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ngnam Blacksmith RAW novel - Chapter 8
제 8화
“사장님! 주문이 하나 들어왔는데요.”
“아! 지민씨. 뭡니까?”
일단은 자신의 앞에 있는 주문을 받는 것이 우선이었다.
지민은 한태석을 빤히 바라보았다.
‘너무 이상한 사람이야.’
엄마의 유품을 고쳐준 한태석이었다.
문제는 아무리 생각해 봐도 정상적인 방법으로 고친 것이 아닌 것 같았다.
화로에 통짜로 집어넣고 무식한 망치로 두들기는 것은 고친다기보다는 망가트리는 것 같았다.
‘그런데 말입니다. 그것이 고쳐졌습니다!’
지민의 목에 걸려 있는 엄마의 유품은 고쳐졌다.
아니 새것처럼 변해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따뜻한 느낌이 든다니까. 추위를 잘 타는데 목걸이 차고부터 춥지도 않고.’
몸 전체가 따뜻하게 유지가 되고 있었다.
마치 온도 조절이 되는 듯한 느낌이었지만 지민은 자신의 착각이라 생각했다.
“사장님! 저기 조금 이상한 주문이기는 한데요.”
“이상한 주문이요?”
농기구나 주방용품을 주문하는 것은 이해가 갔지만, 대장간에서 만들기에 조금 이해하기 어려운 주문이 들어온 것이다.
“아기 차 시트를 좀 만들어 달라는 주문이 들어왔거든요. 카시트 아시죠?”
“카시트?”
대장간에서 왜 카시트를 만들어 달라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 일이었다.
“예! 그러니까요. 아니 사장님 실력이 대단한 것은 맞는데 카시트를 만들어 달라고 하니까 이상하잖아요. 안 된다고 했는데 꼬옥 좀 부탁을 한다고 사정 사정을 해서요.”
지민이 안 된다고 해도 막무가내인 주문자에 결국 한태석에게 이야기를 한 것이다.
“카시트가 뭐지요?”
“예? 카시트 모르세요? 아! 이쪽으로 와보시겠어요.”
지민은 카시트를 모르는 한태석을 위해 인터넷에서 카시트를 검색해 보여주었다.
“의자인가?”
“아기들이 앉는 의자예요. 차에 설치를 해서 안전을 유도하는 의자지요. 이렇게 차에 설치해요. 차 시트는 어른들에게 맞는 크기라서 사고가 나면 아기들을 보호해 주기 어렵거든요.”
“그렇군. 어린아이들을 지키기 위한 물건이구나.”
한태석은 이해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사진만으로는 완전한 구조를 알기는 어려웠다.
“실물로 보고 싶은데 어디 가면 볼 수 있지?”
“예? 설마 주문 받으시려고요?”
“대장장이에게 특별한 이유가 없다면 주문을 거부할 수 없는 법. 더욱이 사람을 살리고자 하는 물건이라면 더욱이 거부를 할 수 없지.”
한태석은 거부할 수 없다며 지민과 함께 근처의 백화점으로 가 카시트의 구조를 확인했다.
“생각보다 약해 보이는군. 하지만 이것이 아이의 목숨을 지켜줄 마지막이라.”
한태석은 꼼꼼히 살펴보았다.
물론 카시트들은 무게를 가볍게 해야 해서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져 있었다.
철을 다루는 대장장이이기에 플라스틱으로 만들기 어려웠다.
그렇게 카시트의 구조를 알아낸 한태석은 자신의 대장간으로 돌아가 카시트 제작에 들어갔다.
“일단 뼈대가 중요해. 구조 자체는 그다지 복잡하지 않다.”
튼튼하게 뼈대를 만든다.
옮기기 위해 가볍게 만들어야만 했다.
결국 합금을 사용해야만 했고 한태석은 철과 알루미늄을 섞어 합금을 만들기로 했다.
“미스릴이 있으면 좋겠지만 아무래도 미스릴을 구하기는 어려울 것 같고. 그나마 미스릴과 가장 비슷한 금속인 알루미늄을 사용해야겠지. 아니면 스테인리스를 사용할까? 하지만 그것은 그렇게 강도가 나오질 않으니…… 그러고 보니 이걸 첨가해야겠어.”
한태석은 전생 때의 기억을 떠올려 강도를 늘려줄 첨가물을 찾아 뼈대를 만들 금속 합금을 제작했다.
지금까지야 대충 강철을 이용해 만들었지만 특수한 목적을 가진 물품이었으니 특성에 맞는 합금을 직접 만드는 것이다.
“사장님. 저는 뭘?”
“아! 지민 양! 이것 좀 붙잡고 있어 주겠어요.”
“예! 열심히 하겠습니다!”
한태석의 작업에 호기심이 생긴 지민이었다.
그렇게 뜨겁게 달구어진 카시트의 몸체를 집게로 붙잡고 망치질을 하는 한태석을 바라보았다.
깡! 깡! 깡!
카시트의 구조에 맞게 구부리고 펼치고 붙였다.
“조금 더 가벼웠으면 좋겠는데. 그렇다고 강도를 너무 약하게 할 수는 없고.”
수십 수백 번을 담금질을 하며 강도를 늘리고 늘린 강도만큼 무게를 가볍게 금속의 양을 줄였다.
“몬스터 뼈가 있었으면 좋을 텐데. 오우거나.”
“예?”
“아! 아니야. 좀 더 단단히 붙잡고 있어 봐.”
한태석의 망치질에 카시트의 몸체가 튕겨 나가는 것을 이를 악물고 붙잡고 있는 지민이었기에 한태석의 말을 알아듣기는 어려웠다.
그렇게 한태석과 지민은 한참을 용을 쓰며 카시트의 몸체를 만들었다.
“후우! 이 정도면 되었고 다음으로 카시트를 덮을 가죽을 재단해야겠군. 어디 쓸 만한 가죽이…….”
대장장이라고 해서 무조건 철만 다루는 것은 아니었다.
검을 만들 때도 손잡이나 검집을 만들기 위한 가죽을 다루기도 했고 때로는 철이 아닌 몬스터의 뼈와 같은 다른 것들도 다루어야만 했다.
그렇게 한태석은 능숙하게 카시트를 완성해 가기 시작했다.
4.
“가…… 감사합니다. 무리한 부탁을 드려서 말입니다.”
“아닙니다. 오히려 무척이나 재미있게 만들었습니다.”
난생처음 만들어 본 의자였다.
아니 전생에서 한 왕국의 왕에게 자신만의 왕좌를 만들어 달라는 요청을 받은 적이 있기는 했다.
당연히 그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 왕에게서 탐욕만이 가득함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얼마입니까?”
주문을 한 사람은 한 노인이었다.
손주에게 선물하기 위해 한태석에게 주문한 것이다.
“참 편하더군요.”
한태석의 대장간 앞을 지나다가 구두 굽이 빠지며 부서졌다.
다행히 한태석이 수리를 해 주었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한태석에게서 고쳐진 구두는 무척이나 편안하고 튼튼했다.
평발이기에 항상 오래 길을 걸으면 발이 불편했었다.
그런데 한태석에게서 수리된 구두는 어찌 된 일인지 조금도 피로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발이 더욱더 편안해졌다.
그리고 한태석이 파는 호미 하나를 샀고 작은 텃밭에서 호미질을 할 때마다 감탄에 감탄을 할 수밖에 없었다.
젊은 날부터 부모를 도와 호미질을 하며 농사일이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던 노인은 한태석의 호미가 손목에 부담이 전혀 가지 않는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마치 자신의 것처럼 손에 착 감기는 느낌부터 단단한 땅이 마치 무른 진흙처럼 파이는 것까지 정말이지 신세계였다.
자식에게 가보로 물려주고 싶다는 방정맞은 생각마저 들 정도였으니 노인은 손주의 선물을 한태석에게 부탁하고 싶었다.
언젠가 아들이 손주의 카시트 이야기를 한 것을 떠올린 노인이었다.
그렇게 조금은 무리한 부탁을 했을 때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놀랍게도 자신의 앞에 멋들어진 카시트가 놓여 있는 것이다.
“비용은 만 원입니다.”
“예? 너무 싼 것 아닙니까?”
“사장님!”
지민과 노인은 한태석의 터무니없는 가격에 깜짝 놀라야만 했다.
아무리 싸도 이십만 원이 넘고 수제로 만든 것은 그 이상의 가치를 할 터였다.
더욱이 한태석이 사용한 재료들도 하나같이 고급 재료였으니 한태석이 말을 한 가격은 터무니없었다.
“죄송합니다만 저는 공짜로 드릴 수는 없습니다. 그건 최소한의 가치를 만들어 내야 하는 것이기에…….”
가격이 책정되지 않으면 물건에는 가치가 형성되지 않는다.
아무리 사람을 살리기 위한 선한 물건이라지만 아무런 가치를 부여받지 못한다면 그 목적을 이룰 수는 없었다.
그러니 만 원이라도 받아야만 했다.
“아니 그러니까 제가 공짜로 만들어 달라고 했던 것은 아니고 제값을 치르고자 합니다.”
“그래요! 사장님! 이거 최고급 소가죽에 무게 줄이고 강도 높이려고 합금 사용하고 여기 금 코팅도 했다고요!”
지민의 외침에 노인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한눈에 봐도 고급스럽다는 것은 알 수 있었지만 설마 최고급 재료들로 만들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한 것이다.
못해도 기백만 원은 넘으리라는 것에 노인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그냥 백화점에서 살걸.’
저렴하게 사면 십수만 원이면 살 수 있는 카시트였다.
한태석이 만든 물건이 너무나도 편안해 욕심에 카시트를 부탁했지만, 자신이 감당하기 힘든 가격이라면 난처할 수밖에 없었다.
“그…… 그럼 할부로…….”
주문품이었기에 인수 거부를 할 수도 없어 노인은 카드를 꺼내려고 품 안을 뒤적였다.
“만 원.”
“…….”
“…….”
주인장이 만 원만 받겠다고 하니 노인과 지민은 뭐 이런 인간이 다 있나 하는 눈빛으로 서로를 바라보았다.
결국, 노인은 만 원에 낙찰받은 카시트를 들고 대장간을 나섰다.
그렇게 터무니없는 손해를 본 한태석에 지민은 답답한지 버럭 화를 내었다.
“사장니임!”
“왜 그래요? 지민 양?”
순진무구한 눈빛을 반짝이는 한태석에 지민은 할 말을 잃어야만 했다.
‘하긴 이 사람 재벌 2세였지. 더욱이 신보다 더 위대하다는 건물주.’
대장장이가 천직이라고 말을 하고 있었지만 지민으로서는 한태석에게서 절박함을 느낄 수 없었다.
물론 대장간 안에서 한태석의 고집스러움을 두 눈으로 목격하며 감탄을 했다.
그래도 그건 아니라는 생각을 하는 지민은 한태석에게 세상 물정에 대해서 알려주기 위해 조언을 했다.
“이렇게 막 퍼주시다 보면 망해요. 망해. 사장님 소가죽만 해도 만 원 넘어요. 아시잖아요.”
“그렇군요. 잘못하면 망하겠네요. 후후.”
한태석은 전생에서 자신에게 지민처럼 화를 내던 그녀가 떠올랐다.
자신 때문에 참으로 고생이 많았던 그녀였다.
용사들이 돈이 있을 리 만무했다.
오직 만용과 혈기만으로 마왕을 쓰러트리고 세상을 구원하겠다는 아이들이었다.
한태석은 알 수 있었다.
대부분은 마왕의 앞까지 가지도 못한 채로 죽음을 맞이한다.
한태석이 만들어 준 무구들은 진흙땅 위에서 그 빛을 잃어갔다.
그 사실을 알기에 한태석은 그들로부터 돈을 받기가 미안했다.
자신들의 젊은 목숨을 대신해 세상을 구하려는 용사들을 위해 값비싼 무구를 헐값에 넘기는 것이다.
그로 인해 대장간의 살림을 하던 한 여인은 마음고생을 해야만 했다.
물론 노인이 세상을 구하기 위한 싸움을 하러 간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노인은 한 아이에게 위험이 덜한 세상을 주기 위해 싸우는 것이었다.
“다음부터는 주의하지.”
“아니 뭐 주의하실 것까지야. 제품 가격이야 사장님께서 정하시는 거니.”
지민으로서는 자신의 월급이 밀릴 일은 없을 터였으니 걱정을 할 필요는 없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민은 한태석을 위해 제값을 받게 해 줄 생각이었다.
‘비록 그것이 주제넘은 일일지라도…….’
한태식과 지민이 만든 카시트는 노인의 손주에게 전해졌다.
한눈에 봐도 고급스럽게 만들어진 카시트에 노인의 아들과 며느리는 기뻐했고 다행히도 손주도 마음에 들어 하는지 칭얼거리지 않았다.
“어머! 다른 애들은 카시트에 앉으면 칭얼거린다던데 우리 한이는 잘 노네.”
“하하! 그러게 말이야. 그나저나 아버지는 저런 걸 어디서 구하셨데. 엄청 비싸 보이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