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ngnam Blacksmith RAW novel - Chapter 95
제 95화
-맛있다! 맛있어! 좀 더 먹고 싶다. 좀 더 먹고 싶어. 처음 먹었던 그 힘. 그런 힘이 필요하다.-
검은 망치의 에고가 눈을 뜬 것이었다.
그렇게 눈을 뜬 오만득의 검은 망치에서 사악한 검은 기운이 흘러나왔다.
“그럼 가지. 좀 더 요기를 모아야만 한다. 무기를 좀 더 만들어야겠군.”
오만득은 요괴들을 사냥할 무기를 좀 더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신음이 들려오는 숲을 유유히 걸어갔다.
“수고하셨습니다!”
“그래요! 다들 수고했어요.”하루의 일과를 마감하고 퇴근 준비를 하는 직원들을 보며 한태석은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근심 걱정거리는 여전하지만 세상에는 아무런 변화도 없었다.
전생에서였다면 시시각각 위기와 위협이 다가오는 것이 온몸으로 느껴졌었지만 지구에서는 아니었다.
하루하루 평범하지만 평화로운 일상의 연속이었다.
어둑어둑해져서 직장인들도 하나둘 집으로 퇴근을 하는 시간이 되자 한태석의 대장간도 문을 닫는 것이다.
기계인 제노조차도 일을 쉬니 사람인 한태석도 일을 쉬는 것은 자연스러웠다.
“다들 갔군. 그럼 나도 들어갈까.”
한태석은 자신의 휴식처인 건물 옥상의 옥탑방으로 향하려다가 문득 저녁에 먹을 간식거리가 없음을 떠올렸다.
“땀을 흘리고 마시는 시원한 맥주는 삶의 낙이지.”
한태석은 다시 몸을 돌려 지구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것 중의 하나인 편의점으로 향했다.
과거의 한태석이었다면 하루 술값으로 수천만 원은 하는 고급 술집에서 값비싼 술과 안주를 마시며 인생을 흥청망청 살았을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몇천 원짜리 맥주 캔 몇 개와 만 원어치도 되지 않는 주전부리를 사서는 옥탑방 안에서 TV를 틀어놓고 한국 드라마의 감동(?) 스토리에 눈물을 찍어 대고 있었다.
“드라마라는 것이 은근히 재미있단 말이지. 그냥 별것 없는 내용인데도 또 보게 되니 참 신기하단 말이야.”
한태석은 처음에 엘리제가 왜 드라마에 푸욱 빠지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적적하니 홀로 방 안에 앉아 TV를 보다 보니 그 매력에 조금씩 빠져들었다.
그렇게 편의점에 도착한 한태석은 호주머니에서 꼬깃꼬깃한 지폐 몇 장을 꺼냈다.
언젠가 지갑도 있었던 듯했지만 일을 할 때 지갑이 워낙에 거치적거려서는 사용하지 않고 있었다.
핸드폰도 사용하는 둥 마는 둥 해서 지민이나 혜진이 뭐라 할 정도였다.
그렇게 한태석이 꾀죄죄한 복장으로 호주머니에서 구겨진 지폐 몇 장을 꺼내자 편의점 안에 있던 한 여성은 조금 한심하다는 듯한 표정으로 한태석을 바라보았다.
물론 그녀는 한태석이 한성그룹의 오너 일가이며 편의점 건너편에 위치해 있는 상가 건물의 주인이라는 것은 꿈에도 알지 못했다.
물론 안다고 해서 달라질 것은 없었기에 한태석은 자신에게 쏟아지는 눈빛을 지나치며 맥주 두 캔과 안주로 삼을 것들을 챙기기 시작했다.
그렇게 챙긴 술과 안줏거리를 계산대에 올려놓았다.
“오셨어요.”
“어. 그래요. 얼마죠?”
“예! 잠시만요.”
이제는 단골이 되어서는 편의점 아르바이트생도 한태석을 기억하고 있었다.
“만팔천사백 원입니다.”
구깃구깃한 이만 원을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에게 내밀자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은 천육백 원을 거슬러 주었다.
한태석은 피로 회복제 하나를 더 사서는 계산대 위에 올렸다.
또다시 계산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생겼지만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은 미소를 지은 채로 친절하게 계산을 해주었다.
참 미소가 예쁜 아르바이트생이었다.
“이건 고생하는 자네가 마시게.”
“예? 아니요! 괜찮습니다.”
“아니야. 이 늦은 시간까지 고생을 하는데.”
마지막에 구매하는 피로 회복제는 아르바이트생에게 주는 선물이었다.
사양해도 거듭 쥐여주는 한태석에 부담스러워 하던 아르바이트생은 감사의 인사를 했다.
“그럼 잘 마시겠습니다.”
“그래.”
한태석은 그렇게 비닐봉지에 담긴 맥주와 안주를 들어 올렸다.
“저…… 저기.”
몸을 돌리려던 한태석의 뒤로 아르바이트생의 목소리가 들렸다.
한태석은 아르바이트생이 자신에게 말을 걸어오는 것에 의아한 듯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뒤로 돌아보았다.
아르바이트생의 얼굴에는 붉은 홍조가 띠어졌지만 두 눈은 선명하게 반짝이고 있었다.
한태석은 아르바이트생이 자신에게 무언가 할 말이 있음을 느끼고서는 아르바이트생이 입을 열기를 기다렸다.
왠지 모를 묘한 분위기가 편의점을 채우기 시작했다.
한태석은 편의점의 단골이었다.
대장장이 일이라는 것이 체력 소모가 워낙에 많았기에 상당히 많이 먹어야만 했다.
일과 끝나고도 칼로리 높은 음식을 먹기에 거의 매일 같이 편의점에 들리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아르바이트생과 매일 같이 마주쳤다.
하지만 한태석은 자신이 살 것만 사고 별다른 일은 하지 않고 돌아갔다.
그렇기에 아르바이트생과 얼굴은 익혔지만 대화라고 할 만한 대화를 나눈 적은 거의 없었다.
한태석의 몸은 곱게 자란 몸이었다.
잘 생긴 귀공자 스타일에 대장장이 일을 하면서 몸도 꽤나 근육질로 뒤덮여 있었다.
마치 연예인처럼 보이는 한태석이었으니 아르바이트생도 여간 신경이 쓰일 수가 없었다.
그렇게 처음으로 한태석에게 말을 건 아르바이트생은 얼굴을 붉힌 채로 입을 열려고 했다.
하지만 세상은 요지경이었다.
편의점의 문이 벌컥 열리고 한 남자가 편의점 안으로 들어왔다.
“술 가지고 와! 술!”
저녁 무렵 손님들 중에 술 취한 손님이 간혹 있기는 했다.
편의점을 술집으로 착각한 것인지 대뜸 술을 내놓으라고 고래고래 고함을 지르는 남자에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의 얼굴은 창백해졌다.
오늘 하루도 무사히를 마음속으로 외치며 하루하루 아르바이트를 하는데 오늘은 아무래도 무사히가 되지 않을 것 같았다.
마음 같아서는 그냥 쫓아내고 싶었지만 술 취한 취객은 거칠고 과격했다.
괜히 대응을 잘못한다면 큰 곤경에 취할 수도 있었다.
“술 안 가지고 와!”
“손님 고르시는 것은 셀프이신데요. 그리고 여기는 편의점입니다.”
조심스럽게 이곳이 편의점이라는 것을 주장해 보지만 취객은 이미 눈이 돌아가 있었다.
“뭐야? 너도 나를 무시하는 거야? 이 새끼들!”
뭘 무시를 받았다는 것인지 취객은 거칠게 화를 내며 아르바이트생에게로 다가갔다.
그 위협적인 모습에 아르바이트생은 내일 뉴스에 자신이 나오는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이 될 정도였다.
하지만 아직 별다른 위협을 하지는 않았기에 파출소와 연결된 비상 호출기를 누를 수는 없었다.
누르더라도 편의점 안에 있는 CCTV에 영상이 찍혀야만 했다.
그렇게 불안한 손님 접대를 하고 있는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의 눈에 아직도 나가지 않고 있는 한태석이 눈에 들어왔다.
자신이 무언가 할 말이 있어 불러 세우기는 했지만 이런 창피스러운 상황을 한태석에게 보이고 싶지 않은 아르바이트생이었다.
그런 아르바이트생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한태석은 계산대로 다가와 위협적으로 두 팔을 휘두르는 취객을 빤히 바라보았다.
세상 어디라도 갑질 없는 곳은 없었다.
지구도 그렇지만 한태석의 전생의 세계에도 갑질은 그 부르는 명칭만 달랐을 뿐 존재했다.
오히려 계급 사회인 곳의 갑질이 더욱더 지독했다.
피할 수도 다른 누군가가 막아줄 수도 없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취객이 알아들을 수 없는 말로 고함을 내지르며 위협을 하는 것에 한태석의 이마가 찡그려졌다.
“이봐요. 적당히 하시죠.”
“뭐? 너는 뭐…….”
취객은 감히 자신에게 한마디 하는 한태석에 오만상을 다 찡그리며 타깃을 한태석에게로 향했다.
하지만 취객의 분노는 한태석의 탄탄한 근육질 몸과 어느덧 한태석의 손에 들린 자신의 머리통만 한 망치에 조절이 되어버렸다.
분노 조절 장애는 분노 조절 잘해가 되어 버리는 것이다.
한겨울이 다가오고 있는 계절이었지만 화로의 열기로 덥다고 반팔티를 입고 있던 한태석이었다.
그 반팔 티가 터질 듯이 부풀어 오른 근육질의 한태석이 근육을 꿈틀거리자 취객의 머릿속에는 자신의 몸이 반으로 접히는 신세계가 떠오르는 것이다.
“술 처마셨으면 곱게 마셔야 할 것 아닙니까. 나이도 있으신 양반이 그러시면 안 되지요. 안 그렇습니까?”
한태석의 몸에서 투기까지 뿜어져 나왔다.
비전투 직업이기는 하지만 한태석도 과거 대 마족전의 선봉에 섰던 적이 있었다.
그런 한태석의 몸에서 흘러나오는 위험한 느낌은 취객이라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것이었다.
“아니 그러니까 나는 그냥 술을 사러.”
“술이라면 저기 있지 않습니까. 술은 셀프.”
“그…… 그렇지. 술은 셀프였지.”
취객은 배시시 웃으며 술들이 들어 있는 냉장고로 향해서는 술을 골라 곧장 계산을 하고 편의점을 도망치듯이 나가 버렸다.
그렇게 별다른 일 없이 넘어가자 아르바이트생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서는 자신을 도와준 한태석을 뜨거운 눈으로 바라보았다.
한태석에 대한 호감이 더욱더 커지는 것이었다.
“저기, 정말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별일도 아닌데요.”
한태석이 대수롭지 않게 말을 하자 아르바이트생은 한태석의 남자다움에 얼굴을 붉히며 취객이 오기 전에 하려고 했던 말을 떠올렸다.
“저기.”
“그래. 편하게 이야기해요.”
한태석은 수줍게 말을 하려는 아르바이트생에 편하게 말을 하라며 기다려 주었다.
그렇게 마침내 아르바이트생의 입이 열렸다.
그건 꼭 드라마 속에서 나오는 듯한 그런 분위기와 광경이었다.
“형님이라고 불러도 될까요?”
“응?”
“저 정말 궁금했는데요. 형님. 어디서 운동하세요? 그렇게 드시고도 그 몸 어떻게 유지하시는 거예요? 저기, 죄송한데 근육 좀 만져 봐도 될까요?”
“응?”
한태석은 자신의 팔 근육을 만지며 두 눈을 반짝이는 아르바이트 남학생을 바라보았다.
“와! 완전 단단해! 어디 헬스장에서 운동하세요? 저 진짜 궁금했거든요. 매일 술 마시고 기름기 있는 거 드시는 데도 이런 몸 유지하는 거. 혹시 약 쓰세요? 약은 아닌 것 같은데.”
한태석은 자신의 근육을 만지작거리는 아르바이트생을 보며 친절하게 약과 헬스는 안 하고 열심히 일을 해서 만든 근육이라 이야기를 해 주었다.
그렇게 한태석은 아르바이트생에게 붙잡혀 한참을 시달리고 난 뒤에 편의점을 나올 수 있었다.
“편의점 바꿀까?”
순간 편의점을 바꿔야 하나라는 생각을 한 한태석이었다.
남자의 근육에 관심을 가지는 건 의외로 여자가 아닌 다른 남자인 경우가 더 많다는 사실을 한태석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어우! 저게 뭐야. 남자가 조신하지 못하게 근육이나 내놓고 다니고.”
“그러게. 저런다고 여자들이 좋아할 줄 아는가 보네. 날도 추운데.”
한태석은 짧은 미니스커트를 입고 지나가며 자신의 뒷다마를 까는 여인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어이가 없었지만 뭐라 말을 할 생각도 나지 않아 자신의 옥탑방을 향해 종종걸음을 옮기는 한태석이었다.
그렇게 한태석이 자신의 옥탑방으로 향하는 사이 강남의 빌딩 숲 위로 커다란 무언가가 하늘을 날듯이 스쳐 지나가고 있었다.
펄럭! 펄럭!
그 모습은 새 같기도 했지만 새라고 하기에는 너무 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