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ngnam Blacksmith RAW novel - Chapter 63
제 63화
한태석이 없는 대장간에 굳이 올 이유가 없는 혜진이었으니 며칠 대장간에 나오지 않고 있었다.
“어! 언니! 사장님 돌아오셨는데 표정이 안 좋으시네. 응! 사장님 기운 좀 나게 해 드려야겠어요. 어! 알았어요. 그럼 이따 봐요.”
혜진과의 통화를 끝낸 지민은 책가방을 멘 채로 돌아온 호미를 보았다.
“왜? 그렇게 날 쳐다봐?”
“아니야. 사장님 오셨어.”
“응? 대장장이 양반이 벌써 왔어? 호오! 똑 떨어진 모양이군. 크크크! 크하하하하!”
호미도 한태석이 벌써 왔다는 말에 탈락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며 웃음을 터트렸다.
“야! 호미 너 혼날래!”
“크하하하하하하!”
웃음을 터트리는 호미를 응징하는 것은 사리였다.
멍!
“크아악! 물지 마! 물지 말라고!”
한태석이 심각하다고 해서 덩달아 심각해질 대장간이 아니었다.
“하아! 못 말린다 정말.”
그렇게 한태석이 심각한 표정으로 대장간으로 돌아오자 그 소문을 듣고 찾아온 이들이 축하 파티(?)를 하기 위해 모였다.
“나 족발 사 왔다! 스트레스 풀리게 매운 족발!”
생각보다 저렴한(?) 입맛의 혜진이 매번 그렇듯이 안주 담당이 되어 두 손 가득 비닐봉지를 들고 외제 차에서 내려 대장간 안으로 들어왔다.
“큰 누님! 도착했습니다!”
다음으로 어느덧 조폭들을 다루는 것이 익숙해져 버린 엘리제가 짙은 선팅이 되어있는 각 그랜저에서 내렸다.
물론 여전히 호미네 반 담임 선생님이었지만 어찌어찌 강남파를 휘어잡고 있는 엘리제였다.
엘리제도 한태석이 돌아왔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서는 대장간에 찾아온 것이었다.
“맥주하고 양주 안에 옮겨 놔.”
“예! 큰 누님!”
엘리제는 축하 파티(?)에 술을 챙겨왔다.
강남파의 조직원들이 엘리제의 지시에 따라 매장 안으로 맥주와 양주들을 짝으로 옮겨놓고서는 순식간에 도망을 치듯이 사라져 버렸다.
멍! 멍!
“사…… 사…… 사리야. 대체 왜?”
그리고 마침 그 날 비번인 소방사 박성길이 사리에게 끌려왔다.
“아…… 안녕하세요? 뭐 하시나 봐요.”
“테이블하고 의자나 닦어.”
박성길은 무서운 언니(?)들의 지시에 따라 매장의 중앙에 있는 테이블을 물수건으로 닦아야만 했다.
‘이거 어디서 했었던 기억이 있는데.’
의자를 닦았던 기억이 어디선가 있었던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박성길은 어색한 미소를 지었지만 그런 경험 덕분인지 무척이나 능숙하게 의자와 테이블을 닦는 박성길이었다.
그렇게 한태석의 탈락 축하 파티가 준비되었고 옥상의 옥탑방에서 쉬고 있는 한태석을 불러오기 위해 호미가 나섰다.
“아니! 왜 나야!”
“빨리 불러오기나 해!”
“쳇! 하여간 귀찮은 일은 맨날 나만…… 악! 사리 너 물지 마! 물리 말라고!”
사리의 날카로운 톱니 이빨은 호미를 다 먹어치워 버릴 것 같았다.
호미로서는 사리와 상성이 그다지 좋지 않았기에 사리에게만큼은 무척이나 약했다.
그렇게 투덜거리며 한태석이 쉬고 있는 옥탑방으로 걸음을 옮긴 호미는 옥상으로 올라가서는 옥탑방의 문을 두들겼다.
“이봐! 대장장이 양반! 남자가 그렇게 질질 짜는 거 아니야! 문 좀 열어 봐!”
문을 열심히 두들기며 한태석을 부르는 호미에 오래지 않아 문이 열리며 한태석이 얼굴을 내밀었다.
“무슨 일이냐? 학교는 마쳤니?”
“쳇! 언제는 신경이나 썼냐? 아무튼 내려 와 봐.”
“무슨 일인데?”
한태석은 입술이 한 치나 앞으로 나와 있는 호미의 모습에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일단 내려오라는 성화에 결국 매장으로 향했다.
“지민이는 퇴근했나 보군.”
매장은 어두컴컴했다.
한태석은 지민에게 시간이 되면 그냥 퇴근하라고 이야기를 했기에 그러려니 하고서는 호미가 어두워서 무서워하는 것인가 하는 생각을 했다.
“그냥 옥탑방에서 자도 되는데.”
“시끄러! 땀 냄새나는 시커먼 남자하고 같은 방을 쓸 생각 따위는 없으니까!”
호미는 그렇게 어두컴컴한 매장 안으로 한태석을 끌어들였다.
그리고 그 순간 불이 켜지며 케이크 폭죽이 터졌다.
빵! 빵! 빵!
“사장님! 실망하지 말아요! 우리가 있잖아요!”
“태석 씨! 괜찮아! 괜찮아!”
“역시 전설의 대장장이는 아니었군. 훗! 오늘따라 술이 달군.”
멍! 멍! 멍!
“아…… 안녕하세요. 하하! 안 좋은 일이 있으시다면서요.”
한태석은 매장 가득 모여 있는 사람들을 보며 오른쪽 관자놀이 부분이 지끈거리는 느낌을 받았다.
“대체 무슨 일이야?”
매장의 테이블 위에는 족발이 잔뜩 올려져 있었고 접시와 컵이 있었다.
그리고 매장 옆으로 술들이 쌓여 있는 것이 한눈에 봐도 파티라도 할 생각인 듯 보였다.
한태석은 오늘 누구 생일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도통 생각이 나진 않았다.
“에이이! 뭐 그럴 수도 있지! 얼굴 펴요! 얼굴!”
“응? 얼굴?”
한태석은 자신의 손을 잡아끌어서는 의자에 앉히고서는 술을 따라 주는 혜진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딸꾹!
이미 한잔했는지 엘리제는 딸꾹질을 하며 볼이 발그레했다.
“엘리제 위험한 거 아니야?”
“호미 있잖아요. 다시 복구시켜 줄 거예요. 걱정 마세요! 사장님!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는 법이라고요!”
한태석은 희망찬 말을 하는 지민에 기특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긍정적인 모습이 지민의 장점이라 생각이 드는 것이다.
“그래. 지민이 말이 맞아.”
“호호호호! 자! 한잔하세요! 한잔하고 훌훌 털어 버립시다!”
한태석은 대체 무슨 일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분위기에 휩싸여 파티를 즐기기 시작했다.
다들 좋은 사람들이었다.
한태석이 마음 붙이고 살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도 이 좋은 사람들 덕분이었다.
그렇게 한태석은 오만득의 일로 고민을 하던 것을 잠시 뒤로 밀어두고 지금의 기쁨을 함께 즐기기로 했다.
“자! 태석 씨를 위하여!”
“위하여!”
멍! 멍!
그렇게 다들 얼큰하게 매운 돼지 족발과 양맥을 말아먹으며 이성을 저 멀리 날려버리기 시작했다.
“파…… 파티한다며?”
“어머! 회장님! 오셨어요?”
“아! 형님!”
“어! 나…… 지나가는 길에 잠시 들렸어!”
매장 안의 눈치를 보며 한장우도 은근슬쩍 엉덩이를 들이밀었다.
매장 안이 시끌벅적하니 파티를 한다는 보고를 받은 한장우가 달려온 것이었다.
그렇게 한장우까지 가세해서는 본격적으로 놀기 시작하는 한태석들이었다.
-내 이름은 제노! 제노! 맥주 가져왔습니다. 이건 치워 드릴게요.-
“아! 고마워!”
다들 알딸딸하니 술에 취해서는 제노의 존재를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지만 제노는 빈 병들을 치우고 술을 더 가져다주고 있었다.
-제노! 제노! 계란말이 서비스입니다.-
“오오! 고마워! 자! 팁이다! 하하하하!”
팁까지 받은 제노는 인터넷으로 레시피 검색을 한 각종 안주를 만들어 가져왔다.
“딸꾹! 어! 어! 여기서는 주방 조리하면 안 되는데.”
“에이! 이 친구 그런 건 그냥 넘어가! 넘어가!”
“예? 아! 저기 그러면 안 되는데. 그러니까. 회장님. 아!”
박성길은 매장 안에서 조리도구로 안주를 만들어 오는 것에 안 된다고 했지만 기분 좋은 한장우가 어깨를 치며 넘어가자고 하는 통에 몸을 움찔 떨어야만 했다.
그렇게 새벽까지 매장 안에서 광란의 밤을 보내야만 했다.
“으히히히히! 내가 폭탄으로 마왕군을 잿더미로 만들었다는 거 아니야! 으히히히히!”
“저! 저! 저! 조신하지 못하게 웃음소리가 뭐야?”
“호미 너! 내가 니 선생님이거든!”
“사기 친 거 내가 모를 줄 알아! 귀신은 속여도 도깨비는 못 속여!”
“칫! 너 두고 봐! 엘프의 복수는 백 년이 지나도 잊지 않는 법이라고!”
엘리제가 호미의 깐죽거림에 복수를 다짐하는 사소한 일이 일어나기는 했지만 다들 유쾌하게 파티를 즐겼다.
그렇게 다들 흥겨워하면서도 한태석의 눈치를 보는 것에 한태석은 술을 마시다가 정말이지 궁금해 물었다.
“그런데 이 파티 무슨 파티지? 누구 생일인가?”
“응? 아! 그게…….”
“뭐긴 뭐야! 대장장이 양반이 시합에서 똑 떨어져서 위로해 주려는 축하 파티지! 나는 처음부터 덜어질 거라 생각하고 있었어! 으하하하하!”
호미의 돌직구에 다들 두 눈에서 불꽃을 피워 올렸다.
멍!
“악! 내 다리!”
그렇게 사리의 응징을 받으며 호미가 제압되자 한태석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떨어지다니? 시합?”
“사장님. 딸꾹! 괜찮아요. 세상 살다 보면 잘 안 풀릴 때도 있는 법이에요. 저도 그랬어요.”
“태석 씨. 내가 있잖아! 괜찮아! 괜찮아!”
한태석은 자신의 양옆에서 두 눈에서 눈물을 뚝뚝 흘릴 듯이 글썽이며 자신을 위로하는 혜진과 지민을 보아야만 했다.
“나 안 떨어졌는데.”
한태석은 그제야 다들 자신이 떨어졌다고 오해를 해서는 지금의 사태가 벌어졌음을 깨달을 수 있었다.
“사장님! 그런다고 현실을 부정해서는 안 돼요! 그러면 안 된다고요! 우리에겐 희망찬 미래가 있잖아요!”
“맞아! 태석 씨! 이번이 마지막은 아니잖아! 충격이겠지만 이겨내야지! 우린 할 수 있어!”
어디 소년 만화에 나오는 듯한 대사를 창피하지도 않은지 열심히 읊는 두 사람이었다.
다음 날 술이 깨어 기억을 떠올린다면 이불 팡팡을 할 두 사람이었지만 지금은 술에 취해 무모한 용기를 내고 있는 중이었다.
“그…… 그래. 마…… 많이 취했구나.”
한태석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고서는 자신의 술잔에 담긴 술을 마셨다.
아무래도 지금은 오해를 풀려고 해 봐야 풀리지 않을 것 같았다.
그렇게 오늘은 그냥 이대로 즐기자며 점점 술을 줄여나갔다.
그리고 그때 매장의 문이 열리며 한 사람이 매장 안으로 들어왔다.
“아! 장사는 끝났습니다! 딸꾹! 내일 아침에 다시 와 주세요!”
지민은 장사가 끝났다며 손님에게 말을 하려다가 지금 시간을 떠올리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새벽 시간이라 손님이 올 시간이 아니었다.
“한태석 씨를 만나러 왔는데. 축하 파티인가요.”
매장의 문을 열고 들어온 이는 여자였다.
30대 초중반으로 보이는 여인은 한태석을 만나러 왔다며 말했고 다들 그녀에게로 시선이 모여졌다.
“응? 당신은?”
한태석은 자신을 찾아왔다는 말을 하는 여인을 보고서는 그녀의 정체를 알아본 듯했지만 그녀가 자신을 찾아온 이유에 대해서는 알지 못했는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녀와는 별다른 대화를 나눈 기억이 없었기에 그녀가 자신을 찾아올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녀에게는 한태석을 찾아올 이유가 있었다.
“서영희 씨셨지요?”
“기억력이 좋으시네요. 한태석 씨.”
서영희는 한태석이 자신의 이름을 기억하고 있는 것에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참가자 중에 여성 대장장이는 서영희가 유일했기에 크게 관심을 보이지 않아도 이름 정도는 외울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어쩐 일로?”
한태석은 자신과 서영희를 빤히 바라보고 있는 사람들의 시선에 자리를 옮겨야 하나 고민을 했다.
“아무래도 여기서는 이야기를 나누기 힘들 것 같은데 대장간 쪽으로 옮길까요?”
물론 대장간으로 옮긴다고 해서 호기심 덩어리인 사람들이 그냥 있을 것 같지는 않았다.
“한태석 씨의 대장간 말인가요? 저야 좋지요. 강남의 대장간은 어떤지 구경도 할 수 있으니까요.”
서영희는 한태석의 대장간을 구경할 수 있다는 것에 흥미로운 반응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