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ngnam Blacksmith RAW novel - Chapter 9
제 9화
“그러게 대부분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져 있던데. 저거 가볍기는 하지만 금속이던데. 거기다가 가죽도 인조 가죽 아닌 거 같고. 아버님 돈 많이 쓰신 것 같으신데. 여보. 아버님 이번에 용돈 좀 드려야 하지 않을까?”
“그럴까? 우리 한이 좋니?”
운전 중이던 노인의 아들은 뒷좌석의 카시트에 앉아 있던 제 아들을 돌아보았다.
아주 잠깐 보는 것이었기에 걱정은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잠깐이 운명을 갈랐다.
“여…… 여보! 아…… 앞에!”
“뭐? 으아악!”
차 앞으로 커다란 트럭의 헤드라이트가 눈을 멀게 만들었고 이내 충돌이 일어났다.
결코 살 수 없을 것 같은 커다란 사고였다.
주변의 사람들은 비명을 지르며 승용차 안의 사람들이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 여길 정도였다.
이내 구급차가 오고 납작해진 승용차에서 고개를 내저으며 시체라도 꺼내려고 할 때 차 뒤쪽에서 아기의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고맙네.”
울음을 참으며 감사의 인사를 하는 노인의 품 안에는 해맑게 웃고 있는 한 아기가 있었다.
“자네가 만들어 준 카시트 덕분에 상처 하나 없었네. 정말 고마워.”
불행한 사고였다.
하지만 그 불행한 사고가 방향을 알 수 없는 원망으로 오발탄이 될 수도 있었다.
텅그렁!
“이건 돌려 드리겠네.”
찌그러진 카시트가 대장간의 바닥에 떨어졌다.
카시트를 보았을 때 카시트가 장착돼 있던 차는 안 봐도 상상이 될 정도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시트에 태워져 있던 아기는 상처 하나 보이지 않을 만큼 말끔했다.
그로 인해 방송으로도 나왔다.
트럭과의 충돌로 탑승자가 사망한 교통사고에 카시트를 한 아기가 상처 하나 없이 무사했다는 뉴스였다.
전문가까지 나와서는 카시트가 아기에게 얼마나 사고 위험을 줄여 주는지를 말해 줄 정도로 카시트의 중요성을 전국에 알릴 정도였다.
결코 살 수 없을 것 같은 참혹한 사고 장면에서 소중한 아기가 생존한 것은 수많은 부모들에게 카시트의 중요성을 심어주는 일이었다.
하지만 노인은 이 카시트가 너무나도 보기 싫었다.
‘알고 있다. 이것 때문이 아니라는 것을 말이야.’
아들 내외의 죽음이 자신이 선물한 카시트 때문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오히려 카시트 덕분에 소중한 손자가 살았다는 것을 머리로는 알고 있었다.
하지만 가슴으로는 그 원망이 계속 카시트와 카시트를 만들어 준 한태석에게로 향했다.
결국 카시트를 주문한 자신에게로 그 원망이 향하려고 했다.
한태석은 그런 방향성을 잃은 원망의 눈동자를 보며 안타까움을 느꼈다.
자신이 주었던 그 수많은 무구들이 용사를 꿈꾸던 청년의 지인의 손에 들려 자신에게 돌아왔던 때가 떠오른 것이다.
아무리 좋은 의도라도 항상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내지는 못한다.
아기는 살았지만 부모의 죽음으로 인한 아기의 슬픔은 한태석으로서도 거두어 줄 수가 없었다.
“죄송합니다.”
“…….”
한태석은 이 불행한 사고에 사과를 하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한태석이 사과할 필요는 없었지만 노인은 그 사과에 아무런 말도 없이 몸을 돌렸다.
노인이 아기와 함께 한태석의 대장간에서 나가고 나자 옆에 있던 지민의 울음이 터져 나왔다.
“흐으윽! 흑! 사장님 잘못이 아니에요. 아니라고요.”
사고가 카시트 때문이 아니라는 것이 분명했지만 원망의 대상이 한태석에게로 향했다는 것에 지민은 속이 상했다.
카시트가 없었다면 아기도 죽었을지 모를 일이었지만 카시트가 없었다면 사고가 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헛된 희망이 미련처럼 남는 건 인간이 불완전한 존재이기 때문일 터였다.
한태석은 구부러져 있는 카시트를 집어 들었다.
그 어떤 충격에도 탑승자를 무사히 보호해 주는 카시트였다.
이번 사고도 분명 일가족이 불행한 일을 겪게 될 정도의 사고였지만 카시트 덕분에 아기는 무사할 수 있었다.
“사장님?”
카시트를 들어올린 한태석의 모습에 지민은 의아해 했다.
“오늘 주문은 받지 않겠습니다. 지민 양.”
한태석은 카시트를 들고서는 대장간 안으로 들어갔다.
전생에서도 그랬다.
자신에게 돌아온 주인 잃은 무구를 한태석은 녹여서 추모비로 만들었다.
비록 그 뜻을 이루지 못했지만 그 이름 없는 용사를 기리기 위한 것이었다.
물론 카시트의 주인인 아기는 무사했다.
그렇기에 한태석은 아기가 아닌 아기의 부모를 위한 추모비를 만들고자 한 것이다.
깡! 깡!
카시트의 몸체를 녹여내어 망치로 추모비를 만든다.
천국이 있는지 아니면 지옥이 있는지 한태석은 신이 아닌 인간이기에 알지 못한다.
물론 신이 존재한다고 믿고 신에 의해 다른 세계로 환생한 한태석이었기에 아기의 부모가 천국으로 가기를 바라며 추모하는 것이다.
“조금 남는군.”
추모비를 만들고 금속이 조금 남았다.
한태석은 그 남은 금속들과 가죽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 아기에게 전해지기를…… 대장장이들의 신이시여. 이 험한 세상에 홀로 남은 아이에게 축복을 내려 주소서.”
한태석은 남은 금속을 녹여 펜던트를 만들기 시작했다.
아이의 부모를 상징하는 두 명의 남녀가 가운데의 금빛 별을 품에 안고 있는 펜던트는 현재의 한태석이 만들기에는 불가능했던 것이었다.
“결코 끊어지지 않을 것이다.”
남은 가죽으로 펜던트의 줄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렇게 완성이 된 펜던트의 주인은 오직 아기였다.
그렇기에 무슨 일이 있더라도 아기에게로 닿을 것이었다.
“대장장이가 만든 것 중에 대장장이의 것은 오직 망치와 모루뿐이다.”
한태석은 완성된 펜던트를 판매대의 매대에 놓았다.
“이것 가격은 만 원이야.”
“예? 금 넣은 것 같은데요?”
가운데 들어가 있는 금빛 찬란한 별은 아무리 봐도 황금으로만 보였다.
더욱이 너무나도 섬세하게 세공된 펜던트는 하나의 예술 작품이었다.
그걸 만 원에 팔라고 말을 하는 한태석에 지민은 경악했지만 한태석의 눈에는 단호함이 가득했다.
“하아! 알겠습니다.”
사장인 재벌 2세가 돈 쓰고 싶어 안달이라는데 직원인 지민이 말릴 수야 없었다.
“주인 있는 물건이야. 그래서 가격을 비싸게 잡지 않는 거고. 다른 물건들은 제 값 받을 테니까 걱정 하지 말고.”
“…….”
지민은 한태석의 말에 딱히 한태석이 경제관념이 없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고도 대장간이 아닌 보석상에나 어울릴 펜던트는 나가지 않았다.
“이상하네. 저 정도 펜던트면 사람들이 구경할 텐데.”
한태석이 만든 것은 그 날 다 팔리고는 했다.
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펜던트는 팔리지 않았다.
아니 쳐다보는 사람도 없을 정도였다.
“내가 살까? 만 원이면 완전 거저인데.”
지민은 엄마의 유품인 자신의 목걸이를 만지작거리며 펜던트에 욕심을 부려보았지만 이내 차갑게 식어버리는 욕심에 고개를 갸웃거려야만 했다.
“그런데 왜 이리 끌리지 않지?”
마치 자신의 것이 아닌 것 같은 물건이었다.
처음부터 주인이 정해져 있는 듯한 그런 물건에 지민은 참 신기하다는 생각을 하며 포기를 했다.
그리고 얼마 뒤 한 여인이 펜던트를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와! 예쁘다. 이거 조카 주면 어울리겠다. 이거 얼마에요?”
지금껏 그 누구도 관심조차 보이지 않았던 물건이었다.
마침내 주인이 나타났다는 것에 지민은 한태석이 말해 준 가격을 말했다.
“만 원입니다.”
“예? 왜 이리 싸요?”
“아! 예! 사연이 있는 물건이어서요. 주인이 나타나면 만 원에 팔라고 사장님께서 말씀하셨거든요.”
“아아!”
주인이 나타나면 팔라는 말에 여인은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만 원을 내고 펜던트를 집었다.
그렇게 펜던트만을 산 그녀는 종종걸음으로 시야에서 사라져 버렸다.
“와! 주인이 있기는 있나 보네.”
지민은 한태석에게 마침내 펜던트가 팔렸다는 말을 했지만 한태석은 말없이 미소만을 지을 뿐이었다.
“혹시 자네, 금고를 만들 수 있나?”
“금고 말입니까?”
오늘은 지민이 쉬는 날이어서 판매점의 카운터에 한태석이 앉아 있었다.
자신이 만든 물건들을 손수건으로 닦아가며 손님들을 기다리고 있을 때 한 중년 남자가 다가와 금고를 만들어 달라는 부탁을 하는 것이었다.
“어떤 금고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그게…….”
중년 남자는 조금은 난처한 듯이 어쩔 줄을 몰라 했다.
한태석은 그 중년 남자의 모습에 좀 특별한 금고라는 생각이 들었다.
“실은 말일세. 내가 살 날이 그리 많이 남지를 않았어.”
안색이 조금 창백하기는 하지만 아직 젊은 중년 남자였기에 그의 말은 조금 의외였다.
“말씀해 보십시오.”
“자식들에게 남겨줄 것이 그리 많지는 않지만 유산을 조금 물려주려고 하네. 하지만…….”
중년 남자의 이름은 박건성이었다.
자신의 이름과는 달리 삶을 치열하게 살아왔지만, 그에게는 한가지 걱정거리가 있었다.
사는 것이 바빠 가족에게 신경을 너무 쓰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내 잘못이지. 내 잘못이야. 뭐가 그리 여유가 없다고 그랬는지. 그런데 말이야.”
한태석은 박건성에게 차 한 잔을 내어 주었다.
평소에는 그렇게 많던 손님들이 박건성의 사연을 들어주는 지금은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그것도 신의 축복인지 한태석과 박건성은 그 누구의 간섭과 방해도 없이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내가 나쁜 가장인 것은 알고 있는데 그래도 제 아비가 고생한 것을 알아주는 놈에게 주고 싶네.”
“그러니까 진심 어린 자식만이 금고의 문을 열 수 있는 금고를 만들어 달라는 말씀이십니까?”
“그…… 그러네.”
박건성은 스스로 말을 하고도 어이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금고의 비밀번호를 안다면 당연히 누구나 다 열 수 있는 것이 금고였다.
진실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열고 말고가 있을 리가 없었다.
“자식들은 어디에 있습니까.”
한태석의 말에 박건성은 쓸쓸한 눈으로 푸른 하늘을 바라보았다.
그 푸른 하늘 위에는 어디인지 모를 곳으로 향하는 비행기 한 대가 보였다.
“멀리 있지. 멀리 있어.”
박건성은 기러기 아빠였다.
지금 생각하면 해서는 안 될 짓을 선택했지만 그때는 그것이 최선이라 믿었다.
젊음의 힘이 남아 있었고 자식들이 잘되길 바랐다.
하지만 지금에 와서 남겨진 것은 병들고 약해진 몸뚱어리에 잃어버린 가족의 정이었다.
돌아오라는 요청을 해 보았지만 무시당하고 거부당했다.
사람들은 박건성의 앞에서는 안쓰러워하면서도 뒤로 돌아서면 자업자득이라 했다.
“내가 그리 큰 잘못을 한 것인가? 그래. 욕심을 부린 것이 잘못이라면 잘못이겠지. 그냥 조금 더 잘되길 바란 것뿐이었는데 말이야.”
당장에라도 눈에서 눈물이 쏟아질 것 같은 박건성에 한태석은 기구한 삶이라 생각했다.
“알겠습니다. 만들어 드리지요.”
“고맙네. 고마워.”
어떻게 만들지는 알지 못한다.
금고를 파는 가게에 가 이런 말을 하자 가게의 직원들은 박건성을 미친놈 보듯 했다.
박건성도 자신의 말이 어이없다는 것을 알기에 말없이 나와야만 했다.
그렇게 길을 걷다 발견한 것이 한태석의 대장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