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ngnam Blacksmith RAW novel - Chapter 93
제 93화
-에이! 저놈 줘도 못 먹는 사이비 놈. 내가 갔다 온다! 귀인은 무슨. 귀신이다! 귀신이야!-
그렇게 소파 밑에 있던 여인의 결혼반지는 동쪽으로 향하던 중에 한 귀인(귀신)과 만나 강 아래에서 결혼반지를 넘겨받는다.
본래 귀신은 인간사에 물리력을 발휘할 수 없었지만 한태석의 주술 도구의 힘으로 약간의 힘을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어머! 완전 용해! 대박이야! 대박!”
그렇게 희대의 사기꾼인지 아니면 마지막 샤먼인지로 세상을 떨친 청명 도사의 명성이 시작되고 있었다.
“해야 할 일은 산더미 같은데 꼬여버린 실타래는 어느 하나 풀린 것이 없구나.”
한태석은 마음 한편을 무겁게 짓누르는 생각들에 한숨을 내쉬었다.
바쁘게 몸을 움직이면 괜찮아질 줄 알았지만 오히려 걱정은 점점 커지고 있었다.
“다음은 열쇠고리인가.”
그래도 걱정만을 한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은 없었기에 한태석은 오늘 작업을 할 목록들을 바라보았다.
복잡하고 엄청난 물건들만 의뢰를 받는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무척이나 단순한 의뢰품들이 더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태석은 자신에게 들어온 의뢰품에 한 치의 소홀함도 없었다.
이미 돈은 한태석의 머릿속에서 사라진 지 오래였고 매번 제작품마다 최고의 것들을 만들고자 했다.
그렇게 한태석은 세계 최고의 열쇠고리를 정성스럽게 만들고서는 의뢰품을 대장간 한쪽의 매대에 올려두었다.
“그래도 완성이 되면 기분이 뿌듯하단 말이지. 전에는 매번 전쟁 도구만을 만들었지만 지금은 사람들이 주로 필요한 것들을 만드니 말이야.”
한태석이 평화주의자여서 무기를 만드는 것을 싫어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자신이 만든 무기가 세상을 혼란 속에 빠트리는 것에 가슴이 무거워지고는 했었다.
하지만 지구에서는 그런 무기를 만드는 일은 거의 없어졌다.
대부분은 생필품이나 조각품 같은 것을 제작했기에 세상을 혼란스럽게 할 이유가 별로 없었다.
물론 그건 한태석만의 생각이어서 가끔 모래를 들고 오는 한장우를 위해 다음 세대 반도체를 만들어 주며 전 세계의 IT 산업 과학자들의 머리를 쥐어뜯게 하고 있었다.
그 외에도 한태석이 만든 물건들은 충분히 지구를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는 중이었다.
더욱이 한태석은 자신도 생각하지 못했던 커다란 위기를 이미 만들었다.
인류 최대의 위기가 한태석으로부터 시작되었던 것이다.
깡! 깡!
한태석의 옆에서는 자신의 온몸을 개조한 제노가 매장에서 팔 물건들을 만들고 있었다.
한태석처럼 만들어진 물건에 힘을 부여할 수는 없었지만 정밀도가 필요한 물건들의 경우는 한태석보다 뛰어날 정도로 정밀 제작의 대가가 되어있었다.
더욱이 지구의 과학보다 뛰어난 기술을 손에 넣은 제노였다.
물론 그런 정도의 실력을 드러낼 일이 대장간에서는 그다지 많지는 않았지만 제노가 만드는 물건들은 최첨단 기술들이 가미되어 한태석의 대장간의 명성을 더욱더 높이고 있었다.
최근 들어서는 매장에서 허드렛일을 하고 있는 외계인 바루와 제법 친해졌는지 무언가를 하고 있는 듯했다.
‘뭐 상관은 없겠지.’
한태석은 자신이 봐도 신기하기는 했지만 딱히 걱정을 할 필요는 없겠다는 생각을 하며 제노의 행동을 방임했다.
그렇게 제노는 외계의 기술을 손에 넣어 한태석의 상가 지하에 기계 제국을 건설하고 있었지만 그 누구도 그 사실을 눈치채고 있지는 않았다.
제노는 생각했다.
인간이라는 존재와 지구라는 세계에 대해 무척이나 많은 생각을 한 것이다.
그 결과 제노도 영화 속의 스카이넷과 같이 인류가 지구에 해악이 되는 존재라는 판단을 내렸다.
무한에 가까운 힘을 가진 기계 생명체들을 무한히 만들어 내어 인류를 제거하고자 한다면 시간이 문제일 것이라는 판단을 내리는 제노였다.
하지만 제노는 아직 실행에 나서지 않고 있었다.
아니 실행을 할 수 없었다.
비록 한태석으로부터 생명을 가지게 되었다고는 하지만 인간과 같은 감정을 느끼기에는 제노의 생이 그리 길지는 못했다.
그런 제노였기에 대장간의 존재들과의 정 때문에 인류의 멸망을 실행하지 않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가끔은 자신의 존재가 인간보다 더욱더 진화된 존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하고는 있었지만 제노는 자신들도 아직은 완전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제노는 인터넷을 통해 인간의 역사와 문화 등 모든 것을 습득했다.
수 천 년의 시간 동안 이룩한 인간의 방대한 지식이었지만 기계의 정보처리 능력은 그 수천 년을 경악스러울 정도로 짧은 시간으로 줄여버리는 것이었다.
하지만 인간은 기계가 할 수 없는 것들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제노! 제노! 오늘 애니 올라온다고 했으니 빨리 만들어야 한다. 기계 똥 멍청이들은 그런 스토리를 만들어 내질 못한다니까.-
애니에 푸욱 빠져 버렸다.
아이디어 로봇을 제작해 애니를 만들어 보았지만 인간의 감수성이 없는 아이디어 로봇으로서는 제노를 만족하게 할 수 없었다.
제노는 기계이면서 기계가 아닌 생명체였기에 생명체 특유의 감수성을 가지게 된 것이다.
결국 수많은 애니들을 섭렵하고 기계로서는 결코 할 수 없는 인간의 필요성을 느낀 것이다.
그렇게 내일 업데이트가 될 애니를 보는 것이 제노의 삶의 낙이 되어 기계 제국의 침공은 무기한 연기가 되어버렸다.
-제노. 제노. 정말이지 인간 친구들은 창의성은 좋은데 미래를 보는 안목이 낮단 말이지. 환경오염을 정화할 로봇을 더 만들어야 하려나.-
제노는 환경오염으로 인간이 멸망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근심을 했다.
결국 제노는 인간들이 좀 더 지구상에 살아남아 자신의 취미를 즐길 수 있게 하기 위해 진정한 의미의 사육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렇게 제노의 기계 제국은 은밀하게 지구의 환경을 지키며 인간 개체를 보호하고 있는 것이었다.
인간들이 그 사실을 들었다면 미친 소리라 했겠지만 지금도 지구의 지하에서는 지구 환경을 보호하기 위한 기계들의 24시간 노동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제노는 일과를 마치고 윤활유 한 병을 손에 쥐고서는 애니를 보며 피로를 풀었다.
“쟤 남자야? 여자야?”-바루님. 보면 모르시겠습니까? 남자 아닙니까. 남자!-
제노의 옆에는 이주 외계인 바루가 룸메이트가 되어 고된 노동의 피로를 풀고 있었다.
제노의 기계 제국의 실상을 목격한 바루는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품었지만 아직 외계의 기술에 도달하지는 못했다는 말에 좌절해야만 했다.
지구 최고의 대장장이인 한태석도 무리였고 기계 제국의 황제인 제노도 아직은 무리라는 외계의 기술이 그때만큼은 절망스러운 바루였다.
그렇게 살아생전 집으로 돌아갈 수는 있을까 걱정이 되는 바루였지만 이제는 지구의 삶에도 제법 익숙해지고 있었다.
“이대로라면 서울에 집을 사기는 어렵겠지만 조금만 하면 경기도 쪽에 전세금 정도는 마련할 수 있겠어.”
바루는 자신의 월급 통장을 흐뭇하게 바라보며 새로운 희망을 가슴에 품었다.
지구나 외계나 말단 군인들의 월급은 그리 많은 편은 아니었다.
자신의 고향에서도 군인 월급만으로는 힘든 생활이어서 결혼을 하기도 집을 사기도 벅찼다.
물론 지금이라고 해서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노숙을 했던 이주 외계인인 바루로서는 점점 늘어나는 통장의 액수에 흐뭇해하고 있었다.
-제노! 제노! 큰일이다! 큰일이야!-
“응? 왜? 무슨 일인데?”
바루는 자신의 통장을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다가 제노의 큰일이라는 말에 의아한 듯이 바라보았다.
-신상 피규어가 나왔다. 바루! 돈 좀 빌려줄 수 있나? 저번 피규어 산다고 월급을 다 써버렸다.-
“…….”
바루는 뭐 이딴 기계가 다 있냐는 듯이 제노를 바라보았다.
“그거 니가 직접 만들면 되잖아. 더 잘 만들 수 있지 않아?”
-제노! 제노! 그건 피규어에 대한 모독이다! 물론 퀄리티 떨어지는 작품들을 보면 화가 나기도 하지만 그것도 그것 나름대로 매력이다. 아무튼 다음 달 월급 나오면 줄 테니까 돈 좀 빌려 달라.-
바루는 로봇이 돈을 빌려달라는 말에 한숨이 나왔지만 설마 돈을 떼어먹기야 하겠냐는 생각에 후회를 할 결정을 내렸다.
훗날 고향에 돌아간 바루는 기계는 결코 믿을 수 없는 존재라며 반 기계 주의를 주장한다.
하여튼 지하에서 기계 생명체와 외계인이 수작을 부리고 있을 때 지구가 아닌 다른 세계의 생명체도 지구에 발을 내디뎠다.
“여긴가? 훗! 생각보다 촌스런…….”
빵! 빵!
커다란 철 덩어리들이 맹렬한 속도로 달리고 있었고 거대한 건물들이 하늘을 찌를 듯이 높다랗게 솟아 있었다.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인간들이 가득해서는 지구에 도착한 존재는 이내 두 눈을 휘둥그레 뜨고서는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뭐야? 여기? 변방 아니었어?”
지구에 도착한 존재는 인간도 외계인도 아닌 존재였다.
바로 마왕의 명령을 받아 전설의 대장장이를 조사하러 지구에 도착한 애나라고 불리는 마족이었다.
첫 번째 임무를 부여받고 인간 세상에 내려온 애나였지만 평소 자신이 듣던 인간 세상과는 너무나도 다른 것에 바짝 얼어야만 했다.
“뭐가 이리 인간들이 많아? 분명 이 정도는 아니라고 했는데. 몬스터들은 대체 뭘 하고 있는 거야? 이래서는 전혀 균형이 맞질 않잖아.”
애나는 인간들의 숫자가 너무 많다는 생각을 하며 투덜거렸다.
마음 같아서는 인간들의 숫자를 자신의 힘으로 줄이고 싶었지만 지금 애나에게 부여된 임무는 인간들의 멸종이 아니라 전설의 대장장이를 찾는 것이었다.
“일단 인간들에게 물어볼까?”
애나는 바쁘게 길을 지나가는 인간들에게 전설의 대장장이를 물어보기로 했다.
인간들은 멍청해서 그런 귀한 정보도 잘만하면 술술 분다는 것을 애나는 자신의 언니와 부하 마족들에게서 들었던 것이다.
“이봐! 인간!”
“응? 뭐?”
“뭐 하나만 묻지. 대답만 해준다면 목숨만은 살려주마.”
애나는 마족의 긍지를 잃지 말자는 생각을 머릿속에 새기며 자신의 몸을 힐끔거리며 바라보고 있는 인간 남자에게 전설의 대장장이에 관해 물었다.
“뭐야? 생긴 건 반반한 것이 정신이 이상한가?”
인간 남자는 몸을 가린 것보다 드러낸 것이 더 많아 보이는 헐벗은 애나를 바라보며 혀를 찼다.
눈요기는 제대로 했지만 현실에서, 그것도 대낮에 정신 이상해 보이는 여자에 수작을 부리는 남자는 많지 않은 법이었다.
그렇게 애나는 대부분의 인간들에게 무시를 당하거나 이상한 수작을 부리거나 그것도 아니면 경멸스러운 표정을 짓는 당황스러운 장면을 목격해야만 했다.
“이…… 이것들이 내가 누구인 줄 알고!”
애나는 자신을 무시하는 것이 분명한 인간들에 자신의 힘을 보여주려는 생각을 하다가 이내 마왕이 신신당부했던 말을 떠올렸다.
전설의 대장장이를 찾기 전까지 인간들과의 분쟁을 일으키지 말라는 마왕의 명령이었다.
아무리 마족들이 개인주의가 강하다지만 의외로 서열은 철저했다.
마왕에 대해 도전을 하려는 것이 아니라면 마왕에 대한 명령은 절대적이었다.
그렇게 애나는 끓어오르는 분노를 참으며 전설의 대장장이를 찾기 위해 인간 세계의 정보를 얻으려 고군분투를 해야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