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ngnam Blacksmith RAW novel - Chapter 66
제 66화
한태석은 그런 노인에 감사의 인사를 하고서는 노인을 따라 골목길 안으로 들어섰다.
그렇게 한참을 골목길 안으로 들어가던 한태석은 정겨운 망치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소음과 먼지 때문에 이제는 기피 대상이 된 대장간이었다.
한태석도 한장우의 막강한 권력이 아니었다면 강남에서 대장간을 운영하기는 쉽지 않았을 터였다.
그렇게 노인을 따라 대장간에 도착하자 노인은 대장간 안으로 들어가며 한태석도 알고 있는 이름을 불렀다.
“어이! 만득이!”
무척이나 친근하게 부르는 노인에 대장간 안에서 한 남자가 나오며 반갑게 인사를 해왔다.
“안녕하세요. 어르신.”
오만득이었다.
작업복을 입고 얼굴에는 땀과 먼지로 더럽혀져 있었지만 표정은 해맑아 보는 이로 하여금 기분 좋게 해주고 있었다.
“칼 갈러 오셨어요?”
“그래! 좀 험하게 썼더니 영 들질 않아.”
“하하! 예! 알겠습니다.”
오만득은 노인에게서 칼들을 받아들었다.
노인들이 들고 오는 칼들은 대부분 제대로 칼의 역할을 하지 못할 정도로 혹사한 것들이었다.
그냥 날만 세워서는 안 되는 것들이기에 제대로 손을 봐야만 했다.
“아! 그리고 자네 찾아온 사람이 있던데.”
“찾아온 사람이요?”
오만득은 노인의 말에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자신의 대장간 입구에 서 있는 그림자를 보고서는 햇빛에 인상을 살짝 찡그리며 그림자의 주인을 바라보았다.
“다…… 당신은?”
“안녕하십니까.”
한태석은 놀란 눈빛을 하고 있는 오만득에 미소를 지으며 인사를 했다.
“어…… 어쩌신 일로?”
오만득은 한태석이 자신을 찾아올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대회에서 치열하게 서로의 솜씨를 겨루었지만 같은 대장장이 동료라기보다는 적이라는 느낌이 더 강했던 두 사람이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한태석은 오만득을 다크 스미스라 여겼고 오만득은 그렇게 거리감을 두며 자신을 의식하는 한태석에 자신도 경계한 것이다.
사실상 두 사람은 이번 대회의 우승자가 자신들 두 사람 중에 한 명이 될 것이라 예감을 했다.
다른 대장장이들의 실력도 무시 못 했지만, 자신들보다는 떨어진다는 것을 시합을 통해 알게 된 것이다.
물론 한태석이나 오만득 모두 대회에서 우승한다고 해서 대한민국 최고의 대장장이라 할 수 없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나오지 않은 기인이사들이 세상에 얼마나 있을지는 그 누구도 알 수 없었다.
한태석은 놀란 표정의 오만득을 보며 한숨을 내쉬고서는 물었다.
“혹시 서영희 씨가 오지는 않았습니까?”
“서영희? 아! 그 여성 대장장이분 말씀하시는 겁니까?”
오만득의 말에 한태석은 고개를 끄덕였고 오만득은 서영희가 자신을 찾아오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아직 도착하지 않은 것인가?’
오만득이 검은 대장장이라면 서영희는 분명 오만득을 찾아올 것이라 생각했던 한태석이었다.
하지만 아직 서영희가 오만득에게 찾아오지 않았다는 것에 한태석은 아직 기회가 있다고 여겼다.
“잠시만 기다리세요. 이것만 하면 시간이 조금 날 것 같습니다.”
비록 경쟁자였지만 멀리서 찾아온 손님이기도 했기에 오만득은 노인의 칼을 손 봐주고 난 뒤에 한태석을 대접하려고 했다.
“천천히 하십시오.”
대장간 안으로 들어간 오만득은 곧 노인의 칼을 손보기 시작했다.
남의 대장간 안으로 허락도 없이 들어가는 것이 커다란 무례였기에 한태석은 대장간의 입구에서 오만득을 기다렸다.
“이건 잘 만들었군. 마감도 좋고. 다만 조금만 더 질이 좋은 철을 사용했으면 좋을 텐데 말이야.”
한태석은 오만득이 만들어 놓은 각종 쇠 제품들을 감상했다.
다들 수제품이었기에 같은 품목이라고 해도 각자가 모양이 조금씩 달랐다.
또한, 대장장이들만의 특성에 따라 형태나 특징이 달랐기에 한태석이 만든 것과는 또 다른 다름이 있었다.
그렇기에 성능의 유무를 떠나 한태석이 생각하지 않고 있던, 감탄이 나오는 부분들이 있었다.
장인들에게는 지독한 고집이 있어 자신의 기준에 맞지 않으면 하지 않았지만 받아들여야 하는 부분이 있다면 언제든 받아들여야만 발전이 있음을 한태석은 알고 있었다.
그렇게 오만득이 다크 스미스일지도 모르지만 오만득의 센스에 한태석은 많은 공부가 되고 있었다.
‘다만 이 묘한 기운은 무엇이란 말인가. 저주받은 것은 아닌 듯하지만.’
한태석은 오만득이 만든 것들 중에 저주받은 물건이 있지는 않다는 것을 확인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오만득이 만든 것들이 괜찮은 것은 아니었다.
마치 정도를 벗어난 사도의 방식을 따르는 것인지 묘한 불쾌감이 느껴지고 있었다.
“이야! 역시 만득이 자네 솜씨 하나는 끝내준다니까.”
노인의 감탄성이 가득한 목소리에 한태석은 목소리가 들린 방향을 바라보았다.
오만득이 노인에게 수리된 식칼들을 건네주는 것이었다.
예리하게 벼려진 식칼의 칼날들은 마치 새것과도 같아 보였다.
그렇게 성능 하나만은 대단해서 한태석도 오만득의 물건의 성능은 인정했다.
“그럼 안녕히 가십시오!”
오만득이 노인에게 인사를 하고 난 뒤에 한태석은 오만득에게 다가갔다.
무슨 말을 먼저 해야 할지 잠시 고민을 할 때 한태석과 오만득은 당황스러운 경험을 해야만 했다.
크르르르르!
“사리야!”
“뭐…… 뭐야? 이 녀석은?”
오만득을 향해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는 사리였다.
낯선 이에게 낯을 가리기는 하지만 이렇게 이빨을 드러내며 으르렁거리지는 않던 사리였다.
한태석은 평소와는 다른 사리의 모습에 당황했다.
오만득도 그다지 크지는 않았지만 개인지 아니면 다른 동물인지 모를 묘한 동물이 자신에게 달려들 듯하는 것에 당황해야 했다.
“사리야! 그만둬!”
한태석이 사리를 막으려는 순간 사리는 오만득을 향해 불덩이를 쏘아내었다.
한태석도 사리에게 이런 능력이 있는지는 알지 못했기에 깜짝 놀라야만 했다.
“헉!”
하지만 가장 놀란 것은 다름 아닌 오만득이었다.
자신의 얼굴을 향해 쏘아진 시뻘건 불덩이에 손으로 얼굴을 가리려고 했지만 그것으로는 큰 화상을 막기란 어렵다는 것을 오만득도 알고 있었다.
그렇게 사리의 불덩이가 오만득의 얼굴에 닿으려는 순간 오만득의 어깨에서 붉은 동물의 꼬리가 나타나 불덩이를 튕겨내었다.
-정말 예의 없는 꼬마구나.-
사람의 목소리와 함께 한태석은 멍하니 오만득의 어깨에 앉아있는 기묘한 동물을 보아야만 했다.
3개의 꼬리를 가진 짐승이었다.
그런 짐승은 들어 본 적도 없는 한태석이었다.
‘저건 또 뭐야?’
한태석은 사람의 말을 하는 동물에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고민을 했다.
물론 한태석 자신이 더 기괴한 것들을 많이 달고 다녔으니 할 말이 있어도 할 수는 없었다.
“아리야!”
-됐어. 숨을 필요는 없어. 저 불가살을 데리고 다니는 인간이니.-
아리라 불린 오만득의 어깨에 앉아 있는 동물은 사리와 한태석을 바라보며 새침한 표정을 지었다.
“불가살? 당신도 요괴를 데리고 다니는 자였어?”
“요괴?”
한태석은 오만득의 말에 요괴는 또 뭐냐고 인상을 찡그렸다.
‘이 세계의 몬스터를 요괴라 부르는 것인가?’
요괴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인간은 아닌 존재인 듯했으니 이해는 가지 않더라도 받아들이기로 하는 한태석이었다.
사실 그보다 더한 것도 겪어본 한태석에게 말을 하는 동물 정도는 그다지 놀랄 일은 아니었다.
‘저 요괴라는 녀석의 힘을 물건에 깃들게 하는 것이었나?’
한태석은 오만득이 만든 물건들에 오만득의 어깨 위에 앉아 있는 요괴라는 것의 느낌이 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 세상의 검은 대장장이들은 그 요괴와 영혼의 거래를 한 존재들인가?”
“뭐? 검은 대장장이? 요괴와 영혼의 거래?”
한태석의 질문에 오만득은 무슨 소리냐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한태석이 말하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한태석은 그런 오만득의 표정과 태도에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느낄 수 있었다.
“흰 대장장이에 대해서 모른다는 거냐?”
“흰 대장장이? 그건 또 뭐야? 대체 당신 뭐하는 자야?”
오만득은 한태석에게 왜 영문 모를 말을 하냐며 인상을 찡그렸다.
오만득이 검은 대장장이와 흰 대장장이에 대해서 알고 있을 것이라 생각을 했던 한태석으로서는 낭패스러운 일이었다.
“서영희! 그녀가 자신을 스스로 흰 대장장이라고 말했고 검은 대장장이들을 노린다고 했다. 그리고 너를 검은 대장장이라고 말을 했단 말이야.”
“나를 노려? 그 여자가? 아니! 잠시만! 나는 당신이 무슨 말을 하는지 도무지 모르겠어! 더 이상 듣고 싶지 않으니까 나가 줬으면 해!”
오만득은 혼란스러워하며 한태석에게 자신의 대장간에서 나가라며 밀어내었다.
갑자기 자신을 찾아와 검은 대장장이이니 흰 대장장이이니 알 수 없는 말을 하며 자신을 노리는 자가 있다고 말을 하니 당연한 반응이었다.
“서영희! 그녀를 조심해!”
한태석은 자신을 대장간에서 밀어내고서는 문을 닫아거는 오만득에게 경고를 해 주었다.
하지만 오만득은 더 이상 한태석의 말을 듣지 않겠다는 듯이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오만득 그는 다크 스미스가 아니다.”
한태석은 오만득이 검은 대장장이일지는 모르지만 자신이 아는 다크 스미스는 아님을 깨달을 수 있었다.
기괴한 요괴의 기운이 깃들어 있을 뿐 사악하고 저주받은 기운은 아니었다.
오만득이 다크 스미스가 아니라면 한태석으로서도 적대적일 이유는 없었다.
그렇기에 한태석은 오만득에게 서영희를 조심하라고 외친 것이다.
“후우! 조금만 더 기다려 보자.”
한태석은 그렇게 서영희가 오만득을 찾아오는 것을 기다려 보기로 했다.
하지만 서영희는 나타나지 않았고 오만득도 그 날은 문을 걸어 잠그고서는 대장간 밖으로 나오지 않자 한태석은 서울로 돌아가야만 했다.
그렇게 자신의 대장간에 돌아온 한태석에 호미는 자신의 코를 막으며 한태석에게 외쳤다.
“아우! 여우 냄새! 대장장이 양반! 대체 어딜 갔다 왔기에 여우 냄새가 나?”
“여우?”
한태석은 호미의 말에 자신이 보았던 요괴가 어떤 것인지를 알 수 있게 되었다.
“사장님! TV 나와요! TV!”
마침내 한태석이 참가했던 천하제일 대장장이 선발대회의 첫 번째 방송이 시작되었다.
첫 합숙 이후 방송이 시작되고 방송이 이루어지고 난 뒤에 2차 합숙이 시작되며 녹화가 이루어진다.
그렇게 2차 합숙이 방송되고 난 뒤에 3차 합숙과 최종 라운드 결선이 이루어지니 하루 이틀로 끝이 날 대회는 아니었다.
한태석이 마침내 방송에 나온다는 말에 한태석과 동료들은 다들 TV 앞에 모여 앉아 방송을 시청할 준비를 했다.
이미 1차 통과를 한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호기심이 생기는 것은, 한태석이 이들에게 어느덧 소중한 사람으로 자리매김했기 때문일 터였다.
“오! 대장장이 양반 TV에도 나오고. 성공했는데.”
“이제 막 CF도 찍고 그러는 거야?”
호미와 엘리제도 한태석이 TV에 나온다는 말에 대장간에서 한태석의 옆구리를 팔꿈치로 찔러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