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ngnam Blacksmith RAW novel - Chapter 77
제 77화
호미가 XK-1을 제작하고 있을 때 한태석은 합숙소에 도착해 있었다.
“태석이 동생 왔나?”
“아! 예! 명석이 형님. 일찍 오셨습니다.”
처음에는 서로 견제를 하기 바빴지만 이제는 제법 친해져 있었다.
더욱이 이제는 서로의 실력을 인정하면서 사라져 가는 대장장이들에 대한 동질감마저도 느끼고 있었다.
“생각은 해 봤는가?”
“생각은 해 봤는데 시간 안에 되려는지.”
청팀과 홍팀으로 나누어져 팀 대결을 하는 것이 이번 시합이었다.
지난번 합숙에서 팀워크를 다지고 이번 합숙에서 본격적인 대결에 들어간다.
각자의 팀에서 최고의 물건을 만들어 내라는 시합이었기에 대장장이들은 집으로 돌아가고도 꽤나 고심을 해야만 했다.
“저쪽에서는 뭘 만들려나?”
“아무래도 뭐 조각상 같은 거 아니겠습니까?”
“조각상? 흐음!”
다른 팀원의 말에 그것이 가장 손쉽겠다는 생각을 했다.
조각가들은 아니라지만 조각상이라면 대장장이들로도 충분히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럼 우리도 조각상 같은 것으로 해야 하려나?”
아직 팀장을 정하지는 않았지만 가장 나이가 많은 사람이 주도하려고 하고 있었다.
그렇게 다들 무난한 조각상으로 각자의 파트를 만들어 하나로 합치는 것으로 하자는 결론으로 끝나가려고 할 때 한태석이 입을 열었다.
“그보다 이건 어떻겠습니까?”
“응? 뭘 말인가? 좋은 생각이라도 났는가?”
한태석은 한 장의 종이를 꺼냈다.
“이건?”
청팀의 팀원들이 한태석이 꺼낸 종이를 바라보자 한태석은 미소를 지으며 종이에 그려진 물건의 정체를 밝혔다.
“태엽 기계입니다.”
“태엽 기계? 시계 같은 거 말하는 건가?”
정교한 나사 부품들이 맞물려 움직이는 것을 보고 있자면 신기함이 들기 마련이었다.
대장장이 하면 투박한 물건들을 만든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꽤 정교한 물건들도 만들고는 했다.
물론 정밀 시계와 같은 물건들은 무리였다.
수십 년의 경력을 가진 초정밀 전문가들이 각종 정밀 도구의 도움을 받아 만드는 것이 기계식 손목시계였다.
하지만 굳이 정밀할 필요는 없었다.
거대하지만 수십 개의 톱니바퀴들이 맞물려 돌아가는 태엽 기계를 만든다면 그 자체만으로도 감탄이 나오기에 충분할 터였다.
“하! 이거 쉽지 않겠는데.”“그러게요. 뭐 만들고자 한다면 못 만들 것은 아닌데. 이런 건 정밀도가 생명이라. 시간이 꽤나 많이 들 텐데.”
다들 겁을 집어먹은 듯이 머뭇거리는 것에 한태석이 주도권을 가지고 오며 자신의 계획을 이야기했다.
“물론 쉽지 않다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정도가 되지 않는다면 홍팀을 이기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마음 같아서는 자동차라도 만들고 싶을 정도입니다.”
“자동차? 하하!”
한태석의 자동차를 만들고 싶다는 말에 다들 웃음을 터트렸다.
자신들이 설마 자동차를 만들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고 한태석 또한 농담으로 한 말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한태석은 시간만 충분히 주어진다면 자동차를 만들 수도 있었다.
“하긴 그런 것보다는 이 기계가 더 성공 가능성이 크겠지. 뭐 구조는 복잡하지만 결국 톱니바퀴들만 만들면 되는 것이니까.”
다섯 명의 대장장이가 톱니바퀴를 만들어 하나로 합쳐 돌아가게만 한다면 확실히 승산이 있다는 생각이었다.
“상대가 확실하게 뭘 만들지는 알 수 없는 것 아니겠습니까? 어설픈 것을 만드는 것보다는 실패할 수도 있지만 모험을 해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태석이 말이 맞는 것 같습니다. 형님. 우리 대장장이들이 이런 것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줘야 하지 않겠습니까?”
“대장장이 하면 그냥 부엌칼이나 농기구나 만든다고 생각하는데 우리도 이런 대단한 것도 만들 수 있다는 걸 한번 보여주는 것도 나쁘진 않겠습니다.”
처음에는 회의적이던 청팀의 대장장이들도 한번 도전을 해보자는 말을 하기 시작했다.
다들 손재주는 어디에다 내놓아도 서럽지 않은 사람들이었다.
기계 장치들 정도는 다들 고쳐 본 경험도 있었기에 조금 크기는 하지만 전혀 불가능하지는 않다고 다들 생각을 하는 것이다.
“에이! 그럼 태석이가 책임지고 한번 해 보자고.”
의견을 제시한 이가 한태석이었으니 청팀의 대장장이들 중에 가장 연장자인 명석은 한태석에게 이번 시합을 주도하라고 말했다.
사실 명석이 가장 나이가 많다지만 그들 모두 한태석이 자신들 중에 가장 실력이 좋다는 것은 인정하고 있었다.
물론 세상일이라는 것이 실력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었지만 이런 시합에서 승리를 하려면 실력이 가장 우선되어야만 했다.
“알겠습니다. 만일 안 되면 제가 거하게 한턱 쏘겠습니다.”
한태석은 조금 찝찝해하는 이들을 보며 거하게 한턱 쏘겠다며 달래었다.
이미 한태석이 강남의 건물주라는 것을 아는 대장장이들은 한태석이 쏜다는 말에 미소를 지었다.
“건물 팔아야 할지도 몰라.”
“예? 아! 하하하하! 무조건 이겨야겠습니다.”
한태석은 동료들의 농담에 웃음을 지었다.
다섯이 먹고 마셔 봐야 한태석 소유의 건물을 팔아야 할 정도는 되지 않을 터였지만 방금의 농담으로 분위기는 화기애애해졌다.
그렇게 청팀과 홍팀의 회의가 끝이 나고 곧바로 제작에 들어갔다.
꽤 대형 프로젝트였기에 이번 합숙 시간에는 온종일 제작에만 매달려 있어야만 했다.
“그럼! 장막 안에서 청팀과 홍팀의 제작을 시작해 주십시오!”
사회자의 선언과 함께 청팀과 홍팀은 자신들의 작업대로 향했다.
각자의 팀은 서로의 제작품들을 보지 못하게 천막으로 가려져 있었다.
물론 방송 카메라는 천막 안으로 들어와 제작될 제작품들을 볼 수 있었지만 마지막 결과물이 나올 때까지 전체적인 모습을 담아내지는 않을 것이었다.
“과연 대한민국 최고의 대장장이들이 뭘 만들어 낼지 기대가 됩니다.”
“정말 엄청난 것이 나오는 거 아닐까요? 사실 저는 대장장이라고 해서 시골 대장간을 생각했었거든요. 그런데 이번 시합을 보면서 대장장이들의 실력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이라는 것을 알겠더라고요.”
“대장장이란 옛날부터 최고의 기술자들을 말하는 것이지요.”
MC들과 게스트들은 그 특유의 입담을 발휘하며 방송 분량을 책임졌다.
대장장이들은 그러거나 말거나 장막 안으로 들어가 각자가 만들어야 하는 물건들을 하나씩 제작하기 시작했다.
깡! 깡! 깡!
요란한 망치 소리와 풀무 소리. 그리고 불길이 이글거리는 소음이 각 팀의 장막을 가득 채웠다.
탄탄한 근육들이 꿈틀거리고 단단한 철 덩어리들은 하나하나 모습을 갖추기 시작했다.
무척이나 고단한 일이었지만 그 장면들은 정말이지 장관이었다.
하루 만에 끝나는 일은 아니었기에 저녁 무렵이 되면 대장장이들은 제대로 씻지도 못하고 숙소의 침대에 쓰러져 코를 골며 잠이 들어야만 했다.
중간중간 화로에서 꺼낸 철판 위에 삼겹살을 먹음직하게 구워 먹으며 방송 분량을 채우기도 했지만 대부분의 시간은 철과 대장장이들의 싸움이 주가 되었다.
그렇게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며 점차 부품들이 쌓이고 어느 정도 형태도 가지게 되자 MC와 게스트들은 또다시 특유의 입담으로 분위기를 띄웠다.
제작과정만 보여주기에는 늘어질 수 있었기에 흥미가 갈 만한 것들을 계속 추가하고 편집했다.
“한태석 대장장이님. 인터뷰 좀 부탁드립니다.”
“시간이.”
“잠깐이면 됩니다.”
“후우! 알겠습니다.”
한태석의 실력은 대단했다.
자신이 맡은 파트를 제작하고 전체적인 부분을 전부 조율을 해야만 했다.
부품 하나라도 규격에 맞지 않는다면 자신들이 만들 것이 제대로 작동을 하지 않을 것이었다.
그렇게 바쁜 한태석이었으니 인터뷰할 시간은커녕 밥 먹을 시간이나 화장실 갈 시간도 아까울 지경이었다.
그렇게 기억에 나지도 않는 어린 시절의 이야기들을 인터뷰하며 감성을 자극하고 난 뒤에 돌아온 한태석은 당황하고 있는 팀원들을 볼 수 있었다.
“무슨 일입니까?”
한태석은 당황한 팀원들에게 다가가며 물었다.
한시라도 쉴 틈이 없는 와중에 다들 손을 놓고 있으니 의아스러운 것이다.
“태석아! 홍팀에서 만들고 있는 것의 정체를 알았다.”
“홍팀이요?”
장막이 쳐져 있었기에 서로의 제작품이 무엇인지는 알 길이 없었다.
그런데 어떻게 알게 된 모양이었다.
“뭘 만들고 있길래 그러십니까?”
처음에는 그냥 조각품이나 만들 것이라고 생각을 했었는데 그것은 아니었던 모양이었다.
“기차.”
“예?”
“기차 만들고 있다고! 기차! 선로하고 기차 몸체를 봤어. 하! 무슨 기차를 만들 생각을 하지?”
“…….”홍팀이 기차를 만들고 있다는 말에 그것이 정상적으로 움직일지는 뒤로하고 제대로 움직인다면 자신들이 만든 것으로는 상대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그걸 어떻게 만드는 거지? 무슨 기술자들도 아니고!”
홍팀이 만들고 있는 것은 증기 기관차였다.
실제 기차처럼 커다란 크기는 아니었지만 증기 기관차의 구조와 동일한 구조로 놀이공원에서 아이들이 탈 만한 크기로 움직여지는 기차였다.
난이도는 청팀이 만들고 있는 태엽 기계보다 떨어질 수도 있었지만 태엽 기계보다 주목도는 월등할 것이 분명했다.
“제길! 이럴 줄 알았으면 자동차를 만들었어야 하는데.”
제대로 제작을 할지는 장담을 할 수 없었지만 차라리 자동차를 만들었어야 한다고 생각을 하는 대장장이들이었다.
한태석도 상대 팀이 기차를 만들고 있다는 말에 심각한 표정을 지었지만 이제 와서 바꿀 수는 없었다.
새로운 것을 만들자면 죽도 밥도 되지 않게 될 것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이대로 계속 태엽 기계를 만든다고 해도 될 일이 아니었다.
‘상대가 만든 기차가 작동을 하지 않기를 바랄 수는 없다.’
한태석은 아직 조립이 되지 않은 태엽 기계의 부품들을 바라보았다.
‘시간은 오늘 하루뿐인가.’
태엽 기계의 구조를 조금 바꾸기로 했다.
그렇게 설계도를 앞에 두고 추가를 해야 할 부품들을 떠올리고 그리기 시작했다.
“일단 최대한 빨리 남은 부품들을 만들어 주십시오. 구조 변경을 하겠습니다. 추가될 부품을 만들어야 하니 재료를 더 받아오세요.”
“뭐? 대체 뭘 하려고?”
다들 한태석에게 뭘 하려는 것이냐고 물었지만 한태석은 질문에 대답을 할 여유도 없이 빠르게 설계도에 부품들을 추가해 나갔다.
“일단 하자고! 이대로 손 놓고 있다가 질 수는 없지!”
“암! 여기까지 왔는데 이대로 포기할 수는 없어!”
청팀의 대장장이들은 이대로 포기할 수는 없다며 남은 부품들을 만들기 위해 굵은 땀을 흘려대었다.
그렇게 시합 종료 시각은 점점 다가오기 시작했다.
‘다른 팀원들의 부품을 확인할 시간이 없다. 이제는 그냥 이들을 믿을 수밖에 없어.’
구조 변경 전까지는 어느 정도의 여유가 있었기에 다른 팀원들이 만든 부품들을 확인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무리였다.
팀원들을 믿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시합 종료와 함께 청팀과 홍팀의 제작품들은 커다란 천에 가려진 작품의 모습을 드러낼 준비에 들어갔다.
“대체 검은 대장장이와 흰 대장장이라는 것이 뭡니까?”
오만득은 왠지 모르게 음산한 느낌이 드는 정체불명의 대장장이에게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