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ngnam Blacksmith RAW novel - Chapter 83
제 83화
몬스터도 있다는 말을 엘리제로부터 들었지만 왕도로 가는 길은 수시로 왕국군들이 돌아다녀 몬스터들을 보기는 어려웠다.
“아! 엘리제 님이셨군요. 통과하셔도 좋습니다.”
“고마워요. 그럼.”
중간중간 관문들이 있었지만 관문을 지키는 경비병들은 엘리제의 신분을 알고서는 존경이 가득한 모습으로 관문을 통과시켜 주었다.
엘리제가 마왕으로부터 자신들을 지켜준 용사의 일행임을 다들 알고 있는 것이다.
그 덕분에 신분증 하나 없는 한태석도 별다른 문제 없이 관문들을 통과할 수 있었다.
오히려 호위를 자처하는 병사들이나 용병들 때문에 사양을 하느라 고생을 할 정도였다.
“생각보다 노숙에 익숙한 것 같네.”
엘리제는 지구의 인간들이 노숙에 익숙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한태석은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것에 조금은 놀랐다.
엘리제도 한태석이 재벌 가문의 자식으로 고생이라고는 조금도 하지 않은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것이다.
“노숙이라면 많이 해 보았으니까.”
필요한 광물이나 물건을 찾아 헤매던 때가 있던 한태석이었다.
일 년에 적어도 삼 개월은 대장간이 아닌 세상을 돌아다니던 한태석이었으니 고작 며칠 노숙을 하는 정도는 어렵지 않았다.
그렇게 마침내 한태석은 엘리제를 따라 헤브레란 왕국의 수도에 도착할 수 있었다.
웅장한 왕성이 멀찍이 보였지만 엘리제는 왕성이 아닌 빈민가처럼 보이는 좁은 골목길로 한태석을 안내했다.
그렇게 도착한 곳은 허름하다 못해 다 쓰러져 가는 작고 볼품없는 대장간이었다.
그 대장간의 입구에서 조잡한 물건들을 매대 위에 진열해 놓고 파리채로 파리를 쫓고 있는 한 남자를 볼 수 있었다.
“아몬!”
“응? 뭐야? 왜 또 오고 난리야! 저리 가!”
아몬이라 불린 남자는 엘리제를 보고서는 인상을 구기고서는 파리 쫓는 듯이 파리채를 이리저리 휘둘러 대었다.
“확! 다리 또 분질러 버린다.”
“뭐 이 망할 엘프가!”
엘리제는 오랜만에 보는데 반가운 기색은커녕 귀찮은 티를 내는 아몬에게 협박을 했다.
아니 협박이 아니라 정말로 아몬의 다리를 분질러 버릴 기세였다.
두 사람이 어떤 사이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한태석은 의아한 듯이 아몬을 바라보았다.
‘대장장이인가? 신은 아닌 듯한데.’
제법 몸은 탄탄해 보였지만 살짝 나온 배 위로 지방이 낀 듯이 살짝 비만인 남자였다.
뜨거운 불의 옆에서 연신 철과 씨름을 해야 하는 대장장이의 몸은 비만이 오려고 해도 오기 힘들었다.
그렇게 한태석은 아몬이라는 자를 대장장이 신에게로 갈 수 있는 길을 아는 안내역 정도로 생각을 했다.
하지만 이내 한태석은 자신의 귀를 의심할 만한 말을 들었다.
“그런데 저 껍데기만 남은 놈은 또 뭐야?”
“전설의 대장장이.”
“뭐?”
아몬은 엘리제가 득의만만한 표정을 지은 채로 미소를 짓는 것에 한태석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정말?”
도무지 믿기지 않는 말이었다.
“거짓말.”
“확 진짜 분질러 버릴까 보다.”
아몬은 다른 세계에 갔다던 엘리제가 전보다 많이 과격해졌다는 생각을 하며 고개를 내젓고서는 다시 한태석을 찬찬히 바라보았다.
“전설의 대장장이라. 흐음! 음!”
한태석의 몸 주위를 돌아다니며 한태석을 살펴보던 아몬은 무언가를 알아내었는지 입을 열었다.
“신들을 놀라게 한 대장장이. 게리인 드라실루스. 혹시 당신이 그 자인가?”
“나를 아는 것이오?”
한태석은 자신의 전생에서의 이름을 알고 있는 아몬에 살짝 놀라며 물었다.
엘리제의 세계는 한태석의 전생에서의 세계가 아니었다.
한태석이 환생하고 난 이후 그 이름을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입 밖으로 내지 않았다.
게리인은 이미 죽은 존재였고 한태석은 한태석으로 살아가겠다는 다짐을 이미 한 것이다.
“호오! 대단하군. 대단해. 정말로 전설의 대장장이였잖아. 엘리제 너 엄청난 사람을 데리고 온 거야.”
아몬의 말에 엘리제는 코웃음을 치며 어깨를 으쓱였다.
자신도 전설의 대장장이를 찾아 지구에 갔었지만 자신이 처음 보았던 한태석은 그 정도 수준에는 미치지 못했던 것이다.
그런 대장장이를 찾을 바에는 자신이 알고 지내던 대장장이 신에게 세상을 구할 무기를 만들어 달라고 부탁을 하는 것이 더 쉽고 빠를 일이었다.
“기억을 그대로 가진 채로 환생했던 것인가? 뭐 아무렴 어때. 그런데…….”
아몬든 한태석을 빤히 바라보더니 고개를 내저었다.
“환생한 몸에 대장장이로서의 재능이 전혀 없군.”
한태석이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아몬은 다 알아보았다는 듯이 한태석의 문제점을 알아내었다.
“아니! 재능 있었어. 마왕의 군대를 물리친 무기를 저자가 만들었으니까.”
“응? 그 무기 만든 자가 이 친구야?”
아몬은 엘리제의 말에 깜짝 놀라며 한태석을 바라보았다.
일회용인 것이 조금 아쉬웠지만 엄청난 숫자의 마왕의 군대를 한 번에 날려버린 엄청난 무기였다.
그 무기를 대장장이의 재능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없는 한태석이 만들어 냈다는 것에 놀라는 아몬이었다.
“당신이 대장장이의 신입니까?”
한태석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아몬에게 대장장이의 신이냐고 물었다.
“어! 그래. 뭐 일단은 맞기는 하는데. 어떻게 된 거지? 어째서 재능이 느껴지지 않는 거지?”
아몬은 한태석에게 어떤 일이 있었기에 재능을 잃어버린 것이냐고 물었다.
하지만 아몬의 질문에 한태석으로서도 제대로 답변을 하기 어려웠다.
자신이 이렇게 된 이유를 자신도 모르기 때문이었다.
“빼앗겼다는 건가? 그게 가능해? 아니 힘을 빼앗는 저주나 물건들이 있기는 하니 불가능하지는 않겠지만. 신을 능가하는 전설의 대장장이의 재능을 빼앗아?”
아몬은 힘을 빼앗겨버린 한태석의 상태에 고개를 내저었다.
아몬이 대장장이의 신이라 불리고 있었지만 전설의 대장장이라 불리던 게리인은 아몬을 아득히 넘어서는 위대한 대장장이였다.
한태석의 전생에서의 대장장이 신들도 한태석보다 대장장이로서의 능력과 힘은 떨어질 정도였으니 한태석이 쌓아 올린 재능과 능력은 독보적이라고 볼 수 있었다.
“힘 되찾아 줄 수 있어?”
엘리제는 다시 지구로 돌아가 드라마를 봐야 한다는 생각에 아몬에게 재촉을 했다.
신 같지 않은 신이었지만 아몬은 엘리제의 세계의 대장장이 신이었다.
그라면 한태석에게 다시 대장장이의 재능을 되찾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을 해서는 한태석을 이곳으로 데리고 온 것이었다.
“불가능하다. 나보다 더 고귀한 존재다. 아니 존재였다고 해야 하려나?”
아몬은 자신의 가호가 조금도 깃들어지지 않는 한태석의 신체에 고개를 내저었다.
아주 약간의 재능이 남아 있다면 어느 정도는 신의 가호를 부여할 수 있을지 몰랐지만 그 약간의 재능도 없었다.
더욱이 아몬이 자신의 가호를 부여할 만한 존재도 아니었다.
그건 마치 성직자가 교황에게 축복을 내리는 것과도 같았다.
“방법이 전혀 없는 거야?”
엘리제는 불가능하다는 아몬의 말에 인상을 찡그리며 다른 방법이 없느냐고 물었다.
지구로 이주를 하기는 했지만 어찌 되었든 엘리제의 세계를 구해 준 한태석이었다.
그렇기에 한태석을 도와주려던 엘리제였으니 다른 방법을 묻는 것이다.
“너! 내가 이래 봬도 신이다. 무례도 적당히 해야……. 알았다! 알았어! 제길! 하이 엘프들은 정말이지 자기 멋대로라니까.”
아몬은 엘리제 또한 신에 근접한 존재라는 것을 알기에 고개를 내저었다.
방법이 없다고 한다면 분명 엘리제가 자신의 다리를 분질러 버릴 것을 알기에 조금은 극단적이지만 방법을 말하려는 것이었다.
“신체의 재능을 어떤 방식인지는 모르겠지만 빼앗은 모양인데 되찾으려면 그 방식을 알아내고 직접 되찾아야겠지만 아무래도 그건 어려운 듯하니 다른 한 가지 방법을 알려주지.”
“다른 방법?”한태석은 다른 방법이라는 말에 귀를 기울였다.
“신체의 재능을 빼앗겼다고는 하지만 본래 너는 최고의 대장장이였다. 이미 너의 영혼에 대장장이로서의 혼이 각인되어 있지. 뭐 그 몸이 본래의 너의 몸은 아니고. 본래의 몸을 되찾을 수도 없겠지만. 아무튼, 네 대장장이의 혼을 빼앗긴 것은 아니야.”
한태석은 아몬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몸은 반응하지 않았지만 한태석의 혼은 지금도 활발히 타오르고 있었다.
“시련의 탑으로 가라!”
빡!
아몬은 자신의 뒤통수를 후려치는 충격에 땅바닥에 처박혀야만 했다.
“이 미친놈의 대장장이 놈아! 거기가 어디라고!”
신의 뒤통수를 후려갈긴 것은 다름 아닌 엘리제였다.
어지간하면 흥분을 잘 하지 않는…….
아니 드라마 볼 때마다 흥분을 하고 있는 엘리제가 극도의 흥분 상태가 되어있었다.
“시련의 탑?”
한태석은 엘리제가 아몬을 발로 밟아대고 있는 것을 무시하며 아몬이 말한 시련의 탑을 읊조렸다.
그곳이 어디인지는 모르겠지만 자신의 힘을 되찾을 방법이 있는 곳 중에 하나라는 것은 분명해 보였다.
“절대 안 돼!”
아몬은 엘리제가 자신을 찾지 못할 곳으로 떠나버렸다.
사실상 도망을 쳐버린 것이었지만 엘리제는 어차피 아몬이 도망간 곳 정도는 충분히 찾아낼 수 있었기에 상관을 하지는 않았다.
문제는 한태석에게 시련의 탑의 위치를 말해 주지 않으려고 한다는 것이었다.
“어째서지? 그곳이 어떤 곳이길래. 안 된다는 거지?”
일말의 지푸라기라도 잡아야 할 한태석이었기에 아무런 설명도 해주지 않은 채로 안 된다고 말을 하는 엘리제에 의아함과 함께 화가 나는 것이었다.
엘리제는 한태석의 한 치도 물러설 것 같지 않은 모습에 한숨을 쉬며 시련의 탑에 관해서 설명했다.
“시련의 탑은 절망의 탑이라 불리는 곳이다. 아니 본래 이름이 절망의 탑이라고 볼 수 있을 거야.”
“절망의 탑?”
“그래. 자신을 잃은 자들이 헛된 희망을 찾아 들어가는 곳이지. 그리고 그 누구도 그곳에서 나오지 못했다.”
한태석은 엘리제가 안 된다고 하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들어가면 나오지 못해. 영원히. 그렇기에 포기하라고 하는 거다.”
경고하는 엘리제에 한태석은 피식 웃었다.
“왜 웃는 거지?”엘리제는 의외의 반응을 보이는 한태석에 인상을 찡그렸고 더욱더 의외인 말을 한태석으로부터 들어야만 했다.
“미궁을 말하는 것이로군.”
“미궁?”
“그래. 미궁. 그곳이라면 확실히 방법이 있기는 하겠어.”
한태석은 자신이 왜 그 생각을 못 했는지를 자책하며 미소를 지었다.
어떤 이들은 시련의 탑이라 부르고 어떤 이들은 절망의 탑이라 부르는 곳의 앞에 한태석과 엘리제가 섰다.
“사라진 줄로만 알았더니 이곳에 있었던가.”
“대체 이걸 어떻게 아는 거지?”
엘리제는 한태석이 어떻게 시련의 탑을 미궁이라 부르면서 알고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들었다.
한태석은 분명 엘리제의 세계에 처음 와 보았다.
한태석이 전설의 대장장이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시련의 탑에 대해서 알 리는 없는 것이다.
“이걸 어떻게 아느냐라.”
한태석은 시련의 탑의 문을 손바닥으로 쓸어내며 자신이 어째서 시련의 탑을 아는지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내가 만든 것이니까.”
“뭐?”
“내가 만들었다. 이 미궁의 제작자가 바로 나야.”
한태석은 시련의 탑을 자신이 만들었노라고 말을 하며 시련의 탑의 문을 밀어내 열었다.
‘만들기는 했지만 내가 들어갈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