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ngnam Blacksmith RAW novel - Chapter 73
제 73화
“별일 없었지?”
“아니요! 있었어요!”
보통 별일 없기 마련이었지만 대뜸 별일 있었다는 말에 한태석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 전기세라도 밀렸어?”
“어! 조금 그렇긴 한데 그것보다 더한 문제가…….”
“뭔데?”
지민이 한태석의 앞에 서 있는 제노를 바라보았다.
제노는 쟁반에 커피가 담긴 커피잔을 올려 한태석에게 내밀고 있었다.
“아! 고마워.”
한태석은 커피를 주는 제노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서는 물끄러미 지민을 바라보았다.
지민뿐만 아니라 혜진이나 호미도 눈치를 채지 못하고 있는 한태석을 조금은 한심한 듯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왜? 다들 그런 눈으로 보는 거지? 무슨 문제가 있길래?”
한태석은 대답 없이 눈빛으로만 말을 하려고 하는 동료들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는 와중에 한태석은 커피를 다 마시고서는 제노가 들고 있는 쟁반 위에 다 마신 커피잔을 올려놓았다.
“제노 커피잔 치운다.”
커피잔을 받아든 제노는 매장 뒤쪽의 휴게실로 향했다.
“…….”
“…….”
그렇게 멀어져 가는 제노의 뒷모습으로 시선들이 향했고 한태석도 그런 시선들에 제노를 빤히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런 한태석의 시선에 의문은 존재하지 않았다.
“후우! 태석 씨! 뭔가 하나 추가된 것 같지 않아?”
“추가? 무슨 소리지?”
한태석의 둔함에 다들 기가 찼지만 사실 자신들도 그동안 눈치를 채지 못하고 있었다.
한태석이 부재중에 계속 물건들이 만들어지는 것을 보지 못했다면 계속 모르고 있었을 가능성이 컸다.
‘하긴 나도 처음에는 귀신의 짓인 줄 알았지.’
대장간에 도깨비와 불가살이 있었지만 초등학교에 다니는 도깨비 소년과 매장 앞에서 늘어지게 잠만 자는 불가살 강아지를 연상하기는 쉽지 않았다.
그렇게 지민도 가끔 깜빡깜빡해서 마침내 대장간이 귀신 들렸다고 비명을 질렀던 지민이었다.
그렇게 혜진과 완전 무장을 한 채로 귀신을 잡겠다고 한태석의 대장간을 지키다가 제노를 보게 된 것이다.
언제부터 있었던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제노는 한태석의 대장간에서 그날그날 판매할 물건들을 만들고 있었다.
“아우! 답답해! 로봇! 로봇! 태석 씨가 고친 호미 로봇!”
“응? 호미 로봇?”
한태석은 가슴을 주먹으로 두드리는 혜진의 말에 고개를 갸웃거렸다가 호미를 바라보았다.
“저번에 고쳐준다고 했던 그 로봇. 나처럼 생명을 가진 모양인데.”
“응? 생명?”
한태석은 호미의 말에 그제야 깜짝 놀라서는 제노가 사라진 방향을 바라보았다.
있을 수 없는 일이었지만 에고 로봇이 탄생했다는 말에 한태석은 곧장 제노가 있는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제노는 휴게실의 싱크대 위에서 설거지를 하고 있었다.
-내 이름은 제노! 제노! 제노 설거지한다.-
달그락 소리를 내며 설거지를 끝낸 제노는 물기가 묻은 고무장갑을 털고서는 고무장갑을 개어 놓은 뒤에 다음 할 일을 찾으려 했다.
하지만 휴게실의 입구를 막고 있는 한태석에 제노는 의아한 듯이 한태석을 바라보았다.
-무슨 시키실 일이라도 있으십니까?-
한태석은 제노의 몸을 붙잡아 제노를 조사하기 시작했다.
-이…… 이러지 마십시오. 이러시면 안 됩니다.-
제노는 자신의 민감한 몸을 붙잡아 들어 올리는 한태석에 논리 회로가 달아오르는 것을 느끼며 미약한 저항을 했다.
-이…… 이건 드…… 드라마에서 본 그…… 안돼요. 돼요. 돼요.-
잠을 잘 필요가 없는 제노였다.
온종일 바쁘게 일을 하는 듯했지만 생각보다 휴식 시간도 많아서 요즘 들어 인간들의 드라마와 각종 영화를 섭렵하는 중이었다.
“말도 안 돼. 어떻게? 에고를 가지게 된 것이지? 아무리 나라고 할지라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닌데. 아니. 처음부터 에고를 받아들일 수 있었나?”
한태석은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있는 제노를 바라보며 혼란스러워했다.
에고 소드라는 것이 의도적으로 만들겠다고 해서 만들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정말이지 우연의 산물로 만들어지는 에고 소드였다.
사실상 기적과도 같은 일이었기에 한태석은 제노의 존재에 경악하는 것이다.
“넌 대체? 후우! 아니다. 우연이든 필연이든 탄생이 되었다면 스스로 운명을 개척해 나가야만 한다.”
한태석은 자신이 만들었지만 이미 하나의 생명을 가지게 되었다면 더 이상 자신이 관여할 수는 없다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스스로 주인을 찾을 것이며 그렇게 주인과 함께 자신의 운명을 개척해 나가는 것이 에고 소드의 운명이었다.
타락해서 세상을 멸망의 길로 들어서게 할지 아니면 세상을 구할지는 대장장이가 결정할 문제가 아니었다.
“주인을 스스로 찾아라. 충고를 하자면, 너를 아껴주는 주인을 찾아라.”
-제노. 제노. 주인. 찾아라?-
제노는 한태석이 자신에게 주인을 찾으라는 말을 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한태석의 말에 한태석은 자신의 주인이 될 수 없다는 것을 느끼며 왠지 모를 슬픔이 감정 회로를 헝클고 지나가는 것을 감지할 수 있었다.
-제노. 주인 찾는다. 좋은 주인.-
“그래. 좋은 주인으로 찾거라. 하지만 좋은 주인이 너를 힘들게 한다면 너는 결단을 내릴 수 있다. 영원한 주인은 없는 법. 그렇게 너는…… 아니 그것까지 말을 해 줄 필요는 없겠지.”
한태석은 모든 에고 소드가 궁극적으로 찾는 목표를 떠올리며 입을 다물었다.
말하지 않더라도 결국 에고 소드는 자신의 정체성에 혼란을 겪으며 스스로 찾아가게 될 것이었다.
“그때까지 나의 대장간이 너의 집이다. 그러니 부담 가지지 말고 지내거라.”
에고 소드는 파는 것이 아니었다.
에고 소드가 주인으로 정한 이가 나타난다면 아무런 대가도 받지 않고 넘겨주어야만 했다.
호미 또한 마찬가지로 호미가 떠나겠다는 말을 한다면 언제든 한태석은 호미를 보낼 생각이었다.
‘뭐 그 녀석은 딱히 떠날 생각이 없어 보이기는 하지만 말이야.’
도깨비와 에고 소드가 비슷하면서도 전혀 다른 존재라는 생각이 문득 드는 한태석이었지만 눈앞의 제노는 확실히 에고 소드의 특성을 가지고 있었기에 한태석은 제노를 알아보는 주인이 나타날 때까지 제노를 돌보기로 결정을 했다.
그렇게 제노는 한태석의 대장간의 정식 구성원이 될 수 있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제노의 생활이 달라지는 것은 하나도 없었다.
제노는 지민이 출근하기 전에 매장을 청소하고 한태석이 대장간 안에서 작업을 할 때는 자신의 지하 연구실에서 무언가를 연구하며 가끔 자신이 필요로 할 때 잔심부름들을 하며 시간을 보낸다.
그리고 한태석과 지민이 퇴근하고 나면 한태석의 대장간에 들어가 각종 물건을 만들고서는 한태석의 대장간을 청소한다.
중간중간 에너지가 떨어지면 충전을 하고 인터넷을 하거나 TV 드라마를 시청한다.
“그러니까 내가 없는 중에 제노가 이것들을 만들었다는 거지?”
“그렇다니까요. 사장님. 저는 사장님이 만들어 두셨던 거로만 알았다니까요.”
한태석은 그동안 제노가 만들었던 물건들을 살펴보았다.
자신의 허락도 없이 제멋대로 대장간을 사용한 것이 괘씸하기는 했지만 제노가 만든 물건은 생각보다 뛰어났다.
“제법 잘 만들었어. 비록 속성이나 능력치가 올라가는 것은 아니지만 필요한 부분에 필요한 특성이 잘 이루어져 있다.”
무조건 단단하다고 좋은 것은 아니었다.
부드러운 부분에는 부드러운 철을 사용해야만 했고 단단한 부분에는 단단한 철을 사용해야 좋은 물건이 나온다.
공산품과 장인이 만든 물건의 차이는 그 작은 차이에서 나오는 법이었다.
한태석은 제노가 대장장이의 특성을 가진 에고 소드라는 것에 감탄했다.
“잘만 가르친다면 대성할 수 있을 것 같군.”
한태석은 에고 소드에게 대장장이 기술을 가르친다는 것이 황당하기는 했지만 제노라면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제노를 자신의 제자 겸 조수로 삼기로 했다.
한태석이라고 해서 제자나 조수를 구하지 않으려던 것은 아니었다.
여전히 직원을 모집하고 있었지만 그 가족 같은 분위기와 보수는 협의 후 결정이라는 단어가 발목을 잡고 있는 중이었다.
“우와! 그럼 제노가 사장님 조수가 되는 거예요?”
“아무래도 혼자 매장에 진열할 물건을 만드는 것은 쉽지 않으니까 말이야. 더욱이 제노한테 소질도 있고.”
앞으로도 대장간을 비워야 하는 한태석이었다.
더욱이 필요한 재료를 찾아 돌아다녀야 할 때도 있었으니 대장간을 맡길 대장장이도 필요했다.
-제노. 대장간 이용할 수 있다면 좋다. 사장님한테 배울 수 있다는 것도 좋다. 제노. 대장장이 되겠다.-
제노는 한태석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그렇게 한태석과 제노는 대장간에서 물건을 만들기 시작했고 그렇게 쏟아져 나오는 물건들을 지민과 혜진은 팔았다.
“나 학원 간다!”
“그래. 다녀와!”
몇 달 뒤면 중학교에 올라가야 하는 호미는 학업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학원에 다니기 시작했다.
도무지 도깨비 같지 않은 호미였지만 그런 호미를 사리가 반갑게 배웅을 했다.
멍!
“악! 다리 물지 말라고! 이 망한 놈아!”
그렇게 평화로운 한때를 보내는 듯했지만 한태석은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다크 스미스와 검은 대장장이 문제와 함께 다가오고 있는 위기를 알지 못하고 있었다.
“뭐지? 이 불길한 기운은?”
한태석과 동료들은 느끼지 못했지만 단 한 명 불길한 기운을 느낀 존재가 있었다.
그 존재는 창밖으로 시커멓게 몰려든 먹구름을 보며 매서운 눈빛을 반짝였다.
하지만 그보다 더 매서운 눈빛의 존재가 어느덧 뒤에 나타나 입을 열었다.
“엘리제 선생. 오늘까지 해달라는 업무는 끝났나?”
“하고 있습니다. 교감 선생님.”
“오늘까지 꼭 부탁 좀 하겠네.”
엘리제는 교감 선생님의 부탁으로 하고 있던 방과 후 업무를 힐끔 바라보고서는 한숨을 내쉬었다.
‘오늘 드라마 하기 전에 퇴근해야 하는데.’
엘리제는 불길한 기운을 느꼈지만 오늘 저녁 봐야 할 드라마 때문에 그 기운을 무시하며 서류 더미로 시선을 돌렸다.
어차피 자신의 세계도 아니었으니 자신이 나서서 불길한 기운과 싸울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물론 내일 드라마 안 나올 정도로 사고 치면 가만 안 있을 테다.’
드라마가 결방이 나는 사고는 치지 않기를 바라며 엘리제는 어느덧 지구화되어가고 있었다.
“안녕히 가세요.”
지민은 손님을 보내고 나서는 한숨을 내쉬었다.
“방송에 나오는 것이 꼭 좋지만은 않네.”
한태석이 방송에 나오고부터 매장은 마치 관광지라도 된 것처럼 손님들이 잔뜩 몰렸다.
그 때문에 눈코 뜰 사이 없이 바쁜 하루를 보내야만 했다.
“후우! 제노가 없었으면. 으! 생각하기도 싫다.”
아르바이트생을 잠시 쓸까 하는 생각도 했지만 대장간의 구성원 중에 절반이 평범한 존재가 아니어서 그것도 어려웠다.
“아니! 그러고 보면 정상적인 인간은 나뿐이잖아.”
지민은 따지고 보면 일반인은 자신뿐이라는 것에 한숨을 내쉬었다.
한태석이나 혜진이 같은 인간이라지만 그 사람들은 재벌 가문의 갑부였다.
소시민인 지민과는 다른 사람들이었고 나머지는 도깨비에 생명을 가진 로봇에 불가살이라는 기이한 신수였다.
더욱이 가끔 찾아오는 드라마 광 엘리제는 엘프라는 종족이라고 하니 지민은 앞으로도 아르바이트생은 쓸 자신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