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1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1 1화
1. 난 여전히 쏘고 싶다(1)
‘쏴버리면 어떨까.’
현재 시각 오후 3시. 이맘때쯤이면 늘 하는 생각이다.
“그러니까 이것 하나도 똑바로 못하냔 말이야?! 어? 하…….”
지금 앞에서 침을 튀기며 떠들고 있는 저 대머리 부장의 볼록 튀어나온 뱃살.
“야! 듣고 있어? 이딴 걸 지금 회의 자료라고 준비하는 게 말이 되냐…….”
저 뱃살 아래 감춰진 부장의 소중한 물건.
‘500미터 뒤에서도 맞힐 수 있을 거야.’
유상현은 자신이 과연 얼마나 멀리에서 쏴도 맞힐 수 있을지 가늠하고 있었다.
“야아!!!”
부장의 호통과 함께 서류가 날아왔다.
휙.
상현의 머리가 살짝 기울면서 그의 귓가로 스쳐 뒤쪽에 있는 쓰레기통으로 골인.
“이 새끼가! 사람 말하고 있는데 딴생각하는 거야 뭐야?!”
상현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곧바로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공손히 모은 두 손.
그중에 오른쪽이 유독 덜덜 떨렸다.
부장의 눈길이 그 손에 머물렀다.
“어휴……. 어디서 병신을 데려와 가지고……. 손도 느리고, 머리도 느리고…….”
병신이라는 말에 떨림이 잠시 멈췄으나, 부장은 눈치채지 못했다.
“빨리 가! 이 새끼야!”
부장은 결국 자신의 의자를 컴퓨터 쪽으로 돌리며 가라고 손짓했다.
“가 보겠습니다아.”
상현은 언제 혼났냐는 듯이 대충 고개를 끄덕이고는 부장실을 나왔다.
“후. 오늘도 잘 버텼다.”
나오는 즉시 그의 표정은 티 없이 맑아져 버렸다.
흔히 말하는 멘탈 관리.
양궁 선수로서 필수적으로 익히는 소양이다.
“야. 너 오늘도 깨졌냐?”
동료 하나가 그의 주변으로 붙으며 묻는다.
“뭐. 당연하지.”
“하…… 너도 참……. 팔자에도 없는 상사에 들어와서 고생한다.”
“어쩌냐. 낙하산 꽂혔으면 죽어라 노예처럼 살아야지.”
낙하산.
그게 늘 상현의 뒤를 따라다니는 별명이었다.
천부적인 재능을 꽃피우지 못하고 부상으로 양궁 판을 떠나야 했었다. 그를 가여이 본 코치가 지인을 통해 어떻게든 꽂아준 자리가 바로 이 회사다.
“자아성찰 좋네.”
본인을 낙하산이라고 표현하는 상현의 허심탄회함에 동료는 새삼 놀라며 웃었다.
“뭐. 분수를 알아야지.”
상현은 저리는 오른팔을 꾹꾹 눌러 풀어내며, 지나가듯이 대답했다.
‘적을 알기 전에 나를 알아라……. 옛날 생각나네.’
분수를 알라는 말에서 상현은 선수 시절을 회상했다. 그의 코치가 늘 자신에게 하던 말이다.
그 말이 최고 유망주로 대우받던 그 시절에는 참 와닿지 않았는데, 막상 이렇게 만날 욕이나 처먹는 인생이 되고 나니 가슴에 팍팍 꽂혔다.
“야. 난 먼저 간다. 보고서 다시 정리 안 하면 야근이야.”
회상에 잠겼던 것도 잠시. 상현은 곧바로 정신을 차리고 자신의 자리로 달렸다.
* * *
퇴근 후.
그는 편의점에 들러 맥주 4캔을 산 뒤, 집으로 향했다.
“하…… 야근 겨우 면했네.”
그는 집으로 돌아와 시계를 보며 그렇게 생각했다. 오후 9시다.
잽싸게 컴퓨터 앞에 앉아 한 스포츠 영상을 틀었다.
‘오늘따라 갑자기 생각난단 말이지.’
탁.
그는 맥주 캔을 따면서 그 영상을 봤다. 가끔 우울할 때마다 틀어보곤 했는데, 최근에는 거의 보지 않았던 영상이다.
국내 선수권 대회에서 최연소로 우승을 거머쥐던 그 날.
그 역사적인 날이 녹화된 영상이었다.
영상 속의 하얀 옷을 입은 선수. 그는 잠시 심호흡을 한다.
이내 활시위가 당겨지고, 호흡이 멈추고 눈이 매섭게 표적을 노린다.
그 모든 훈련과 수련의 나날이 바로 이 한 순간의 릴리즈(Release)를 위해 존재했다.
곧게 잡혀 있던 활시위가 놓아지고.
휘익.
탁!
명중.
-와아아아!!
-또 명중! 레, 렌즈가 깨져 버립니다!! 지금 최연소, 최연소…….
-역대급 천재의 탄생입니다! 여러분 지금 역사를…….
해설자들의 흥분하는 소리에 맞춰 클로즈업되는 어린 시절 상현의 얼굴.
“키야. 자알 생겼네.”
꿀꺽.
그는 스스로 공허한 감탄을 하며 맥주를 들이켰다.
인터뷰, 시상식 등등 복잡한 축하 세례가 지나가고, 영상은 꺼졌다.
까만 화면 위로 그의 얼굴이 희미하게 비췄다.
“늙었네…….”
사실 늙었다고 하기엔 아직 창창한 나이, 28살이었다. 다만 아까의 영상이 너무 파릇파릇했던 시절이었던 탓이리라.
“겜방이나 보자.”
그는 평소의 패턴대로 즐겨 보던 게임 방송을 틀었다.
딱히 게임을 좋아해서 자주 보는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게임 같은 건 한 번도 해보지 않았다.
어린 시절부터 오직 양궁 연습만 했던 그였기에, 또래들과 어울려 게임을 할 시간이 없었다.
스포츠를 하는 데에는 꽤 돈이 많이 든다.
할머니와 함께 살았던 상현은 그 액수를 감당할 수가 없었다. 무조건 장학금을 타야만 했다.
덕분에 게임 한 번 못 해보고 미친 듯이 연습했다. 그 결과 최연소 선수권 대회에서 우승이라는 업적도 이뤄냈다.
그때만 해도 정말 탄탄대로만 펼쳐질 줄 알았다.
“물론 아니었지만.”
꿀꺽.
그는 맥주를 한껏 들이켰다. 힘든 기억은 다 목 안으로 넘기고, 그는 다시 게임 방송에 집중했다.
그가 보고 있는 화면에서는 요즘 유행하는 ‘풀 다이브(Full Dive)’ 형식의 가상현실 게임 방송이 나오고 있었다.
-야! 비켜! 이거 왜 이렇게 안 맞아!?
-크리티컬! 크리티컬!! 컷 했다!
풀 다이브 형식의 가상현실 게임은 말 그대로 사람이 아예 게임 안으로 들어가는 듯한 느낌을 주는 현존 최고의 간접경험 매체이다.
흔히들 ‘캡슐 게임’이라고도 부른다.
저걸 하려면 캡슐이라는 기기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 가격은 최소 사양만 갖춰도 정말 고가여서 상현 같은 월급쟁이에게는 사치 중에서도 극 사치였다.
그로서는 그냥 이렇게 맥주를 마시며 저런 대단한 게임을 관람할 수 있다는 거 자체가 행운인 셈이었다.
[바드득 바드득 님이 50,000원 후원] [에이미! 에이미 어디 갔어!]시청자 하나가 방송인의 에임(Aim) 실력을 한탄하며 돈을 후원했다. 후원 프로그램이 우스꽝스러운 목소리로 읽어준다.
-에이미이! 에이미이! 어어어디갔어?!
그 뒤로도 비슷한 후원은 계속 이어졌다.
[진성 껌딱지 님이 4,000원 후원] [5분 뒤 : 자~ 오늘 할 게임은!]그가 5분 뒤에 게임을 끄고 다시 켜서 편집을 노릴 거라는 후원.
[에이미 님이 30,000원 후원] [야! 쐈는데 왜 안 나가! 이거 캡슐 이거 뭐야!]게이머가 멀쩡한 게임 캡슐의 반응 속도를 탓할 것이라는 후원 등, 꽤 많은 액수의 후원이 계속되었다.
채팅창은 ‘ㅋㅋㅋㅋㅋ’로 도배가 된다.
그러나 상현의 얼굴은 딱딱하게 굳었다.
“참…… 못하는 것도 재능이란 말이지. 저거 맞히기 어려운가? 쉬워 보이는데.”
그 옛날.
오직 잘하기 위해서만 모든 걸 던졌던 시절이 참 한심해 보이는 순간이었다.
“잠이나 자자.”
어느새 시간이 다 지나서, 이제 다음 날 출근을 준비해야 하는 때가 왔다.
규칙적인 생활.
선수 시절, 그에게 몸에 각인되어 버린 습관 중 하나였다.
곧 그의 방에 불이 꺼지고 커튼이 쳐지며 창 밖 도시의 불빛마저도 가려졌다.
* * *
다음 날.
그는 아침에 출근하자마자 부장실로 호출되었다.
‘뭐지……? 분위기가 심상치가 않은데?’
부장실로 호출되는 거야 익숙한 상황이었지만, 자신을 보는 동료들의 시선이 이상했다.
그는 시력이 꽤 좋다.
멀리서도 동료들의 미세한 표정을 전부 읽어낼 수 있었다.
‘이건 좀 이상해.’
그가 내린 결론은 오늘 다들 좀 이상하다는 것.
그 이유는 부장실에 들어가고 나서 알 수 있었다.
탁.
그의 앞에 놓인 사표.
“……구조 조정이 있을 거래.”
그의 얼굴은 쳐다보지도 않은 채 부장이 말을 이었다.
“지금 곱게 나가면, 좀 챙겨 주고. 구조조정으로 밀려나면 그마저도 제대로 못 받을 거야.”
지금 이게 나한테 하는 이야기인 건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무심한 목소리와 표정.
“너밖에 없잖아. 우리 팀. 알지? 다들 열심히 하는 거.”
이젠 다른 동료들을 인질로 끌고 들어갔다.
‘어제 좀 무리해서 타박한다 했더니…….’
사실 어제 보고서는 나쁘지 않은 편이었다. 상현도 그 정도 감은 있었다. 그런데도 부장은 집요하게 트집을 잡아내 그를 몰아붙였다.
고작 대리에 불과한 그는 부장이 몰아붙이면, 그냥 죄송하다 하는 것이었다. 그게 룰이었다.
그리고 이제 그 룰대로, 그는 이 일선에서 물러나야 했다.
“……알겠습니다.”
생각보다 쉽게 튀어나온 그의 대답에 부장은 그제야 그를 슬그머니 돌아봤다.
“정말이야?”
“지금 나가야 퇴직금이라도 잘 챙겨 준다는 얘기 아닙니까? 조금 더 얹어서 주시겠죠.”
“……계산은 빠르구만.”
“녹음해 놨으니까 약속은 지켜주세요.”
새빨간 거짓말이었지만, 부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요즘 사회인들 중 상시 녹음을 하는 녀석들이 꽤 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부장실 같은데 불려갈 때는 더더욱.
“뭐, 그래. 내가 하는 약속이 아니라, 사측에서 보장해 주는 거니까. 걱정 마라.”
“오늘부터 나가야 합니까?”
“오늘 일하라면 일할 거야?”
“……짐 싸죠.”
“참나.”
상현은 무표정으로 돌아섰다. 뒤에서 부장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야. 너무 섭섭하게 생각하지 마. 너 낙하산이잖아, 어차피. 어? 여기 애들 다~ 대학 힘들게 졸업해서 스펙 쌓고, 영어 공부하고 돈 탈탈 털어서 유학까지 갔다 온 애들이야. 어쩔 수 없다고, 우리도.”
알고 있었다.
그가 만날 부장에게 혼나던 이유도. 그에게 동료가 거의 없던 이유도. 이제는 그마저도 모두 사라지기 직전이 된 이유도.
전부 그가 고졸에 운동선수 출신이었기 때문이었다.
“알고 있습니다.”
그는 천천히 자리로 돌아가 박스 안에 짐을 정리했다. 4년간 일했던 회사인데, 짐은 우체국 소 박스만큼도 나오지 않았다.
* * *
“어떡하지?”
집으로 돌아온 상현.
쿨하게 회사에서 나오기는 했지만, 막상 돌아오니 미쳐 돌아버릴 지경이었다.
28살. 고졸. 백수. 운동선수 출신. 특기 양궁.
이딴 먼지 한 줌의 스펙으로 그가 이 대한민국에서 샐러리맨으로 활동하는 건 거의 불가능해 보였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이미 한번 신세 진 코치님에게 다시 연락할 수도 없었다.
“라, 라면이라도 사둘까? 생수도 사놔야 할지도…….”
그는 마치 전쟁이라도 난 것 같은 구매 목록을 머리에서 마구 떠올리기 시작했다.
“하아…… 하아…….”
그는 정신을 차리고 심호흡을 했다.
서 있는 것도 힘에 겨웠는지 의자에 앉더니, 이내 결국 침대에 누웠다.
털썩.
“하아…….”
지쳐 쓰러지듯 몸을 던진 그는 멍하니 천장을 바라봤다. 천장에 놓인 동그란 형광등.
그가 매번 겨냥하던 과녁 모양과 같았다.
그는 멍하니 두 손을 들어 올려 그 과녁의 중심을 겨냥했다. 마치 활이 들려 있는 듯, 호흡이 정돈되며 두 팔은 완벽한 자세를 그려낸다.
타다다다다…….
하나 이내 눈에 띄게 떨리는 오른손. 시간을 지체하면 지체할수록 떨림은 심해졌다.
“크흣…….”
탁.
결국 그의 손은 다시 침대 위로 안착했다. 상현의 이마에서는 식은땀이 주륵 흘러내렸다.
약 5분 후.
그는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다.
뭔가에 홀린 듯 걸어가더니 컴퓨터를 켜고 앉았다. 냉장고에서 잠시 맥주를 꺼내올까 했지만 그만두었다.
평소 즐겨보던 게임 방송 플랫폼에 들어간 그는 떨리는 손으로 힘겹게 뭔가를 검색했다.
‘실력 방송’.
게임을 잘해도 돈을 벌 수 있는지.