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ngnam Blacksmith RAW novel - Chapter 62
제 62화
“실력이 좋으시더라고요.”
“예? 아! 하하하! 뭐 운이 좋았을 뿐인데요.”
강도 미션에서 1위를 차지한 것은 오만득이었다.
한태석도 상위권에 들었지만 잠시 멈추었던 것 때문인지 아니면 머리가 심란해서인지 제대로 실력 발휘가 되지 못했다.
‘다크 스미스가 아니야. 대체 뭐지?’
한태석은 오만득으로부터 불길한 기운을 느끼고 오만득이 악마에게 영혼을 판 다크 스미스라 추측을 했다.
하지만 오만득에게서 다크 스미스의 특성이 나타나지 않고 있었다.
그냥 순수하고 평범한 청년의 모습일 뿐이었다.
망치질을 할 때의 불길함은 지금은 느껴지지 않고 있었다.
“저…… 저 소문 들었습니다.”
“예? 소문이라니요?”
한태석은 뒷머리를 끄적이며 말을 하는 오만득을 바라보았다.
오만득은 부끄러운 듯이 미소를 지으며 한태석을 바라보고서는 입을 열었다.
“저기 서울에 대단한 대장장이가 있다는 소문 말입니다. 그게 형님이신 것 같은데 맞습니까?”
한태석의 명성은 이미 전국에 알려져 있었다.
다른 대장장이들은 애써 무시하고 있었지만 서울의 강남에 대장간을 연 젊은 대장장이가 대단한 실력을 갖추고 있다는 소문을 다들 들어 알고 있었다.
못 고치는 것이 없으며 만드는 물건마다 내구성과 성능이 대단하다는 소문이었다.
“글쎄요. 그 정도로 대단한 실력인지는…… 저보다 더 뛰어난 실력을 가지신 분들이 계신 듯싶군요.”
“저 알고 있습니다. 형님께서 아! 형님이라 불러도 되지요?”
한태석보다 나이가 어린 오만득이었기에 한태석은 고개를 끄덕였다.
오만득은 그런 한태석에 미소를 짓다 날카로운 눈빛으로 바꾸며 말했다.
“실력을 숨기고 계시는 거 알고 있습니다.”
“…….”
한태석은 오만득의 말에 한숨을 내쉬었다.
자신은 일반 다른 대장장이들과는 달랐다.
남들이 보는 앞에서 진정한 실력을 내보이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한태석도 알고 있는 것이다.
‘불을 잡아들고 바람을 화로 속으로 던져 넣는 것을 일반인들이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지.’
지구는 마법사도 없고 마나를 다루는 기사도 없으며 정령을 다루는 정령사도 존재하지 않았다.
당연히 대장장이 또한 지구와는 달랐다.
물건에 마법의 힘을 부여하고 강화를 할 수 있는 대장장이이지만 일반적인 대장장이가 아닌 것이다.
“자네도 실력을 숨기고 있구만.”
한태석의 말에 오만득은 미소를 지었다.
마치 당연하다는 것처럼 한태석이라면 자신이 실력을 숨기고 있음을 느껴야 한다는 듯한 미소였다.
“재미있는 시합이 될 것 같네요.”
한태석은 오만득의 미소에서 자신도 지구에 대해서 너무나도 아는 것이 없음을 깨달을 수 있었다.
한태석은 지금까지 자신이 너무 오만했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
그리고 그런 한태석과 오만득의 대화를 멀찍이서 바라보고 있는 한 대장장이가 있었다.
“이봐! 여자가 무슨 대장장이인지. 이번에는 운이 좋게 탈락은 안 했는데 보아하니 오늘 집으로 돌아가게 생겼군.”
꼬장꼬장해 보이는 남자 한 명이 한태석과 오만득을 바라보고 있던 이 대회 홍일점이자 부산 대표인 서영희에게 비웃음이 가득한 말을 해왔다.
간신히 꼴등을 하지 않은 서영희였다.
16명 중에 15위를 한 그녀였으니 대부분의 대장장이들은 다음에는 그녀가 꼴찌를 하게 될 것이라 생각을 했다.
“아니. 다음 탈락자는 너일 것 같은데.”
“뭐? 이 년이!”
서영희의 말에 욱한 남자가 주먹을 들려고 하자 주변에 있던 대장장이들이 말렸다.
“이 사람! 지금 뭐하는 건가!”
“우 형! 그만 혀! 그만! 우 형이 참어!”
거친 사람들이었기에 그 성미도 고약했다.
거기에 더해 과한 경쟁심과 긴장으로 인해 더욱더 날카로워져 있었다.
‘저 정도로 최고의 대장장이라니. 웃기지도 않는군.’
서영희는 그런 대장장이들을 보며 비웃음을 짓고서는 몸을 돌려 자신의 숙소로 걸어 들어갔다.
오후에 있을 2차 미션에서 또 한 명의 탈락자가 나올 예정이었다.
아직 어떤 미션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서영희는 살아남을 자신이 있었다.
한태석이나 오만득이 자신들의 실력을 아직 완전히 드러내지 않았지만 그건 서영희 또한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저 둘. 결코 만만치 않겠어.”
서영희는 한태석과 오만득이 결코 만만치 않을 것 같다는 생각에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자! 다들 식사하시고 푹 쉬셨습니까? 마사지도 잘 받으셨나 모르겠습니다.”
“그런 걱정하지 마! 한평생 망치질하던 사람들인데 고작 그거 했다고 몸살 나면 이 짓도 하지 말아야지!”
대회 참가자들에게 최고의 컨디션을 발휘하기 위해 마사지와 영양식을 제공하고 있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볼 만한 장면들이 연출되어 내심 기분이 좋은 김 PD는 미소를 지었다.
“그럼! 2차 미션을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2차 미션은…….”
2차 미션이 공개되려고 하자 다들 긴장 어린 눈빛으로 입을 다물었다.
그 팽팽한 긴장감이 가득한 표정들이 카메라에 담기면서 긴장감은 고조되었다.
“예리함입니다!”
예리함이라는 말에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강도 다음에는 얼마나 예리한지를 보는 건가?”
“그렇군. 충분히 납득할 만해.”
몇몇은 이미 짐작을 했다는 듯이 다음 미션에 주먹을 움켜쥐었다.
시퍼렇게 날이 선 칼날을 만드는 것이었다.
“제한 시간은 역시나 4시간. 그 시간 안에 가장 예리한 칼날을 만드는 참가자가 통과되며 가장 낮은 예리함을 가진 참가자는 탈락을 합니다.”
망치질뿐만 아니라 날을 가는 것도 대장장이들에게 있어서 기본적인 것이었다.
“그럼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시작을 알리는 종소리와 함께 대장장이들은 철 막대기를 들고서는 칼날의 형태로 만들고 난 뒤에 회전하는 맷돌에 칼날을 갈기 시작했다.
손가락을 가져다 대면 단숨에 핏방울이 베어져 나올 만큼 예리하게 갈아야만 했다.
‘또 불길한 기운이.’
한태석은 이번에도 오만득에게서 불길한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그 기괴한 기운은 단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기운이었지만 결코 좋은 느낌은 아니었다.
‘어째서 그런 실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헛된 것에 영혼을 판 것이냐.’
한태석은 화가 났다.
오만득이 작업하고 있는 모습을 보며 다크 스미스가 되지 않아도 충분히 대성할 수 있는 자질이 보임을 알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못된 선택을 한 오만득에 화가 나는 것이었다.
그렇게 한태석은 분노하며 자신의 숨기고 있는 힘을 일부 개방했다.
쉐에에엥! 쉐엥!
칼날을 가는 소리가 이곳저곳에서 들려 왔지만 한태석이 본격적으로 실력을 발휘하기 시작하자 오싹할 만큼 강렬한 소음이 한태석이 갈고 있는 칼날로부터 나왔다.
움찔! 움찔!
다들 대장장이들도 그 오싹한 칼날 가는 소리에 놀라 한태석을 바라보았다.
붉은 불꽃이 튀며 갈려가는 칼날은 눈이 시리도록 강렬한 빛을 반사하고 있었다.
“저놈 대체 뭐야? 무슨 칼날이.”
한태석은 아직 시간이 충분히 남았음에도 불구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한쪽 구석에 설치되어 있는 물에 젖은 한지를 향해 칼날을 휘둘렀다.
서걱!
한태석이 만든 칼날은 물에 젖은 한지를 그대로 잘라내어 버렸다.
칼날의 예리함뿐만 아니라 칼을 어떻게 사용하는지도 알아야만 할 수 있는 것이었다.
“대…… 대단해. 저…… 저거 자를 수 있는 거였어?”
“그…… 그냥 혹시나 해서 놓은 건데요.”
화로의 붉은 불빛에 반사되는 한태석의 칼날은 마치 공기조차도 잘라버릴 수 있을 것 같은 예리함을 자랑했다.
씨익!
그리고 그런 한태석에 자극을 받은 것인지 오만득의 칼날 가는 소리 또한 오싹하게 들려왔다.
다들 오만득을 바라보았고 마치 악귀 같은 미소를 지은 오만득은 자신의 칼날을 들어 한태석이 베어버린 물에 젖은 한지를 세로로 4등분 해 버렸다.
가장 젊은 축에 드는 한태석과 오만득이 다른 대장장이들을 월등하게 뛰어넘는 실력을 초반 미션부터 보여주고 있는 것이었다.
“…….”
한태석은 기쁜 듯이 웃고 있는 오만득을 바라보았다.
무대의 가운데 칼날을 들고 있는 한태석과 오만득이었다.
“저…… 저거 말려야 하는 거 아닙니까?”
“그냥 놔둬!”
김 PD는 살기가 느껴지는 두 사람을 보며 조마조마하면서도 잘하면 대박 한번 터트리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초반부터 제대로 된 경쟁 구도가 만들어지는 것이었다.
“제가 마음에 안 드시나 봅니다.”
“잘못된 선택을 한 것이 안타까울 뿐이네.”
무대의 가운데서 무시무시하게 예리한 칼을 들고 있는 한태석과 오만득은 대장장이들의 경쟁이 아니라 마치 검사들의 대결을 앞두고 있는 듯한 모습이었다.
“잘못된 선택이라. 글쎄요. 제가 그렇게 잘못된 짓은 한 적이 없는데 말이지요. 아무튼 이번에는 무승부 같군요.”
오만득은 잔뜩 긴장한 스태프에게 자신의 칼날을 넘겨주었다.
대장장이들의 시합이었지 검사들 간의 피가 튀는 시합이 아니었다.
한태석도 자신에게 조심스럽게 다가오는 스태프에게 자신의 칼날을 넘겨주고서는 숙소로 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한태석과 오만득의 칼날이 보관소에 옮겨지고 김 PD는 그 칼날을 보며 감탄을 했다.
“이야! 완전히 명품이네. 명품이야. 진짜 이게 사람이 한 거 맞아?”
종이를 칼날 위에 떨어트리자 그대로 두 동강이 나버렸다.
손가락 정도는 그냥 잘라버릴 것 같은 예리함이었다.
“그런데 두 개의 칼날이 색이 다른 것 같습니다.”
“그러네. 분명 재질은 동일할 텐데. 어떻게 이렇게 색이 다르지?”
도무지 알 수 없는 일이었지만 별다른 조작이 이루어지지 않았음은 제작진들이 더 잘 알고 있었기에 고개만을 갸웃거릴 뿐이었다.
“자! 시간 다 되어 갑니다! 다들 마무리해 주십시오!”
한태석과 오만득의 경쟁으로 기가 죽어버린 다른 참가자들이었지만 하나둘씩 칼날들을 완성해 단상 위에 올려졌다.
“서영희 장인님. 다 되셨습니까?”
“예.”
서영희를 마지막으로 15개의 칼날이 끝이 났고 제작진들은 칼날의 예리함을 시험하며 두 번째 탈락자를 선정했다.
서영희는 이번에도 14등을 하며 탈락을 가까스로 벗어났다.
“제길! 인정 못 해! 어째서 내가 탈락이란 말이야! 말도 안 돼! 저 여자보다 못하다니!”
이번 탈락자는 서영희에게 시비를 걸던 남자였다.
그는 인정 못 하겠다고 난동을 피웠지만 결국 축 처진 어깨를 보이며 짐을 싸 별장을 나서야만 했다.
그렇게 3일 동안 4명의 탈락자가 나왔고 1차 합숙은 끝이 났다.
한태석과 오만득은 압도적인 실력을 발휘하고 있었고 서영희는 아슬아슬하게 탈락을 하지 않은 채로 살아남았다.
그 누구도 서영희를 주목하지는 않았다.
결국 시간이 가면 서영희는 떨어질 것이라 예상을 하는 것이다.
23.
“사장님 오셨어요?”
지민은 돌아온 한태석의 표정이 심상치 않은 것에 혹시나 본선에서 벌써 탈락한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이 되었다.
“좀 쉴 테니 퇴근 시간 되면 알아서 퇴근하세요.”
“아! 예. 알겠습니다. 그럼 들어가 쉬세요.”
한태석은 대장간에도 들어가지 않은 채로 옥상으로 올랐다.
“엄청 충격이셨나 보네. 하긴 전국서 최고인 대장장이들만 모였는데 그럴 수도 있겠어.”
지민은 한태석이 탈락했다는 추정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서는 혜진에게 전화를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