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ngnam Blacksmith RAW novel - Chapter 72
제 72화
“용사여. 꼴이 참으로 우습구나.”
마왕 베오란트는 지금껏 자신을 상대했던 수많은 용사들 중의 한 명을 비웃음이 가득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수많은 세계를 정복하고자 했던 마왕이었다.
실패도 있었고 성공도 있었다.
하지만 자신의 몸에 새겨진 상처는 눈앞의 용사가 유일하게 남긴 것이었다.
“네놈을 죽이지 못한 것이 한이다. 죽여라!”
용사는 이미 자신의 죽음을 예감하고 있었다.
이제는 거대한 악에 대항할 힘이 용사에게는 없었다.
용사가 사용하던 무기도 지금은 용사의 손에 없었다.
“하지만 너를 죽일 또 다른 용사가 반드시 나타날 것이다!”
용사는 자신은 아니라도 언젠가 반드시 마왕을 쓰러트릴 용사가 다시 나타날 것이라 믿었다.
자신이 그러했듯이 새로운 용사는 마왕의 사악한 악행을 막고 끝내줄 것이라는 믿음이었다.
그런 용사의 외침에 마왕은 비웃음이 가득한 표정으로 웃었다.
“네깟 놈이 나의 몸에 상처를 입혔다고 기고만장이로구나. 정말 네놈의 능력이라 생각했던 것이냐?”
마왕은 용사를 바라보며 용사의 긍지를 산산조각내기로 마음먹었다.
“네놈들은 셀 수 없이 많은 바보천치들 중 하나에 불과하다. 네놈의 손에 들렸던 성검이 아니었다면 네놈은 아무것도 하지 못했을 것이다. 네놈은 성검이 도구라 여겼겠지만 진정한 주인은 성검이었고 네놈이 도구였을 뿐이야.”
“웃기지 마라! 마왕이여! 나의 긍지를 짓밟지 말고 어서 죽여라!”
용사는 마왕의 말에 고함을 내지르며 자신을 죽이라고 했다.
자신과 자신의 동료들의 희생을 통해 마왕을 쓰러트린 것이지 고작 성검 하나로 마왕이 쓰러진 것은 아니라 외치는 것이다.
“그래. 죽여 주마. 어차피 네놈을 죽이기 위해 잡아 온 것이니 말이야.”
마왕은 자신의 옥좌에서 일어나 바닥에 쓰러져 있는 용사에게로 걸어갔다.
영원에 가까운 삶과 신에 근접하는 힘을 가진 마왕이었다.
그런 마왕을 한때는 쓰러트렸던 용사였지만 지금은 상황이 뒤바뀌어 있었다.
“내가 죽는다 해도. 네놈의 악행은 반드시 처단할 자가 나타나게 될 것이다.”
“훗! 말했지 않았느냐. 네놈은 성검이 아니었으면 별 볼 일 없는 인간에 불과할 뿐이라고. 더 이상 성검은 세상에 나타나지 않을 것이다. 하하하하하!”
마왕의 웃음에 용사는 깜짝 놀랐다.
“네놈! 설마 성검을…….”
용사는 마왕이 성검을 어떻게 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화들짝 놀랐다.
그렇게 놀라는 용사에 마왕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용사의 예상이 맞는다는 미소였다.
“그래. 이제 나를 막을 것은 어디에도 없다는 것이지.”
마왕은 자신의 야망을 이제는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렇게 득의만만한 미소의 마왕에 용사는 멍하니 있다가 잠시 후 웃기 시작했다.
“끼득! 끼득! 끼득! 크크크크크!”
“왜 웃는 거지?”
마왕은 용사의 듣기 싫은 웃음소리에 표정을 싸늘하게 바꾸고서는 물었다.
그냥 죽여도 되는 일이었지만 왠지 모르게 신경이 거슬렸다.
용사는 마왕의 얼굴이 구겨지는 것을 보고자 웃으며 말했다.
“오만하고 사악한 마왕이여. 네놈이 원하는 대로 되지 않을 것이다. 성검? 그딴 것이 무엇이 중요하단 말이더냐. 성검을 부숴봐야 다시 만드는 자가 있다면 두 번째 성검 세 번째 성검은 계속 나올 것이다. 네놈의 심장에 박힐 검과 너의 날개를 찢어버릴 창과 도끼, 네놈 머리의 뿔에 박힐 화살이 쏟아져 나올 것이다. 하하하하! 두려워하라! 마왕이여! 네놈의 몸은 갈기갈기 찢겨 들판의 개의 먹이가 될 것이다!”
용사의 웃음에 마왕의 표정이 싸늘하게 변했다.
“그는 죽었다.”
“아니! 죽지 않았다! 그는! 그는!”
용사는 확신에 찬 표정으로 마왕을 바라보았다.
“환생했다. 마왕이여.”
지끈!
마왕은 제 가슴의 상처가 지끈거리는 것을 느꼈다.
퍼석!
용사의 머리가 부서지고 용사의 몸이 바닥에 쓰러져 붉은 피가 흘러내렸다.
죽일 생각은 없었다.
영원히 고통 속에 몸부림치게 해 줄 생각이었다.
바로 죽는다는 건 오히려 축복일지도 몰랐다.
“환생을 했다고? 그놈이 말이냐? 말도 안 된다.”
마왕은 지끈거리는 통증이 느껴지는 가슴을 손으로 부여잡으며 이를 갈았다.
절대 아닐 것이라고 여겼지만 마왕은 용사의 웃음소리가 계속 귓가에 머무는 것에 이를 갈았다.
성검을 봉인하기 위해 얼마나 고생을 했는지. 자신이 가장 총애하던 부하까지 내던져야만 했다.
그런데 그것이 아무런 쓸모없는 일이 되어버렸다고 하니 기가 막힐 수밖에 없었다.
“그럴 리가 없다! 그럴 리가! 절대 그럴 리가 없어!”
인정할 수 없었다.
인정해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그래! 저놈이 헛소리를 한 것이다! 헛소리가 분명해!”
머리를 잃은 용사의 몸을 보며 마왕은 마지막 가는 길에 자신을 도발한 것이라 여겼다.
환생이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몇몇 환생자들이 존재한다고는 하지만 그들은 거의 반신의 경지에 올랐던 이들이었다.
그런 반신의 경지에 오른 자들 중에서도 극히 일부만이 환생을 할 수 있었기에 마왕은 그가 환생했으리라 믿지 않았다.
“들판의 개들에게 던져 주어라.”
“예! 마왕님!”
용사가 자신에게 했던 악담대로 용사의 몸을 들판의 개들에게 던져 주라고 말을 한 마왕은 자신의 옥좌에 다시 앉았다.
하지만 왜인지 모르게 통증이 계속되고 있었다.
전에는 간간이 느껴지던 통증이었는데 용사의 말을 듣고 나서는 아련한 통증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자신의 앞을 가로막을 모든 것들을 처리한 마왕은 자신의 야망을 채울 방법을 고민하며 사색에 들어갔다.
하지만 그런 마왕의 사색을 방해하는 존재가 나타났다.
“마왕님! 신 발칸. 드릴 말이 있습니다.”
“말하라.”
옥좌에 앉은 채로 인상을 찡그리고 있는 마왕에 심기가 불편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지만 보고를 미룰 수가 없던 마족 발칸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아몬의 마왕군이 전멸했다고 하옵니다.”
“아몬? 그의 마왕군이?”
세상에 마왕은 셀 수 없이 많았다.
우주는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넓었고 그런 우주들도 수많은 차원별로 존재했기에 신도 마왕도 셀 수 없이 많은 것은 당연했다.
물론 그렇게 많은 마왕들 모두가 강하고 대단하며 유명한 것은 아니었다.
그들 중에 유명한 마왕들이 존재했고 아몬은 제법 강한 마왕 중의 하나였다.
“그럴 리가. 한 세계를 거의 다 점령했다고 들었는데.”
마왕은 얼마 전 마왕들 사이의 단합 대회에서 아몬의 자랑을 들었던 것을 떠올렸다.
곧 하나의 세계를 붕괴시켜 대마왕으로부터 칭찬을 들을 것 같다고 자랑을 하던 아몬이었다.
그런 아몬이 갑자기 자신의 군대를 전부 잃었다고 하니 의아스러운 것이었다.
“신이라도 건든 것인가?”
“그건 아닌 것 같습니다. 다만 엄청난 폭발과 함께 마왕군이 전멸해 버렸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엄청난 폭발을 전설의 대장장이가 만들었다는…….”
발칸은 마왕의 눈치를 보며 조심스럽게 전설의 대장장이를 언급했다.
꿈틀!
전설의 대장장이라는 말에 마왕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매번 마족들을 방해하는 건 용사가 아닌 대장장이였다.
감히 마족에게 대항하는 무기를 만드는 놈들이었다.
하는 짓이라고는 불 옆에서 망치질만 하는 작자들이었다.
“전설의 대장장이? 그놈의 이름이 무엇인가?”
“그…… 그게 이름이 워낙에 기이하여.”
발칸은 마왕의 질문에 대답하지 못하고서는 머뭇거렸다.
너무나도 낯선 이름이었다.
마왕은 발칸도 자신의 가슴에 상처를 낸 성검을 만든 대장장이의 이름을 알고 있었기에 발칸이 전설의 대장장이의 이름을 모른다는 것에 그는 아닐 것이라 생각했다.
-게리인 드라실루스-
그 이름은 그 어떤 마족들의 입에도 오르내리지 못하는 금어가 되어있었다.
셀 수 없이 많은 마족들의 피를 흘리게 한 무구의 탄생자였다.
대장장이 신이 인간의 탈을 쓰고 세상에 태어났다는 말을 들을 만큼 터무니없는 존재였다.
그가 환생했을 것이라고는 결코 믿기지 않았다.
‘하지만 조심해서 나쁠 것은 없겠지.’
마왕은 그 전설의 대장장이를 한번 알아보기로 마음먹었다.
“애나를 불러 오거라.”
“예! 알겠습니다. 마왕님!”
잠시 후 아름다우며 도도한 색기가 느껴지는 여자 마족이 마왕의 앞에 도착했다.
“마왕님의 부름에 달려왔나이다.”
“어서 오거라.”
육감적인 몸매와 색기로 인해 뭇 마족들로부터 지대한 관심을 받는 애나였다.
마족을 넘어 신들도 애나를 한번 만나보려고 애를 쓸 정도였으니 마왕은 자신이 결혼만 하지 않았다면 하는 아쉬움에 입맛을 다셔야만 했다.
“네가 해주어야 할 일이 있다.”
“하명 하십시오. 마왕이시여.”
애나는 자신을 뜨거운 눈빛으로 바라보는 마왕이 설마 자신의 몸을 노리려고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만일 그렇다면 마왕의 아내이자 자신의 언니에게 달려가 고자질을 해 버릴 생각이었다.
애나 그녀의 힘 또한 상당히 강하지만 강자가 셀 수 없이 많은 마계에서 애나가 지금까지 버텨 올 수 있었던 것은 그녀의 언니이자 마왕의 왕비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후우! 그래. 전설의 대장장이라는 존재가 나타났다는 소식이 있다. 그자를 찾아라. 그리고 그자가 마족들에게 위해가 된다면 제거하라.”
애나는 다행히 마왕이 흑심을 품지 않은 채로 제대로 임무를 주는 것에 감격했다.
“예! 신, 반드시 마왕님을 실망시키지 않겠사옵니다!”
그동안 미모에 가려져 제대로 된 실력 발휘를 하지 못했던 애나였다.
자신도 상급 마족으로 전장에서 인간들의 피를 흩뿌리며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다고 여겼지만 제대로 된 임무를 그동안 받지 못했다.
그렇기에 매일같이 언니에게 달려가 칭얼거렸던 애나였다.
당연히 마왕도 베갯머리 송사에는 당할 재간이 없던 것인지 애나에게 임무를 준 것이다.
‘뭐 별일은 없겠지. 용사나 군대하고 싸우라는 것도 아니고 고작해야 대장장이 하나인데.’
대단한 대장장이라고는 하지만 자신의 가슴에 상처를 낸 성검을 만든 대장장이도 무력 자체는 그다지 대단하지 않았다.
그러니 설마 애나가 당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더욱이 애나의 색기라면 인간 따위는 별것도 아니라는 생각에 처제의 첫 임무로 삼은 것이다.
그렇게 애나는 전설의 대장장이를 찾아 마왕성을 나섰다.
“사장님! 완전 멋있었어요! 대박! 대박!”
2차 합숙이 끝나고 대장간으로 돌아온 한태석은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합숙하는 동안 본선 장면이 방송되어 한태석의 활약을 지켜본 것이다.
오만득과 한태석의 라이벌 구도가 완전히 드러나면서 꽤나 긴장감 있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태석 씨. 나도 좋아요 눌렀어. 인기투표 1위! 축하! 축하!”
혜진은 한태석의 인기투표에 자신이 한 표 보탰다며 미소를 지었다.
“대장장이 양반. 제법이더군. 그런데 내 자전거는 언제 만들어 줄 텐가?”
멍!
북적거리는 대장간에서 한태석은 말없이 미소를 지었다.
전생의 사람들은 다시 볼 수 없었지만 지구에서의 새로운 인연은 한태석을 더 이상 외롭지 않게 해주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