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ngnam Blacksmith RAW novel - Chapter 74
제 74화
딸랑!
“아! 어서 오세요.”
또다시 손님이 온 것에 잠시 쉬지도 못하고 손님을 맞이하는 지민이었다.
‘아! 또다.’
가끔, 아니 요즘 들어 자주 온몸을 가리는 망토를 쓴 정체불명의 손님들이 늘었다.
요즘 신비주의가 유행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얼굴도 보이지 않는 망토를 쓴 이들은 한태석을 곧장 보기를 원했다.
“사장님 면담이신가요?”
“예. 그렇습니다. 예약은 전에 했습니다.”
한태석에게 직접 의뢰를 하려면 예약을 해야만 했다.
그런 예약이 꽤 밀려 있어서 지금 예약을 해도 상당히 오래 기다려야만 했다.
“예! 맞네요. 그럼 이쪽으로 오시겠어요?”
예약 손님을 한쪽 휴게실로 안내하고서는 대장간에서 일하고 있는 한태석에게로 연락을 하고 나면 한태석은 작업복 차림에 위협적인 망치를 들고 휴게실로 들어간다.
그 안에서 무슨 이야기가 오가는지는 모르겠지만 제법 많은 이들이 한태석에게 감사하다고 연신 인사를 하고서는 떠나간다.
“솔직히 정체가 뭔지 알아보는 것이 두렵다.”
지민은 처음에는 손님들의 정체가 궁금했지만 지금은 절대 알고 싶지 않았다.
한번 망토 속에서 보았던 얼굴에 며칠 밤잠을 설쳐야만 했다.
이제는 차라리 귀신이 더 마음이 편해질 것만 같을 정도였다.
적어도 귀신은 같은 인간이었던 존재였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예약 손님들도 떠나고 나면 조금 한가해지고는 했다.
“밥 먹었어?”
“아니! 아직이요.”
오전의 분주함이 싫다며 점심 무렵에나 오는 혜진과 함께 점심을 시키면 한태석도 대장간에서 나와 함께 식사를 한다.
그 날도 그렇게 오후 여섯 시까지 일을 하고 나면 오늘의 일과도 끝이 날 터였다.
하지만 그 날은 평소와는 다른 손님이 찾아왔다.
“저기…….”
“아! 점심시간에는 손님 안 받습니다.”
식사시간은 방해를 받지 않겠다며 문을 닫아 놓았지만 그 날은 어쩐 일인지 문이 열리며 160cm가 조금 되지 않을 법한 키가 작은 남자가 들어오는 것이었다.
“1시 이후부터 영업 시작합니다.”
지금은 영업을 하지 않는다는 지민의 말에 키가 작은 남자는 몸을 움찔 떨었지만 다시 나갈 생각이 없는 듯이 이를 악물고서는 지민에게 다가갔다.
“죄송합니다만 여기 유명한 대장장이가 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예! 그렇기는 한데 1시 이후에 와 주세요.”
한태석의 대장간은 직원의 복지를 위해 점심시간과 출퇴근 시간은 반드시 엄수를 했다.
딱한 사정에 이것저것 봐주다가는 엉망이 되어 버린다는 것을 알기에 반드시 지키려는 것이다.
그렇게 지민의 말에도 우물쭈물해 하던 남자는 결국 한숨을 내쉬고서는 문밖으로 나가려고 했다.
꼬르르륵!
무척이나 커다랗게 울리는 허기진 소리에 남자는 당황해했다.
며칠째 식사를 못 해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던 남자였다.
그 소리를 들은 세 사람은 표정이 굳어졌다.
물건을 사러 온 사람이 아니라 굶주린 사람이라 여긴 것이다.
“식사 아직 안 하셨으면 같이 식사를 하시죠. 마침 직원 한 명이 안 와서 밥이 하나 남습니다.”
한태석은 밥 한 공기를 자신의 옆에 놓으며 매장을 나가려는 남자에게 말했다.
사실 고된 육체노동을 하는 한태석은 2인분을 한 번에 먹었기에 두 공기의 밥이 놓여 있는 것이다.
“아닙니다. 나중에 오겠습니다.”
“그냥 앉으세요. 그리고 저 오후에 어디 갈 일이 있어서 지금 나가시면 저 못 만날 수도 있습니다.”
남자는 오늘 한태석을 만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말에 당황했다.
“그래요. 앉아서 같이 드세요.”
“그…… 그럼. 감사합니다.”
결국 한태석의 옆에 앉아 순대국밥을 먹게 된 남자는 간만에 먹게 된 식사에 눈물이 핑 돌았다.
그렇게 눈물을 뚝뚝 흘리는 남자에 한태석과 지민 그리고 혜진 모두 당황해야만 했다.
‘노숙자인가?’
‘아우! 요즘 힘든 사람들이 많다고 하더니.’
눈물을 흘리며 뜨거운 순대국밥을 후후 불어 먹는 남자에 다들 안쓰러움이 들었다.
사연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냐만 끼니조차 때우지 못하는 것이 가장 힘겹고 안타까울 일이었다.
“천천히 드십시오.”
“예. 감사합니다.”
한태석은 천천히 먹으라는 말을 하고서는 남자가 무안해 하지 않도록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분위기를 띄우려고 했다.
한태석의 전생에서도 굶은 사람들이 태반이었기에 그나마 조금 여유가 있던 한태석의 대장간은 그런 빈민들을 위해 식사제공과 같은 일들을 해왔었다.
한태석은 화려한 강남과 풍요로운 지구에 굶는 이들이 없는 줄로만 알았다가 그것이 아님을 알고서는 전생에서처럼 굶는 이들을 위한 무언가를 해볼까 하는 생각을 했다.
다행히 이번 생에서는 무척이나 부유했기에 그렇게 남들을 도와도 큰 문제는 없었다.
“고향이 어디입니까?”
그렇게 식사를 하며 한태석이 남자의 고향에 관해서 묻자 남자는 처음에는 당황해하다가 한태석의 눈빛이 무척이나 맑고 깊다는 것을 보고서는 입을 열었다.
“헬리오 항성의 4번 행성인 루시아나 입니다. 벨코라는 지역인데 후우! 언제쯤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
“풋!”
“컥!”
그윽한 눈빛으로 매장 밖의 하늘을 바라보는 남자에 지민과 혜진은 입안의 밥알을 입 밖으로 튀기고서는 남자를 바라보았다.
‘미친놈이었어?’
‘정신병자네!’
자신들이 잘못 들은 것이 아니라면 분명 정신병자인 남자였다.
물론 노숙을 하며 정신적인 충격이 커 헛소리를 한다고 생각하는 지민과 혜진이었다.
가끔 이해하기 어려운 사람들 중에 자신이 지구인이 아니라 외계인이라고 주장을 하는 이들이 있었다.
지민이나 혜진도 눈앞의 남자를 그런 부류로 여기는 것이다.
“그렇군요. 마음고생이 무척이나 심하신 듯 보입니다.”
하지만 한태석은 그 남자의 말을 믿는 모양이었다.
‘아! 순진하신 우리 사장님.’
‘태석 씨 보증 서 주면 안 되는데.’
지민과 혜진은 한태석이 무척이나 걱정되었다.
하지만 한태석도 남자처럼 더 이상 고향으로 돌아갈 방법이 없었기에 남자의 안타까운 마음을 공감할 수 있었다.
지금도 가끔 고향에 두고 온 사람들의 꿈을 꾸는 한태석이었다.
그런 아련한 눈동자를 남자를 통해 느낄 수 있었다.
그렇게 다들 남자를 거짓말쟁이로 여겼지만 한태석만큼은 진심으로 여겨주는 것에 남자는 크게 감격을 했다.
“제 이름은 빠루라고 합니다.”
“예? 빠 뭐요?”
혜진은 발음이 잘 되지 않는 언어를 사용하는 남자에 황당하다는 듯이 바라보았다.
“그렇군요. 바루 씨. 제 이름은 게리인. 아니 한태석이라고 합니다.”
그렇게 남자는 바루라는 이름을 가지게 되었다.
바루는 자신의 이름이 지구인들에게는 발음하기 무척이나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한태석이 바루라는 이름으로 부르는 것을 이해했다.
어차피 이름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것이다.
그렇게 바루의 기구한 운명을 한태석과 지민 그리고 혜진은 들을 수 있었다.
“그래. 그럼 고향에는 영영 돌아가지 못하는 것입니까?”
“후우! 아닙니다. 돌아갈 수는 있습니다만…….”
한태석은 자신과는 달리 돌아갈 수 있다는 바루에 표정이 밝아졌다.
“그거 다행이군요. 돌아갈 방법이 있다니 말입니다.”
환하게 웃는 한태석에 지민과 혜진은 고개를 좌우로 내저으며 한태석을 걱정스럽게 바라보았다.
‘사장님. 그러지 마요.’
‘태석 씨 왜 그래? 무섭게!’
한태석마저도 정신이 온전치 못한 것인지 걱정이 되는 두 사람이었다.
“실은 TV를 보았습니다. 이 나라에서 가장 뛰어난 대장장이시더군요.”
“아! 그 방송을 보신 모양입니다. 아직 끝나지 않았고 제가 우승을 한 것은 아니니 가장 뛰어난 대장장이는 아닙니다.”
한태석은 바루가 자신을 찾아온 이유를 깨달을 수 있었다.
우연히 길거리에서 한태석이 나오는 TV를 본 모양이었다.
“아닙니다. 딱 보니 알겠더군요. 당신만큼 대단한 자는 없었습니다.”
“그래. 뭔가를 고쳐 달라고 부탁을 하러 오신 것이었습니까?”
바루는 지금까지 이 정도로 자신을 믿어준 이를 경험하지 못했다.
다들 한태석의 옆에 있는 지민이나 혜진과 같은 반응들이었다.
‘내가 외계인인데 왜 믿지를 못하니! 어? 왜 믿지를 못해!’
아무리 말을 해도 사람들은 믿지 못하고 자신을 정신병자 취급을 했다.
하지만 눈앞의 한태석만큼은 진심으로 믿어주고 있었다.
“크윽!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저런! 괜찮습니다. 괜찮아요.”
한태석은 다시금 서러움에 눈물을 흘리는 바루를 달래었다.
그동안 얼마나 서러웠을지 보지 않아도 느낄 수 있었다.
“흐윽! 흑! 실은 우주선이 고장이 나서 고향에 돌아가지를 못했습니다. 하지만 제 능력으로는 고칠 수가 없으니.”
“그랬군요. 우주선을 고친다면 고향에 돌아갈 수 있었군요.”
한태석은 우주선을 고치지 못해 고향에 돌아가지 못한 탓에 지구에서 노숙자로 살고 있는 이 불쌍한 외계인에 안타까워했다.
“제가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만일 도움이 된다면 바루 씨의 우주선을 고쳐 보도록 하겠습니다.”
“정말이십니까? 정말 고쳐주실 생각이십니까?”
바루는 한태석의 말에 깜짝 놀라서는 존경이 가득한 눈빛으로 한태석을 바라보았다.
만일 한태석이 바루의 우주선을 고쳐준다면 고향으로 돌아가 지구는 침략해서는 안 되는 별이라 주장을 하려는 바루였다.
그랬다.
바루는 행성 침략군 선발 정찰대 출신의 외계인이었다.
지구에 불시착을 해 돌아가지 못하고 그동안 지구에서 노숙자처럼 살고 있었던 것이다.
“이 은혜는 결코 잊지 않겠습니다! 흑흑흑!”
그렇게 눈물을 펑펑 흘리며 한태석에게 은혜를 잊지 않겠다고 말을 하는 바루에 지민과 혜진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게 식사를 마치고 한태석은 바루와 함께 어딘가로 향했다.
“사장님 언제 오시려나?”
“혹시 그 자식이 태석 씨 납치하려고 수 쓴 건 아니겠지?”
“아!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언니! 어쩌죠?”
누구든 한태석을 건들 수 있는 인간이 있을 것이라 생각하지 않고 있던 지민과 혜진은 한태석을 의도적으로 납치하려고 수를 쓴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한참의 시간이 흐르고 나서야 들었다.
그렇게 경찰에 신고를 해야 하는 것은 아닌가 발을 동동거릴 때 한태석이 바루와 심각한 표정으로 돌아왔다.
“사장님! 괜찮으세요?”
“태석 씨! 괜찮아? 협박받은 것은 아니고?”
“응? 아니. 괜찮아.”
무사한 한태석이었다.
“그런데 표정이 왜 그래?”
“아! 조금 어려워서.”
한태석은 바루의 우주선을 자신의 능력으로는 고칠 수 없다는 것에 표정이 어두운 것이었다.
뭐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았지만 애석하게도 아직은 아니었다.
“괜찮습니다. 한 님. 저는 괜찮습니다.”
바루는 그래도 자신을 위해 이렇게 도와준 것에 한태석을 오히려 위로했다.
“아니요. 바루 씨. 언젠가 내 실력이 늘면 당신의 우주선을 고쳐드리겠습니다. 그러니 그때까지 우리 대장간에서 머무르세요.”
“그…… 그래도 정말 괜찮겠습니까? 이 은혜를 어떻게…….”
한태석은 그렇게 외계인 바루를 자신의 대장간에 머물게 해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