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ngnam Blacksmith RAW novel - Chapter 98
제 98화
그런 애나의 모습이 연기인 것인지 아니면 진심인 것인지 엘리제는 도무지 알 수 없었지만 분명한 것은 애나의 머릿속 나사가 전부 풀려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그렇게 엘리제는 애나가 그다지 위협은 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아직은 안심할 수 없었다.
“후우! 걱정이에요.”
“뭐가?”
한태석은 지민이 고운 이마를 찡그린 채로 걱정이라고 말하자 걱정거리가 무엇이냐고 물었다.
그다지 걱정할 것도 아닌 것을 과도하게 걱정하는 경향이 있다고 생각하는 한태석이었다.
그렇기에 그다지 대수롭지 않게 묻는 한태석이었다.
“호미가 밥 안 먹은 지 벌써 삼 일째에요.”
“…….”
한태석은 호미가 지금까지 밥을 먹었었나 하는 생각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한태석이 알기로는 호미는 에고 소드와 비슷한 도깨비였다.
전생에서 에고 소드를 몇 번 보았지만 녹슬지 말라고 기름칠을 해주기는 했지 밥을 먹인 기억은 전혀 없었다.
그런데 호미가 밥을 안 먹어 걱정이라는 말에 한태석은 잠시 혼란에 빠져야만 했다.
“밥도 먹었어?”
밥을 먹으면 똥도 싸기 마련이었다.
호미가 화장실에도 가나 하는 문화충격에 멍해진 한태석에 지민은 당연한 소리를 한다며 화를 내었다.
“당연하지요. 사장님! 성장기 어린애가 밥을 왜 안 먹어요! 어휴! 안 그래도 호미 키가 안 커서 한약이라도 지어 줘야 하나 걱정 중인데!”
지민은 남동생 같은 호미를 챙기는 것은 자신밖에 없다며 고개를 내저었다.
호미가 인간이 아닌 도깨비이고 자신보다 더 나이가 많다는 것은 지민도 알고 있었지만 신체 발랄한 초딩 모습의 호미에 깜빡깜빡 잊어버리고는 했다.
“하여튼 사장님도 호미 보호자이시면 호미 걱정도 조금 해 주세요!”
“응? 아! 그…… 그래.”
한태석은 지민의 말에 대답을 하고서는 매장의 테라스에 앉아 밖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고 있는 호미를 바라보았다.
마치 사춘기가 온 소년처럼 한숨을 내쉬는 호미는 누가 보더라도 고민이 있어 보였다.
그런 호미의 모습에 결국 한태석은 호미가 좋아한다는 떡 한 덩어리를 들고서는 호미의 옆자리로 다가갔다.
“큼!”
“왜 대장장이 양반.”
한태석이 무슨 말로 시작을 해야 할까 고민을 하며 헛기침을 할 때 호미는 심드렁히 먼저 입을 열었다.
“응? 아! 아니 너 요즘 밥도 안 먹는다며.”
“도깨비는 밥 안 먹어도 안 죽어.”
호미의 말에 한태석은 역시라는 생각을 했지만 그래도 호미에게 고민이 있는 듯한 것에 이대로 물러설 수는 없었다.
“요즘 무슨 고민 있냐?”
“여자 친구가 바람났어.”
“…….”
한태석은 엄청난 고민을 갑자기 들어 버린 것에 움찔 몸을 떨었다.
‘처음부터 고민이 너무 세잖아!’
한태석도 딱히 연애 경험이 많은 것은 아니어서 상대가 바람이 나 버린 것을 어떻게 조언해 줘야 할지 도통 알 수가 없었다.
“그…… 그러냐. 히…… 힘을 내라.”
“힘을 낸다고 될 문제가 아니잖아. 상대는 나보다 키도 크고 잘 생긴 녀석이더라.”
“너도 잘 생겼어.”
“고맙지만 위로는 되지 않아.”
상대는 어린아이가 아니었다.
한태석보다 몇 배는 산 능구렁이 같은 존재였다.
어설픈 위로 따위로 고마워할 존재가 아닌 것이다.
“그렇구나.”
한태석은 멀리서 온 고양이 똥 커피를 마시며 매장 밖을 바라보았다.
한 도깨비의 사랑이 멀어지고 있어도 세상은 평화롭기만 했다.
“많이 아플까?”
“응? 뭐가?”
“그거 말이야. 성형 수술.”
호미의 말에 한태석은 건너편에 위치해 있는 성형외과의 안내판을 바라보았다.
전신 성형이라는 안내판에 아름다운 미녀가 포즈를 취한 채로 웃고 있었다.
그러고 보면 강남의 길거리에는 미남 미녀들이 참 많았다.
한태석도 어디 빠지는 외모는 아니었지만 가끔 깜짝 놀랄 만큼 잘 생기고 예쁜 남녀가 도도한 얼굴을 한 채로 걸어 다니는 곳이었다.
물론 한태석의 눈에는 조금 부실시공이 된 부분이 눈에 들어왔지만 얼굴에 망치질을 할 수는 없었기에 그냥 모른 척을 하고 있었다.
“아프겠지.”
얼굴을 완전히 갈아엎는 일이었기에 당연히 아플 것이 분명했다.
그런 한태석의 대답에 호미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크으으!”
“응? 호미야? 왜 그러니?”
한태석은 두 손으로 자신의 팔을 붙잡은 채로 고통에 몸을 떠는 호미를 걱정스럽게 바라보았다.
‘설마 신체가 더는 못 버티는 것인가?’
언제가 되든 찾아올 것이었지만 지금 당장은 아닐 것이라 생각하고 있던 한태석이었다.
그런데 너무나도 빨리 찾아온 것에 어쩔 줄을 몰라 하는 한태석이었다.
하지만 한태석의 걱정과는 달리 호미는 순수하게 아프면 어떨까를 걱정하고 있었다.
“아프겠지만 이대로 너를 떠나 보내지 않겠어!”
“뭐?”
호미는 결심을 했다는 듯이 두 눈을 불태우며 의자에서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서는 한태석을 노려보며 외쳤다.
“나를 키 크고 잘 생긴 괭이로 만들어 줘!”
“…….”
한태석은 멀리서 온 고양이 똥 커피를 꿀꺽 삼키며 호미의 패기에 순간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한태석의 행동을 승낙으로 받아들인 호미는 이제 더는 물러설 수 없다며 입고 있던 옷을 벗어 던졌다.
이내 알몸이 되어 버린 호미의 중요 부위가 앙증맞게 덜렁였다.
“호미야아! 뭐하는 짓이야!”
그 광경을 지켜보던 지민이 기겁을 하며 고함을 지르고 손님들도 깜짝 놀랐지만 전신 성형(?)을 해야 하니 옷을 벗는 것은 당연했다.
물론 당황한 한태석의 두 눈동자가 세차게 흔들리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렇게 호미의 신체를 강화하는 과정이 시작되었다.
“그렇게 하려고?”
“그럼.”
한태석의 대장간의 모루 위에 호미가 스스로 올라갔다.
호미를 녹여 괭이로 만들려면 당연한 일이기는 하지만 농기구 호미의 모습이 아니라 인간 호미의 모습으로 올라가 있는 것이다.
인간 호미의 몸을 집게로 붙잡아 화로 속에 넣어서는 망치질을 한다면 한 일주일 뒤에 전국 방송으로 한태석의 얼굴이 모자이크되어 방송될지도 몰랐다.
“아! 내 거시기 짱 우람하게 만들어 줘.”
호미는 슬쩍 자신의 몸을 보다가 그것에 눈이 닿고서는 한태석에게 무리한 주문을 넣었다.
“후우! 자! 시작해. 아니 잠시만, 마취는 안 하나?”
호미의 어이없는 주문들에 한태석은 한숨을 내쉬고서는 호미의 머리를 망치로 후려쳤다.
퍽!
역시나 여덟 시 뉴스의 톱 뉴스가 되기에 충분한 행동이 강남의 대장간에서 이루어졌다.
한태석의 망치질에 머리를 가격당한 호미는 그대로 마취가 되듯이 기절을 해 버렸다.
펑!
그리고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펑하는 폭발과 함께 인간 호미가 농기구 호미로 모습이 변한 것이다.
“그래. 인간이 아니긴 아니구나.”
하는 행동은 영락없는 인간이었지만 호미는 도깨비였다.
가끔 한태석도 잊어버릴 정도였지만. 오래되고 낡은 호미를 들어본 한태석은 고민을 했다.
처음 호미를 만날 때 호미를 수리하기는 했지만 한태석의 능력도 부족했고 호미가 워낙에 오래되어 그다지 상태가 좋지는 않았다.
그 때문에 호미의 힘을 신체가 버텨내지 못하고 있었고 호미의 모습도 성인이 아닌 어린아이로 나타난 것이었다.
한태석은 자신이 아니라면 결국 호미는 신체가 버텨내질 못해 소멸의 길을 걸어야 할지도 모른다는 것에 이번 기회에 호미의 신체를 제대로 고쳐 보려고 마음을 먹었다.
화르륵!
문제는 호미는 일반 물건이 아니라 영혼이 있는 물건이었다.
평범한 작업으로는 도저히 해결이 될 수 없었기에 한태석은 화로의 불길을 평소보다 더욱 강화했다.
한태석이 가지고 있는 화염의 정수까지 동원해 강렬하게 불길을 키운 한태석은 긴장을 한 채로 호미를 집어 들었다.
자칫 자신이 실수라도 하는 날에는 호미는 죽을지도 몰랐다.
“할 수 있다! 한태석!”
한태석은 과감하게 호미의 몸을 화로 속에 넣었다.
이내 이글거리는 불꽃에 호미의 몸이 붉게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깡! 깡!
붉게 달아오른 호미의 몸에 한태석의 황금 망치가 닿으며 붉고 황금빛 불꽃이 사방으로 튀기 시작했다.
하지만 여전히 한태석은 황금 망치를 다루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를 악물고 덜덜 떨리는 손에 힘을 주어가며 폭군처럼 날뛰는 황금 망치를 제어하면서 호미를 단련하는 한태석이었다.
“미스릴을 추가한다!”
엘리제의 세상에서 구해 온 미스릴을 추가하는 한태석이었다.
그 밖에 다른 금속을 추가해 최강의 금속을 만들어 내는 한태석이었다.
자신의 부족한 능력을 재료로 충당하려는 것이었다.
그렇게 낡고 볼품없던 호미의 몸은 때로는 은빛으로 때로는 황금빛으로 번득이며 아름다움을 뽐내기 시작했다.
보통이었다면 검의 모습을 하거나 했을 터였다.
에고 소드의 힘은 강력해서 가장 강력한 무기 중 하나로 태어나기 마련이었다.
하지만 호미는 자신의 몸이 무기로 태어나길 원하지 않았다.
공부는 하지 않아도 한태석의 매장 앞 화단을 스스로 돌보는 호미였다.
태생이 농기구로 태어났기에 농사짓는 걸 좋아하는 아이였다.
그렇기에 한태석도 호미의 의사에 따라 무기가 아닌 농기구의 모습을 간직하게 해 줄 생각이었다.
그렇게 정말로 호미의 주문처럼 호미는 지구, 아니 전 우주에서 가장 강력하고 아름다운 괭이가 되어갔다.
깡! 깡! 깡!
호미를 녹여 괭이로 만드는 것은 하루도 되지 않아 끝이 날 일이었지만 한태석은 무려 사흘 동안이나 호미와 씨름을 했다.
그만큼 온 정신과 공력을 쏟아부어 호미를 괭이로 바꾼 것이다.
물론 이름을 바꿀 생각은 없었기에 여전히 호미라고 부르는 한태석이었다.
“호미야! 깨어나라! 깨어나!”
형태가 바뀌고 다른 금속과 섞이며 호미 속에서 잠이 든 호미를 깨우기 위해 한태석은 망치질을 했다.
취이이이익!
그렇게 달구어진 괭이를 물에 식히며 한태석은 멍하니 괭이를 바라보았다.
너무나도 완벽한 괭이였다.
물론 아직 손잡이 부분을 만들지 않았으며 조금 더 다듬어야 하기는 했지만 완성이 된 것이다.
“끄응! 빨리 완성을 해야지. 호미가 깨어나게 하려면.”
한태석은 에고 소드의 형태를 바꾸는 작업을 지금껏 단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었기에 긴장을 하고 있었다.
호미가 깨어나지 못한다면 어쩔까 하는 걱정을 하는 것이다.
그렇게 질 좋은 나무로 긴 괭이 대를 만들어 괭이 날과 연결을 하고 광이 나도록 사포질을 했다.
하나하나 꼼꼼히 마무리 작업을 하고 나자 괭이의 아름다운 자태가 드러났다.
“이제 되었다. 호미야.”
한태석은 완성된 호미 아니 괭이. 아니 호미에 조금은 불안한 듯한 미소를 짓고서는 대장간을 나와 항상 호미가 걸려있던 매대 위에 호미의 몸을 올려놓았다.
“사장님?”
사흘 만에 나온 한태석의 모습은 조금 충격적이었지만 한태석의 두 눈빛은 그 어느 때보다 빛이 나고 있었다.
호미와 함께 손을 잡고 대장간 안으로 들어가던 한태석이었다.
“저기 사장님. 호미는?”
“여기.”
지민의 물음에 한태석은 괭이를 매대 위에 올려놓고서는 입을 열었다.
“일어나라. 그리고 너의 새로운 모습을 보거라.”
한태석의 말에 대장간의 사람들은 다들 경악스러운 표정으로 호미의 바뀐 몸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런 한태석의 부름에도 불구하고 호미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호미가 깨어나지 않고 있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