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ngnam Blacksmith RAW novel - Chapter 94
제 94화
하지만 60억이 사는 지구에서 전설의 대장장이를 찾는 것은 모래사장에서 바늘 찾는 것처럼 어려운 일이었다.
더욱이 집도 절도 돈도 없는 애나는 생각 외로 순진했고 지구의 인간들은 생각보다 영악해서 애나의 지구 라이프는 마냥 행복하고 희망차지만은 않았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마족이 지구에 나타나 한태석을 찾기 시작했다는 것이었다.
물론 제대로 찾을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었지만 애나는 주먹을 불끈 쥐고서는 자신의 첫 번째 임무를 완벽하게 수행하기 위해 의욕을 불태웠다.
33.
“순순히 내놓으면 죽이지는 않겠다.”
“도망을 갈 생각이라면 포기해라.”
인적이 보이지 않는 깊은 숲 속. 십여 명의 사람들이 한 명의 남자를 둘러싸고서는 위협을 하고 있었다.
남자들의 손에는 흉기가 될 만한 망치들이 들려 있어서 분위기는 무척이나 살벌했다.
남자가 가지고 있는 물건이 자신들에게 무척이나 위협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된 이들이 남자를 쫓아 찾은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조직폭력배나 건달은 아니었다.
그렇게 정체불명의 사람들에게 붙잡힌 남자는 그런 위협에 오히려 비웃음이 가득 담긴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뭐가 그리 웃기지? 네놈의 실력이 대단하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우리 전부를 상대할 수 있을 것 같으냐.”
“쳇! 형님! 입 아프게 더는 말할 필요 없이 저놈을 잡아서는 손에 신의 징벌을 내리지요. 제깟 것이 종합 격투기 선수도 아니고 고작 대장장이이고 우리도 대장장이들 아닙니까? 힘이라면 우리도 어디 내놓아도 아쉬울 것 하나 없는 치들 아닙니까. 솔직히 저놈 하나 잡으려고 이렇게 몰려온 것도 창피스러운 일입니다.”
이 인적 없는 깊은 숲 속에 모인 이들은 전부 대장장이들이었다.
대장장이들의 손에는 하나같이 망치들이 들려 있었다.
그들의 직업을 알지 못했다면 조폭들이라 생각을 할 정도로 험악한 모습들이었다.
“네놈들이 흰 대장장이들인가.”
“그렇다.”
흰 대장장이들에게 포위를 당하고 있는 이는 다름 아닌 오만득이었다.
구미호 일족의 여우인 아리의 여우 구슬에 요기를 담기 위해 요물들이 있는 곳을 찾아다니고 있던 오만득이었다.
그런 오만득을 쫓던 흰 대장장이들이 마침내 오만득을 찾아낸 것이다.
“검은 대장장이. 그중에 네놈은 특히나 잘못된 길을 걷는 자 같구나.”
오만득이 가지고 있는 한태석의 황금 빠루는 흰 대장장이들에게 엄청난 위협이 되는 물건이었다.
자신들이 검은 대장장이들의 능력을 제압하는 못을 뽑아낼 수 있는 물건이었다.
그것이 검은 대장장이 집단에 넘어간다면 흰 대장장이들은 더 이상 검은 대장장이들의 적수가 될 수 없었다.
‘분명 우리는 사냥 당하듯이 죽어 나갈 것이다. 아니 그 전에 세상을 지킬 힘을 잃게 된다.’
흰 대장장이 김춘득은 점점 대장장이들의 자리가 사라져 가는 세상에서 언제까지 자신들이 세상을 지킬 수 있을지 모른다는 걱정을 했다.
대장장이들은 점점 노쇠해져 가고 있었고 실력 있는 대장장이들은 더 이상 나오지 않고 있었다.
나오더라도 세상의 균형을 지키는 것보다 파괴와 변화를 향해 나아가고자 하는 검은 대장장이 쪽으로 향하고는 했다.
김춘득은 한태석과 오만득 모두가 그런 선택을 한 것에 안타까워했다.
“잘못된 길이라.”
오만득은 자신을 노려보고 있는 흰 대장장이들을 보며 어이없다는 듯이 미소를 짓다가 이내 인상을 찡그렸다.
“안 그래도 네놈들에게는 원한이 있다.”
오만득은 이장구를 죽음에 이르게 한 흰 대장장이들에 대한 원한이 있었다.
비록 이장구와 오랜 시간을 함께하지는 않았지만 오만득은 이장구의 복수는 자신의 손으로 해야 한다고 여기고 있었다.
“어디 한번 빼앗아 보거라.”
오만득은 검은 기운이 넘실거리는 망치를 든 채로 말했다.
“할 수 있다면 말이다.”
“이놈! 제깟 놈이 무슨!”
현실은 영화나 만화가 아니었다.
종합 격투기 선수라고 할지라도 십여 명이 넘는 건장한 남자들을 상대로 이기기란 불가능했다.
더욱이 건장한 남자들도 한평생을 육체를 단련했던 이들이었다.
그런 이들의 손에 한 대만 맞아도 머리가 깨지거나 뼈가 부러질 망치들이 들려 있었다.
영화 속에서처럼 맞고 버틸 수 있을 만한 것들이 아니었다.
“꼬마야. 까불지 말고 순순히 빠루 내놓고 손 내밀어라.”
흰 대장장이들도 살인을 하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지금까지 살인을 할 필요도 없었고 할 이유도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 필요와 이유가 생기고 있는 것이다.
“어쩔 수 없군. 순순히 말로 해서 들을 것 같지는 않아. 형철이.”
“예! 형님!”
오만득이 전혀 자신들의 뜻을 따르지 않을 것 같자 결국 무력을 사용하기로 한 흰 대장장이들이었다.
하지만 그들이 오만득이 손에 넣은 힘을 너무 과소평가한 것이 문제였다.
“아리. 너의 구슬의 힘을 조금만 사용하지.”
“그…… 그래.”
오만득은 요기가 담긴 여우 구슬을 꺼내 들고서는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흰 대장장이들을 향해 내밀었다.
“고대에 요술이라는 기술을 사용하는 자들이 있었지. 요물들의 힘을 빌려 기묘한 술수를 쓰는 자들이었다.”
오만득의 손에 들린 여우 구슬에서 검 분홍빛 연기가 흘러나왔다.
요술은 환술이었다.
직접적인 물리력보다 인간의 정신을 혼란시키는 환상을 보여준다.
하지만 마냥 환상이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강력한 환상에 의한 정신적 피해는 육체에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환술로 인해 몸이 잘려나가는 환상을 경험한다면 실제로 신체가 자신의 몸이 잘려나갔다고 인식해 실제로 몸이 잘려나가기도 하는 것이다.
물론 그 정도로 강력한 환술은 어지간한 요괴조차 펼치기 쉽지 않았지만 여우 구슬은 요괴들 중 상급에 위치해 있는 구미호 일족의 힘을 담을 수 있는 그릇이었다.
그 그릇에서 흘러나오는 요기는 이내 흰 대장장이들을 전부 휘감았다.
“뭐…… 뭐야? 갑자기 이 안개는?”
“산속이라 날씨가 갑자기 변하는 거 아니야?”
“하지만 조금 전까지만 해도 이러지 않았잖아?”
갑자기 자욱한 안개가 숲 속을 가득 채웠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을 만큼 자욱한 안갯속에 동료들의 모습은 희미한 그림자로만 보일 정도였다.
“그놈이 도망치지 못하게 해라!”
“제길! 도망칠 생각하지 마라! 이놈!”
자욱한 안개를 틈타 오만득이 도망을 칠 것이라는 생각에 흰 대장장이들은 두 눈을 번득이며 오만득을 찾았다.
“네놈이냐!”
“익! 뭐하는 거야? 나야! 나라고!”
“쳇! 빨리 그놈 좀 찾아봐!”
안갯속의 그림자를 찾아 망치로 후려치려는 흰 대장장이들은 대부분 동료들임을 알고서는 발을 동동거렸다.
하지만 오만득은 도망을 치지 않았으니 오만득을 찾은 이는 나올 수밖에 없었다.
“찾았다! 이놈! 도망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을 했느냐!”
“도망? 무슨 소리지? 내가 언제 도망을 쳤단 말이냐?”
오만득은 자신을 발견했다는 것에 득의만만해 하는 흰 대장장이를 향해 미소를 지었다.
“인간이 아무리 강하다 한들 맹수 앞에서는 고깃덩어리에 불과할 뿐이지.”
“뭐? 무슨 헛소리를…….”
흰 대장장이 장수는 오만득이 이상한 소리를 하는 것에 오만득의 팔다리 하나를 먼저 부러트리고 보자는 생각을 하며 오만득에게로 다가가려고 했다.
“어! 어디로?”
하지만 장수는 눈앞에 서 있던 오만득이 사라진 것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헉! 호랑이!”
사라진 오만득이 있던 곳에 집채만 한 호랑이가 장수를 노려보고 있었다.
“며…… 멸종한 것 아니었어?”
장수는 결코 있을 수 없는 상황에 당황했지만 너무나도 생생한 호랑이가 자신을 바라보며 군침을 흘리는 것에 안색이 창백하게 질려갔다.
“아…… 안 돼. 저…… 저기 가. 저리.”
호랑이 굴에 있어도 정신만 바짝 차리면 산다지만 실제 눈앞에 고삐 풀린 호랑이가 있다면 정신을 온전히 차릴 수도 없었다.
“으! 으아아아악!”
그렇게 장수는 호랑이를 피해 안갯속을 달렸지만 자신의 몸을 덮치는 육중한 무게감과 함께 몸을 파고들어 오는 날카로운 발톱과 이빨을 생생하게 느껴야만 했다.
온몸이 물어뜯기는 고통과 공포가 뇌를 파괴하기 시작했다.
파괴된 뇌는 곧 신체에도 영향을 주며 실제로 장수의 몸에 상처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붉은 피가 흘러내리며 장수의 몸은 실제 맹수에게 습격을 받은 것처럼 고깃덩어리가 되어가는 것이다.
“장수! 어디냐? 무슨 일이야?”
동료의 비명에 흰 대장장이 동료들은 자신의 동료를 찾으려고 안달을 했지만 그들도 이미 요기에 의한 환술에 지배당하고 있는 중이었다.
“어? 뭐야? 뭐? 으아악!”
안갯속에서 늑대나 호랑이 등 맹수들이 나타났다.
흰 대장장이들은 그런 맹수들을 피하기 위해 허겁지겁 안갯속을 뛰어다녔다.
어떤 이들은 맹수의 공격을 당했고 어떤 이들은 안갯속을 뛰어다니다가 땅바닥을 굴렀다.
맹수의 환술보다 무서운 것은 땅 위의 흉기들이었다.
“아악! 다리가! 악!”
“헉! 쿨럭!”
나무에 부딪히고 바위에 걸려 땅을 구르며 뼈가 부러지고 머리가 터지며 흰 대장장이들은 하나둘 커다란 부상을 당하기 시작했다.
이미 오만득에 대한 생각은 사라진 뒤였다.
“한심하군.”
오만득은 숲 속에서 자기들 멋대로 날뛰며 발광을 하는 흰 대장장이들을 보며 검은 망치를 움켜쥐었다.
“만득아. 죽이지는 말아 줘.”
“…….”
오만득의 어깨에 앉아 있는 아리의 부탁에 오만득의 이마가 찡그려졌지만 이내 오만득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하마터면 실수를 할 뻔했군.”
오만득은 아리의 여우 구슬에서 요기를 회수했다.
이무기도 그렇지만 구슬은 신수가 되기 위한 도구였다.
당연히 신수가 되기 위해서는 악행을 하지 않고 도력을 쌓아야만 했다.
물론 아리의 능력으로는 신수 급이 될 수 있는 요기나 도력을 쌓을 수 없었지만 오만득은 아리를 구미호로 만들 생각이었다.
그것이 자신의 생명을 구해줬던 아리에 대한 당연한 대가라 여기는 것이다.
그렇게 오만득이 요기를 거두어들이자 언제 그랬냐는 듯이 숲을 가득 채우던 안개는 사라졌다.
당연히 흰 대장장이들이 보고 있던 맹수들도 사라져 버렸다.
요기에 의한 환술이 사라져 있었지만 제대로 서 있는 흰 대장장이들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죽이지는 않는다. 죽이지만 않을 뿐. 네놈들도 이장구 아저씨처럼 똑같이 되어야 공평하지 않겠느냐.”
“사…… 살려 줘.”
오만득은 살려달라는 흰 대장장이들을 바라보며 비웃음이 가득한 미소를 지으며 검은 망치를 흰 대장장이들의 몸에 가져다 대었다.
“별것 없는 힘이지만 가져가마.”
한태석의 힘을 가져간 것처럼 오만득은 흰 대장장이들의 힘을 빼앗기 시작했다.
못을 손바닥에 박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것이었다.
“크흐흐흐흐! 힘이 넘친다! 힘이 넘쳐! 으하하하하!”
흰 대장장이들의 힘을 빼앗은 검은 망치에서 무엇이든 만들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전해지고 있었다.
수십 년을 대장장이로 살아온 이들의 힘이었다.
결코 적지 않은 경험과 힘이었고 그런 이들 십여 명이었으니 오만득의 검은 망치에 넘치는 힘이 담아졌다.
그렇게 대장장이들의 힘을 빼앗은 검은 망치가 눈을 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