없었다.
“저…… 저…… 저거짓말쟁이들. 악! 왜 때려!”
호미는 자신의 머리를 쥐어박는 혜진에 버럭 화를 냈지만 혜진의 무시무시한 눈빛에 이내 입을 다물어야만 했다.
“호호호! 우리 호미 보시는데 고생이 많으시죠?”
“예. 골치가 아프네요.”
엘리제의 솔직한 말에 한태석과 지민 그리고 혜진은 움찔 몸을 떨었지만 이내 호미를 보고서는 고개를 끄덕였다.
“왜? 왜? 내가 뭐 어쨌는데? 와! 진짜…….”
호미는 그 의미 불명의 시선들에 기가 막혔지만 다수의 폭력에 무방비 상태였다.
“혹시 식사 안 하셨으면…….”
혜진은 자신이 사온 족발을 들어 보이며 엘리제에게 말했고 엘리제는 사양하지 않았다.
“예. 그러죠.”
“지민아. 가게 문 닫아라.”
“예! 사장님!”
밥 먹는 중에는 손님을 받지 않는 한태석의 대장간이었다.
그렇게 문을 걸어 잠그고서는 매장의 테이블 위에 혜진이 사 온 족발을 나열하는 것이었다.
“저기 저 여자 말인데. 대장장이 양반.”
“어허! 어찌 스승을 저 여자라 말하는 거냐! 아무리 호미 네가 나이가 많다 하지만 배움에는 나이가 없는 법이다.”
한태석은 호미의 말에 버럭 호통을 쳤다.
“그래. 호미야. 선생님께 버릇없이 굴면 안 되지.”
“그럼. 스승은 하늘인데.”
지민과 혜진마저도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지 않는 것에 호미는 큰 충격이었다.
“자! 선생님. 드시지요.”
“예. 감사합니다.”
그렇게 호미를 제외한 네 사람은 족발을 먹으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보였다.
그런 화기애애한 분위기에 호미는 주먹을 움켜쥐고 이를 악물며 다짐을 했다.
‘삐뚤어질 테다! 삐뚤어지고 말 테야!’
호미는 중학교에 진학하면 삐뚤어지겠다고 다짐을 했다.
‘확 이성 교제해버릴까 보다!’
남녀칠세부동석이라는 시대를 살았던 호미였다.
처음 학교에서 남녀가 함께 공부를 한다는 것에 문화충격을 받았던 호미였다.
그런 호미가 삐뚤어지겠다며 허락 없이 이성 교제를 하겠다고 생각하는 것이었다.
“호미야! 너도 먹어.”
“크윽!”
호미는 맛있는 냄새를 풍기는 족발로 자신을 달래려는 지민에 화가 치밀어 올랐다.
‘수백 년을 산 도깨비인 나를 뭐로 보고…….’
도깨비의 분노가 하늘에 닿으면 폭우가 되어 마을을 물에 잠기게 하는 법이었다.
“맛있지?”
“맛있네. 어디서 샀대?”
호미는 커다란 다리뼈를 붙잡고서는 물었다.
“놀보네.”
“아! 놀보. 그 친구! 이야기는 내 익히 들었지. 심보가 고약해서 혼이 났었는데. 호오! 음식 솜씨가 생각보다 좋은 친구였구만. 그건 몰랐네.”
호미는 놀보가 이렇게 음식에 조예가 깊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며 감탄을 했다.
그런 호미에 지민과 혜진은 황당한 표정으로 호미를 바라보았다.
“혹시 혹부리 영감님이라고 아니?”
“응? 그건 누군데?”
“아! 그게 노래 잘 부르는 분인데. 혹에서 노래가 나온다고…… 이렇게 혹이 막 크게.”
“혹? 혹이 달린 노래 잘 부르던 영감? 아아!”
호미는 지민의 말에 생각이 났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지민과 혜진은 자신들이 들었던 이야기가 동화가 아니었나 하는 경악에 차서는 호미를 바라보았다.
“몰라.”
“…….”
“아우! 확 그냥!”
호미는 지민과 혜진이 자신에게 화를 내는 것에 반드시 삐뚤어지겠다며 다시 한 번 다짐을 했다.
그렇게 나름 화기애애하니 식사를 하고 있을 때. 족발을 맛있게 먹던 엘리제는 수건으로 입을 닦으며 입을 열었다.
“다름 아니라. 제가 이곳을 찾은 이유가 있습니다.”
“아! 예! 말씀하십시오.”
엘리제가 한태석을 찾은 이유에 관해서 이야기하려는 것에 다들 엘리제를 쳐다보았다.
“호미의 아버님께 이야기를 드렸습니다만 호미의 장래를 위해 이곳의 환경이 그다지 좋지 않아 보입니다.”
엘리제의 말에 한태석은 고개를 끄덕였다.
“맹모삼천지교라.”
한태석이 맹모삼천지교라는 말을 하자 지민과 혜진은 살짝 긴장하며 두 사람의 대화에 집중했다.
“호미가 더 이상 이곳에서 나쁜 영향을 받을 바에야 좋은 환경에서 그에 걸맞은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호미의 아버님께도 이미 말씀을 드렸으니 호미가 더 이상 이곳에서 일을 하게 하는 것은 삼가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엘리제의 말에 지민과 혜진은 놀란 눈으로 한태석을 바라보았다.
“예. 선생님과 오전에 대화했던 것은 저도 공감을 합니다만 좀 더 시간을 주시라고 분명 말씀을…….”
“예?”
엘리제는 한태석의 말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한태석의 말이 무언가 이상함을 느낀 것이다.
“제가 분명 선생님께 시간을 좀 더 주시라고 했지 않습니까. 저 혼자 결정을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서 말입니다.”
한태석의 말에 엘리제는 두 눈을 휘둥그레 뜨고서는 물었다.
“혹시 저하고 언제 만난 적 있었나요?”
“예?”
한태석은 엘리제가 자신을 못 알아보자 고개를 갸웃거렸다가 오전의 차림과 지금의 차림의 괴리감이 무척이나 크다는 것을 떠올렸다.
“아! 이거 죄송합니다. 오전에 호미의 보호자가 접니다.”
한태석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에에에엑?”
엘리제는 한태석의 말에 전혀 눈치도 채지 못했다며 경악을 했다.
지금까지도 한태석이 오전에 학교에 왔던 호미의 보호자인지 못 알아본 것이었다.
‘설마 인식 장애 아티팩트를 사용한 건가?’
차분하게만 보이던 엘리제가 경악하며 뒤로 물러서서는 한태석과 호미를 바라보자 지민과 혜진은 점심때 보았던 한태석의 모습을 떠올리며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사장님. 그러게 적당히 차려입으셔야지.’
그리고 그런 상황에 호미의 외침이 핵폭탄처럼 터졌다.
“야! 이 멍청한 놈들아! 이 여자 매장을 습격했던 여자라고! 그 엘프인가 뭔가 하는 여자! 나를 팔라고 했던 그 여자 말이야!”
호미가 식식거리며 외치자 처음에는 그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냐고 바라보던 세 사람은 이내 매장의 출입구에서 사리가 이를 드러내며 으르렁거리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크르르르!
“아! 사리야. 니 건 남겨놨…….”
“들켰군. 역시 신수나 에고 소드는 못 속이는 건가.”
“응?”
엘리제는 안경을 벗으며 자신의 정체를 드러냈다.
“꺄아악! 언니! 엘프! 엘프!”
“감히 여기가 어디라고!”
“니들 실력으로는 나를 상대할 수 없다.”
놀라서 아까운 족발들을 뒤집어 버린 지민의 옆에 앉아 있던 혜진은 자신의 무기를 움켜쥐고 엘리제에게 달려들었다.
“하아! 미치겠군. 나가서 싸우라니까.”
한태석은 또다시 매장 안에서 칼부림을 하는 여인들에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와장창!
그렇게 한태석의 매장은 또다시 난장판이 되어야만 했다.
“으! 무서우면 어쩌지? 나 공포 영화는 엄청 약한데.”
“별로 안 무섭대. 너무 걱정하지 마.”
매일 일만 하던 직원의 분노어린 파업에 한태석의 대장간은 하루 휴식을 취하기로 하고서는 영화관으로 향했다.
물론 직원은 한 명뿐이었으니 범인은 그녀였다.
한태석과 혜진, 지민과 호미까지 해서 네 사람은 처음으로 함께 영화관으로 온 것이다.
사리를 데려가고 싶었지만 영화관에 입장이 되지 않는다는 것에, 때마침 놀러 온 소방관 박성길에게 맡겨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