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ngnam Blacksmith RAW novel - Chapter 57
제 57화
“그냥 일반 폭탄이다. 다만 위력이 생각보다 강하다는 거지. 그러니까 충분한 범위 밖에서 사용을 해. 사용 방법을 알려주지.”
한태석은 엘리제를 안심시키고서는 폭탄의 사용 방법을 알려주었다.
안전장치를 풀고 폭발을 시킬 해당 위치로 폭탄을 옮긴 다음에 무선 신호기를 작동시키면 폭발이 일어난다고 했다.
“타이머를 작동시켜서 할 수도 있다. 이걸 누르면 10분 뒤에 폭발이 일어난다.”
그렇게 폭탄은 다섯 발을 만들었다.
엘리제는 한태석으로부터 한태석 표 강력 폭탄과 무선 기폭장치를 받아서는 한태석을 바라보았다.
“호미는…….”
“그 녀석의 각성은 아직 일러. 아니 아직 나의 능력으로는 무리이다.”
한태석은 엘리제에게 호미가 완전한 각성을 이루지 못했음을 설명했다.
한태석 자신의 능력 부족 때문에 완전한 힘을 가지지 못한 채로 깨어났다는 것이었다.
“역시 그랬던가. 흐음!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엘리제는 한태석의 설명에 한숨을 내쉬었다.
완전하지 못한 에고 소드라면 그다지 큰 도움은 되지 못할 터였다.
“알았어. 일단 이걸로 마족들의 진격을 저지하며 시간을 벌어야지.”
엘리제는 한태석이 준 폭탄으로 전쟁을 끝낼 수는 없을 것이라 여겼다.
‘시간만 벌어줄 수 있다면.’
반격을 위한 시간을 벌어줄 수만 있다면 뭐든 해야만 했다.
그렇게 호미가 완전히 각성을 하고 마족들과의 싸움에서 승리를 할 때까지만 시간을 벌 수 있다면 엘리제의 역할은 충분한 것이다.
그렇게 엘리제는 한태석으로부터 폭탄을 받아서는 자신의 세계로 돌아갔다.
삭막한 바람이 풀조차 돋아나지 않고 있는 황량한 황무지 위를 스쳐 지나갔다.
그곳에 작은 요새가 반쯤 허물어진 채로 위태롭게 서 있었다.
그 요새의 위로 지구에서는 너무나도 생소한 외모를 가진 이들이 서서는 멀리 보이는 검은 물결들을 긴장한 채 바라보고 있었다.
“엘리제. 그것이 과연 도움이 될까?”
거친 수염에 푸석한 피부를 가진, 빛바랜 갑옷을 입고 있는 한 남자가 여전히 눈부시게 아름다운 엘리제에게 물었다.
“용사 베런. 나 또한 당신처럼 불안하답니다.”
엘리제는 자신의 손에 들린 농구공만 한 크기의 폭탄을 바라보았다.
이 작은 것이 얼마나 큰 위력을 발휘할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고양이 손이라도 빌려야 할 처지였다.
“이곳이 무너지면 아레나 왕국도 끝납니다. 아레나 왕국이 무너지면 대륙의 동부가 완전히 마족들의 손아귀에 떨어지는 것이지요. 대 곡창지대가 그렇게 마족들의 손에 넘어가게 된다면 전쟁은 힘겨워지게 될 것입니다.”
점점 밀려드는 마족과 몬스터들 앞에 엘리제의 연합군은 점점 세력이 약화하고 이탈을 하는 종족들이 늘어나고 있었다.
이대로 시간이 가면 갈수록 승산은 없어지는 것이다.
“전설의 대장장이에게서 받아온 것이니 한번 믿어 봅시다.”
대마법사 아론의 말에 엘리제는 자신의 입술을 깨물었다.
동료들에게는 전설의 대장장이에게서 받아온 무기라 말을 했지만 엘리제는 한태석이 전설의 대장장이는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당장 동료이자 용사로 불리는 베런의 장비가 한태석이 만든 장비보다 성능이 좋았다.
엘리제도 전설 급의 장비를 착용하고 있었고 대마법사 아론 또한 전설 급의 장비들을 가지고 있었으니 한태석에게서 무구들을 얻어와 봐야 그다지 도움이 될 것이 없었다.
“온다.”
동료이자 수인족인 게린의 눈에 아주 멀리 마족들의 대군단이 보였다.
다른 동료들보다 월등하니 눈이 좋아 먼저 발견을 한 것이었다.
“그럼 이걸. 적들의 한복판으로 던져야 하는데.”
“그건 내가 하지. 엘리제.”
대마법사 아론의 도움으로 마족들의 대군단 한복판으로 한태석의 폭탄을 옮기기로 했다.
엘리제는 한태석이 알려준 대로 안전장치를 풀고서는 아론에게 넘겨주었다.
“그럼 다녀오지.”
“폭발의 위력이 크다고 하니 최대한 멀리 가져다 놓으세요.”
“알겠네.”
대마법사 아론은 엘리제의 말에 대답하면서도 그리 경각심을 가지지는 않았다.
당장 엘리제조차도 위력이 세 봐야 얼마나 세겠냐는 생각을 하고 있었으니 거듭 강조를 하지는 않았다.
엘리제가 한태석으로부터 폭탄 다섯 개를 가지고 왔기에 일단 한번 사용을 해 보고 난 뒤에 나머지 네 개를 전부 사용하려고 생각 중이었다.
사실 대마법사 아론도 무시무시한 마법을 사용할 수 있었다.
수십 미터에서 수백 미터에 이르는 폭발 범위를 자랑하는 대량 살상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마법은 전투에서는 승리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전쟁의 방향을 바꿀 수 있을 정도는 되지 못했다.
더욱이 적도 그런 마법을 사용할 수 있었기에 자칫 반격을 받을 위험도 있었다.
하여튼 아론은 진격해 오는 마족 군단의 한가운데로 은밀하게 침투해 들어가 엘리제가 지구에서 가지고 온 폭탄이라는 것을 던져 넣고 돌아왔다.
그냥 길거리에 대충 던져 놓아도 마족들로서는 그것이 무엇인지 알 길이 없었다.
그렇게 마족 군단 주력 10만의 대군들 속에 한태석이 강화를 시킨 폭탄이 옮겨졌고 엘리제는 아론이 되돌아오자 망설임 없이 무선 기폭장치를 눌렀다.
그리고 그 날 엘리제의 세상에 버섯구름이 생겼다.
핵폭발은 아니었지만 20킬로톤급 폭발이 일어나면서 버섯구름이 만들어진 것이었다.
20킬로톤급 폭발은 지구의 세계 2차 대전 당시 일본에 투하되었던 초기형 핵폭발과 비슷한 위력이었고 그때의 폭발로 인해 히로시마에는 20만 명 나가사키에는 14만 명이라는 경악스러운 피해를 일으킨 것이다.
폭심을 중심으로 12 제곱킬로미터의 지역이 폭풍과 화재에 괴멸될 정도였으니 마족 군대가 모여 진격 중이던 지역은 아무것도 남지 않은 채로 소멸해 버렸다.
“으…… 윽! 여…… 여긴.”
폭탄의 위력을 과소평가한 엘리제는 거대한 버섯구름과 함께 몰려오는 폭풍에 휘말려야만 했다.
허물어져 가던 요새는 밀려오고 끌려가는 공기의 폭풍에 허물어져 버렸고 아론이 제때 배리어를 치지 못했다면 엘리제들도 함께 흔적도 남기지 않았을 터였다.
아니 조금만 폭심에서 더 가까웠다면 아론의 배리어도 소용이 없었을지도 몰랐다.
가히 신의 응징이라 불릴 정도로 강력한 위력이었지만 엘리제는 자신들에게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지 파악조차 하지 못할 정도로 정신이 없었다.
“크윽! 에…… 엘리제. 대체 뭘 가지고 온 것이오?”
“아론! 아론! 괜찮아요?”
강력한 폭풍을 막아내기 위해 배리어를 무리하게 친 대마법사 아론이 입에서 피를 흘리고 있었다.
용사인 베런도 엘리제의 앞에서 풍압을 막아주다가 기절을 해서는 땅바닥을 기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엘리제조차 도저히 전투가 가능하지 않을 정도로 몸 상태가 엉망이었다.
사실상 전멸의 상황이었지만 다행인지 불행인지 폭심의 중앙에 있던 마족과 몬스터들은 뼈조차 남기지 못하고 사라져 버린 것이다.
“핵? 설마. 아니야! 분명 그는 핵은 아니라고 했어. 핵은 더 강력한 위력이라고.”
1메가 톤급 핵폭발이 일어나면 반경 7km 안의 모든 사람이 사망하고 그 이외의 거리에 있는 사람들에게도 괴멸적인 피해가 일어나 수백만 명이 즉사할 정도였다.
문제는 그런 1메가 톤급 핵폭탄보다 더욱더 위력이 강한 폭탄을 지구는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만일 핵폭발이 일어났다면 엘리제도 천국의 문을 두드리고 있었을 터였다.
한마디로 말해 마족의 군대가 지구의 인간계를 침공한다는 것은 수천 발이 넘는 핵 공격과 수십만 발이 넘는 재래식 탄두의 융단폭격을 견뎌 내야만 한다는 것이었다.
그것도 모자라 가시거리 밖의 폭격에 노출되어 녹아내림을 의미했다.
지구에서의 전쟁이야 같은 인간이기에 최소한의 제한이 내려지는 것이지 만일 같은 인간이 아니라면 인간이 얼마나 잔인해질지 확인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될지도 모른다.
비록 마법이 있다지만 냉병기 시대의 전투와 열병기 시대의 전투는 성립 자체가 되지 못하는 법이다.
“말도 안 돼.”
엘리제는 멍하니 지금도 이글이글 공기가 타오르고 있는 폭심 방향을 바라보았다.
마치 꿈을 꾸고 있는 듯한 느낌마저 들고 있었지만 온몸에서 느껴지는 고통에 지금의 상황이 결코 꿈이 아니었음을 깨달을 수 있었다.
그렇게 엘리제의 세상에 첫 번째 버섯구름이 피어오른 날로부터 일주일 뒤. 두 번째 버섯 폭발이 피어올랐다.
“마왕에게 항복 권유를 하세요.”
“예! 엘리제 님!”
엘리제의 손에 무선 기폭장치가 들려 있었고 마족들이 엘리제의 공존계에 세운 마족들의 제1 도시는 증발해 버렸다.
“악마의 무기이다. 악마의 대장장이가 만든 악마의 무기야.”
그 경악스러운 위력에 공존계의 연합군들조차도 환호하기보다는 공포에 질릴 정도였다.
“공존계 연합군 사령관의 명령이오! 마왕이여! 무조건 항복하지 않는다면 마족들은 단 한 명도 살아남지 못할 것이오!”
“크으윽! 항복하겠다. 항복이다.”
결국 두 번의 폭발로 인해 마왕은 무조건 항복하며 공존계의 끝으로 물러나야만 했다.
단번에 주력군과 마족들의 최대 도시가 사라져 버렸으니 더 이상은 저항을 할 수 없는 것이었다.
언제 어디서 자신들이 이 정체를 알 수 없는 폭발에 휘말려 소멸할지 알 수 없었기에 항복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엘리제의 공존계는 평화를 찾았고 한태석의 악마의 폭탄은 연합군에 포함된 종족들의 손에 의해 비밀스러운 장소로 옮겨져 봉인되었다.
그 누구의 손에도 들어가게 해서는 안 되는 무기였다.
훗날 다시 마족들이 자신들의 세계를 침공했을 때 봉인이 풀리게 될 것이라는 비석이 그 앞에 세워졌다.
“그래서 왜 돌아왔는데?”
“그…… 그게 공윤이 새 영화 찍었다고 해서…….”
호미는 임시 담임이면서 휴가 갔다 돌아온 듯한 엘리제를 보며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자기 세계를 지켰으면 지구로 돌아올 필요도 없을 터인데 무슨 영화를 보겠답시고 지구로 돌아와 있는지 모를 일이었다.
이미 지구의 자극적인 유흥에 빠져버린 엘리제였다.
“그나저나 호미 너 말버릇이 그게 뭐니? 선생님께!”
“선생님은 무슨 불여시처럼 사람 홀린 주제에! 내가 모를 줄 알어? 귀신은 속여도 도깨비는 못 속여! 이 할망구야!”
“시끄러! 너 당장 내일 학부모 모셔와!”
엘리제와 호미가 학교에서 투덕거리고 있을 때 한태석의 대장간에 검은 로브를 입은 한 남자가 들어섰다.
“어서 오세요!”
“악마의 대장장이가 이곳에 있다는 소문을 들었소.”
“예?”
지민은 왠지 모르게 언제 한번 이런 일이 있었던 적이 있었다는 느낌을 받아야만 했다.
다행히 이번에는 정체불명의 로브를 입은 남자가 공격해 오지는 않은 채로 몸을 덜덜 떨며 지민의 눈치를 보고 있다는 것이 엘리제 때와는 달랐다.
“엘리제 선생님은 남자친구 없어요?”
조명 화려하고 시끄러운 나이트클럽에 한 무리의 사람들이 테이블에 앉아 술을 마시고 있었다.
그 가운데 엘리제는 남자친구가 없느냐는 다소 끈적거리는 질문을 받으며 과일 하나를 집어 입안에 넣고 있었다.
한태석의 도움으로 자신들의 세계를 지키기는 했지만 지루한 자신의 세계를 견디지 못하고 지구로 완전히 이주해 버린 엘리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