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ngnam Blacksmith RAW novel - Chapter 58
제 58화
사람의 기억을 망각시키고 조작시키는 마법의 아이템을 이용해 호미가 다니는 학교의 선생이 된 엘리제였다.
의외로 지구의 인간들은 정신 조각을 하는 마법에 대한 저항력이 약해 쉽게 파고들어 갈 수 있었다.
그것으로 인간들을 조정할 수도 있었지만 딱히 그런 일까지는 할 생각이 없었기에 적당한 직업 하나 가지고서는 드라마와 아이돌 그리고 영화 등에 푹 빠져 있는 중이었다.
하여튼 지구가 고향 같은 느낌으로 살아가고 있는 엘리제는 눈부신 외모 때문에 뭇 남성들로부터 치근덕거림을 자주 받고 있었다.
오늘의 나이트클럽도 선생님들끼리 단합을 도모하자는 취지로 온 것이었다.
“아직 생각이 없네요.”
엘리제는 남자친구가 없느냐는 말에 아직은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하하! 남자가 어려우신가 보네요. 하긴 엘리제 선생님같이 미모가 아름다우시면 남자들도 잘 접근을 하기 어렵기도 하지요.”
“그럼요. 너무 예쁘면 남자가 없다고도 하잖아요. 하하하하!”
엘리제는 남자 선생님들의 말에 피식 웃었다.
지금까지 엘리제의 남자를 세어 본다면 자신의 두 손가락으로 세기도 어려울 만큼 많았다.
거의 천 년에 가까운 세월 동안 살아온 엘리제였으니 남자친구의 숫자도 한둘이 아닌 것은 당연했다.
엘리제의 남성 편력을 알았다면 다들 질려버릴 남자 선생님들이었지만 굳이 말을 해야 할 필요는 없었기에 엘리제는 자신의 앞에 놓인 음료를 홀짝였다.
“엘리제 선생님은 술을 못하시나 봅니다.”
“아. 예. 술이 약해서요.”
전에 한태석들과 함께 술을 마시고서는 거한 술주정을 경험했던 엘리제였기에 입에 술을 대지 않고 있었다.
‘하아! 술 마셨다가 또 어떤 주정을 하게 될지 모르니까.’
그렇게 술을 마시지 않는다는 엘리제였지만 그냥 놔둘 남자들이 아니었다.
“그래도 조금만 마셔 봐요. 대한민국에서 사회생활을 하는데 술을 전혀 못 마시는 것도 문제랍니다.”
“그래요. 엘리제 선생. 성인이면 술도 마실 줄 알아야지.”
노란 액체가 담긴 유리잔을 내미는 남자 선생님들에 엘리제는 힐끔 맥주를 바라보았다.
사실 맛은 있었다.
알싸한 느낌과 함께 속이 시원해지는 술을 마시면 기분도 나름 좋아졌기에 엘리제는 적당히 취하지 않을 정도만 마시는 것도 그리 나쁘지는 않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럼 조금만.”
“하하! 그래요! 그래. 조금만 마셔요. 조금만.”
음흉한 눈빛을 하며 엘리제에게 술을 내민 남자 선생님에 엘리제는 술잔을 받아서는 한 모금 마시다가 목을 타고 넘어가는 알싸하고 짜릿한 느낌에 몸을 부르르 떨었다.
주변의 신나는 음악과 술이 가미되니 절로 몸이 흔들어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렇게 엘리제는 술잔의 남은 술도 한 번에 목구멍 너머로 넘겼다.
“카아!”
“오오!”
“하하하하!”
박수 소리가 요란하게 나며 엘리제의 원샷을 축하했다.
그러면서 엘리제를 향한 엉큼한 눈빛이 짙어졌다.
“자! 한 잔 더! 한 잔 더!”
엘리제의 양옆으로 남자들이 앉아 흥을 불어넣으며 엘리제의 몸에 은근슬쩍 손과 팔이 닿기 시작했다.
엘리제는 생각보다 더 맛있는 술에 기분이 좋아져 한 잔 더 주는 술을 깔끔하게 비우고서는 입을 열었다.
“내가 말이야. 어?”
“아이고! 엘리제 선생님 취하셨네.”
두 잔 만에 혀가 살짝 꼬인 엘리제에 남자들의 입에서 미소가 지어졌다.
약하다는 말에 이 정도일 줄은 생각지도 못한 것이었다.
물론 그들은 아직 알지 못했다.
술에 약하다고 그냥 취해서 쓰러지는 엘리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말이었다.
“니들 내 정체를 알면 깜짝 놀라버릴걸.”
“하하하! 지금도 많이 놀랐습니다. 엘리제 선생님. 하하하!”
“그래요. 아주 많이 놀랐어요. 더 놀라게 해 주실려고요?”
취한 엘리제에 본격적으로 음흉한 속내를 드러내며 엘리제의 몸을 건드리려는 순간. 한 무리의 검은 정장을 입은 남자들이 몰려왔다.
“응? 뭐…… 뭐야? 당신들.”
자신들의 테이블을 둘러싸는 검정 정장의 남자들은 짧은 머리에 하나같이 얼굴들이 험악하고 덩치가 큰 남자들이었다.
두 눈가에서 흐르는 살기가 일반인들로는 도저히 보이지 않았다.
“다…… 당신들 뭐야? 조…… 조폭이야? 뭐야? 우린 교…… 교사라고.”
나름 용기를 낸 한 남자 선생의 말에도 검은 정장의 남자들은 아랑곳하지 않은 채로 잠시 서 있다가 엘리제를 향해 고함을 질렀다.
“오셨습니까! 큰 누님!”
나이트클럽이 떠나가라 외치는 목소리에 다들 놀란 듯이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
그리고 그 가운데 앉아 있던 엘리제는 큰 고함에 귀가 아팠던지 손으로 귀를 긁적이며 인상을 찡그리고서는 외쳤다.
“이 자식들이! 얻다 대고 고함이야! 고함이! 니들 죽고 싶어?”
“아닙니다. 큰 누님!”
“죄송합니다! 큰 누님!”
엘리제에게 사과하는 이들은 강남파라고 불리는 조직폭력배들이었다.
일전에 한태석과 술을 마시고 취한 엘리제에 의해 털린 조직폭력배들로 거의 대부분의 조직원들이 엘리제의 손맛을 경험하고서는 엘리제에게 살려달라고 눈물 콧물 다 흘려대며 큰 누님으로 모시겠다고 약속을 한 것이었다.
당연히 엘리제는 기억을 못 하고 있었지만 강남파는 생생하게 기억을 하고 있었다.
사실 엘리제가 그동안 찾지 않고 자신들이 관리하는 나이트클럽에서 술 한 모금 안 마시고 있는 것에 긴장만을 한 채로 가만히 있던 강남파였다.
그런데 술을 마시는 엘리제를 보고서는 그냥 있을 수가 없었다.
‘저 정신 온전치 못한 여자가 술을 마셨으니 분명 사고를 칠 것이다. 하아! 미치겠네.’
분명 사고를 칠 것이 분명했다.
저번에도 술 마시고 주정 부리다가 그것을 막으려는 조직원과의 시비로 인해 강남파가 전부 박살이 나 버린 것이다.
이번에도 분명 누군가와 시비를 터서는 소란스러워 질 것이지만 자신들이 관리하는 곳에서 자신들이 개입하지 않는다면 자신들의 영향력이 약화 될 수 있었다.
그러니 엘리제가 사고 치기 전에 적당히 자리를 옮겨 접대해주고 수습을 하려는 강남파의 김형수 과장이었다.
“큰 누님께서 오셨다는 것을 저희가 몰라뵈었습니다. 어린놈이 제대로 확인을 못 했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큰 누님!”
“죄송합니다! 큰 누님!”
나이 어린 나이트 삐끼가 긴장을 한 채로 엘리제에게 사과하며 고개를 숙였다.
“다음부터 조심하겠습니다!”
허리를 구십 도로 숙이며 사과를 하는 모습에 엘리제는 눈을 게슴츠레 뜨고서는 덩치들을 빤히 바라보았다.
그런 엘리제에 다들 잔뜩 긴장해서는 불안한 듯이 두 눈동자를 굴리는 것이다.
전에도 순식간에 어떻게 맞은 것인지도 모르게 뺨을 한 대씩 얻어맞고서는 바닥에 뒹굴었던 경험이 있었다.
그러니 어디로 튈지 모르는 엘리제에 김형수 과장은 엘리제의 눈치를 보다가 급히 양주 한 병을 꺼내어 내밀었다.
“큰 누님. 오늘 아주 좋은 양주가 한 병 들어왔습니다. 헤헤.”
“따라 봐라.”
“예! 하하하!”
엘리제는 향긋한 냄새가 풍기는 양주에 그제야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그런 엘리제의 미소에 강남파 조직원들의 얼굴에서도 미소가 지어졌다.
“큰 누님! 저희가 안쪽의 룸으로 모실까 하는데 어떠십니까? 하하하! 안주하고 술하고 세팅을 해 놨습니다! 가시죠.”
“술하고 안주하고? 돼지 족발 있냐?”
“족발이요? 아! 예! 예! 바로 준비해 놓겠습니다! 야! 족발! 족발!”
“예! 형님!”
엘리제가 족발이 있냐는 말에 강남파의 조직원은 급하게 족발을 세팅하기 위해 달려갔다.
“그래. 크윽! 족발도 있으면 가야지. 니들 내가 마음에 들었다.”
“아이고! 감사합니다! 큰 누님!”
엘리제의 마음에 들었다는 말에 강남파의 얼굴에 화색이 깃들었다.
잘하면 오늘의 위기는 무사히 넘길 수 있을 듯했다.
그렇게 엘리제와 강남파 조직원들 사이에 깃든 미소와는 달리 엘리제의 주변에 앉아 있던 선생님들의 표정은 창백하게 질려 있었다.
‘정체를 알면 놀랄 것이라더니 이거였어?’
술을 마시고 자신의 정체를 알면 놀랄 것이라는 엘리제의 경고를 처음에는 우습게 생각을 했지만 지금은 전혀 웃기게 생각되지 않았다.
한눈에 봐도 조직폭력배들인 남자들이 엘리제 앞에서 설설 기고 있으니 대체 엘리제의 정체가 무엇인지 정말이지 알고 싶지 않은 선생님들이었다.
“아! 시간이 이렇게 되었네. 마누라가 빨리 들어오라고 했는데.”
“어! 저도 내일 수업 준비하려면 지금 가 봐야겠습니다.”
“아이고!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지.”
엘리제의 옆에 앉아 치근덕거리던 남자들이 하나둘씩 자리에서 일어났다.
당연히 그런 이들에게까지 관심을 보일 강남파가 아니었다.
전에 왔던 남녀들이라면 모르겠지만 눈앞의 비리비리한 이들에게는 관심도 없었다.
엘리제도 딱히 가는 것을 말리지 않았기에 그들은 강남파의 조직원들 사이로 빠져나가 줄행랑을 치려고 했다.
물론 그 전에 강남파 조직원들의 손에 붙잡혀야만 했다.
“형씨들. 계산은 하고 가야지.”
“예? 계산이요? 아! 예! 하고 가야지요. 예! 예! 얼마나?”
강남파 조직원들에게서 넘겨받은 계산서는 두 눈이 튀어나올 만큼 액수가 컸다.
“아…… 아니! 우리가 언제 이렇게 마셨다는 겁니까? 예?”
“어허! 이 사람들 룸 가격 계산 안 해? 동료 선생님께서 들어가시잖아. 거기도 계산을 해야지. 억울하면 같이 들어가든가!”
김 과장의 안내를 받으며 엘리제가 룸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이 보였다.
사실 강남파로서도 엘리제의 일행들이 엘리제를 커버해 주기를 바랐다.
자신들이 엘리제의 비위를 맞춰 주는 것이 여간 신경 쓰이는 일이 아니었기에 이제야 일행들을 붙잡은 것이다.
“억울하면 가서 큰 누님하고 마시고 계산을 하라고. 오케이?”
“아…… 아니 저기 선생님. 그것이…….”
엘리제를 건드렸다가 무슨 일을 당할지 감당할 자신이 없던 동료들은 결국 울며 겨자 먹기로 호주머니를 털털 털어내고야 도망칠 수 있었다.
그렇게 홀로 남은 엘리제는 커다란 룸에 앉아 김 과장이 따라 주는 술잔을 원샷하며 본격적인 술주정에 앞서 무대의 관객을 부르기 위해 자신의 핸드폰을 꺼냈다.
한참의 통화연결음과 함께 전화를 받는 것에 엘리제는 외쳤다.
“호미야아! 선생님인데에!”
-이 여자가 조신하지 못하게 어디서 술을 마시고 전화질이야! 전화질은!-
“아니이이! 여기 무섭게 생긴 아저씨들이이!”
술에 취한 엘리제와 수화기 너머의 거칠면서도 조선 시대 같은 꽉 막힌 말의 호미에 강남파의 김 과장은 온몸이 긴장됐다.
‘하아! 오늘 밤은 무척이나 길겠구나.’
그렇게 점점 달이 차오르고 있었다.
“사장님! 그거 들으셨어요?”
“뭘 들었다는 말이지?”
한태석은 오늘따라 호들갑인 지민에 의아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지민은 한 장의 종이를 쥐고 있었는데 그 종이에 적힌 내용이 지민을 흥분시키고 있는 듯싶었다.
“사장님! 대회가 열린대요!”
“무슨 대회를 말하는 거야? 호들갑 떨지 말고 차분히 이야기해 보거라.”
“일단 한번 보세요.”
한태석은 지민이 내미는 종이를 받아들고서는 종이를 바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