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ngnam Blacksmith RAW novel - Chapter 56
제 56화
하여튼 김치를 불판 위에 올려 삼겹살 기름에 볶은 것을 먹고 신세계를 알아버린 엘리제에 지민과 혜진은 연신 주모를 찾으며 삼겹살과 김치를 불판 위에 올렸다.
그렇게 소주와 함께 삼겹살 먹방을 찍기 시작했고 엘리제는 쌈장이라는 히든 소스에 한 번 더 뒤로 넘어갔다가 한국의 요리는 최고라며 지민과 혜진을 흡족하게 만들어 주었다.
그렇게 몇 번인가 연거푸 소주잔을 기울이고 난 뒤에 다들 당황하게 되었으니 소드 마스터급의 강함을 가진 엘리제가 술에 생각 이상으로 약하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나느은 세쌍을 구하려고. 그 고쌩을 하는데 아무도 알아쭈질 않아. 그 나쁜 놈의 새끼들. 한꾹 와 가지고. 싸장님 나빠요. 보석하고 금하고 막 싸기 당해가지고 돈도 없꼬 집도 손바딱만한 고씨원에 들어가가. 밥은 식빵에 수돗물 마셔가며 내가 을마나 서러븐지.”
외국인 노동자의 삶은 험난했다.
엘리제 또한 마찬가지여서 전설의 대장장이를 찾아 한국에 왔지만 세상 물정 몰라 사기를 당하고 모든 것을 다 털어먹어야만 했다.
하지만 어떻게든 자신의 세상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를 해야만 했다.
“막! 옆빵에는 왠 가시내가 남자 꼬셔가지고 막 신음소리 막 나꼬! 와 그라는데에! 그만 좀 괴롭히라.”
“저기 언니. 사투리는 또 어디서.”
“그게 중요하나? 어? 내는 밤마다 그 가시나 비명에 잠도 못 자! 니가 그거 아나?”
생각보다 고된 엘리제에 지민은 웃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심각하게 고민을 해야만 했다.
“그래. 여기 애도 있는데. 그런 이야기는 그만하지.”
“누구? 애가 있어? 나는 듣기 좋은데.”
앉아서 환타를 홀짝이고 있는 호미는 혜진의 말에 놀라며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과거 도깨비 할머니의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 이야기보다 더 흥미진진한 호미였다.
그렇게 엘리제의 신세 한탄이 이어지고 묵묵히 맥주에 소주를 말아먹고 있던 한태석이 입을 열었다.
“그래. 너의 세상을 침공한 것이 마족들인가?”
“마조옥?”
엘리제는 한태석의 말에 두 눈을 게슴츠레 뜨며 말했다.
“마족. 그래. 그 잘난 놈들이지. 그놈들이 우리의 모든 것을 다 불태우고 있다. 우린 엘프와 인간, 드워프, 수인족 등 힘을 합쳐 막아내려고 했지만 역부족이었지. 용사 베런이 분투를 하고 있지만…….”
엘리제는 머리를 위로 꺾으며 하얀 연기가 올라가고 있는 삼겹살집의 천장을 바라보았다.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한태석은 엘리제가 마족들을 쓰러트릴 무기를 구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결국 나에게서 마족들을 무찌를 무기를 원하는 것이었군.”
“그래. 그랬지. 하지만 소용없는 짓이야.”
제법이기는 하지만 한태석의 무구로는 그 강대한 마족들을 무찌를 수 없었다.
그 마족들은 너무나도 강력해서 무기 몇 개로 전세를 바꿀 수는 없었다.
“소용이 없다라. 그래. 지금의 나로서는 힘들겠지.”
한태석은 자신의 손을 바라보았다.
굳은살이 군데군데 보이는 거친 손이었다.
불에 대한 내성이 있다지만 불에 의한 화상 자국과 거친 쇳조각으로 인한 상처가 훈장처럼 새겨져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전성기 때의 힘을 되찾지 못했기에 전설의 무구들을 만들 수 없었다.
‘고작해야 레어 최상급이 한계다. 그 정도로는 마왕을 쓰러트릴 수 없어.’
지구라면 걱정을 할 필요도 없는 일이었지만 지구가 아닌 다른 차원의 다른 세계들은 마족들에 의해 고난을 겪고 있었다.
‘빌어먹을 마족 놈들.’
한태석은 이를 악물었다.
자신 또한 마족들에 의해 모진 고생을 했었기에 그 원한이 하늘에 닿아 있었다.
“만들어 주마.”
“흥! 니는 못한다고. 어떻게 만들 건데. 그냥 호미를 나한테 주라고! 호미만 있으면 우린 다 행복해 질 수가 있어! 그치 호미야!”
엘리제는 자신의 옆에서 삼겹살을 뒤적이고 있는 호미의 얼굴을 붙잡았다.
“후우!”
엘리제의 입에서 샌 뜨거운 숨이 호미의 얼굴에 닿았다.
그 야릇함과 엘리제의 위험한 수위의 발언에 호미는 퉁명스레 말했다.
“확 경찰 아저씨한테 신고해 버린다. 저리 안 치워.”
“힝! 우리 호미가 선생님 맘도 몰라주고. 선생님이 우리 호미 얼마나 좋아하는데. 호미야. 내 맘을 받아줘.”
“야! 야! 저기 쟤 좀 말려라. 저거 저러다가 TV 나오겠다.”
“저…… 저기 엘리제 언니 발언이 너무 위험한데요.”
호미를 끌어안고 몸을 비비적거리는 엘리제에 지민과 혜진은 엘리제를 때어놓으려고 했지만 엘리제는 지민과 혜진보다 힘이 셌다.
“아우! 진짜! 저리 떨어져! 야! 대장장이 양반! 그 잘난 무기 빨리 만들어 줘! 별것이 다 귀찮게 하네 진짜!”
한태석은 호미의 말을 한 귀로 흘리면서 고민에 들어갔다.
‘분명 내가 만드는 무기로는 마족들을 물리칠 수 없다. 하지만…….’
지구에 와서 한태석은 신세계를 경험했다.
검과 창 그리고 방패로 싸우는 시대가 아니었다.
하늘에는 드래곤만큼이나 빠른 하늘을 나는 날틀이 있었고 바다에는 크라켄만큼이나 무시무시한 바닷속 괴물이 있었다.
땅에도 스콜피온의 단단한 등껍질을 가진 불을 뿜어내는 거대 돌격 상자가 존재했다.
화살이 닿지 않는 먼 거리에서 적을 죽이는 무기들이 즐비한 곳이 지구였다.
‘핵. 아니 그건 너무 위험한가?’
어지간한 나라 하나 정도는 멸망을 시켜 버릴 만한 무기도 존재했다.
물론 끔찍한 오염이 수백 수천 년 동안 이어져 살아가는 사람들을 병들게 하는 무시무시한 무기이기에 한태석은 이내 고개를 내저었다.
‘하지만 그에 못지않은 무기라면…….’
한태석은 굳이 검이나 창. 활과 같은 것을 만들 필요가 있을까 하는 의문에 도달했다.
이미 폭죽을 만들어 보며 열병기의 기초를 습득한 한태석이었다.
지금 당장에라도 총을 제작할 수 있었다.
비록 레전드급이나 신 급은 아닐지라도 레어 급의 총기로 무장한 판타지 세계의 병사들이 마족들을 쓸어 버리는 광경이 나올 수도 있는 것이다.
물론 한태석 혼자 그 많은 양의 무기를 만들어 낼 수는 없었다.
‘결국 한 방이로군. 폭탄의 어머니.’
한태석은 주먹을 움켜쥐었다.
큰 거 한 방에 전쟁을 끝낼 수 있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으으! 머리가. 윽!”
“엘리제 언니. 이거…….”
다음 날 아침 엘리제는 지끈거리는 숙취로 머리를 움켜쥐며 일어났다.
그런 엘리제의 옆에 중세의 갑옷을 입고 있는 지민이 칸디션이라는 이름이 적힌 음료수병 하나를 내밀었다.
“…….”
엘리제는 칸디션을 받아들고서는 어제의 일이 조금씩 떠올랐는지 안색이 참혹해져 갔다.
2차로 노래방에 가서는 고성방가를 내지르다가 길거리에서 웬 입간판을 보고서는 칼부림을 벌인 엘리제였다.
그것도 부족해 온갖 부끄러운 일을 다 했던 기억이 드문드문 떠올랐다.
물론 전부는 아니고 드문드문 필름이 끊겨 있었기에 전부 떠오르지는 않았다.
무언가 더 커다란 것이 있는 듯했지만 기억에 떠올리기를 거부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떠올리기를 거부하는 기억을 억지로 끄집어내려고 하는 존재가 있었다.
“언니! 어제 굉장했어요!”
“…….”
뭐가 그리 굉장했는지 지민이 두 눈을 초롱초롱하게 뜨고 있는 것에 엘리제는 칸디션을 목구멍 너머로 넘겼다.
그러자 한결 속과 머리가 풀리는 엘리제였다.
“지민 양. 호미는?”
“학교 갔지요. 아! 맞다. 호미네 반 임시 담임 선생님이라고 했었죠? 흐음! 지각이려나?”
지민은 힐끔 시계를 보고서는 미소를 지었다.
“하아! 죄송해요.”
“아니요. 뭐. 재미있게 놀았는데요. 어제. 완전 스트레스가 다 풀렸다니까요. 엘리제 언니가 정말 신나게 조폭 애들 두들겨 패는 거 보고서는 와! 막 스트레스가 풀리는 게.”
“예? 조폭이요? 저 싸웠어요?”
엘리제는 자신의 기억에도 없는 말을 하는 지민에 놀란 표정을 지었다.
“어머! 기억 안 나세요? 마지막에 나이트 가서 부킹하러 온 조폭 언니가 아주 반 죽여 놨잖아요. 그리고 조폭 애들이 막 몰려와서는…….”
주먹을 움켜쥐고서는 쉐도우 복싱을 하는 지민에 엘리제의 안색은 새하얗게 변해갔다.
“와! 그렇게 조폭 애들 다 무릎 꿇리고서는! 조폭 애들이 누니임! 하는 것이 그냥…….”
엘리제는 술 마시지 말자는 다짐을 하며 비틀 몸을 일으켰다.
늦었지만 학교에 가려는 것이었다.
달칵!
그렇게 엘리제가 학교에 가려고 매장을 나서려는 순간, 대장간으로 통하는 통로의 문이 열리며 한태석이 나왔다.
“일어났나 보군.”
“아! 어제는…….”
엘리제는 한태석을 보고서는 얼굴을 붉혔다.
드문드문 떠오른 기억에 한태석의 몸에 매달려 낯부끄러운 짓을 했던 것도 떠오른 것이다.
그 때문에 혜진과 다시 한 번 칼부림 직전까지 갈 뻔도 했기에 엘리제는 한태석의 얼굴을 보기가 민망했다.
‘내가 이렇게 술주정이 심했나?’
그렇게 천 년 가까운 삶을 살아온 엘리제는 자신도 몰랐던 자신의 모습을 알았다는 것에 몸을 부르르 떨었다.
“미안했다.”
“미안이라. 뭐 아무튼 저녁때 다시 찾아와라.”
“응? 왜? 또 마시게?”
엘리제는 또 술 마시자는 말로 알아듣고서는 고개를 내저었다.
한태석은 그런 엘리제에 인상을 찡그리며 말했다.
“무슨 소리야? 무기 줄 테니까 저녁때 오란 말이다.”
“뭐? 무기? 술 아니고?”
엘리제는 한태석의 말에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엘리제의 마음과는 달리 몸은 정직했다.
‘술 안 마셔? 아니 내가 왜 이래. 미쳤나 봐.’
침이 꿀꺽 넘어가고 몸이 달아오르는 엘리제였다.
그렇게 아쉬운 듯한 눈빛으로 한태석의 대장간을 나서는 엘리제에 지민은 한태석에게 가다가 물었다.
“사장님. 엘리제 언니. 무기 만들어 주시려고요?”
“그래. 그녀의 세계가 그냥 주저앉게 놔둘 수는 없으니까. 마족 그들은 세상의 파멸만을 원하는 존재들. 그들을 막지 않는다면 모든 세계는 파멸만이 남을 뿐이니까.”
한태석은 세상을 무로 되돌리는 것이 목적인 마족들을 떠올리며 이를 악물었다.
종국에 가서는 모든 것이 다 무로 되돌아가게 되지만 살아가는 자들은 그것을 저지하는 것이 임무였다.
그러니 한태석도 모든 힘을 다해 막아야만 하는 것이다.
물론 원한이 아주 많이 들어가 있어서 조금 과격한 방법을 사용하려고 했지만 그 과격함을 그 누구도 알 수 없었기에 막을 존재는 없었다.
“그럼 나는 다시 들어가 볼 테니 지민이가 수고 좀 해 줘.”
“예! 알겠습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사장님! 제가 이거 다 팔아드릴게요!”
그렇게 다시 대장간 안으로 들어간 한태석의 망치 소리가 대장간 밖으로 울려 퍼졌다.
21.
엘리제는 한태석으로부터 커다란 박스 하나를 받았다.
“이건 뭐지?”
“폭탄.”
한태석은 엘리제의 세계를 구할 수 있는 무기를 만들었다.
“실험은 해 보지 않아서 어느 정도의 위력인지는 모른다. 하지만 생각보다는 강력할 거야.”
한태석의 말에 엘리제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핵인지를 물었다.
“혹시 핵폭탄이라는 건 아니겠지? 그런 것이라면 사양하겠어.”
“핵폭탄은 아니야.”
한태석은 핵폭탄은 아니라고 했다.
한태석도 핵폭탄이 어떤 것인지는 알고 있었기에 그런 것을 만들 생각은 없었다.“혹시 핵폭탄이라는 건 아니겠지? 그런 것이라면 사양하겠어.”
“핵폭탄은 아니야.”
한태석은 핵폭탄은 아니라고 했다.
한태석도 핵폭탄이 어떤 것인지는 알고 있었기에 그런 것을 만들 생각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