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ngnam Blacksmith RAW novel - Chapter 67
제 67화
“CF? 그거 우리 아빠한테 말하면 바로 찍을 수 있는데. 아니 한 회장님이 먼저 달려들겠구만. 아마 내일 CF 섭외 들어올 거야.”
혜진은 한태석이 방송으로 빵 뜨면 CF 요정(?)이 될 수 있을 거라 호언장담을 했다.
“우와! 대박! 사장님 연예인 되시는 거예요? 와!”
멍! 멍!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는데 벌써부터 김칫국을 밥에 말아 먹는 사람들에 한태석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나 왔어! 아직 안 늦었지?”
“…….”
“…….”
매장의 문을 열고 들어온 이는 정말 저렇게 한가해도 되나 싶은 생각이 드는 한장우였다.
대한민국 최고의 대기업인 한성그룹의 총괄 회장이 일은 안 하고 TV 보러 허름한(?) 대장간에 와 있는 것이었다.
보통 회장님들을 보면 눈코 뜰 사이 없이 바쁘다는데 한장우를 보면 딱히 그러지도 않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이들이었다.
“회장님! 오셨어요.”
“형님!”
“어! 그래! 앉아! 앉아! 앉아 있어. 아이고! 목이 탄다. 아이구 고맙네.”
한장우는 자신에게 물 한잔을 가져다주는 제노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서는 의자에 앉았다.
그렇게 앉아 TV를 바라보는 한장우에게 지민이 물었다.
“회장님. 정말 우리 사장님. CF에도 나와요?”
“응? CF? 어? 아! 그럼! 나오지! 암! 나오고말고!”
한장우는 지민의 말에 자신의 동생이 CF에 당연히 나올 것이라며 맞장구를 쳤다.
벌써부터 스타가 되어 버린 한태석에 한태석은 한숨을 내쉬었다.
“오! 한다!”
마침내 CF 광고가 끝이 나고 천하제일 대장장이 선발대회가 시작되었다.
물론 특집으로 이루어진 대장장이 선발대회는 본래 가수 오디션 프로그램의 후속작이었다.
한성그룹의 자금 지원이 아니었다면 고작해야 1~2회분의 방송으로 끝이 날 프로그램일 뿐이었다.
깡! 깡! 까깡깡! 깡! 깡!
시작과 동시에 16명의 대장장이의 난타 공연으로 시작되었다.
어둠 속에서 뒤로는 화로의 불빛이 일렁이고 있었고 그 앞에 모루를 연신 망치로 두들기는 난타 공연이었다.
“에? 난타네.”
다들 난타 공연에 두 눈을 휘둥그레 뜨고서는 한태석을 바라보았다.
“생각보다는 어렵던데. 그래도 재미는 있었어.”
한태석도 이 장면을 보기는 처음이었다.
망치로 모루를 두들기는 것은 일 할 때만이었다.
아니 망치로 모루만을 두들기는 일은 없었다.
모루 위에 철판이든 쇳덩어리든 놓고 두들겼지 악기 삼아 두들겨 본 적이 없었다.
그렇게 리듬을 담아 신명 나게 두들기다 보면 온몸이 땀으로 젖어 들어갔지만 가슴 한편이 뻥 뚫리는 듯한 시원함이 있었다.
“그런데 왜 얼굴이 안 보여. 사장님. 어디 계시는 거야?”
“오른쪽 세 번째 저거 아니야?”
다들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의도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공연이 끝날 때까지 얼굴은 보이지 않았고 다음 장면으로 지역 예선전이 시작되었다.
전국 각지에서 몰린 대장장이들이 지역 예선을 치르는 장면이 나오는 것이다.
때로는 대장장이 같지도 않은 이들도 나와 사람들을 웃기는 장면도 보였다.
개중에는 진짜 대장장이들도 있어 감탄이 나오는 장면들도 나왔다.
“와! 대장장이 양반이다!”
“오! 사장니임!”
“태석 씨! 파이팅!”
마침내 한태석의 얼굴이 나오고 한태석이 열심히 망치질을 하며 지역 예선을 치르는 장면이 정말이지 아주 짧게 나왔다.
“뭐야? 이게 끝? 끝이야?”
길어야 한 10초나 나왔을까 실력을 보여주기는 했지만 별달리 특별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끝이 나자 다들 아쉬운 듯이 침울해졌다.
“큼! 큼! 김 PD 이 사람이 진짜.”
한장우도 내심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헛기침을 하며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는 것으로 봐서 오늘 밤 김 PD는 잠을 설칠지도 모를 일이었다.
하여튼 2시간 가까운 시간 동안 지역 예선이 끝이 나고 마지막에 16명의 본선 진출자들이 합숙소로 향하는 장면으로 1회분 방송이 끝이 났다.
당연히 그 장면도 얼굴은 나오지 않아 누가 본선에 진출했는지도 알지 못했다.
결국 한태석은 10초 남짓 나오는 것으로 끝이 났으니 잔뜩 기대하던 이들로서는 아쉬울 따름이었다.
다만 예고편으로 붉게 달아오른 쇳덩이를 자유자재로 다루는 광경들을 보여주며 대한민국 최고의 대장장이 장인들의 실력을 보여주는 것으로 기대감을 살렸다.
“첫 회는 다 그런 거지 뭐.”
한태석은 아쉬워하는 분위기를 다독이며 다음 화에는 제법 볼 만한 것들이 많을 것이라고 말하고서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한태석에게 있어서 방송에 나오는 것은 그다지 중요한 일이 아니었다.
워낙에 성화여서 같이 TV를 봤던 것이지 지금 한태석의 머릿속은 온통 자신의 손으로 가득 차 있었다.
‘아직도 떨림이 멈추지 않는다.’
대장간으로 돌아와 집게를 쥔 왼손이 덜덜 떨리고 있는 것을 바라보는 한태석이었다.
흰 대장장이라 칭하는 서영희에게서 못으로 손바닥을 박히고부터 대장간 일을 하려고 하면 수전증처럼 손이 떨리고 있었다.
억지로 물건을 만들고자 한다면 못할 것은 없었지만 그 성능과 품질이 떨어졌다.
한마디로 실패작이나 다를 바 없는 물건들이 나왔기에 대부분은 다시 화로 속에 넣어져 녹여버리고 있었다.
강원도로 가서 오만득을 만나고 온 뒤에도 계속 이런 상태였기에 지금까지 한태석은 단 하나도 제대로 된 물건들을 만들지 못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매장의 운영이 각지 장인들의 물품들만을 판매하는 것으로 이루어지고 있다고 여기고 있는 한태석이었다.
물론 제노가 그사이에 껴서는 물건들을 만들어 내고 있었고 지민은 그 물건들을 한태석이 만든 것으로 여기고 있었지만 한태석이 그 사실을 알고 있지는 못했다.
아니 그런 생각조차 할 여유가 없는 한태석이었다.
“어떻게든 정상으로 되돌려야만 한다.”
손바닥에 박혀 든 못을 빼내야만 했다.
서영희를 찾았지만 어디로 숨었는지 찾을 수가 없었기에 자신의 힘으로라도 해결을 해야만 하는 한태석이었다.
도깨비인 호미에게 손바닥에 박힌 못이 보이지 않느냐고 물었다.
“못? 그건 안 보이는데. 왜 그러지 대장장이 양반?”
도깨비의 눈에도 자신의 손에 박힌 못이 보이지 않는다는 말에 한태석은 호미의 도움도 받을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자초지종을 말해도 호미는 자신의 힘으로든 해결이 어렵다며 고개를 내저을 뿐이었다.
인간들에게 도깨비는 신이라고 여겨지기도 했지만 그 정도는 되지 않았다.
사리도 신수라 여겨지는 존재였지만 아직 어린 사리의 힘으로는 한태석의 손바닥에 박힌 못을 빼내지는 못했다.
가끔 한태석의 손바닥을 핥아주면 조금이나마 떨림이 멈출 뿐 바뀌는 것은 하나도 없었다.
그렇게 한태석은 홀로 해결을 해야만 했지만 도무지 방법을 찾을 수 없었다.
“화상을 입는군.”
혹시나 화로의 화염을 붙잡아 손바닥에 박힌 못을 녹여 버릴 수는 없을까 하여 불길을 붙잡았다가 화상을 입은 한태석이었다.
사리가 화상을 입은 손을 치료해 주지 않았다면 한태석의 손은 회복하기 어려웠을지도 몰랐다.
그렇게 한태석에게 2차 합숙 날이 다가왔다.
2차 합숙 촬영 중에 2회분 녹화가 방송된다고 하니 한태석이 2회분 녹화를 볼 수는 없었다.
한태석은 별로 나가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지만 자신의 손을 고치기 위해서라도 다시 한 번 서영희를 만나야만 했기에 합숙소로 가는 차에 올라탔다.
물론 서영희가 나타나지 않을 가능성도 있었지만 한태석에게 주어진 선택권은 없었다.
“아이고! 한 장인! 왔는가?”
“안녕하십니까. 어르신.”
두 번째 만남에서는 어색함보다는 반가움이 먼저 다가왔다.
다들 반가운 인사를 하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서로를 맞아주었다.
경쟁보다는 오히려 자신의 부족함을 채울 수 있는 기회로 여긴 것이다.
그렇게 한태석은 반가운 얼굴들과 인사를 나누면서도 누군가를 찾는 듯이 연신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오만득 장인 찾는가?”
“예? 아…… 아닙니다.”
이미 한태석과 오만득이 경쟁 라이벌이 되었음을 다들 느끼고 있었기에 한태석이 오만득을 찾는 것이라 생각했다.
“혹시 서영희 장인을 못 보셨는지요?”
“서영희? 아! 그 여자 대장장이?”
한태석은 합숙 장소 도착시각이 다 되어 가도록 보이지 않는 서영희에 서영희를 보지 못 했냐고 참가자들에게 물었다.
“아! 자네 아직 장가 못 갔다고 했지?”
“크크크! 그 여자 대장장이가 마음에 들었나 보구만.”
“하긴 우리 대장간 막내 녀석도 그런대로 생기고 월급도 제법 주는데 여자를 못 만나더구만. 아무래도 힘든 일 하면 요즘 여자가 오질 않아요.”
서영희를 찾는 한태석에 다들 한태석이 서영희를 마음에 두고 있다고 여기는 것이다.
장가가기 힘든 세상이었으니 한태석도 그런 줄로만 아는 것이다.
“걱정 말게. 우승이라도 하면 여자들이 줄을 설 거야! 하하하하!”
“에이! 우승은 내가 할 거여! 자네는 준우승하게. 그래도 여자 한둘은 안 오겠는가?”
한태석에게 농을 던지며 웃음을 터트리는 대장장이들을 뒤로하고 한태석은 서영희를 찾다가 오만득과 눈이 마주쳤다.
“오만득.”
“…….”
오만득의 어깨에는 꼬리 세 개가 달린 여우가 앉아 있었다.
남들에게는 보이지 않는지 꼬리 세 개를 휘저으며 한태석을 흥미롭게 바라보는 여우였다.
오만득은 한태석의 옆을 지나치며 속삭였다.
“비록 당신이 제대로 힘을 내지 못한다고 할지라도 저는 모든 힘을 다 사용할 겁니다.”
싸늘한 오만득의 말에 한태석은 오만득도 자신의 손바닥에 못이 박혀 있다는 걸 알았음을 깨달았다.
아마도 꼬리 세 개 달린 여우가 알려준 모양이었다.
“그래. 난 한 번도 남에게 동정을 받아 본 적이 없다.”
한태석은 오만득의 말에 오히려 다행이라 안도를 했다.
자신의 몸이 불편하다고 성스러운 승부가 방해받아서는 안 되는 법이었다.
“자! 다들 모여 주십시오!”
김 PD의 목소리에 합숙소에 참가한 대장장이들이 하나둘 모여들기 시작했고 한태석은 끝내 오지 않은 서영희에 입술을 깨물었다.
그렇게 몸을 돌려 김 PD를 향해 가려고 할 때. 한태석은 미소를 짓고 있는 서영희가 합숙소로 들어서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거 영 말을 할 기회가 없네.”
한태석은 바로 눈앞에 서영희가 있었지만 서영희에게 말을 걸 타이밍을 잡을 수 없었다.
수십 명의 사람들이 지켜보고 있는데 서영희에게 다가가 자신이 검은 대장장이가 아니며 손바닥에 박힌 못을 빼달라고 말을 하기 어려운 것이다.
첫날에는 방송에 사용될 오프닝 영상을 찍고 온라인 인기투표의 결과를 인터뷰했다.
입소를 한 날 2회 차 방송이 나가면서 온라인으로 인기투표를 실시간으로 한 상황이라 그 인기투표를 바탕으로 인터뷰를 한 것이다.
온라인 인기투표의 1등은 한태석이었다.
준수한 외모와 실력 그리고 땅값 높은 강남에 대장간을 운영한다는 사실은 한태석을 인기인으로 만들기에 충분했다.
젊은 대장장이들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중년 이상의 나잇대였기에 외모가 가장 큰 인기 요소가 되는 인기투표에서 한태석이나 오만득이 순위가 높은 건 당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