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ngnam Blacksmith RAW novel - Chapter 92
제 92화
일반인도 아니고 한성그룹의 한태석을 공격했으니 곧장 수배가 내려졌다.
하지만 아직까지 오만득의 행방은 찾을 수가 없었다.
전국에 CCTV가 설치되어 있어 국내에 있다면 붙잡히지 않을 수가 없을 터인데 아직 잡히지 않았다면 국내에 없을 수도 있다는 경찰 관계자의 말을 들을 수 있었다.
한성그룹의 권력이 꽤나 강하다지만 한성그룹은 사기업이지 정보기관이나 탐정 사무소는 아니었기에 누군가를 찾는 일은 쉽지 않았다.
영화처럼 한 사람을 금방금방 찾을 수는 없는 것이다.
그렇게 한태석으로서도 오만득을 찾아야 한다는 생각을 했지만 막막할 수밖에 없었다.
“이거 사람을 찾는 투명 구슬이라도 만들어야 하는 건가.”
한태석은 예언자들이나 현자들이 보는 마법 수정이라도 만들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생각을 했지만 그런 것을 만든다고 해서 한태석이 들여다볼 수 있는 능력은 없었다.
자신은 대장장이이지 예언가나 현자는 아니기 때문이었다.
물론 한태석이 만든 수정 구슬이라면 더욱더 선명하게 미래가 보일 터였다.
“예! 사장님! 주술 도구 좀 만들어 달라고 의뢰 들어왔는데요.”
“…….”
한태석이 매장의 커피 테라스 앞에서 앉아 한숨을 내쉬고 있을 때 지민이 의뢰 목록이 적힌 공책을 넘기며 대답을 했다.
한태석은 지민을 빤히 바라보았다.
‘이 아이. 대장장이가 뭐하는 직업인지 잊어버린 것 같은데.’
대장장이는 광물이나 금속을 이용해 주물과 세공 등 금속 물건을 만들어 내는 직업이었다.
물론 때로는 광물이 아닌 다른 물질을 이용하기도 하지만 주로 작업에 이용하는 물질은 광물이 절대다수였다.
그렇게 어디서 의뢰가 들어온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주술 도구를 만들어 놓으라는 지민에게 한태석은 자신의 직업을 알려줘야 하나 고민을 했다.
하지만 지민이 이렇게 된 것은 다 한태석 때문이었다.
대장장이이면서 별의별 물건들을 다 만들고 있었기 때문이다.
“왜 그러세요?”
“아니야. 그래. 만들어야지. 어떤 도구인데.”
“아! 예! 일단 모형은 그려주셨어요. 여기 방울 달린 손잡이들하고 거울, 그리고 칼인데 신이 깃들 수 있게 해 달래요. 뭐 말은 그렇게 하시는데 그냥 모양만 잘 잡아서 만들어 달라고 하시던데요.”
그림까지 그려서 형태를 잡아준 의뢰는 손쉬운 일이었다.
“흐음! 그렇군.”
한태석도 전생에서 제사 도구를 만들어 본 적이 있었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한태석의 전생의 세계에 신이라는 것이 인간들 앞에 직접 강림을 하기는 했지만 다른 토속 신들을 믿는 샤머니즘도 아울러 존재했다.
실력 좋은 한태석이었기에 가끔 주술사들로부터 의뢰가 들어오기도 해서 만들어 주고는 했다.
당연히 만족도는 극상이었고 주술사들 사이에서 한태석이 만든 주술 도구로 주술을 치르면 그렇게 효과가 좋다며 명성이 자자했다.
주변 상황이 복잡하기는 했지만 당장 한태석이 어찌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고 대장장이가 망치를 더 이상 놓고 있을 수도 없었기에 한태석은 대장간의 불을 피우기로 했다.
“그래. 대장장이가 판단을 할 수는 없다. 대장장이가 만든 칼이 식탁에서 음식을 만들기도 하고 전쟁터에서 사람을 죽이기도 하지만 그것이 대장장이 때문은 아니지 않느냐.”
한태석은 자신이 만든 황금 빠루 때문에 흰 대장장이와 검은 대장장이들의 싸움이 격화될 것이 걱정이었지만 그것을 자신이 걱정해야 할 이유는 없다고 여겼다.
한태석이 만든 무기가 지금껏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피를 묻혔는지는 한태석으로서도 알 수 없었다.
그것이 서글프기는 하지만 한태석은 평화주의자는 아니었다.
그리고 그 누구도 한태석을 그런 이유로 비난하지는 않았다.
한태석은 검은 대장장이든 흰 대장장이든 못을 빼는 빠루가 필요하다고 찾아오면 모두 팔기로 했다.
그렇게 한태석은 매장에 무엇이든 빼내는 빠루를 만들어 진열을 했다.
대장장이는 만드는 자이지 사용하는 자가 아니었고 판단을 하는 자는 더욱이 아니었다.
빠루는 못을 빼는 도구이지 전쟁을 하는 도구는 아니었다.
“그럼 다음으로 주술 도구라. 한번 만들어 볼까?”
마침내 한태석의 대장간에 리드미컬한 한태석의 망치 소리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깡! 깡! 깡!
매장에서 한태석의 망치 소리를 들으며 지민과 혜진은 이제야 대장간이 정상으로 돌아왔다며 미소를 지었다.
“태석 씨 망치 소리를 들으면 힘이 난다니까.”
“그래요. 언니. 저도 사장님 망치 소리를 들으면 막 몸에서 열이 나고 하는 게…….”
“…….”
지민은 혜진의 도끼 눈에 얼굴이 붉어지며 그런 것이 아니라고 손 사래를 치다가 혜진도 몸을 꼬는 모습에 피식 웃었다.
“정말이지 사장님은 대장장이 일밖에 모르시는 것 같네요.”
“그러게. 후우! 이러다가 노처녀 되는 것은 아닌가 몰라.”
그렇게 두 여인의 한숨 소리가 깊어졌지만 두 여인의 독수공방을 방치하고 있는 한태석은 새롭게 손에 넣은 망치를 다루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끄응! 역시 아직은 무리인가? 힘이 너무 넘치는 것도 문제로군.”
대장장이 신들로부터 돌려받은 망치의 힘은 대단했다.
불완전하다지만 한태석은 자신이 이 망치를 만들었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강렬해서 망치의 힘만 제어를 할 수 있다면 세상에 만들지 못하는 것이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하지만 아직 한태석의 능력이 부족하여 망치를 제대로 다룰 수 없어 기존의 망치를 사용해 형태를 만들고 난 뒤에 새로운 망치로 힘을 부여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한태석은 한 이름 모를 사이비 무당의 의뢰로 주술 도구를 만들었다.
“흐음! 작두? 흐음! 보자. 이쪽으로는 상당한 절삭력을 가지지만 반대 방향으로 올라가면 절삭력이 없는 형태라. 설마 이 위에 올라가려는 건가?”
한태석은 방울과 칼 등의 도구를 만들고 작두라는 사람이 들기에는 무겁고 커다란 형태의 칼날을 만들 준비를 했다.
앞면으로는 종이조차 잘려나갈 날카로움이 있지만 뒷면은 사람 하나 올라가도 버틸 수 있는 형태로 이루어져 있는 이중 구조의 칼날이었다.
“조금 까다롭기는 하지만 한번 해보도록 하지.”
한태석은 특이한 물건이라는 생각을 하며 작두를 제작하기 시작했다.
물론 실제 용한 무당들이 사용하는 그런 작두는 아니었지만 작두의 비밀만을 알면 일반인들도 작두를 타는 것이 가능한 물건을 만드는 것이었다.
물론 그렇게 만든다고 해서 의뢰를 요청한 사이비 무당이 실제 작두를 타려는 생각을 가지고 있지는 않았다.
그냥 다른 주술 도구와 같이 장식용에 불과했다.
하지만 한태석이 그 사실을 알 리가 없었으니 정말이지 온 힘을 다해 주술 도구를 만들었다.
힘을 되찾고 난 뒤의 첫 번째 의뢰이기도 했기에 신물의 망치의 힘까지 사용하여 레전드급 주술 도구를 만들었다.
그렇게 며칠 뒤. 의뢰를 했던 사이비 무당이 한태석의 대장간을 찾았다.
“다 만들어졌다고?”
“예! 안녕하세요. 이리로.”
지민은 특이한 외모의 의뢰인이 찾아오자 주술 도구를 의뢰한 의뢰인임을 알아보고서는 매장의 한쪽 구석으로 안내했다.
‘어휴! 빨리 넘겨버려야지. 이거 영 찝찝해서.“
한태석이 만든 것 중에 예사롭지 않은 것들이 없었지만 이번 의뢰품은 지민도 가격을 떠나 빨리 넘겨주고 싶은 것이었다.
가끔 오싹함이 느껴질 정도로 무당의 주술 도구는 예사롭지 않았다.
호미도 한태석이 만든 주술 도구를 보고서는 질색을 하며 며칠째 집에 들어오지 않고 있었고 사리도 자다가 움찔움찔 놀라더니 소방서로 도망을 가 버렸다.
그런 예사롭지 않은 물건을 사이비 무당에게 건네는 지민이었다.
“호오! 생각보다 잘 만들었구만.”
“그렇죠? 저희 대장간 실력 하나만큼은 최고거든요.”지민은 의뢰인이 마음에 들어하는 것에 어깨를 으쓱이며 미소를 지었다.
“얼마였지?”
“아! 가격은…….”
“조금만 깎아 줘.”
“…….”
지민은 아직 가격도 말을 하지 않았는데 깎아달라는 고객에 작두를 들고서는 포청천 빙의가 될 뻔했다.
‘참자! 참아! 참을 인 세 번이면 시집도 간다잖아.’
초인적인 참을성으로 버텨낸 지민은 옥신각신하기는 했지만 제값을 다 받아내고서는 주술 도구를 넘겨주었다.
그렇게 전 세계의 주술가들이 보았다면 탐을 낼 만한 주술 도구가 사이비 무당의 손에 넘어갔다.
그 사이비 무당은 일반인들보다 기감이 떨어지는 인간이었다.
그렇기에 주술 도구에서 흘러나오는 신기를 알지 못하고 자신의 점집으로 들고 와 버린 것이다.
하지만 잘 느끼지 못한다지만 주술 도구의 신기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사이비 무당은 주술 도구를 자신의 점집에 놓은 그 날부터 기이한 일을 겪기 시작했다.
“응? 누가 왔다 갔나?”
방에 놓여 있던 물건들이 흐트러져 있기도 했고 왠지 모를 인기척도 느껴졌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사이비 무당은 생각보다 담력이 컸다.
더욱이 무신경하기까지 했다.
“아이고! 손님 받아야지! 추운 거야 히터 좀 틀면 되지. 아니 옷 좀 껴입으면 되는 거 아니야.”
사이비 무당의 점집에 오만 신들이 다 모여 앉아 사이비 무당을 바라보고 있음을 꿈에도 모른 채로 사이비 무당은 손님을 받기 시작했다.
한태석이 만든 주술 도구의 기운에 지나가던 신들이 모여든 것이었다.
“으! 추워. 왠지 오싹오싹하네요.”
손님들은 이 사이비 무당의 점집에 들어오자마자 느껴지는 신기에 반응을 했다.
마치 누군가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듯한 느낌과 함께 신묘한 기운이 방 안을 가득 채우는 것에 신체가 반응을 보이는 것이다.
“뭐 찾고 있는 것이 있지?”
“어머! 아셨어요? 용하다! 정말 용해!”
그런 분위기에 사기꾼 기질이 용한 사이비 무당의 기가 막힌 모습은 사이비 무당의 신뢰도를 급상승시켜 주는 것이었다.
“제가 신랑이 사준 결혼반지를 잃어버렸는데 아무리 찾아도 보이질 않더라고요.”
“그거 못 찾으면 큰 화가 찾아올 것이야!”
“어머! 어머! 맞아요! 울 바깥양반 성격에 그거 알면 사달이 나도 크게 나요! 저 어쩌면 좋아요! 반지 어디 있는지 알 수 있을까요?”
“흐음! 어렵다! 어려워!”
“부탁 좀 드릴게요. 찾기만 하면 제가 사례는 확실하게 할게요. 청명 도사님!”
신들은 스스로 청명 도사라 칭하는 사이비 무당을 보며 실소를 금치 못했지만 청명 도사가 흔들어대는 방울 소리에 마음이 푸근해지고 덩실덩실 춤추는 칼날에 신이 났다.
-저 인간 작두 위에 올려볼까?-
-그거 좋은 생각이구만. 아주 신이 날 것 같아.-
-나 이 신당 아주 마음에 들었어.-
신들은 비록 청명 도사가 사기꾼이기는 하지만 신당과 주술 도구가 마음에 든다며 청명 도사의 점집에 눌러앉기로 했다.
그래도 신이기에 공짜 밥을 먹을 수는 없는 일이었고 청명 도사의 밥일을 조금은 도와주기로 했다.
“동쪽으로 가 봐. 동쪽이야. 물을 조심하고. 귀인이 너를 도와줄 거야.”
사이비 무당이 반지가 어디에 있는지 알 리가 없었다.
최대한 두루뭉술하게 말을 해서 찾아도 그만 못 찾아도 그만인 상태를 만들어야만 했다.
“동쪽이요? 아! 정말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동쪽이 아니라 소파 밑인데.-
-이놈아! 소파! 소파! 소파라고!-
신들은 결혼반지가 소파 밑에 있다고 고함을 질렀지만 사이비 무당은 알 턱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