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ngnam Blacksmith RAW novel - Chapter 69
제 69화
한태석이라고 해서 화가 나지 않을 리가 없었다.
평생을 쌓아 올린 자신의 모든 것을 잃게 될지도 몰랐으니 서영희와 흰 대장장이들에 대해 분노가 이는 것은 당연했다.
물론 그렇다고 서영희를 죽인다거나 자신과 같은 불구로 만들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손에 박힌 못은 보이지도 않았기에 그 누구에게든 말해 봐야 비웃음만 당할 뿐이었다.
“대장장이 일만 하지 않으면 손은 정상적으로 움직일 겁니다. 하지만 계속 그렇게 대장장이 일을 한다면 결국 손은 완전히 망가져 버릴 게예요.”
지금도 덜덜 떨리는 한태석의 손에 서영희는 입술을 깨물었다.
세공품 제작에 한태석은 핸디캡을 가지고서도 놀라울 만큼 아름다운 세공품을 만들어 냈다.
더욱이 지구의 세공품들과는 무언가 다른 이색적인 느낌과 성스러운 기운마저 느껴지는 한태석의 세공품이었다.
만장일치로 평가단이 한태석의 세공품을 1위로 지정을 했다.
한태석과 함께 우승 후보라던 오만득조차도 한태석에 비해 한참 미치지 못하는 세공품에 순위는 그다지 높지 못했다.
세공품은 오만득이 주로 만들던 것이 아니었기에 세련된 세공품을 제작하지 못한 것이다.
이번에도 서영희는 12명의 참가자 중에 11위로 겨우 탈락을 면했다.
다들 그런 서영희에 운이 좋다고 말을 했지만 한태석은 그녀가 운이 아닌 실력으로 버티고 있음을 깨달을 수 있었다.
“당신이 고칠 수 없다면 내 손으로 직접 고칠 것입니다. 당신들이 걱정하는 바는 알고 있지만 나는 인간을 믿습니다. 대장장이가 만든 도구는 사람들을 위한 것이지 악을 위한 것이 아닙니다.”
한태석은 덜덜 떨리는 왼손을 바라보며 결코 멈추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런 한태석에 서영희는 입술을 깨물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녀도 포기를 할 생각은 없었다.
“저는 오만득 씨의 손에 못을 박을 겁니다. 그리고 이 대회는 떠날 생각이에요. 당신과 오만득 두 사람 모두 세상에 위험한 대장장이들입니다.”
그건 전쟁이었다.
결코 그 누구도 물러설 수 없는 그런 전쟁.
한태석은 서영희의 눈빛에서 결코 양보와 타협은 없다는 것을 읽을 수 있었다.
“당신의 행동은 잘못된 것이오. 후회하게 될 것이오.”
한태석은 서영희에게 경고를 했다.
하지만 서영희는 그런 한태석의 경고에도 매몰차게 뒤돌아서 버렸다.
11명이 남는 대장장이 중에 또 다른 탈락자를 선발하기 위한 다섯 번째 시합이 시작되려고 했다.
서영희는 호시탐탐 오만득을 노리고 있었다.
오만득의 어깨에 올라가 있는 꼬리 셋 달린 여우는 일종의 요괴라고 불리는 존재라고 호미에게 전해 들었다.
인간을 홀리고 때로는 인간을 죽이거나 다치게 하는 사악한 존재가 요괴인 것이다.
그것까지만이라면 한태석의 전생의 마족들과 크게 다를 바는 없었다.
마족들 또한 인간의 영혼을 대가로 사악한 힘을 주고 그 사악한 힘이 그 자식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에게까지 미쳐 파멸로 이끄는 것이다.
‘하지만 오만득이 만드는 것 중에 저주받은 것들은 없다. 기이한 기운이 돌지만 사용자에게 도움이 되는 물건들이야.’
한태석은 오만득이 만든 것들을 계속 지켜보기로 했다.
서영희가 오만득을 노리고 있었지만 꼬리 셋 달린 여우가 무언가 눈치를 챘는지 서영희를 경계하고 있어 서영희도 오만득에게 가까이 접근을 하지 못하고 있음을 한태석도 알게 되었다.
더욱이 이미 오만득에게 서영희를 조심하라고 경고를 했었으니 오만득도 서영희를 경계하고 있었다.
그렇게 당장은 서영희도 일을 벌이지 못하고 있을 때 다섯 번째 시합의 주제가 발표되었다.
“자! 그럼 다음 시합으로 못을 만드는 시합을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응? 못? 무슨 못을 말하는 거야?”
“그러게 못을 왜 만들어?”
대장장이들 모두가 의아해할 때 사회자가 손에서 손가락만 한 크기의 못을 꺼내어서는 외쳤다.
“이번 시합은 제한 시간 안에 가장 많은 못을 만드느냐 하는 시합입니다. 물론 불량품은 완성품에서 제외되니 결국 가장 빠른 속도로 양질의 물건을 만들어 낼 수 있느냐 하는 시합입니다! 참고로 6번째 시합하고도 연계가 되니 다들 열심히 만들어 주시면 되겠습니다!”
제한 시간 안에 가장 많은 물건을 만들어 내는 시합이라는 말에 대장장이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제품들이야 제대로 만들려면 몇 시간이 걸렸지만 못이라면 금방금방 만들어 낼 수 있었다.
‘하필 못이라니.’
한태석은 하필이면 못이라는 생각에 자신의 손바닥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자신의 힘으로 못을 빼내겠다고 서영희에게 말을 하기는 했지만 빼낼 방법을 아직도 찾지 못한 한태석이었다.
“그럼 시합을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시합이 시작되고 대장장이들은 녹인 쇳물을 틀에 부어서는 두툼한 철사를 뽑아내기 시작했다.
못으로 쓸 두툼한 철사를 적당한 크기로 끊어 내고서는 못의 형태로 가공하는 것이다.
최대한 많은 숫자를 만들어야만 했기에 정신없이 움직여야만 했다.
한태석도 손이 떨리다 못해 고통스럽고 마비 증세까지 보였지만 이를 악물고 못을 하나둘 만들어가기 시작했다.
또다시 제한 시간은 4시간이었기에 대장장이들은 정말이지 정신없이 움직였다.
수십 개의 못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처음 숫자를 세던 이들도 나중에는 숫자를 세는 것을 포기할 정도였다.
“그만! 시간 다 되었습니다! 멈춰 주십시오!”
멈추라는 소리에 다들 아쉬운 듯한 표정을 지으며 작업대에서 뒤로 물러섰다.
“아우! 팔이야! 이거 완전히 중노동이네. 중노동이야.”
“그러게 말이야!”
다들 팔을 주무르며 대회만 아니었다면 못할 짓이라 투덜거렸다.
“이 봐. 한 씨. 괜찮아? 땀을 많이 흘리는데? 너무 무리한 거 아니야?”
“아닙니다. 조금 팔이 저리네요.”
“하하! 나도 그래. 이거 참 무식한 짓이기는 한데 다들 시합을 하니 경쟁심이 붙어서 더욱 그렇구만.”
한태석은 마비 증세가 오는 왼팔을 주무르며 고개를 끄덕였다.
다들 한태석처럼 양팔과 어깨들을 주무르고 있었다.
저녁때는 전문 안마사가 팔의 근육을 풀어주고 안마 의자에서 휴식을 취할 수 있었으니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터였다.
그렇게 각자의 통에 셀 수 없이 많은 못들이 쌓여 있었다.
다들 하나하나 그 숫자를 셀 것이라 생각을 했지만 김 PD의 표정은 사악하게 빛나고 있었다.
“그럼 가지고 나와 주세요!”
“응? 뭘 가지고 나오라는 거야?”
사회자의 말에 못을 만든 대장장이들이 의아해할 때 기다란 나무판이 시합장 안으로 들어왔다.
나무판에 또다시 의아한 표정이 지어질 때 사회자의 의외의 말이 있었다.
“자! 참가자분들께서는 나무판에 못을 박아주시면 되겠습니다. 못이 안 박히거나 찌그러지면 불량이니 숫자에서 제외해 주시면 됩니다! 뭐 빨리 박을 필요는 없으니 서두르지 않으셔도 됩니다.”
“못을 박으라고?”
“참 내. 그래. 그게 가장 확실하기는 하지.”
자신이 만든 못을 나무판에 박으라는 말에 다들 웃음을 터트렸다.
제대로 만들지 않았다면 못이 제대로 박히지 않을 테니 확실한 방법이기는 했다.
무조건 빨리만 만든다고 된다는 말은 없었기에 다들 나무판에 자신들의 망치로 못을 박기 시작했다.
퍽! 퍽! 퍽!
한 명씩 자신의 못을 나무판에 박아가며 숫자를 셌다.
행여라도 못이 망가진다면 그런 망신도 없었으니 못을 박으며 긴장감이 가득했다.
그렇게 한태석도 자신의 못을 다 박고 나서는 다행히 꼴찌는 벗어났다는 것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많은 숫자의 못을 만들다 보니 왼손에 무리가 많이 간 것이다.
한태석으로서는 최악의 미션이었지만 통과를 했으니 다행인 것이다.
그렇게 다들 자신들의 못을 나무판에 다 박아갈 무렵 비명이 터져 나왔다.
“악!”
외마디 비명에 사람들의 시선은 비명이 들린 곳으로 향했다.
“어? 서영희 장인님?”
땅바닥에 주저앉아 있는 서영희에 다들 의아해할 때 서영희의 손에서 붉은 핏방울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뭐…… 뭐야? 왜 그래?”
“못이 손에 박혔나?”
사고인지 서영희의 손에 못이 박힌 것이었다.
어쩌다가 그런 사고가 난 것인지 알 수 없었지만 일단 치료를 위해 대기하고 있던 의료진이 서영희에게 달려갔다.
“손 좀 보여주시겠습니까? 어? 손이?”
고통스러워하는 서영희에게 다가간 의사는 서영희의 손에 피가 묻어 있지만 피를 닦아 내고 나자 멀쩡한 것을 볼 수 있었다.
피가 묻어 있기에 분명 상처가 있을 터인데 상처의 흔적이 보이지 않는 것이다.
“어…… 어째서?”
서영희도 자신의 손이 이상이 없다는 것에 멍하니 자신의 피 묻은 손을 바라보았다.
갑자기 따끔한 느낌과 함께 고통이 밀려들어 왔다.
날카로운 무언가가 손을 뚫고 들어오는 것을 느꼈지만 손은 아무런 이상이 없는 것이다.
‘설마!’
서영희는 절대 그럴 일은 없다고 생각을 하면서도 안색이 파리하게 변했다.
지금과 같은 현상은 단 하나뿐이었다.
하지만 자신에게 그런 일이 벌어질 리가 없다고 생각하는 서영희였으니 고개를 가로저었다.
-저 여자 손바닥에 빵구났네.-
“뭐? 그게 무슨 소리야. 아리?”
오만득은 자신의 어깨 위에 앉아 있는 아리의 말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서영희의 손은 이상이 없어 보였던 것이다.
서영희도 의사에게 괜찮다는 말을 하고서는 혹시나 해서 알콜로 손을 닦아 내고서는 자신의 못들이 박힌 나무판 위에 섰다.
-키키킥! 손에 빵구났다고. 니 손 빵구 내려던 저 여자 말이야. 꼬시네! 꼬셔!-
아리는 키득거리며 서영희를 비웃었다.
“아리 설마 니가 그런 거야?”
-미쳤어? 내가 그런 짓을 왜 해!-
오만득은 아리의 말에 대체 누가 한 것인가 하는 생각을 하다가 한태석에게 생각이 미쳤다.
‘설마.’
오만득의 생각은 오래 이어지지 않았다.
“네가 한 짓이냐?”
“어?”
오만득은 한태석이 무서운 표정으로 자신을 노려보고 있는 것에 당황해야만 했다.
한태석은 서영희의 손에 자신과 같은 못이 박혔음을 직감했다.
하지만 스스로 자신의 손에 못을 박았을 리는 없었으니 다른 누군가가 했을 터였다.
“네가 한 짓이냐는 말이다.”
“무…… 무슨 소리입니까? 제가 한 짓이라니요?”
오만득은 한태석의 뜻 모를 질문에 당황했다.
-만득이가 한 짓이 아니야. 만득이는 저런 거 못 만들어. 뭐 만들 수야 있지만 내가 그것까지 도와줄 생각은 없으니까. 다른 곳에 가서 알아봐.-
한태석은 아리의 대답에 잠시 아리를 노려보고서는 몸을 돌렸다.
당황해하는 오만득의 모습에 오만득이 아니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렇다면 대체 누구지?’
한태석은 주변 사람들을 둘러보았지만 도통 알 수가 없었다.
서영희의 당혹스러워하는 모습과는 달리 다들 대수롭지 않게 넘어가는 분위기였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서영희의 손은 아무런 이상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한태석은 서영희의 손에서 검은 아지랑이가 아주 미약하게 피어오르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저주받은 물건이다.’
어째서 저런 저주받은 물건이 지구에 존재하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한태석은 분명 저주받은 물건임을 알아볼 수 있었다.
한태석의 손에도 못이 박혀 있었지만 서영희의 손에 박힌 것과는 조금 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